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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 어게인’도 모자라 ‘도로 민정당’인가

1990년 1월 22일.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YS) 통일민주당 총재와 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를 좌우에 세워놓고 민주자유당(민자당) 창당을 발표했다. 5공 신군부가 만든 민주정의당(민정당)과 두 야당의 ‘3당 합당’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민정당은 궁지에 몰렸다. 1985년 2·12 총선에서 참패했다. 야당까지 정보기관이 만들어준 1, 2, 3중대 체제가 무너진 건 물론이다. 제1당 프리미엄 덕분에 겨우 과반을 유지했다. 서울에서 민정당이 27.3%를 얻은 데 반해 신민당은 43.9%를 얻었다. 거센 민주화 요구에 몰려 1987년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래도 양 김 씨가 표를 쪼개면 민정당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해 대선에서 조직과 돈을 모두 동원한 노태우 후보가 36.64%로 당선했다. 그러나 국회는 달랐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민정당이 33.96%를 얻어 사상 첫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만들어졌다. ‘5공비리조사특위’와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위’ 등이 설치됐다. 청문회가 열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회에 불려 나온 뒤 백담사로 쫓겨갔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1995년 5·18특별법이 제정됐다. 96년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각각 무기징역과 17년 형이 확정됐다. 김 대통령은 하나회를 숙청해 쿠데타 가능성을 봉쇄했다. 까마득한 과거사가 된 그 시절을 돌아본 것은 최근 국민의힘 정체성 때문이다. 신군부 주역이었던 전·노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자고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친위쿠데타에 실패했다. 법 규정을 따질 것도 없다. ‘친위쿠데타’라는 사실은 정치학의 기초만 배우면 안다. 히틀러나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경험했다. 패장은 말이 없다고 한다. ‘패군지장 불어병’(敗軍之將 不語兵). 패배한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말라고 한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느니, 국회의 횡포 때문이라느니, 우매한 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이었다느니 하는 말은 모두 구질구질한 변명이다. 신군부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격하 운동을 벌였다. “정당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 불신을 초래한 체제”라며, ‘유신잔당’이라고 비판했다. 삼청교육대, 언론통폐합 등으로 정의의 사도 행세를 했다. 5공을 청산한 이후 보수 정당은 참회와 변신의 노력을 해왔다. 민주화 세력을 수혈하고,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집어넣었다. 천막당사의 고난도 견뎠다. 그런데 다시 전두환을 복권하자는 소리가 나오니 어리둥절하다. 경제민주화를 빼고, 반공을 넣는다는 말도 나온다. 쿠데타에 실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에 모시자는 ‘윤 어게인’이 주류가 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물어 제명하고, 그 징계를 반대하면 같이 자리를 걸고 당원 투표를 해보자고 겁박했다. 윤 전 대통령의 친위쿠데타가 잘못됐다는 데는 장 대표도 동의했다. 해제 투표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갑자기 ‘윤 어게인’으로 치닫는 이유가 뭘까. 아무리 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라고 해도,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소명을 잊으면 안 된다. 친위쿠데타를 했어도, 정권을 지키기 위해 탄핵하면 안 된다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YS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YS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과거 군사정권 후예라고 자처하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더 이상 그곳에 걸어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장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이 최근 영입한 한 유튜버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논의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반윤은 자리를 걸고 응징하면서, 극우 목소리에는 관대하다. 보수 정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힘들게 노력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아들은 5·18 묘지에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수많은 사람이 재판과 수형 생활을 거쳤다. 그런데 모든 걸 다시 되돌리자는 세력이 있다. 민정당의 34%로 돌아가자는 건가. 그보다 더 쪼그라들어도 당권만 쥐면 된다는 건가.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2-08

지방선거 실패하면 현 지도부 책임이다

상식이 무너지는 시대가 있다. 1980년대 신군부는 야당마저 직접 만들었다. 야당이 5공화국 정권의 ‘2중대’(민한당), ‘3중대’(국민당)라고 불렸다. 양 김 씨(김영삼·김대중)가 신민당을 만들어 돌풍을 일으키자, 안기부(현 국정원)가 공작으로 내분을 일으켰다. 양 김 세력은 집단 탈당해 다시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려 하자, 안기부가 사주한 깡패 수백 명이 각목을 휘두르며 방해했다. ‘용팔이’ 사건이다. 한국 정치에서 각목이 이게 처음은 아니다. 76년 신민당 전당대회도 당권파와 비주류연합이 ‘각목대회’로 치렀다. 자유당 시절에는 이정재 같은 정치 깡패들이 설쳤다. 따지고 보면 고려시대 무신정권도 깡패 전성시대다. 무신정권 100년간 칼을 든 무리가 국가의 법 위에 군림했다. 무뢰배들이 길가는 사람들의 재물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공공재물을 훔치기도 했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이 이런 불량배들을 사병으로 부렸다. 몽골 침략기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됐다. 역사는 반복된다. 무뢰배 시대가 역사 이야기로 사라진 것 같지 않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당원 게시판에서 가족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다. 강성 우파는 한 전 대표를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었다. 비상계엄을 막고, 윤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이유다. 장 대표도 대표 경선 때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탄핵을 막아내지 못했다.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2번 연속 지켜내지 못했다”라고 사과했다. 정권을 빼앗긴 책임이 비상계엄을 한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탄핵에 동조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지목한 셈이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 세력을 업고 대표가 됐다. 그들에게 빚을 졌다. 한동훈 전 대표를 쳐야 하는 빚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하는 일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정치 경험이 짧다. 하지만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쳐야 권력을 잡는다고 민주당에서 배웠다. 지난 총선 때 이재명 대통령은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가차 없이 ‘학살’했다. 컷오프(공천 배제) 하거나, 터무니없이 불리한 핸디캡을 씌워 경선하게 했다. 과거 ‘각목 전당대회’가 왜 벌어졌겠는가. 거대 양당 외에는 살아남기 어렵다. 사표(死票)를 던지지 않으려는 투표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3당으로 성공한 것은 지역 기반이 튼튼한 3김 씨 정도나 가능했다. 더구나 신당을 만들어 보수표만 분산시키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꼼짝없이고사할 처지다. 그러나 민주당과 큰 차이가 있다. 지지 세력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 대중의 여론은 성난 파도와 같다. 통제력을 잃고, 얹혀가면 뒤집힐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극성 지지 세력인 ‘개딸’을 끌고 갔다. 그러나 장 대표는 강경 목소리에 끌려다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지 세력을 확산해 왔다. 자기가 만든 명분으로 지지 세력을 설득하고, 확산했다. 그 논리가 옳건 그르건, 지지 세력을 늘려가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장 대표는 스스로 해제 투표에 참여한 비상계엄과 탄핵 반대라는 논리적 모순 속에 갇혔다. 더구나 ‘윤 어게인’은 확산 가능성이 없다. 강경 보수 세력으로 스스로 고립해 간다. 선거가 넉 달 앞이다.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트럼프의 위협 등 집권 세력을 공격할 거리가 많았지만, 국민의힘은 모두 놓쳤다. 당내 싸움하느라 대여 투쟁은 묻어버렸다. 지지율도 스스로 발등을 찍고 있다. 장 대표의 단식도 한 전 대표를 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게 확인됐다. 시작할 때 내건 특검 요구는 흔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지면 장 대표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책임도 내부 총질로 돌렸다. 장 대표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아무리 주장해도, 모든 언론이 그의 책임이라고 지목했다. 중도에 하차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당명 변경 등을 시도한다지만, 효과가 의문이다. 진정성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2-01

