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비상계엄이라는 기상천외한 바보짓으로 정권을 상납했다. 그것을 수습하고, 선거에 임하는 자세도 모두 헛발질이다. 선거에 이기겠다는 건지, ‘알량한’ 당권과 공천권에만 욕심을 내는 건지, 알 사람은 다 안다.
친한(한동훈)계와 친윤(윤석열)계가 다시 싸운다. 친한계가 친윤 지도부의 사 퇴를 요구했다.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사의를 표했다. 16일 차기 원내대 표를 새로 선출한다. 권 전 원내대표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그리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라면서도 “선거 때 뒷짐 지고, 분열 행보에 나서고, 권력 투쟁을 위해 민주당 논리를 칼처럼 휘둘렀다”라며 친한계를 비난했다.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는 선대위 해단식에서 후보 교체 소동을 언급하며, “우리 당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신념, 그걸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 명이 없다”라면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SNS에 김 전 후보가 턱걸이하는 동영상을 올리자, 당 대표 출마설이 나왔다. 그렇지만 김 전 후보는 “대표(직)에 아 무 욕심이 없다. 누구든지 할 사람이 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그는 9일 현충원도 참배했다.
경쟁자들이 계속 의심하고, 견제한다. 이런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꼴에 분노가 치민다. 김 전 후보는 대선에서 41.15%를 얻었다. 이재명 후보의 49.42%보다 적지 만,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치르는 선거치고는 매우 높은 득표다. 이준석 개혁 신당 후보가 얻은 8.34%를 합하면 아슬아슬하지만, 더 많다. 그렇지만 산술적 합이 무슨 의미가 있나. 김 전 후보를 찍었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 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반(反) 이재명 유권자도 많다. 이번 선거도 비호감 선거다.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더 싫은지 경쟁이었다.
지역구별로 국회의원 선거로 계산해 보면, 국민의힘 의석이 99석에 불과했다고 중앙일보가 분석했다. 개헌 저지선(100석)에도 못 미친다. 이 대통령이 얻은 표는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런데, 의석은 3분의 2다.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는 이런 선거제도를 고집한 건 국민의힘이다. 정권보다 당권과 자신의 공천에 더 매달린 현역 의원들 탓이다.
윤 전 대통령의 행태는 더 기가 찼다. 탄핵 반대 시위대의 표를 자기가 만들 어줬다고 착각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아니면 그 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갔을까. 오히려 영향받은 건 중간층이다.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더 싫은지 저울질하던 사람들이 돌아서게 했다. 보수 후보보다 윤 전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 이재명 후보는 우클릭해 산토끼 잡기에 열중했다.
친윤 당 지도부는 중도 확장보다 윤 전 대통령 보호에 매달렸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생긴 선거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게 막았다. 심 지어 정치권에 뿌리가 없어 조종하기 쉬운 후보로 교체하려 했다. 김문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떨어뜨리는 수단으로만 써먹으려 했다. 그렇게 당선된 후보를 자진해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형편없는 후보라고 낙인찍어 놓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했으니, 이미 지고 들어간 선거다.
그렇다고 비윤(非尹)은 잘했나. 오십보백보다. 보수의 미래는커녕 집안싸움에 날을 샌다. 그러고도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있겠나. 보수 지지층은 검은 고양이 건, 흰 고양이건, 쥐 잡는 고양이를 원한다. 친윤도, 비윤도 아니다. 지금 중진입네 하는 중견 정치인들을 모두 싹 물갈이하고 싶은 게 보수 지지층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물러난 전임 대통령 체면이 무슨 문제인가. 그들 내외의 지저분한 과거를 방탄하는 일이 어떻게 최우선 원내 과제가 되나. 거기에 집중하기 위해 반 성도, 개혁도 미뤄야 한다는 건 무슨 소린가. 국민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더 가혹하게 반성하고, 잘라내야 한다. 반성하고,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차 라리 물러서라. 완전히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해체하고 다 시 시작하는 게 답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