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금리 내리기 시작한 한은, 지금 가장 적절한 투자 상품은?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04-02 20:23 게재일 2025-04-03 7면
스크랩버튼
계란의 비밀:  경기변동을 읽는 ‘달걀이론’

계란은 동물성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으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때 다방에서는 쌍화탕에 달걀이 안 들어갔다고 화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세계를 뒤흔드는 미국조차 달걀이 문제다. 미 농무성은 2월 25일 내년 1월까지 미국 내 계란 값이 약 41.1%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달걀을 사려는 오픈런부터 절도, 밀수 문제로 시끄럽다.

한때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교훈에‘콜럼버스의 달걀’도 등장했고 한국은 과거부터 상대에게 모욕을 줄 목적으로 던지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달걀은 사실 오래전부터 ‘재테크’의 세계에서도 활약해왔다.

유대계 ‘주식의 신’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정립

변화하는 금리 따라 주식·채권·부동산·예금 등

사고 파는 타이밍 직관적 판단 가능하도록 고안

확장기·침체기·불황기·회복기 등 경기 구간별

자신의 투자 비중 포트폴리오 미세조정에 도움

우리나라 경우 경기 국면과 전혀 무관한 시점에

세금·부동산 관련 정책 변환 단행 ‘맹신은 금물’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

재테크의 대상에는 주식, 채권, 부동산, 예금부터 최근에는 비트코인, 골드바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래서, 그걸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나’다. 이러한 재테크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은 이러한 타이밍을 알고 싶어 한다. 그것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바로 ‘달걀이론(Eier Theorie)’이다. 이 이론은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독일에서 주로 투자자로 활약하면서‘주식의 신’이라 불렸던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 1906~1999)가 정립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돈에 대한 생각의 기술(Die Kunst, über Geld nachzudenken)’은 한국어판으로 번역 출간(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되기도 했다.

코스톨라니는 특히 주식투자에 대한‘명언’들을 많이 남겼다.

△“투자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보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게 더 낫다”. 개미투자가라면 뼈에 새겨야 할 금언이다. 또 △“일단 우량주 몇 종목을 사면 수면제를 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 개인투자가들은 증권계좌에 돈이 있으면 사고팔아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가진다. 그러다 보면 소문에 휘둘려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돈 대부분이 거래수수료와 거래세로 탕진하기도 한다.

코스톨라니가 주식의 신으로 불렸지만, 그의 ‘달걀이론’은 경기 흐름과 관련해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최소한 어느 시점에, 팔고 사는 게 좋을지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전체가 한 방향으로 경기가 순환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국가별 특성과 상황에 따라 비동조화(decoupling)하기도 한다. 경기는 크게 보면 호경기, 불경기로 양분할 수 있지만,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두 개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경기가 과열되는 확장기(Expansion)를 지나면 침체기(Recession)를 거쳐 불황기(Depression)에 이르고 이후 회복기(Recovery)를 지나 다시 확장기로 사이클을 이루며 생물처럼 움직인다. 다만 경제변동은 상황에 따라서는 반드시 이런 순환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침체기로 간듯싶다가 다시 확장기가 이어질 수도 있고,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침체국면에서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의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경기과열을 억제하거나 경기 침체를 둔화 내지는 회복시킬 목적으로 ‘금리’를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과열이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면 금리를 내린다.

코스톨라니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바로 이러한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 채권, 부동산, 예금 등 투자상품에 대한 사고 파는 타이밍을 계란을 이용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모형을 고안한 것이 바로 이 달걀이론이다.

다만 이 이론은 직관적인 판단에 도움을 줄 뿐 나라마다 경제 상황,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그 시기의 정책 기조가 다르기에 절대 이 이론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개인이‘재테크’를 생각할 때 이 ‘달걀’ 이론만큼 판단할 때 알기 쉬운 지침도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달걀 이론은 ‘금리’가 오르내릴 때 가장 적절한 투자상품의 선택에 유용

거듭 강조하지만, 달걀이론이 금리의 변동에 따라 그 경기 국면에서 가장 적절한 투자상품의 선택요령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절대적이 아니라 나라별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경제 이론적 관점에서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투자상품과 금리와의 상관관계는 초보 투자자에게는 참고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달걀 이론의 모형(사진 참조)은 금리 정점과 금리 저점을 기준으로 달걀이 세로로 구분된다. 오른쪽은 쉽게 발해 불경기(침체, 불황), 왼쪽은 호경기(회복, 확장)를 의미한다.

금리정점에서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하한다. 그 방향은 달걀 오른쪽에서 금리저점을 향해 이동하며, 회복기부터는 다시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정점을 향하는 사이클을 달걀의 모양으로 비유한 것이다.

금리가 움직이는 경로는 시계방향이어서 달걀 모형 자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달걀 몸통의 중간 부분에 오른쪽, 왼쪽 모두에‘혼합기’로 표시한 것은 각 경기가 이행하는 도중이지만 뒤섞여 있는 동행 국면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고민하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미세조정 하는 등 투자상품의 손바뀜이 활발해지는 구간으로 이해하면 된다. 투자성향이 공격적이라면 이 혼합기에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을 교체할 것이고, 경기가 회복되다 다시 뒷걸음질 칠 때도 있다고 보는 보수적인 투자성향이라면 투자상품을 처분한 후‘현금 보유’를 늘리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이론처럼 금리 동향에 따라 투자전략을 세워 수익을 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국면과 전혀 무관한 타이밍에 갑자기 정치권에서 세금 문제나 부동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나 정책적 변환이 단행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때 관련 시장에서는 혼란 등을 겪으면서 실제 국가 경제의 경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각 투자상품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달걀 이론의 핵심은 경기변동에 따른 포트폴리오(분산투자)의 조정

이 이론을 ‘재테크’에 활용하는 좋은 방법은 달걀이 금리와 경기 국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시점에 가장 적합한 투자상품이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가운데 어느 상품인지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투자상품 비중(포트폴리오)을 미세 조정하는 것이다.

코스톨라니는 “시장의 주기적 변동에 맞춰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얼마 전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 경제의 경기 국면이 달걀의 오른쪽 윗부분에 해당한다는 신호로 판단할 수도 있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미 현명한 투자자들이 달걀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하!’라고 이해했다면 ‘달걀’의 역할은 끝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