매관매직이 제도가 되어선 안 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강선우 의원(민주당 소속이었다가 공천 헌금 의혹으로 제명)은 1억 원이 든 쇼핑백이 자기 집에 있는 데도 석 달 동안 몰랐다고 한다. 2022년 1월 자신의 보좌관이자 지역 사무국장이었던 남 모 씨가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로부터 1억 원을 받아, 강 의원 집에 두고 갔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석 달 뒤인 4월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남 보좌관에게 돌려주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8월이 되어서야 돌려주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공천 헌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보좌관이 받았다고 뒤집었다. 강 의원과 김경 시의원, 남 보좌관, 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돈이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오자, 강 의원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끼리 주고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의원이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살려달라”며 돈 받은 사실을 고백하자 김병기 의원은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컷오프 대상이었던 김경 시의원이 단수 공천됐다. 경쟁 기회도 빼앗겼던 후보, 그것도 공천 헌금으로 말썽이 난 후보가 하루 사이 어떻게 단독 후보로 확정된 것일까. 공천 기준이라는 게 있는 건가. 김병기 의원은 또 어떤가. 돈 거래 사실을 알고도 어떻게 단수 공천을 해줬을까. 정치인들에게 빠지지 않는 게 부동산 문제, 자녀 입시와 증여 문제다. 김 의원도, 이혜훈 전 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전 의원 아들은 할아버지가 내무부 장관을 해서 연세대에 입학했단다. 전직 고위 관리의 자녀뿐 아니라 손자·손녀까지 명문대에 특혜 입학시켜 주는 나라인가. 자손 대대로 그런 특혜를 누리려고 기를 쓰고 장관이 되려고 하나. 국회의원은 성역이다. 웬만한 죄를 지어도 처벌되지 않는다. 구조적인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제도를 바꾸기가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이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선거법이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다”라고 하겠는가. 의원들은 나라의 근본을 바꾸는 개헌보다 자신의 사소한 이권에 목숨을 건다. 그런 의원들이 법을 고치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가 면죄부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핵심 대상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자신들이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 하지만 힘없고, 연줄 없는 장삼이사에게나 엄격하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치외법권에 산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했다. 피감기관들이 100만 원이 넘는 부조금을 넣어 말썽이 났다. 부조금 한도가 5만 원이라는 건 서민들이나 신경 쓰는 모양이다. 유관기관 인사들이 100만 원이 넘게 부조한 명단을 본회의장에서 검토하다 들통이 났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법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출판 기념회는 정치활동이 아닌 저술 활동이라고 한다. 정치자금 모금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얼마를 모으든 상관없다. 회계 보고나 공개할 의무도 없다. 6월 3일 지방선거다. 4개월여 남았다. 김경 시의원의 공천 사례가 특별한 경우일까. 김병기 의원도 1천만 원, 2천만 원씩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구의원의 활동비 카드를 가져다 썼다는 의혹도 있다. 사후 뇌물죄에 해당한다. 그러니 다하는 일인데,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 기초의원 5000만 원, 광역의원 1억 원이라는 소문은 사실일까. 이번 선거도 그렇게 공천할까. 그 돈은 어디서 충당하나. 김경 시의원의 의혹처럼 가족회사를 만들어, 국고를 수억 원씩 빼먹어야 하나. 심지어 어떤 지방에서는 5급 승진에 5천만 원, 4급 승진에 1억 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돈 공천은 매관매직 (賣官賣職)과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이어진다. 먹이사슬이다. 세도정치로 민생이 도탄에 빠졌던 왕조시대가 떠오른다. 정치가 해 먹는 돈은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 돈으로 공천받고, 돈으로 승진한 공직자가 주민을 위해 일할 리 없다. 아무리 해 먹어도 우리 편이면 면죄부를 주는 썩은 당파정치를 반복할 순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1-25

검찰은 없애고, 특별검사로 대체하나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한다. 자두를 따 먹는다고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은 오히려 오이를 따 먹으려고, 내놓고 신발 끈을 푼다. 그러고는 왜 오이를 딴다고 음해하느냐며 버럭 화를 낸다. 얼굴이 참으로 두껍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28일 3대 특검 수사가 끝난 지 19일 만이다. 3대 특검(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특검)이 미진했다는 이유다. 새롭게 드러난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577명의 수사 인력이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며 180일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탈탈 털었다. 2차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16일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1심 판결이 있었다. ‘체포 방해’와 관련해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것 말고도 7개 재판부가 1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핵심인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특검은 사형을 구형했다. 내란 우두머리에게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두 가지밖에 없다. 무죄를 선고한다면 모를까, 최소 무기징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2차 특검을 또 하겠다고 한다. 2차 특검은 검사 15명에,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 공무원 130명으로, 내란 특검과 비슷한 규모다.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 추가 비용만 154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방해는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만 특검을 오래 끌어야 징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새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국민이 적극 지지했다. 그런데도 아직 미진하다고 한다. 미진한 점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굳이 특검을 다시 해야 하는 걸까. 특검은 권력자를 수사하기 위한 장치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이 수사 검사를 해임했다. 이 때문에 의회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할 ‘독립검사법’을 만들었다. 그 뒤로 21년 동안 20여 차례 특검을 임명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무분별한 수사로 정쟁의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바람에 1999년 그 법을 폐기하고, 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하도록 특검 제도를 수정했다. 그런데 한국은 그 무렵 특검제도를 도입했다. 한국도 27년 동안 19개 특검이 활동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해체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검수완박’(檢搜完剝·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쳐왔다. 정치적 수사를 하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특검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을 민주당 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내란 수사를 방해할 권력자는 없다. 내란 수사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해도, 추가 수사까지 통상의 수사기관에 맡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검찰을 ‘정치적’이라며 없애자는 민주당이 가장 정치적인 특검을 반복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작 집권 세력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특검은 외면한다. 김병기·강선우 의원 사건은 고발한 뒤에도 묻어두다가, 끈이 떨어진 뒤에야 수사기관들이 움직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천 비리 특검은 거부했다. 수사기관은 서로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화의 불씨가 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도 경찰이 저질러놓고 은폐한 것을, 검찰이 흘리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더구나 2차 특검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상계엄에 동조했는지, 추가로 수사하겠다고 한다. 지방선거가 겨우 130여 일 남았다. 특검이 확정되지 않은 야당 후보의 의혹을 최장 170일 동안 쏟아내면 선거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비자금 사건 수사를 선거기간에는 중단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않는 절제를 보였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민주당은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풀고 있다. 그런데도 참외를 따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린다. 정치인의 낯가죽이 참으로 두꺼운 시대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1-18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국민의힘이 당명을 바꾼다고 한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노선을 변경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슨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당의 생명은 노선이다. 같은 ‘가치와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다.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바꾸는 것은 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대한 일이다. 기존 노선에 대한 처절한 반성, 새로운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정말 절박하고, 이름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있는 걸까.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단이라면 묵은 때와 지저분한 속옷은 그대로 둔 채 외투만 바꿔 입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국의 정당은 수시로 이름을 바꾼다. 포퓰리스트 정부가 부채 탕감하듯, 이름표만 바꾸면 과거의 잘못이 모두 사라진다고 착각한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런 식의 이름 바꾸기가 많아졌다. 보수 정당을 보면, 13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이 심판받았다. 전두환 전 대 통령이 국회로 소환되고, 백담사에 유폐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과거의 업보를 털어내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마저 지우며 ‘신한국당’이라고 다시 개명했다. 외환위기로 정권을 빼앗기자,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갈았고, 박근혜 대표는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천막당사와 ‘새누리당’으로 변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당대표보다 비대위원장이 더 많은 혼란을 겪었다. 당 이름도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정말 부끄러워하기는 하는 걸까.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측이 모두 10번 넘게 이름을 고쳤다. 5공화국의 신군부가 ‘2중대’로 만든 ‘민주한국당(민한당)’을 버리고, 양 김씨(김영삼· 김대중)는 ‘신한민주당(신민당)’으로 환골탈태했다. 또다시 당 지도부가 신군부 와 타협하려 하자, ‘통일민주당’을 만들어 나가 야권의 중심을 옮겼다. 김대중 총재가 만든 ‘평화민주당(평민당)’은 3당 합당 이후 제1 야당으로 남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실패한 뒤 정계 은퇴한 김 총재는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복귀했고, 집권 뒤에는 ‘새천년민주당’으로 바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김대중당’을 ‘노무현당’으로 만들었고, 노 전 대통령의 폐족 선언 뒤 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 민주당으로 계속 바뀌었다. 권력자를 따라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이 당명을 바꾸 고, 당을 장악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렇게 많이 바뀌었지만,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큰 잘못을 저지른 뒤에는 간판을 바꿔 달아 유권자들의 기억이 헷갈리게 했다. 식중독이 발생한 식당이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하는 꼴이다. 그럴수록 온갖 좋은 말은 다 갖다 쓴다. 민주, 자유, 공화, 국민, 미래, 통합, 한국···. 그러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실천이 그 이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권력 투쟁을 ‘개혁’으로 포장하고, 이름으로 화장한다. 2024년 22대 총선 때 민주당은 ‘비명횡사’(이재명계가 아니면 공천 탈락)로 공천했다. 누가 봐도 고무줄 검증이고, 비명계 쳐내기다. 이제 국민의힘이 그 흉내를 낸다. 1985년 신한민주당은 12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제3당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신화를 깨부순 사례다. 민정당의 2중대였던 민한당을 제치고, 제1야당이 됐다. 이어서 한 번 더 탈당하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해, 직선제 개헌 투쟁의 발판을 삼았다. 국민 여론과 함께했기에 성공했다. 민한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에서 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2중대 탈피는커녕 지리멸렬하며, 민정당 일당 독재를 영구화했을 게 뻔하다. 제3당이 존립하기 어렵다. 유권자가 사표(死票)가 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국민의 힘은 이름만 바꿔서 될 일 같지 않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1-11

