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품으로 돌려달라” 목소리<br/>반세기 동안 구도심의 랜드마크<br/>중앙상가 약속 장소로 추억 가득<br/>57억 들여 오는 8월 완공할 계획
최근 포항 구도심 랜드마크인 북포항우체국의 신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우체국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우정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북구 신흥동 821-1 일원에 소재한 북포항우체국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신청사를 건립하고 있다. 848.32㎡ 부지 위에 들어설 신청사는 57억4400만원의 예산을 투입, 2층 건물로 건축되며 오는 8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포항시민과 상인들 사이에서 ‘북포항우체국 신축 공사’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중앙상가의 상징과 같은 북포항우체국을 46년 만에 신축을 하는데, 정작 시민들을 위한 소통 공간은 쏙 빠져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민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담긴 건물을 헐고 신청사를 만들려면 적어도 일부라도 시민정서가 설계에서 반영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이런 요구는 억지라기 보다 나름의 일리가 있다. 북포항우체국은 과거 포항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
6·25전쟁 때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포항의 우체국이 파괴되자 포항시민들은 우체국의 재건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부산 체신국에 제출했다. 또 자발적으로 기부금 10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시민들이 건립기금마저 모아오자 체신국도 감동, 포항에 우체국과 통신시설을 신속히 재건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처럼 북포항우체국은 포항시민의 사랑으로 만든 건물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 북포항우체국은 반세기 동안 포항시민들의 ‘만남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시민들은 자세한 설명 없이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통했다. ‘포항시내’는 곧 ‘우체국 앞’이었기 때문이었다.
포항시민들에게 북포항우체국은 단순히 우편, 은행 업무만 보는 공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특히 북포항우체국은 과거 번성했던 중앙상가의 중앙에 위치, 한때 포항의 자존심이기도 했던 터라 아직도 많은 시민들에게 그곳은 향수를 일으키는 ‘특별한 장소’가 되고 있다.
그런 곳에 새롭게 지어지는 북포항우체국의 부대시설이 우편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우편창구와 주차장, 주민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전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이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시민들의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상가 상인회 상인 A씨는 “6년 전부터 포항시와 상인회에서 우체국 건물을 육거리 방면으로 빼서 지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면서 “그곳에 건물을 지으면 250∼300평 정도의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을 개방해 주중에는 우체국 직원들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시민들의 버스킹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상인 B씨(66)도 “지금 중앙상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광장 하나 만드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우체국을 찾는 사람도 더 많아져 침체된 중앙상권도 다소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런 고려가 일절 없었다니 그저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포항시와 우체국 간의 업무 협의 부족을 힐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게 나오고 있다.
상호 교류가 활발했으면 논의를 거쳐 포항시가 이 부지를 사들이고 우체국은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 북포항우체국의 1일 평균 방문 인원은 금융 업무 100여 명, 우편 업무 200여 명 정도가 고작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기관치고는 방문객수가 저조, 사실상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60여억 원이나 들이는 북포항우체국이 본래의 제 역할을 하려면 거주 인구가 각각 7만여 명이나 되는 흥해읍과 장성동 등으로 옮겼어야 한다는 지적은 우체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기회를 놓친 포항시도 비난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쇠락한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포항시가 이 우체국을 사들여 젊은이들이 모이는 광장을 만들면 상권도 다소 회복하고 주변 상가 등도 환경이 좋아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앙상가 내 한 상인은 “포항시는 시내 구석구석에 많은 땅을 사들여 주차장 등을 만들고 있는데 왜 포항시민들의 향수가 어린 북포항우체국은 적극 매입하지 않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꼬집고 못내 아쉬워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