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부재’ 원인 제주항공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사고로 18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제주항공이 수익성에만 매몰돼 안전은 무시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항공기 자체의 안전 문제와 부족한 점검, 공항시설의 시스템 미비 등이 맞물려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3분기 월평균 418시간 운항
대기 1시간 내 정비 완료 ‘빠듯’
정비사도 대형 항공사 30~40%
제주항공 운영 방식 무리수 커
조류 충돌로 기체결함 발생했지만
충돌 완충역할 못한 로컬라이저
국내에 전무한 이탈방지 시스템
조류 충돌 예방 시스템 부재 등
인재로 손꼽을 사고 원인 ‘수두룩’
◇과도한 운항 시간과 중고 항공기 의존한 제주항공… 정비사 또한 부족
제주항공은 월평균 운항 시간이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어 수익성을 위해 가동률을 과도하게 높였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작년 3분기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371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에어부산 340시간보다도 길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355시간, 아시아나항공 335시간이었다. 이번 사고 항공기 7C2216편도 최근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항공은 8개 국적 항공사 가운데 항공기 평균 기령(사용 연수)도 가장 높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같은 LCC인 에어부산 9.7년, 진에어 12.7년, 티웨이항공 13년보다 높다. 대한항공(11.4년), 아시아나항공(12.3년)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중 88%는 중고 항공기로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됐다. 각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은 1시간 안팎으로, 항공업계에서는 정비사들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기체 점검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정비사 또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비사는 LCC 모두 부족해, LCC들이 중고기기 도입과 빈번한 중단거리 비행을 이어가면서도 정비와 같은 안전 분야에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 정비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12개 항공사의 정비사 총 5849명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사는 4248명으로 전체의 약 73%를 차지했다. 반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LCC 10사의 정비사는 총 1601명으로, 대형 항공사의 정비사 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LCC의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는 평균 10.6명에 그쳐, 대형 항공사의 대당 정비사 수인 16~18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공항 안전 시설 설치와 관리 개선 필요
이번 항공 참사를 두고 해외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사고를 유발한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장치다.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지만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쉽게 부러지는 구조가 아니라서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있는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곳 로컬라이저는 약 4m 높이에 달하며 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로컬라이저는 고도의 차이가 없을 때 지표면 아래 고정 장치를 박고 설치하는데 무안공항은 활주로와 경사 차이가 있어 흙을 쌓은 것”이라며 “대형 참사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MAS(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가 없는 것도 지적됐다. EMAS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더라도 급격히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멈출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많은 선진국 공항에 설치돼 있다. 국내 공항에는 EMAS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조류 충돌 예방 시스템의 부재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15개 공항에는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류 탐지 레이더는 조류가 비행기와 충돌하기 전에 이를 탐지하고 공항 관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 전문가는 “현재까지 사고의 최초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이상 발생으로 추정한다”며 “참사 원인을 두고 ‘인재(人災)’가능성도 제기되는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으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