정당은 나쁜 사람만 골라 공천하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나쁜 일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겹치기로 덮친다는 말이다. 요즘 정치인들의 못된 짓이 그와 같다. 못된 짓이 드러나면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나쁜 일을 많이 하면 그럴까? 이게 드러난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신설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그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했다고 지적하자,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라고 사과했다. 그 뒤에도 여러 가지 갑질 폭로가 나오더니, 급기야 땅 투기 의혹까지 터졌다. 인천공항 개항 1년 전인 2000년 연고도 없는 영종도에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잡종지 6611㎡(약 2000평)을 사들였다. 그런데 2006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시지가 13억8800만 원 정도이던 땅을 39억2100만 원에 수용했다. 세 배 장사다. 더 가관인 것은 여야 공방이다. 이재명 정부에 발탁된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낙인 찍은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이토록 무너졌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에서 다섯 번이나 공천받으신 분”이라고 빈정댔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 검증이라는 게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점이다. 그뿐 아니다.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향응과 특혜 의혹으로 공격받더니,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했다는 녹음이 공개됐다. 이어서 강선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때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대화가 담긴 녹음이 폭로됐다. 강 의원이 당시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이자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김 의원은 “돈을 당장 돌려주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화 바로 다음 날 컷오프됐던 김경 시의원 후보가 민주당 단수 후보로 공천받았다. 컷오프된 후보, 거기에 공천 뇌물 1억 원까지 준 후보가 하루 만에 단수 후보로 둔갑했다. 뇌물 효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1억 원이 김 전 원내대표나 그보다 더 힘이 센 사람에게 넘어갔다고 의심할 만하다. 이번에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직접 공천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구 의원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받았다가 몇 달 뒤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이 돈을 준 사람들의 탄원서를 폭로했다. 이 탄원서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했으나, 김병기 의원에게 도로 보내고 끝냈다고 한다. 경찰이 증거물을 도둑에게 준 꼴이다. 이 바람에 이재명 대통령,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총선 민주당 공천 때도 고무줄 기준이 적용됐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선거도 전에, 후보가 나오기도 전에 당선자가 정해져 있는 곳이 많다. 당을 믿기에, 어쩌면 경쟁 정당이 너무 싫어, 찍을 정당을 정해놓은 유권자가 많다. 오죽하면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오겠나. 그럴수록 중요한 게 공천이다. 정당의 책임이 무겁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이 별 따기다. 그런데 유권자의 무한신뢰를 이용해 ‘공천 장사’를 한다.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된다. 선거제도 개편이 개헌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제도보다 더 중요한 게 공천이다. 선거제도가 아무리 공정해도, 공천이 잘못되면 헛일이다. 선거를 아무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도, 공천이 야바위판이 되면 비리 협잡꾼을 뽑게 된다. 후보가 유능한지, 깨끗한지 유권자들이 판별할 기회를 빼앗긴다. 정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서 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과 유권자가 양극단에서 대결하는 정치 구도에서 공천은 더욱 중요하다. 공천을 사고파는 사람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유권자가 깨어야 한다. ‘말뚝’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말이 아니라 표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1-04

김영란법 10년에도 특권을 놓지 않았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그 이름에 내용이 요약돼 있다. 처벌 대상 행위들은 기존 법률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관행으로 인정해 온 범위가 너무 넓었다. 중 환자는 수술 날짜에 생사가 갈린다. 그런 사람들이 1년 이상 기다리고 있는데, 덜 위중한 사람이 권력을 업고 새치기하면 어떨까. 수백만, 수천만 원 하는 명품을 부인에게 ‘의례적인 인사’라며 전달하고, 축의금 봉투에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넣고, 읽지도 않을 책값으로 수백만 원을 봉투에 넣어 상납하면 어떨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특혜 거래를 ‘미풍양속’이라고 포장해 왔다. 김영란법이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 사회가 훨씬 투명해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런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2023년 부인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260만 원대 로저비비에 가방을 선물 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예의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김건희 여사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구두를 선물 받았다.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을 받았다가 망신당했다. 통일교와 서희건설 등이 그라프 목걸이, 반클 리프아펠 목걸이, 타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등 각 각 수천만 원대의 선물들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민주당이 2차 특검을 추진할 정도로 샅샅이 뒤지고 있다. 내년 지방 선거의거의 쟁점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가 부정을 저질러 걸리면 ‘미풍양속’이라고 한다. ‘내로남불’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민주당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딸 축의금으로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100만 원을 받아 문제가 됐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명단을 살 펴보다 사진에 찍혔다. 양문석 의원은 대학생 딸이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조해 불법 대출을 받고, 이로 서초동의 아파트를 사줘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영란법을 만들 때도 국회의원들은 꼼수를 썼다. 법을 무산시키려고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을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썼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 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예 외로 규정했다. 청탁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둔 것이다. 출판 기념회가 공공연한 불투명한 자금 통로지만 막을 생각이 없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아들을 국정원에 경력직으로 취업시켰다는 전 보좌진들의 폭로가 있었다. 그 아들이 해야 할 국정원 일을 보좌진에게 시켰다느니,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대의 여행권을 받아 썼다느니, 쿠팡 대표와 호텔에서 식사하고, 가족에게 공항 의전을 부탁하고, 병원 진료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가져다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의 업무카드를 썼다는 의혹을 닮았다. 지역구 의원은 구의원 후보 공천권을 쥐고 있다.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구의원 업무 추진 카드를 썼다면 뇌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는 이를 보좌진들의 보복으로 몰아갔다. 그런다고 자신이 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김 원내대표가 보좌진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며 보복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마치 “다들 하는 일인데, ‘미풍양속’을 두고 앙심을 품은 아랫것들이 소동을 피운다”라는 말로 들린다. 그 과정에 김 원내 대표가 텔레그램 계정을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나쁜 마음’으로 제보했다고 주장해 봐야, 본질을 숨길 수는 없다. 그런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마저 “대통령실, 당대표, 원내대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보이지 않게 표면화된 것”이라고 주장 했다. ‘티끌’ 같이 사소한 문제를 권력투쟁에 이용했다는 건가. 국민이 왜 분노하는 아직도 모르나. 여권 이간질이 더 급한가. 10년이 지났지만, 정치인들은 아직도 특권을 움켜쥐고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2-28

