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료 규탄 시민단체, 8일 세종시서 기자회견
의료계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대리·유령수술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보건당국의 형식적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고, 철저하고 책임 있는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연대, 국민생명 안전네트워크,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은 8일 오후 세종시 보건복지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의료 행위로 재판 중인 서울 Y병원과 K병원장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K병원장이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맡기고 본인은 수술실에 입장하지 않는 유령수술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들이 부실한 조사를 벌였고 사실상 방관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해당 병원이 연평균 3천 건, 5년간 총 1만7천 건에 달하는 수술을 시행한 정황은 명백히 관리·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Y병원의 행태는 지난해 5월 K병원장 등 10명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으며, 같은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바 있다. 당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K병원장이 연루된 불법 행위 및 건강보험 허위청구 의혹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무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질타에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과 강중구 심평원장은 “내용만 들어도 분명히 잘못된 사안이며 근절돼야 한다”고 밝히고, 신속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2월에야 조사를 개시했지만 6일만에 조사를 마쳤다. 시민단체들은 Y병원 관할 보건소에 조사를 위임한 점, 조사 과정에서 수술기록의 진위 여부 및 CCTV, 마취기록 등 핵심 자료에 대한 확인 없이 병원이 제출한 문서만 검토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봐주기 조사”라 비판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K병원장이 위임한 법무법인에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가 있다며 전관예우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또 시민단체는 의료기술 광고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K병원장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줄기세포치료,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등을 홍보하며 그 효과를 과장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지난 2023년부터 민원 고발이 이어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소가 “일일이 조사할 수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Y병원에 대한 고발 사건은 관할인 방배경찰서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가 시민단체 항의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 및 기관이 나서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켜달라며 “형식적이고 고답적인 관료주의 행태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에 두는 실질적이고 투명한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