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운
보내지 못한 편지를 시간이 지나 다시 보낼 것인가. 지나간 시간 동안 ‘너’의 마음은 달라져버렸는데. 시는 한 발 더 나간다. “편지에 대해 편지를” 새로 쓴다는 것. ‘너’는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편지를 쓰고는, 이 두 편지를 뒤섞는다. 마음과 마음이 뒤엉키는 편지들. 이 편지들 사이의 시차는 시간의 “물성과 상실”을 품고 있다. 이 시차를 읽기 위해선 “오래 눈 감은 채 두 편지를 바라보”아야 한다. <문학평론가>
지나가버린 편지. 이미 쓴 편지. 못 건넨 편지. 너는 훗날 수신인을 되살려내 그제야 편지를 건네려다가도 문득 망설이지. 편지의 내용과 달라져 있는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제 너는 그 마음에 대해서 또한 썼다. 편지에 대해 편지 쓰는 사람이 되어서 편지의 편지를. (….) 편지. 너는 물성과 상실에 대해서 생각해. 두 편지를 접어 패를 섞듯 섞었지. 너는 오래 눈 감은 채 두 편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