20년 전 경험 자랑하기 전에 귀부터 열어라

영화가 시작되기 전 ‘대한늬우스’가 상영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뉴우스’로 표기를 바꾼 박정희 시대에는 경제기획원의 ‘월례 경제 동향 보고’가 자주 등 장했다. ‘땡전뉴스’의 원형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사람이 대통령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의 생중계 대화를 시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도 비슷한 노력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5%로 일주일 전보 다 1% 떨어졌다. 오차율 범위 안이다. 그런데 긍정 평가를 한 가장 큰 이유로 ‘소통·국무회의·업무보고’(18%)를 꼽았다. 한국갤럽은 “부처별 업무보고 생중계 영향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생중계 업무보고가 일단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불통’이라고 비판받은 대통령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문제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은 ‘불통’에 대한 불만과 겹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하는 말은 행동과 일치하지 않아 고구마 같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했지, 들을 줄을 몰랐다. 공감 능력 부족으로 제 풀에 철벽을 쳤다. 일 잘하는 사람을 과장 때부터 발탁해 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어넣은 수첩에 적으며 질문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이 국민 가슴에 남았다.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는 그런 기억을 소환하며 공감을 얻었다. 그렇지만 번번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무엇을 노렸을까. 국가 정책을 잘 다듬기 위해서, 어리석은 공직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니면 공포로 공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의도가 무엇이든 겉으로는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직자를 정리할 명분 쌓기로 비치게 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의 공개 설전이 너무 부각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치적 입지를 쌓기 위해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 했다. 이 사장의 항변 방식이나, 범위가 해명의 수준을 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언행 역시 정치적 퍼포먼스로 비친다.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공개한 것이나, 보고 때마다 부각한 이슈들이 대중적 인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그의 장기였던 ‘사이다 발언’이 이어졌다. 주사가 할 일이 있고, 장관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더구나 대통령은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큰 흐름을 잡아가는 사람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왕조에서나 하던 일이다. 아니, 왕이라도 경계해야 할 태도다. 더구나 민주 정부는 역할 분담과 협력이 정도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 를 다 잘 알 수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독재와 다르다. 대통령은 입보다 귀가 커야 한다. 대통령이 아는 체하면 전문가가 입을 다문다. 경청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관심이고,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다. 대통령이 깨알같이 지시하면 뒤집기 어렵다. 더 미련한 일은 권력자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해, 검증도 없이 국가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다. 20년 전, 한 도시에서 경험한 일이라도 국정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은 다르다. 바뀌고, 개선된 게 한둘이 아니다. 20년 전에 칭찬받았다고, 그대로 따르라는 건 시대착오다. 선거 공약은 표부터 생각한다. 국가 정책이 그래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고대사를 대통령이 어떻게 평가하나. 전문 분야는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논의할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대통령이 첨단반도체 설계도까지 직접 그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역사가들이 어떻게 판단하든, 외교적 파문을 먼저 생각하는 게 대통령의 몫이다. 후보가 되면 ‘버스 요금이 얼마냐’라는 식의 질문에 시달린다. 그것으로 족하다. 당선된 뒤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재치문답으로 이어갈 수는 없다. ‘책갈 피 사이의 달러’ 논란은 국회 상임위의 퍼포먼스를 닮았다. 대통령에게 ‘이건 몰랐지’는 불필요하다. “참, 말이 기십니다”라는 식의 모욕도 대통령의 어법으론 부적절하다. 자리에 걸맞은 절제가 아쉽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2-21

수사기관이 도둑의 하수인이 되려는가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棒です).” ‘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뜻의 일본말이다. 1982년 한 TV 방송 시리즈물 ‘거부실록’에서 공주 갑부 김갑순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자유당 정권 때 유행하고, 4.19 직후 김상돈 서울시장이 취임식에서 이 말을 인용해 회자됐다고 한다. 김갑순은 주변에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뿐이라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믿을 놈이 없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해먹을 궁 리뿐이다. 나라를 걱정이나 하는지 의심스럽다. 서민 입에서 ‘모두 도둑놈’이란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부인을 보호하려고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어이가 없지만, 정권을 거저 얻은 이재명 정부가 입법 권력으로 장난쳐, 법치를 희화화하는 것도 기가 찬다. 유죄를 무죄로, 무죄를 유죄로 만든다. 통일교와 유착했다고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던 민주당 인사가 정작 로비를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제 내놓고 ‘내로남불’이다. 특검 수사가 너무 편파적이다. 야당은 수사하고, 여당은 은폐한다. ‘김건희 특검’이 여권 연루 사실을 안 것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5일 법정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라면서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팀에) 말했다”라고 증언하면서 드러났다. 그제야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수천만 원대 금품수수 혐의를 경찰에게 넘겼다. 한겨레는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정치인 15명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 중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강선우 민주당 의원 등을 직접 접촉하며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윤 전 본부장은 대선 직전 “이재명 후 보 쪽에서도 다이렉트로 어머님(한학자 총재) 뵈려고 전화가 왔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은 국민의힘만 조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특검은 전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 최소 18명을 30차례 이상 조사했다. 민주당은 단 한 명도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민주당 관련자들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초에 통일교 자금 문제로 권성동 의원을 조사한 게 별건이었다. 특검이 기소한 24명 가운데 16명은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때는 특검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며 정당화했다. 수사가 아니라 야당 때려잡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진술은 정식 조서가 아닌 수사보고서만 만들었다.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의 법정 발언이 있고, 외부로 불거지자, 부랴부랴 입건 전 내사 사건 번호를 붙여 경찰에게 던져버렸다.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통일교 신도가 집단 입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8~9월 세 번이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 도했다. 결국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종교 권력에 기생한 정치 집단의 정당 해산은 불가피하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윤 전 본부장은 여당에도 입 당했다고 증언했다는 데도 말이다. 특검과 민주당이 짜고, 정치공세 한다고 의심받기에 꼭 알맞다. 이재명 대통령 개입은 화룡점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의 정치 개입 사례를 지적하면서 ‘종교재단 해산 명령’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9일 이 대통령은 “(종교)법인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체부는 통일부 재산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 갑자기 왜 이런 조치들이 나왔을까. 윤 전 본부장이 말을 뒤집었다. 그는 12일 “(여권 인사에게 금품을 줬다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 대통령의 경고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연루 진술이 없었다면 특검은 무엇을 경찰에게 넘긴 건가. 영화 ‘아수라’처럼 수사 기관이 도둑의 하수인, 조롱거리가 되어간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2-14

