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진
오래전부터/ 운동 삼아 걷기를 하는데
갓밝이 무렵 오늘따라/ 천근만근이다
어제 종일 비 온 뒤라/ 상대 습도가 높은 때문인가
천근만근, 이 무게는/ 도대체 무엇일까?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체중계 눈금을 읽으니
그끄저께 그저께/ 몸무게랑 같다
눈이 저울이던 어머니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체중계가 어찌/ 천근만근을 알 수 있으랴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기계가 우리 몸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가. 체중계는 같은 몸무게를 보여주지만, 어느 때는 ‘천근만근’이지 않는가. 시인은 자신의 몸이 왜 ‘천근만근’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천근만근’은 몸의 감각이기에 의식으론 원인을 알 수 없는 것. 하나 “눈이 저울이던 어머니”는 시인의 ‘천근만근’을, 그 원인을 알아챘을 테다. 의식 과잉인 현대인과 달리, 그녀는 몸과 하나인 직관을 갖고 있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