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촛불이 세상을 변화시킨 시대. 촛불을 든 사람들은. 시인처럼 “자신의 끔찍함을” 견디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살아야 하는 평범한 이들이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하면서 “징그럽고/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희고’ 흰 사람들. 하나 어딘가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그들. “나쁜 꿈만” 꾸는 시인은 그들과 다정한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인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주고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