‘현지 누나’, 세긴 세구나

“정치권에서 형, 형님, 누나,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선배 동료들을 살갑게 부르는 민주당의 일종의 언어 풍토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또 “동료 후배 의원들께서도 저를 의원, 전 대표보다는 대부분 거의 형님, 큰형님이라 부른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이 글을 올린 이유는 분명하다. ‘현지 누나’를 비호하기 위해서다. 박 의원은 83번째 생일이 6개월이나 지났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자칫하면 그의 사소한 언행이 김 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는 처지다. 그때도 그랬느냐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런 박 의원까지 나서서 ‘현지 누나’를 엄호하는 것을 보면, ‘세긴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료 의원들끼리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쁠 리가 없다. 그런 호칭이 굳이 민주당이나 호남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토도 아니다. 경북 출신인 한 대학 총장도 젊은 시절 만나는 사람마다 ‘형님’, 아니면 ‘아우님’이라고 부른다고 소문이 난 적이 있다. 친화력이 좋고, 마당발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국민의 힘 정치인 중에도 ‘형님’이라는 호칭을 버릇처럼 내뱉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치인이 ‘형님’, ‘누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뻔하다. ‘공식적인 관계보다는 가깝게 지내자’는 제의다. ‘너무 야멸차게 원칙만 들이대지 말아달라’는 응석이다. 친 형님처럼 푸근하게, 친 누님처럼 따뜻하게 대해달라는 부탁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인사나 청탁을 잘 챙겨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남의 부탁은 몰라도 형님이나 아우 부탁은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계산이 담겨 있다. ‘형님’이란 말을 정치인보다 더 잘 쓰는 집단이 ‘조폭’이다. 무슨 말을 하건 ‘형님’을 갖다 붙이는 게 조폭 어법이다. 개그맨들이 종종 그런 말투로 조폭을 흉내 내 관객을 웃기는 걸 본다. ‘형님’에는 논리가 없다. 명령과 복종뿐이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단순 무식’이 이 세계의 절대 규율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정치권, 공직 사회에 얹혀지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 ‘공(公)’과 ‘사(私)’가 비빔밥이 되는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가 김 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 비서관에게 보낸 문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국 아, 우리 중대 후배고···”. 같은 대학 동문이니 내가 챙기는 것이고, 너도 챙겨야 한다는 논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업무와 관계없는 줄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민간단체다. 공직, 공공기관, 정부가 공식으로 관여하는 자리가 무수하다. 그런데, 이런 민간단체장까지 대통령실이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디지털소통비서관은 자동차산업과 관계가 없다. 인사 와도 거리가 멀다. 제1부속실장도 인사담당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거대 여당의 원내 제2인자가 그런 줄을 잡고, 인사청탁을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도 ‘현지 누나’가 인사를 좌우하는 실력자라고 지목했다. 이걸 단순한 해프닝으로 덮을 수 있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권 실세들이 모두 ‘현지 누나’가 민간협회장을 낙점해줄 수 있다고 믿었을까. ‘만사현통’이라는 시중의 소문만 믿은 건 아닐 것이다. 야당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국회로 부르자, 이재명 대통령은 그에게 문고리 권력을 맡겼다. 국회 출석을 회피할 수 있는 자리다. 문자 소동 끝에 김현지 실장은 “나는 아주 유탄을 맞았다”라며 억울해했다. 그렇다면 진즉 국회에 나왔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의 개명)으로부터 사소한 도움을 받다 비선 논란에 휘말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지나친 국정 개입을 감싸려다 제 발등을 찍었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비선(秘線)’은 권력은 휘두르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책임한 권력만큼 위험한 게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재 풀은 매우 좁다. 성남 시절 지인이 아니면, 자기 사건 변호인들이다. 그 밑에서 돌아가는 모양도 ‘끼리끼리’다. 사적 관계에서 살갑고 정이 넘치는 건 좋다. 하지만 공적 영역은 다르다. 달라야 한다. 국정 운영은 더욱 그렇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2-07

윤석열 뒤치다꺼리가 지겹지도 않나

3일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1년이다. 시대를 60년쯤 거슬러 올라간 듯한, 황당함을 떨칠 수 없었다. 민주주의를 거꾸로 뒤집는 시 도였다. 특수부대와 장갑차를 막은 것은 응원봉을 든 젊은이와 시민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1년이 지나도록 공치사다. 갑자기 횡재한 집권당은 자기 힘으로 정권을 차지한 듯이 기고만장이다. 국정을 전리품 취급한다. 욕심에 염치가 없다.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도 모른다. 실패한 윤석열의 길을 따라가겠다며 허장성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주 대구 동성로에서 “뿔뿔이 흩어져 계엄도, 탄 핵도 막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중심으로 뭉쳤으면 계엄을 막았다고 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탄핵도 막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말고, 유지해야 했다는 말인가. 아무리 좋게 해석해 도, 그의 말은 ‘윤 어게인’이다. ‘윤석열 정부로 돌아가자’는 말로 들린다. 그는 또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 정권이 나왔다”라고 주장했다.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 게 정치인의 고질적 습성이라고 치부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으면, 이재명 재판은 계속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그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만큼은 아니라도, 아무리 양보해도,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컸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대통령에게는 다른 재판도 줄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을 막은 것이 윤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권을 무력으로 방해하려다 탄핵됐다. 스스로 탄핵의 길을 자초하는 바람에 이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이재명 재판은 모두 중단됐다. 이제 유죄마저 무죄로 만드는 법 개정과 검찰, 법원 손보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만 단행하지 않았다면, 2027년 5월 9일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 운명을 바꾸어준 것이 윤 전 대통령이다. 장 대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나. 입법권은 물론 행정권과 사법권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손에 쥐어줬다. 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무리수를 뒀나. 최근 내란 재판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듯이, 김건희 여사의 천박하고, 유치한 권력 놀음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사실 따지고 보면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민주당에 몰아준 사람도 윤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장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선거 음모론을 따라가자는 요구다. 지난 주 한국갤럽이 ‘잘못한 일이 많은 대통령’을 조사하니 윤 전 대통령이 77%로 가장 많이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68%)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았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윤 전 대통령의 직무평가 지지율이 11%였다. 올 4월 탄핵안 인용 직후 유권자의 69%가 ‘잘된 판결’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선거여론 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물론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잘한 일이 많다고 답한 사람이 12%나 된다. 그런 깃발을 드는 유튜버도 있고, 지역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을 평가하는 데 차이도 있다. 그러나 가장 너그러운 대구·경북에서조차 ‘잘못한 일이 많다’는 응답(66%)이 ‘잘한 일이 많다’는 응답(17%)의 네 배에 이른다.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갈 때 가더라도 한때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 답게 당당히 가라”고 충고했겠나.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는 윤석열 끌어안고, 비호하는 전쟁에 당력을 모으자고 한다. 중도파를 때리고, 당권을 다진다. 내년 선거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의 당권이 무슨 소용인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30

‘동물국회’···그러나 국회는 더 엉망인데

지난주 ‘동물국회’ 사건 선고가 있었다. 사고가 난지 6년 7개월 만이다. 2019년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다. 여야 간 물리적 충돌로 ‘동물국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피소된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26명이 모두 유죄판결 받았다. 그러나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기대에 차 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정치판을 보면 기대는커녕 민주주의의 숨통이 끊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온 미국부터 정치가 정상궤도를 이탈해 폭주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발전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회의가 생긴다.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신속처리법안은 ‘동물국회’를 피하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그런 2019년 사건을 계기로 신사협약은 사실상 죽어버렸다. 국회를 ‘선진화’하겠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절제도, 타협도, 심지어 대화조차도 없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과 원내부대표였던 송언석·김정재·이만희 의원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집무실 밖으로 못 나오게 감금하고, 민주당의원들이 법안을 의안과에 접수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다. 이들을 포함해 대부분 피고는 정개특위 회의장과 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국회의원은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 일반 형사사건에선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날 일반 형사사건 혐의로는 모두 금고형 아래인 벌금형이 나왔고, 국회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벌금 400만 원 이하였다. 국회의원직을 유지시켜주면서, 법을 어긴 데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한 것이다. 판결문에는 이런 충고도 담았다. 국회법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이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훼손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의원직을 박탈하지 않는 선에서 멈춘 것은 아직도 우리 정치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절망하고,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미래, 우리 다음 세대의 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자제’다. 민주주의는 부서지기 쉬운 제도다. 자기가 가진 힘을 모두 쓰게 되면 원래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 다수결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 의사 결정 방법이다. 하지만, 다수가 횡포를 부리면 민주주의는 정반대인 전체주의의 모습으로 변질된다. 재판부는 이 ‘동물국회’ 사태의 책임이 민주당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결은 대화와 타협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뒷받침될 때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위가 실제 활동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대화와 타협은 노력조차 해보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살리려는 시민사회나 소수 야당의 진정성까지 뒷거래로 끌어들이고는, 뒤통수를 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의 이해를 반영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깔고 있는 제도다. 그럼에도 자제를 포기하고, 정치적 이해에 혈안이 돼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국회와 정치가 실종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저질 정치판을 만들어놓고도, 경쟁자를 발밑에 깔아뭉개는 승자의 자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무슨 숭고한 이념가인양 머리 위에 내걸었던 명분조차 깡그리 외면하고,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게 작금의 정치다.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대표성을 침해하고, 권력간 견제 기능을 약화했다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입법 독주하면 사회적 합의가 무용해진다. 특정 정치세력의 의지만 국정에 반영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치다. 다수의 의견만 반영하면, 소수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된다. 민주정치는 다른 의견을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지, 다수가 사회의 모든 재화를 약탈해, 전리품처럼 나눠 갖는 전쟁놀이가 아니다. 가진 자의 절제, 자제가 너무 아쉽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23

