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2050년까지 탈탄소 제철 실현…세계무역·환경규제 새 표준 가능성 21대 정부 ‘철강산업 특별법’ 제정·수소환원제철 기술 등 주목해야
지금 세계는 2050년 탈탄소사회 구축을 위해 많은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고 이제는 소재분야에서도 그러한 흐름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산업의 쌀인 ‘철’을 철광석에서 쇳물로 뽑아내는 ‘고로제철법'의 보유 여부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철강을 대신해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으로 대체되면서 ‘철’이 여전히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과거만큼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일례로 국내 수요산업에서도 포스코나 포항철강산단의 철강재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값싼 자재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많은 분야에서 탄소섬유라는 신소재가 철강이나 금속 소재 등의 자리를 빼앗아 왔다. 특히 철이나 알루미늄보다 가벼운데다 강도까지 높아 차체 경량화가 필수인 전기차(EV)는 물론 고급차와 스포츠카의 백도어, 보닛, 루프, EV용 배터리 케이스 등 부품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주요 소재로 채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유럽연합(EU)은 이 탄소섬유가 건강상 위험 요소라며 앞으로 완성 자동차에 채용하는 소재에 탄소섬유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만약 규제안이 통과돼 2029년부터 적용된다면 자동차회사들도 탄소섬유를 소재로 채용하는 비중을 빠르게 낮출 전망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자동차 등에서 낮아지던 철강재 채용비율이 다시 회복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쩌면 철강재에도 탄소섬유처럼 탈탄소화 사회 등을 빌미로 새로운 표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힌트는 선진국들이 탈탄소제철, 탄소제로 그린 제철, 수소환원제철이라는 분야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같은 ‘철(鐵)’이라도 탄소배출로 만들어진 철인지 아닌지에 따라 소재부터 완성제품까지 국제 무역 기준 등에 새로운 평가 기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꼭 명심해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 내 고로업체, 전기로 업체를 불문하고 그린 제철, 탄소제로 제철 실현을 위해 이른바 ‘수소환원제철’을 연차별 치밀한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2050년에는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수년 전부터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일본의 관계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제철, JFT스틸, 고베제강소 등 철강 3사가 함께 고로 이용 수소환원기술 개발과 수소만으로 저품위 철광석을 환원하는 직접수소환원기술을 연구개발하고 2030년까지 실증용 실험설비를 구축하기까지 총 5737억엔(14일 자 환율 기준, 약 5조 4947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투입되는 총개발비의 78.4%에 해당하는 4499억 엔(약4조 3090억원)을 일본 정부가 그린이노베이션기금사업 등을 통해 지원한다는 것에 있다. 개발 분야별 정부 부담 비율이 60~80%로 차는 있지만 연구개발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지원한다. 일본도 앞으로 ‘탄소 배출 제철’인지 ‘탄소제로인 수소환원제철’인지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조만간 21대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득표를 위한 유세 과정에서 세밀한 지역별 현안을 공약집에 담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주자라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시야에 둔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구상해야만 한다. 전 세계가 나서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의 연구개발을 포스코 등 관련 철강업계에 맡겨두고 행정절차를 단축해 주는 데 그쳐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일본처럼 개발비의 절반 이상까지 정부가 부담할 형편이 안 된다면 적어도 포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는 막대한 전력비용이 들기에 파격적인 조치로 무료 내지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빠진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은 빨리 마련해 지금 당장 흔들리는 대한민국 경제부터 바로 세워야만 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