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20여 일 앞둔 기시다 총리와의 마지막 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12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한일 관계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함께 힘을 모은다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을 계속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저와 기시다 총리가 쌓아온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한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한일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한일 관계를 돕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제 징용 문제를 두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각종 도발에 공조를 강화하고 캠프 데이비드 협력체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60주년 준비 TF를 중심으로 실질 협력 성과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 정부는 이날 제3국 내 한국 및 일본 재외국민보호 협력에 관한 각서도 체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협력각서는 지난해 4월 수단 쿠데타 발생과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발생 시 한일 양국이 재외국민 긴급 철수를 위해 협력한 사례를 기초로 우리 측이 먼저 한일 간 공조를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각서는 총 8개 항으로 이뤄졌으며, 제3국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협의하고 평시에도 위기 절차 훈련에 관한 정보와 모범례를 공유한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각서는 이날 발효됐지만, 국제법상 법적 구속력 있는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 양국 국민 간 방문객이 연간 1천만명에 이르는 현실을 반영해 한일 간 출입국 간소화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일본은 우키시마호 승선자료 19건을 제공했고, 정부는 진상파악과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기로 했다. 우키시마호는 지난 1945년 8월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으로,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1년 반 동안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이) 미래를 향해 굳건히 나아갈 수 있었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속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를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세찬 비가 온 적도 있지만 윤 대통령과 비에 젖은 길로 함께 발을 내딛으며 다져온 여정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답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