‘우리가 황교안’으로 지방선거 치를 수 있나

여야 정치권이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매달렸다. 이재명 정부의 전반기를 평가하게 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선거를 독재로 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저지선’이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보수 세력을 끌어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달아 터져나오는 극우 성향의 몸짓들이 선거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좌우 균형을 맞춰가며 원을 넓히는 전략적 행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이다’라는 말은 ○○○에게 완전히 공감하고,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말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다. 장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한 것은 그 음모론에 100% 공감한다는 뜻으로 비친다. 장 대표가 말한 ‘우리’는 누구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의 씨앗이 됐다. 따지고 보면 멀쩡한 정권을 조기에 끝내고, 민주당에 헌납한 원인이다. 비상계엄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개는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비상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부정선거 세력도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라면서 “강력히 대처하시라. 강력히 수사하시라.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시라”라고 촉구했다. 더구나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라고 부추겼다. 황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은 아니다. 내란죄로 수사하려는 특검을 이해할 수 없다. 내란죄에 대한 특검 수사를 이렇게까지 확대해야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황 전 총리의 말은 분명히 반헌법적이다. 전직 국무총리가 한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히틀러의 수권법을 응원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황 전 총리는 “아무리 봐도 내란 자체가 없었다”면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하는 것이 내란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합헌인가. 그렇다면 굳이 탄핵 절차를 왜 만들어놓았나.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헌법의 틀에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서라면, 계엄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헌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계엄령 발동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국회마저 무력화하려 했다. 계엄령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정족수’까지 챙겼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은 견제받는 권력이지, 독재자가 아니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면서 견제 기관을 무력화하고, 헌법이 부여한 이상의 모든 권한을 한 손 에 장악하려 했다. 명백히 친위쿠데타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도 면회했다. 이어지는 언행이 극우편향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자살을 가져온 것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현재 상황의 출발이다.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무리하게 사면·복권해 재공천한 것부터 민심을 거슬렀다. 여론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독단이다. 총선 직전 전공의 파업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담화는 민심을 뒤집었다. 참모들이 말렸지만, 그는 사전 상의도 하지 않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도피시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사건에 사과는커녕 내부 갈등만 일으켰다. 대통령 참모의 회칼 발언은 민심에서 유리된 오만한 대통령실 분위기를 반영했다.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물가고로 서민들이 고통받을 때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국회 다수당 독재를 만들어 준 건 윤 전 대통령이다. 더 큰 문제는 선거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비위를 맞춘 측근들도 문제다. 장 대표의 일련의 행보가 선거 필패의 윤 대통령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극우세력을 끌어안는 게 지지층 확장이 아니다. 극우를 안으면 더 많은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떠나는 걸 각오해야 한다. 정권을 다시 찾을 의지는 있는건가.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16

정권이 끝난 뒤에 재판해야 하나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이렇게 그럴 듯하게 들릴 줄은 미처 몰랐다. 민주당은 일찍이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1주일 전 1심 판결을 받은 다섯 명이다. 피고들은 모두 항소했다. 형사소송법상 ‘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이 더 높아질 수는 없게 됐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7886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파악했다. 공사에 끼친 손해도 4895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물린 추징금, 473억원이외에는 회수할 수 없게 됐다. 나머지 돈은 그들 것이다. 형기를 마치면 떵떵거리며 쓸 수 있다. 그마저 항소심에서 더 줄어들 수 있다. 늘어날 수는 없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에 대해 1심이 ‘액수 산정이 불가능하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이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다. 김만배 씨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유동규 전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천만원, 공사전략실에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및 추징금 37억원을 받았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형이 더 늘어날 수는 없지만, 줄어들 수는 있다. 추징금도 줄어들 수 있다.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감형이나 사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이 사건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보고,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법원이 재판을 중단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직 대통령이 형을 받을 경우 유죄건, 무죄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배려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다. 그 탓에 법원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은 아예 틀어막으려고 안간힘이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이 한 일이라고는 이재명 대통령 방탄 갑옷을 세 겹, 네 겹, 겹겹이 둘러싸는 일이 전부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 환송된 선거법 위반 재판을 막기 위해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다.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이론적으로는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을 못하게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했다. 거센 반발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민주당은 거기에 ‘국정 안정법’, ‘국정 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붙였다. 대장동 재판을 겨냥해 ‘배임죄’를 폐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재명 대통령 수사를 막기 위해서다. 분리해야 한다던 수사권, 기소권을 이 정부가 임명한 특검에는 모두 부여했다. 강압 수사라고 항변하며, 목숨을 끊는 피의자가 나와도, 자체 조사로 덮었다. 외부 감사도, 견제도 할 수 없는 특검이다. 그 칼날은 모두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해 있다. ‘항소 포기’는 그나마 남은 검찰의 기소권마저 빼앗은 셈이다. 수사 검사가 항소를 요구하고, 중앙지검장이 항소를 결정하고, 대검에서까지 항소하겠다고 법무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재판을 포기했다. 수사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항소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무죄가 자신있다는 이 정부가 정식 재판은 두려워한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같은 일을 미리 틀어막겠다는 속셈이다.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사의를 밝혔다. 항소 포기 하룻만이다. 그럴거라면 부당한 지시에 왜 맞서지 못했을까. 이게 법무부장관의 정상적인 수사지휘권 행사인가. 항소 요건에 맞지 않다는 법무부의 항변이 야당 정치인에게도 적용될까. 일반 국민에게도 같은 기준을 들이댈까. 어차피 신뢰는 포기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고는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하다. 이럴 바에야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동안은, 집권당 정치인에 대한 공소시효를 무기한 정지시키는 건 어떤가. 정권이 교체된 뒤 수사고, 재판이고, 다시 하는 건 어떤가.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코웃음 치겠지만.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09

