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0일 이틀간 실시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 투표율이 예년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당권 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실시된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표율은 40.47%(84만1614명 중 34만615명 참여)로 최종 집계됐다. 이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2일차 투표율(47.51%)보다 7.0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모바일 투표를 하지 못한 당원을 대상으로 21일부터 22일까지 ARS 투표가 진행되지만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투표율이 지난해 전당대회보다 낮아짐에 따라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이른바 ‘조직표’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는 20%에 그치지만 당원 투표를 80%를 반영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표’가 강한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해왔던 한동훈 후보의 1차 투표 과반 획득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상현 후보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후보자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 설전, 지지자들 몸싸움 이런 걸 보면서 원래 생각했던 전당대회가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당원들의 실망감이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추측했다.
나경원 후보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대한은 깨졌다. 아니, 처음부터 있어선 안 될 나쁜 프레임이었다”고 해석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공중에 떠 있는 당의 뿌리가 없는 막연한 인기와 팬덤으로는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 판이 바뀌고 있다"고 강변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한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라 투표 참여율이 떨어졌을 뿐 과반 득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당권 주자들은 남은 투표기간 동안 막판 표심 얻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희룡, 나경원 후보는 이날 각각 보수 색채가 강한 영남과 강원 지역을 찾아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원 후보는 울산 울주군 당협 간담회를 마친 후 “한 후보는 겉모습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인기가 있었지만, 진짜 정치의 기본이 돼 있는가 라는 정체성에 당원들이 심각한 그 위험을 깨달았다”면서 비판했다. 또 투표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한 후보의) 공중에 떠 있는, 당의 뿌리가 없는 막연한 인기와 팬덤은 우리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과”라고 봤다.
나 후보는 이날 강원 춘천을 찾아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오찬을 갖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당시 민혁당 사건이나 4·3 사건은 이자를 면제하거나 재심 청구기간을 연장해주는 방법으로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줬다”며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저항에 부당한 기소를 한 것에 대해서는 바로잡지 않는 것은 보수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양산, 김해, 창원 등 PK(부·울·경)를 찾아 당원 간담회를 가진 한 후보는 막판 영남권 표심 굳히기에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경남도청에서 박완수 지사와 면담 직후 “결선에서 한 후보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켜보자”면서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