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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등록일 2024-06-06 18:04 게재일 2024-06-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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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촛불이 세상을 변화시킨 시대. 촛불을 든 사람들은. 시인처럼 “자신의 끔찍함을” 견디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살아야 하는 평범한 이들이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하면서 “징그럽고/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희고’ 흰 사람들. 하나 어딘가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그들. “나쁜 꿈만” 꾸는 시인은 그들과 다정한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인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주고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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