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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

등록일 2024-06-02 18:08 게재일 2024-06-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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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로웰(김천봉 옮김)

당신이 당신 심장의 포도주처럼 붉은

밝은 장미들을 품고 내게 다가왔어요.

당신은 그 꽃들을 구부려서 만든 화관으로

나를 시장에서 멀찍이 떼어 놓았죠.

당신이 연인인 내게 장미 화관을 씌워줬고

나는 후광을 두른 채 옆에서 걸었죠.

 

사로잡혀 포위된, 나는 그것을 당신께 바치는

내 선물의 자랑스러운 징표로 쓰고 다녔어요.

꽃잎들이 점점 창백해지고 오그라들어

떨어졌고, 가시들이 뚫고 나왔죠.

쓰라린 가시들이 후회의 관을 엮어서

나를 당신의 연인이라고 선포했죠.

우리는 ‘당신’과의 사랑이 죽을 때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의 원인이 되곤 한다. 위의 시에서 말하는 사랑이 그렇다. ‘당신’은 “내게 장미 화관을 씌워줬”고, ‘나’는 화관을 “자랑스러운 징표로 쓰고 다녔”다. 그런데 그 꽃잎들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랑이 스러지면서 남긴 것은 가시들뿐. 결국 화관은 “쓰라린 가시들이” 엮인 “후회의 관”으로 변해버린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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