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
연탄은 제 몸에 왜
저리도 많은 구멍을 뼈아프게 내야
잘 타는지
내가 연탄처럼 속이 새까맣게 타들며
온몸에 구멍이 난 채
밤 지새워 누군가를
데워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네
19공탄 구멍 뚫린 몸끼리
진저리 치도록 함께 불타다가
벌겋게 달궈진 집게에 짚여 올라오면서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던
불타는 응집력
어둠이 투창처럼 완고하던 한겨울 마당
숭숭, 내가 구멍 뚫린 심장이 되어 죽은 듯이
드러누워서야 다 보았네
위의 시는, 연탄이 보여주듯이 구멍이 많아야 잘 탈 수 있다는 아픈 깨달음을 말해준다. 구멍이 많다는 건 상처가 많다는 것, 상처가 있어야 다른 이를 데울 수 있다. 상처를 통해 타인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응집력의 불이 “누군가를/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연탄이 필요하듯, 시대가 추울수록 심장엔 구멍이 뚫리는 법, 하지만 뚫린 심장은 우리를 잘 타게 해주고 타인과 함께 불탈 수 있게 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