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비혼식이라도 열어 그간 낸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하나?”
찬바람 부는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화사한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봄이 마침내 사람들 눈앞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이 계절은 ‘화혼(華婚)의 시기’였다. 지난 시절보단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그래도 3~5월은 예비 신랑과 신부의 설렘이 있는 때.
헌데, 미혼자들은 이 시기가 예상치 못한 지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숫자의 축의금 봉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결혼하지 않은 남성과 여성이 늘어나면서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남의 결혼식에 내놓았던 축의금을 자신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어려워진 신혼집 준비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육아의 힘겨움이 가져온 세태 변화 탓이다.
그래서일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21세기형 궁여지책’이 나왔다는 뉴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결혼하지 않은 한국 독신 여성들 사이에서 비혼식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비혼’에 주목한 것이다.
2023년 말 현재 한국 30대 가운데 51%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과 비교했을 때 비혼자가 4배 가까이 늘어난 것.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비혼식’이란 단어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선언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또한, 비혼식엔 일부 기업에서 제공하는 ‘비혼 축하금’을 지인들에게 거둬들이고 싶다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은근한 바람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전 생각’이 아닐까?
어떤 정책과 방법을 내놓아도 갈수록 결혼이 줄어드는 상황.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의 “40세건, 45세건 일정 연령이 되면 비혼식을 공식화해 그때까지 사용된 친척과 친구들의 결혼 축의금을 반의 반이라도 돌려받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마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