권력에 취한 관행, 그게 내로남불이다

지난 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열렸다.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역설이 벌어졌다. 경주에서 가장 조명을 받은 건 역시 이 사태를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김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세전쟁을 휴전했다. 한국에 대한 관세도 합의했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없던 문제를 만든 협상이니, 만족스러울 리 없다. 그렇지만 힘이 좌우하는 국제 관계에서 더 이상 요구하기도 어렵다. 할 만큼은 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신라 왕관 모조품을 선물 받고, “그 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만족감을 보였다. 왕관도,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도 흡족했던 것 같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아부했다고 조롱했지만, 광인을 흉내 내는 트럼프의 횡포를 막으려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APEC이 열린 경주는 천년 왕국 신라의 수도다. 고려와 조선 500년. 최대의 제국으로 이름을 떨친 로마도 500년이다. 중국의 수많은 왕조도 이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라를 유지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신라는 여섯 부족의 연합체로 출발했다. 나중에 단일 왕조가 되었지만, 그 바탕에는 부족 간의 협력, 협치와 공동체 정신이 깔려 있다. 안정적인 권력체제와 유연한 외교가 힘이 됐다. 아집과 독단이 심한 군주가 등장해 국정을 흩트리고, 권력투쟁으로 자멸한 나라들과 대비된다. 권력을 쥐면 그 권력이 천년만년 갈 것으로 착각한다. 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고려 무신들은 그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죽고 죽였다. 정중부는 정변 동지들을 모두 제거했지만, 9년 만에 경대승에게 살해당했다. 경대승은 4년 만에 병사했다. 이의민이 정권을 독점했지만, 그 역시 최충헌에 게 살해당했다. 적은 밖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탐욕이 더 무섭다. 필자가 청와대 취재를 담당할 때 한 대통령 수석비서관이 창밖의 벚꽃을 가리키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권좌에 앉아서도 그 이후의 일을 걱정했다. 그런데 대개는 그 끝이 없는 줄 안다. 권불십년(權不十 年)이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인들 그것이 삼일 천하로 끝날 줄 알았겠는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도 임기를 늘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권좌에 있는 사람들은 그 권력의 끝이 없다고 착각한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의 민심이 흔들렸다.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32%로 민주당 31%보다 높다. 미디어 토마토가 서울시장 가상대결을 조사한 결과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박주민·박홍근· 서영교·전현희 의원과의 일 대 일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다. 영호남에서는 큰 이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선거다. 가장 큰 전장이 수도권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승패를 가른다. 비상계엄이라는 패착으로 정권을 넘겨준 뒤 여론은 일방적이었다. 그런데 흐름을 바꾸는 건 민주당이다. 선거는 상대방 실수에 좌우된다. 민주당이 굴러온 복을 발로 차고 있다. 과욕이 참사를 빚고 있다. 국회에서 일당 독재가 뭔지 보여주고 있다. 가진 자의 여유도 관용도 없다. 지독히 ‘못된 말’만 찾아내 쏟아낸다. 당 대표가 앞장섰다. 집권당은 국정의 책임자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도 있다. 이념에 매달리다 망쳐도 자기 책임이다. 그런데 이념도 아니다. 내 편은 무조건 옳다는 사이비 진보를 ‘노무현 정신’이라고 한다. 서민이 서울 아파트 사는 걸 철저히 막았다. 그 정책을 입안한 경제 관료, 정치인들은 이미 강남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피감기관이 벌벌 떠는 국감 기간에 국회에서 결혼식을 해놓고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그들이 맞서 싸운 과거 정부의 부패도 당사자들에게는 ‘관행’이었다. 민란을 일으킨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도 당시에는 만연한 ‘관행’이었다. 그래도 과거에는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 무엇을 위한 싸운 건지 잊어버렸다. 권력에 취했다. 그게 내로남불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02

다수결로만 처리하려면, 국회가 왜 필요하나

매주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지난주에는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조사가 많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책이 ‘적절하다’라는 응답이 37%, ‘부적절하다’라는 응답이 44%였다. 여론조사 공정의 조사에서는 김현지 부속실장이 국정 감사에 출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출석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56.3%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응답 28.2%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렇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모든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한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한다. 법사위에서 추미애 위원장은 야당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키고, 야당을 대변할 간사 선임도 민주당 뜻대로 강요한다. 국회 운영에서 야당이 없다. 민주당의 일방 독주다. 그런데도 ‘다수결’이라며,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란 것이다. 정말 그런가. 플라톤은 다수결이 대중의 어리석음을 낳는 ‘중우(衆愚)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굳이 고대 철학자나 저명한 정치학자를 소환할 것도 없다. 여론조사는 어떤가. 여론조사에서 다수가 김현지 실장에게 국회에 출석하라면 출석할 것인가. 부동산 대책은 어쩔 건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훨씬 많으니, 취소할 건가. 다수결이 민주주의라면 그게 옳다. 국민의 다수보다 국회 의석의 다수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할 건가. 아무리 따져봐도 국민 다수가 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국민은 주권 그 자체이지만, 국회의원은 위임받은 권력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참여 민주주 의’를 강조해 왔다. 요즘처럼 사회적 소통망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국회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국민에게 바로 물어보고, ‘다수결’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무 엇 하러 ‘국회’를 만드나. 수많은 혈세를 낭비하며, 저질 막말 경연을 참고 들어야 하나.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전부라면 국회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발상지에서부터 모범국들이 모두 의회를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삼는 것은 다수결만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다수가 소수의 권리를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다수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나 아렌트도 다수의 지배는 “소수자를 제거해 버리는 것”으로 다수결의 타락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판했 다. 다수결은 분명히 효율적인 의사결정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본질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토론과 타협이다. 다수결이 오히려 이를 잠식하고, 훼손하고 있다.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질적인 의견들이 충돌하고,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정치다. 최근 한국의 정치에서는, 이러한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강조된다. 다수의 표를 확보한 쪽 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묵살된다. 다수결이 절대적인 기준인 양 착각하고, 정당성의 근거로 악용되면서, 정치는 점점 더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전쟁터로 변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나 세력이 ‘국민의 뜻’을 내세워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 과연 그 ‘국민’은 누구인가?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승자가 모든 권한을 독식한다. 패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학자 월터 리프만은 “소수파의 합의를 얻지 못한 민주주의적 결의는 위선과 무법상태를 가져올 따름”이라고 경고했다. 다수결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 서는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정치는 이러한 ‘합의의 정치’를 외면한 채, 수의 우위를 앞세운 ‘힘의 정치’로 변질됐다. 다수결은 최종적인 결정 방식일 수는 있어도, 그 이전의 과정—즉, 충분한 토론과 소수 의견의 존중—없이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포장된 독단에 불과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숫자의 힘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데서 출발한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0-26

특검이 사법의 정치화를 극복할 해답인가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던 50대 공무원이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양평군 5급 공무원인 그는 양평 군청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의 개발부담금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친정어머니가 하던 양평 공흥 지구 개발사업에 특혜를 주지 않았느냐고 추궁당했다고 한다. 숨진 공무원이 남긴 유서는 참담하다. 그는 “치욕을 당하고, 직장 생활도 삶도 귀찮다. 정말 힘들다”라고 적어놨다. 그는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특검이 기억에도 없는 진술을 받아 억지로 조서를 꾸몄다” “모른다고 해도 계속 다그친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특검이 당시 양평 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9월 검찰은 없어진다.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남는다. 검찰이 수사권을 마구 휘두르며 전횡해 왔다는 이유다.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최 상병 특검 등 세 가지 특검을 만든 것도 검찰 수사를 못믿겠다는 뜻이다. 수사를 경찰도 아닌 특검에 맡겼다. 모든 정부 조직을 장악한 집권당이 축하면 특검을 만든다. 야당마저 양평 공무원 죽음과 관련해 특검을 만들자고 하 니, 가히 특검 공화국이다. 특검은 본래 ‘국민 의혹 해소’와 ‘성역 없는 수사’라는 사법 정의의 ‘해결사’ 로 고안된 제도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의 현실은, 정쟁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극한 대립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 단순히 수사 대상의 문제만 아니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 병폐인 ‘사법의 정치화’와 ‘정치 사법 화’가 악순환하게 만든다. 사법의 정치화는 수사기관이 정치적 의도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무기력하고, 권력자의 정적을 표적 수사한다는 의심이 검찰 개혁의 명분이 되고 있다. 같은 행위를 해도 권력자는 무죄, 야당 정치인은 유죄로 몰아간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이런 의심에서 특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특검은 정권의 지휘를 받는 검찰과 경찰이 할 수 없는 권력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게 애초의 취지에 맞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오히려 거꾸로다. 정부의 수사기관이 할 수 있지만, 검찰에서 거세한 초법적인 권한을 휘두르게 허용하는 게 다를 뿐이다. 양평 공무원의 죽음은 그 흔적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비난했지만, 특검에는 다 주어졌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가 해결할 문제를 사법에 떠넘기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역할을 던져버리고, 정치를 선(善)과 악(惡)의 대결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 편은 선이고, 정치적 경쟁자는 악이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한다. 정치적 반대자를 뿔 달린 괴물로 묘사하는 가짜뉴스와 선동, 선전매체를 부추긴다. 검·경 등 수사기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오직 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수사해야 한다. 그런데 집권 세력은 수사기관을 정치 투쟁의 하수인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일 사람을 요직에 앉혀, 그 조직을 장악한다. 이런 사법의 정치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게 특검이다. 원래 특검은 여야가 정치적 협상을 통해 만든다. 사법의 정치화를 비난하고, 검찰과 경찰조차 못 믿어 특검을 임명한다면, 그보다 더 중립적이라는 믿음을 주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오히려 정치적 색깔이 검·경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특검이 최근의 현상이다. 공수처도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가정 위에 만들 었다. 고위공직자, 권력자의 비리를 수사할 때 ‘사법의 정치화’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검찰과 경찰보다 더 정치 중립적이었는지 의문이다. 이제 특검이 그 질문을 받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는 극복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치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정치의 사법화가 나쁘지, 사법, 수사 기관이 나쁜 건 아니다. 사법은 사법답게, 정치는 정치답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 사회가 될 수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0-19

