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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

등록일 2024-09-23 18:27 게재일 2024-09-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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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정치 실망의 시대’를 넘어 ‘정치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2024년 가을의 초입이다.

여당과 야당의 화합과 협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국회의원과 장관이 마주 서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저 멀리 자취를 감춘다.

오직 서로에 대한 비난과 상대방을 향한 질타와 질책만이 신문과 방송의 정치 관련 뉴스 헤드라인에 횡행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대정부질문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도 이 상황이 개선되거나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을 펼친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섭공문정 자왈 근자열 원자래(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2500년 전 공자는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 앞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자신 가까이 있는 이들에겐 기쁨을 주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곁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기쁨을 선물하고, 멀리서 찾아가 들어볼 만한 고담준론을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지금 우리 곁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너나없이 참혹한 심경이 된다. 공자가 살아온다면 끌탕할 일이다.

정치에서 희망이 사라진 시대임을 알기에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근자열 원자래’ 같은 현자(賢者)의 정치철학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틀 안에서 자기편만을 보고 정치하지는 말라는 것, 한 번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 그게 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가 될 것이니. 이 정도 부탁도 들어주기 어렵다면 정말 심각한 일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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