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혜
새다, 박새 한 마리가 제 다리만큼 가는 가지에 얹혀 크고 작은 포물선을 만들며 무게중심을 찾아가고 있다
뿌리까지 뒤흔드는 소요를 견뎌주는 가지
잠시 후 서로의 접점을 찾은 새와 가지가 고요하다
다시 발걸음을 떼다 숨이 멎는다
언제부터인지 피사체를 주시한 채 카메라가 되어버린 그의
렌즈 안으로 고요가 흘러들어간다
그와 카메라와 새와 가지가 통합되었다, 시간의 한 공간에서!
셔터 소리의 여운 그칠 때까지 난, 그들 시간의 그림자였다
세상엔 우리가 지나쳐버리는 기적 같은 장면이 벌어진다. 시인은 이를 포착하는 이다. 위의 시에서 “숨이 멎”을 장면은 무엇인가. “제 다리만큼 가는 가지”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앉은 박새의 모습이다. 박새와 가지 사이의 세미한 접점을 만들어가는 자연의 묘리(妙理)! 그 이치는 고요히 표현되고, 그 고요를 흡수하는 ‘그-카메라’ 렌즈가 있다. 하여, 인간-자연-기계가 “시간의 한 공간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