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조합중앙회가 14일∼16일까지 3일에 걸쳐 영덕군산림조합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돌아갔다. 이번 감사는 내부직원들로부터 출장비 상납, 인건비 허위 청구, 송이공판 감량률 조작에다 회계 비리 의혹 <본지 2025년 4월 1일자 5면 보도 등>이 잇따라 제기된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회계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한 감사팀은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영덕군산림조합 비리의혹이 워낙 방대함에도 중앙회 감사가 3일 만에 마무리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처삼촌 벌초하듯 한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감사가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런 회의적인 시각은 산림조합중앙회장을 142개 일선 시군의 산림조합장들이 선출하는 시스템과도 무관치 않다. 영덕군산림조합도 중앙회장 선거에 1표를 행사하는 마당인데 감사팀이 이를 의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일선조합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중앙회가 그냥 있을 수도 없고 하니 마지못해 그냥 형식적으로 내려 온 감사가 아닐까하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앙회 감사팀은 전력을 기울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영덕군산림조합은 앞서 산림청으로부터도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특별감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아직까지 그 감사 결과를 알 수가 없다. 산림청이 미공개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다. 저렇다는 등의 온갖 설과 말만 가득하다. 그런 마당에 산림청은 감사 결과 공개 대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법을 선택해 조합원들의 궁금증만 더 키웠다.
영덕군산림조합의 여러 의혹은 조직이 정상 가동된다면 자체 감사로도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조합원들이 선출한 감사가 자체 감사에 나서거나 외부회계감사 의뢰 등으로 시시비비를 조기에 가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합집행부가 감사자료 제출 거부는 물론 자료 조작에다 직원들에게 일절 협조하지 말 것을 지시하면서 감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심한 대립을 하던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시간이 지나자 더 아슬아슬해졌다. 마주 보며 달리던 열차는 끝내 멈추지 않고 충돌했다.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서로 이사진 해임, 고소 고발 등 막판을 보여주면서 맞섰다. 중심이 흔들리는 사이 이번에는 직원들 간에도 파열음이 났고, 결국은 안팎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더니 내부 비리 제보 등으로 이어지며 자체 폭발해 버렸다.
만신창이가 된 영덕군산림조합은 이제 경찰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염려되는 것은 경찰수사가 제대로 될까하는 부분이다. 일단, 수사는 경북경찰청과 영덕경찰서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영덕 경우 지역사회가 좁다보니 조사담당 경찰관들과 영덕군산림조합 임직원들과는 평소에도 너무나 잘 아는 사이여서 시원하게 파헤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조사가 예상외로 지연되면서 시중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산불로 영덕이 큰 피해를 입은 부분도 경찰의 조사를 멈칫거리게 할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산림 복구과정에 영덕군산림조합의 역할이 적잖은데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쪽에선 조사를 지연시키기보다 빨리 마무리,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산불피해복구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도 있다. 지금 상태로는 조합 업무와 주어진 일이 먼저가 아니라 산림조합 상하 직원 모두가 향후 수사 방향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어 제대로 된 업무 진행이 안된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가 끝나 후 조직을 재정비해야 본격적으로 일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A 조합원은 “한때 전국에서도 모범적이었던 영덕군산림조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부 조합장들과 간부들의 일탈로 지역에서도 고개를 들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합이 차제에 재도약하려면 다소 아프더라도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을 확실하게 도려내는 길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 경찰은 영덕산림조합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