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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꽃

등록일 2024-09-04 19:22 게재일 2024-09-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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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개보다 더 단순한 진심으로 가장 어두운 밤보다도 더 가장 어두운 얼굴로 밤을 견딥니다 삶을 이해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해하듯 밤을 이해한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마음도 마음 아닌 것도 모두 잠들지 못하는 밤 그건 뭐였을가요? 봄에는 직장을 잃고 가을에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구직도 구애도 구원도 없는 가장 어두운 밤보다도 더 가장 어두운 얼굴로 밤을 건넙니다 개보다 더 단순한 진심으로 죽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여 가끔 눈부셨던 그건 뭐였을까요? 눈물처럼 빛나고 진실처럼 부서진

위의 시에 따르면, “가장 어두운 밤보다도 더 가장 어두운 얼굴로 밤을 견”딜 때, “개처럼 더 단순한 진심”이 된다. 사랑을 잃고 직장을 잃고, 이젠 “구직도 구애도 구원도”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감지할 때, 그런 진심을 갖게 될 터, 이때 우리가 밤을, 죽음을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하나 이 어둠 자체를 대면할 때야말로 “눈물처럼 빛나”던 그것이 기억에 떠오르고, 그것의 존재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리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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