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정에 與 필리버스터로 맞서<br/>강제종료 후 단독처리 쳇바퀴에<br/>사회 보는 의장단 갈등도 심화
야권이 강행 처리 중인 ‘방송 4법’이 국회 본회의에 차례로 상정되면서 국민의힘이 사흘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방문진법)의 본회의 상정 직후 시작된 3차 필리버스터는 28일 오후 현재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MBC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권한을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 방문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을 통한 강제 종료가 가능하기에, 29일 오전 8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방문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후 방송 4법 중 마지막인 EBS 이사진 구성을 변경하는 내용의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현재 의석수에 밀려 대안이 없는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고자 4차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수순대로라면 오는 30일 오전 토론이 종결되고 모든 ‘방송 4법’의 처리가 완료될 전망이다.
이처럼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 대응이 반복되면서 의장단 갈등도 함께 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방송 4법 상정과 무제한 토론 강제 중단에 반발하며 나흘째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는 중이다. 현재 주 부의장을 제외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교대로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새벽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 주 부의장에게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사회 거부 의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부의장도 “방송4법의 상정과 무제한토론 및 표결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실시되고 있어 직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요청했다.
이에 주 부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방송4법이 통과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 거부권으로 무효가 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장은 지금이라도 ‘충분한 여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법률안과 의안은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숙려 기간을 더 줘야 한다”며 사회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편, 국회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지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출범 후 처음 열릴 예정이던 고위당정협의회도 결국 불발됐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28일 개최를 검토했던 고위 당정협의회가 내달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당정협의회는 매주 일요일 당대표와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여 정부 정책을 두고 당과 대통령실, 관계 부처가 조율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고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