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퇴진’ 위한 시기·방법 놓고 친한계·친윤계 의견 대립<br/> 야 탄핵공세 강화·검경 수사 속도에 구체적 퇴진 타임라인 필요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논의 중인 가운데 당 내부에서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중진 회동, 비상의원총회 등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조속한 하야’를 통한 조기 대선 국면 진입을 주장하는 의견과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퇴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친한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대한 빠르게 퇴진해야 민심을 회복하고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빨리 하야하는 일정들을 제시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의 입장은 ‘(탄핵보다) 하야가 맞다, 탄핵에 준하는 속도로 하야 프로그램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친윤계 상당수가 조기 퇴진에 반대하면서 일부 의원은 1∼2년 뒤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국민 정서와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BBS 라디오에서 “1년 이내건, 6개월 이내건 질서 있는 퇴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를 포함한 당 중진 의원들은 주로 윤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의 퇴진 시기는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나 이후가 된다.
이날 오전 10시 비공개로 진행된 중진 의원 회동에서는 “우리끼리 조기 퇴진이냐 탄핵이냐 구도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친한계를 향한 성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야를 할 바에는 탄핵으로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 당장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후자의 경우 탄핵 심판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최장 180일의 시간을 벌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데다 야권의 탄핵 공세도 갈수록 거세져 민주당이 표결을 예고한 오는 14일 전에는 구체적인 퇴진 타임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2차 표결 참석 여부도 문제다. 친윤계는 표결 불참 당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친한계에서는 표결을 강제로 막을 수 없을뿐더러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전체가 계속해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하야에 대한 입장과 일정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