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없어 대응 어려운데 포항 10곳 확인 결과 7곳 소화기 조차 없어<br/>소규모 점포 설치 의무서 제외… 국회 관련 법개정 나섰지만 결국 폐기
최근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점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인점포는 특성상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화재 같은 비상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지만 ‘무인점포 안전 관리’와 관련한 법률은 전무한 실정이다.
5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 소재 한 무인 사진관. 관광지 방문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박씨(29)는 “점포 천장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전선이 어지럽게 나와있는 모습이 위험해 보인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안전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날 포항시 북구 셀프 세탁소를 이용한 조씨(34)는 “셀프 세탁소는 큰 용량의 빨래를 할 때 이용을 한다”며 “테라스와 카페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춰서 있지만 소화기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된 곳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 기자가 이날 포항 지역 셀프 세탁소,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카페, 무인 사진관 등 10곳을 돌며 소방 안전 시설 유무를 확인한 결과 7곳은 소화기 조차 없었다.
무인 사진관에는 손님의 머리 손질을 위해 고데기가 비치된 만큼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재발생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무인 사진관에 전원이 상시 연결된 고데기로 인한 화재발생은 물론 셀프 빨래방 세탁기·건조기에 라이터, 기름 같은 이물질 투입 등이 폭발·화재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소방청은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전국 약 9000개의 무인점포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실제 무인점포가 10만개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자치단체에 신고 없이 곧바로 개업할 수 있는 자유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점포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방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무인점포 화재 건수는 총 39건이다. 재산 피해액은 1억3369만 원으로 집계됐다. 무인점포가 늘어나기 시작한 2021년부터는 화재 건수와 피해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제2조 제1항 2호에 규정된 ‘다중이용업’에 해당하는 업소는 같은 법 제9조에 따라 소화기, 간이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약 10평(연면적 33㎡) 미만인 점포는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증가추세인 무인사진관, 무인세탁소, 무인아이스크림판매점 등 규모가 작은 신종 무인점포는 다중이용업에 해당하지 않아 소화설비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인점포를 다중이용업소에 포함하는 법안을 냈지만 현재는 폐기된 상태이다.
포항남부소방서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대부분 1층에 있고 건물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화재 진압이 용이하고 대부분 폐쇄회로TV를 갖춰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시 근무자가 없다 보니 신고 자체가 늦어져 초기 진화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규 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