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둘러싼 친한계와 친윤계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극심한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표결 직전까지 ‘탄핵 반대’를 고수했던 친윤계와 중진 등 당 주류는 친한계와 한동훈 대표를 향해 이번 탄핵 가결 사태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결 전 공개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던 의원 다수가 친한계였고, 한 대표도 찬성 입장을 내놨었기 때문이다.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지도부’를 해산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를 비판하며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에 따르면 대구·경북(TK) 의원인 임이자(상주·문경)·김정재(포항북)·유영하(대구 달서갑)·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한동훈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에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도 “사임하겠다”며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고,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며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친윤계인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 3명에 최고위원이 1명만 더 사퇴하면 당헌·당규상 현 지도부는 해체하고, 최고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김민전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 가결되면 사퇴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개적으로 탄핵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에 대한 당내 저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처럼 보수 진영의 분열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친윤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자기만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들이 안타깝다”고 저격했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직격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표결 직후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제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로 넣어 맹비난했다.
그는 “찬성으로 넘어간 12표를 단속하지 못하고 이재명 2중대를 자처한 한동훈과 레밍들의 반란에 나는 참담함을 금할길 없다”며 “그 12표는 정치권에서는 대강 추측 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야 투명인간으로 만들면 되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제명하라”고 주장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