이범근
한밤중 호수에 던진 돌 다음 날에서야 풍덩, 소리가 났다 아무도 따지 않아 달다 못해 썩은 과일이 떨어지고 호숫가 낚시꾼들이 먹고 버린 육개장 컵라면의 멀건 기름이 표정처럼 뜬다
(중략)
호수엔 너른 둘레가 있다 한없이 원에 가까운 물가 피었다 죽는 식물과 벌레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검은 깊이를 두려워하고 신성시하고 호수가 갑자기 말라버릴 재앙에 대해서 말한다 호수는 그런 날에도 잔잔하다 비가 많이 오면 넘치고 가뭄이 오래되면 바닥에 가라앉은 백골이 드러난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빛과 자세로 폐가 있던 자리엔 겹겹이 물고기 뼈들이 쌓여 있다
“낚시꾼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로 ‘오수’가 되어버린 호수는 우리 세계의 실상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유명한 표현은 이 시에서 패러디되어 전복된다. 어떤 이들은 이 호수의 ‘검은 깊이’를 두려워하며 세계가 “갑자기 말라버릴 재앙에 대해서 말”하지만, 호수-우리의 마음-는 잔잔하기만 하다. 하나 홍수에 가뭄이 들이닥칠 언젠가에는 저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은” 죽음-백골-이 만천하에 드러날 터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