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완공될 ‘동빈대교’, 같은 뜻과 이름 가진 ‘동빈큰다리’와 혼선<br/> 포항지역 주요 장소, 동일 명칭 사용에 시민과 관광객들 “헷갈려” <br/>‘영일대해수욕장’과 ‘영일대 호수공원’도 불편 야기… 개선 목소리
“이름이 똑같아서 매번 헷갈립니다.”
포항 지역 주요 장소들이 동일한 명칭을 사용해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혼선을 일으키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장소의 이름을 하나로 통일해 부르다 보니 일상에서 혼란을 빚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해 ‘이들의 명칭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일 포항시에 따르면 오는 10월 포항시 남구 송도동과 북구 항구동을 잇는 길이 395m, 왕복 4차로의 해상 다리가 만들어진다.
총사업비 784억원이 투입돼 조성되는 이 다리는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해수욕장 간 이동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4분으로 2배 이상 단축시킨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 다리가 개통되면 포스코 등 인근 산업단지 출퇴근 차량의 이동시간이 줄어들고 도심 교통량의 분산에도 큰 효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송도, 영일대해수욕장의 접근성 향상으로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항시민의 숙원이나 다름없는 이 다리의 건설과 관련해 ‘정작 가장 중요한 다리의 이름을 너무 대충 지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다리의 이름이 바로 ‘동빈대교’이기 때문이다.
‘동빈대교’는 기존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동빈동’의 지역 명칭과 큰 다리라는 뜻의 ‘대교(大橋)’ 합성어이다.
문자 그대로 옮기자면 ‘동빈동에 있는 큰 다리’라는 뜻이다. 문제는 동일한 뜻과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다리가 수십여년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항시 북구 동빈동과 남구 송도동에는 두 지역을 잇는 길이 150m, 왕복 4차선의 ‘동빈큰다리’가 존재한다. ‘동빈대교’와 ‘동빈큰다리’ 한자와 한글 표현만 달리했을 뿐 사실상 같은 말이다.
시민 김모(85)씨는 “송도와 항구동을 연결하는 다리이니 ‘송도 다리’ 혹은 ‘항구 다리’로 완전히 다른 이름을 사용하면 애초에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교와 큰다리를 통용해서 사용하는데 ‘동빈대교’가 개통하게 된다면 이런 불편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모(54)씨도 “모든 장소에는 이름이 가장 중요하다. 외지인들의 경우 두 다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잘못 입력해 포항에 올 경우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다리가 완공되기 전에 미리 지도 제작을 수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곳 외에도 포항에는 같은 지명을 사용하는 장소 두 곳이 또 있다.
북구 두호동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과 남구 대잠동에 위치한 ‘영일대 호수공원’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의 경우 2013년 ‘북부해수욕장’에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북부해수욕장은 1976년 개장한 뒤 포항 북쪽에 있다는 이유로 단순히 방향을 나타내는 ‘북부’로 불렸다.
그 뒤 주민과 시민단체, 상인들을 중심으로 상징성이 있는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명위원회는 신라시대 때부터 이 일대가 영일현 통양포였던 역사성을 반영하고 동해의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인 ‘영일(迎日)’을 감안해 영일대로 확정한 바 있다.
외지인들이 포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헷갈리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외지인의 경우 “영일대 호텔에서 보자”라는 말에 영일대해수욕장에 있는 A호텔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구 지곡동에 위치한 B호텔을 부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한 불편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도 “시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