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취임 이후 첫 사과<br/> 김건희 여사·명태균 논란 관련, 모든 것이 제 불찰·부덕의 소치<br/> 대구경북 핵심 지지층 속상하지 않도록 잘 좀해야 겠다는 생각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논란 등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방식으로 사과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다가 단상 옆으로 나와 고개를 숙인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앞으로 챙기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저와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고도 말했다. <관련기사 4면>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 소식이 발표된 지난 4일 밤에 집에 가니 아내가 그 기사를 봤는지 ‘사과를 제대로 하라. 괜히 임기반환점이라 해서 그동안의 국정 성과만 얘기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내가 의도적인 악마화나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억울함도 본인은 갖고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국민에게 걱정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사과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는 질문에는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명태균씨와 관련한 내용 등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 그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여러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만 제가 대통령으로서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갖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그게 다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며 “어떤 것을 집어서 말한다면 사과를 드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은데 대통령이 맞다 아니다 다퉈야 하겠는가”라며 “사과의 대상을 건건이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야구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 전광판 안 보고 공만 보고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거 때부터 계속했다”며 “그러한 제 마음이 달라진 것은 없다. 참모들이 지지율과 관련해 바가지를 많이 긁고 있다. 누가 ‘이제는 전광판 좀 보고 뛰세요’ 이런 칼럼을 주더라”고 말했다.
대구·경북(TK) 등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TK지역의 지지율 하락, 이런 걸 보면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돼서 이 자리에 앉게 된 게 사실은 TK의 절대적 지지가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며 “얼마나 아꼈으면 또 얼마나 실망이 크시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TK지역에 계신 분, 전체적으로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지 않도록 잘 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세대를 위해 강하게 싸우면서도 가야 할 부분과 국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고 (마음을) 잘 좀 살펴 가면서 해야 하는 부분을 잘 가려서 한번 해보겠다”며 “그러면 또 좀 나아지지 않겠나”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사과를 하면서 이에 대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19%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 대외활동 전면 중단 등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