야당이 못났다고, 여당을 무조건 용서하지 않는다

‘반동’이라고? 우리 현대사에서 이 단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일까. 동족상잔이라는 피와 한의 역사가 담겨 있는 단어다. 얼마나 나쁜 놈이기에, ‘반동’이란 낙인을 찍었을까.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그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하는 지귀연 판사를 겨냥해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저격은 지난 5월 1일 이후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날이다. 이번 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 대표는 ‘조희대의 난’이라고 주장한다. 표현이 적개심은 뚜렷하지만, 내용은 없다. 포장 기술만 비교 불가다. 처음에는 ‘4자 회동설’을 제기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했다. 그래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고 한다. 민주당도 이제 그 주장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아무 근거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제, ‘왜 그런 판결을 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한다. 피고 측 패거리가 판사를 불러놓고, 재판을 따지겠다는 꼴이다. 언제부터 국회가 대법원 위의 제4심이 되었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 언행은 2021년 10월 20일(“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응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과 12월 22일(“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 처장 몰랐다”)에 발생했다. 이에 대한 고발은 같은 해 10월 27일과 12월 23일 이루어졌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6-3-3 원칙’(1심을 6개월, 2심을 3개월, 상고심을 3개월 내 하라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법을 지키려면 2022년 말까지는 최종결론이 났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1심 판결이 2024년 11월 15일(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났다. 법정기한의 6배다. 항소심 결심은 2025년 3월 26일(무죄 선고)로, 4개월 12일이 걸렸다. 대법원은 36일 만인 5월 1일 판결했다. 공직선거법에 이 원칙을 규정해 놓은 건, 재판 지연이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당선만 되면 임기를 다 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10년 동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역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선거법에서 정한 재판 시한을 넘겼다. 최근 10년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확정판결까지 평균 397일이 걸렸다. 이 대통령 사건은 그보다 3배가 넘는 1282일이 걸렸다. 그런데 서두른다고, ‘반동’이라고 한다. 사퇴하라고 몰아세운다. 혐의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다. 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판결했느냐고 따진다. 정치보복이다. 더군다나 ‘반동’이라는 단어는 우리 민족에게는 아픈 상처를 헤집는 말이다. 그것이 특정 정당이 떠받드는 최고 권력자를 옹위하기 위한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한 일방 독주가 전체주의 국가의 일당 독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무리수로 노리는 게 뭔가. 입법, 행정, 사법, 구석구석 친위세력을 포석해, 50년 집권의 기반이라도 만들겠다는 건가. 정청래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힘 해산까지 들먹인다. 정권이 무너지는 건, 정적의 공격 때문이 아니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모두 스스로 무덤을 팠다. 오만한 권력은 국민이 심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까. 합법을 가장하고, 야당을 모두 쓸어버리는 게 무슨 의미일까. 거기에 사법부까지 무릎 꿇게 만들면, 역사가 무어라 기록할까. 지금 국민의힘은 엉망진창이다.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버티는 건 정청래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다. 국민의힘 덕분이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엉망이라고, 민주당이 하는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 건 아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0-12

힘 있는 자의 자제가 민주주의의 기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조상들은 한가위 덕담으로 이런 말을 해왔다. 하늘은 청명하고, 들판에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추석이다. 농경 사회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넉넉할 때가 있었을까. 그런데 한가위를 앞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배터리 하나에 온 나라가 마비다. 해킹 부대까지 운용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개입하면 어쩔 뻔 했나. 트럼프는 깡패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깡그리 무시하고, 갑자기 25% 관세를 주장하더니,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강도가 따로 없다. 우리 세대야 쌀독을 박박 긁어 끼니를 이어간다 해도,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공존을 설계하는 게 아니다. 너야 굶건 말건 내가 갖고 싶은 건 다가져야겠다는 요구다.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 우리 경제는, 인재 양성은, 또 일자리는 어떻게 할 건가. 이제 우리 안위를 미·북 대화에 맡 겨야 하는 처지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대응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하는 꼴은 울화가 치민다. 여도 야도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논리도 없고, 체면도 품격도 다 던져버린 욕설 경쟁뿐이다. 집권 여당은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기에 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집권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인 지난주 여론조사에 응답한 국민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외환위기가 오건 말건, 나라가 위기에 처하건 말건, 집권당은 재판 뒤집기에 만 골몰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유죄로 확정해 선거에 못 나오게 만들려 했다고 주장한다. 증거도 못 내놓는다. 당내에서도 “근거가 희박한 것 아니냐”라고 하자, 서영교 의원은 “제보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말만 하지,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도 못한다. 법원을 못믿는다며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내놨다. 입맛에 맞는 판사로 재판하겠다는 거다. 검찰도 해체해 버렸다.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을 143명 신청했다. 조 대법 원장을 비롯해 대법관만 5명을 신청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이유다. 명백한 보복이다. 대법관은 국회에 부르지 않는 것이 관례다. 더군다나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판사를 불러 추궁하 는 것은 재판을 국회가 하겠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민주당 권력에는 자제도, 절제도, 원칙도 없다. 이 대통령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들도 모두 증인으로 불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법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판사와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놓고, 호통치고,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요구할 게 뻔하다.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사건까지 특검과 전담재판부도 모자라 국회에서 누르고, 뒤집겠다는 말이다. 사실상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꼴이다. 더군다나 대법원장까지 오라 가라 하면서,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은 못 부른다고 버티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못 나올 이유가 있는데, 지금은 말을 못 한다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의원마저 출석해 해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국민주권 정부의 원칙’이라 고 말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의 상하 관계를 언급했다. 자유 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가 무엇이 다른가. 당이 정부와 사법기관을 모두 통제 하고, 일당이 지배하는 게 독재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과의 거리가 권력의 크기가 되는 체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져야 자유민주주의의다. 굳이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게 만든 이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을 따라 할 참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나.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9-28

가짜뉴스? 민주당이 진원지다

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해 15~20배에 이르는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이다. 1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고 김영애 씨의 황토팩이 KBS의 ‘소비자 고발’ 오보로 파산했다. MBC의 광우병 보도는 정권을 무너뜨릴 기세로 전국을 뒤집어 놓았다. 스카이데일리라는 인터넷신문은 중국인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조작뉴스로 극우파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에 합당한 책임을 졌느냐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다. 노골적인 사실 조작이 횡행하지만, 정치인이 앞장서 이를 이용한다. 내 편 가짜뉴스는 상을 주고, 상대편이면 ‘징벌’하는 식이라면, 언론자유를 핍박하고, 권력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이 크다. 청담동 룸살롱 폭로가 대표적이다. 김의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청담동 룸살롱 의혹을 터뜨렸다. 유튜브 채널 ‘더탐사’(옛 열린공감TV)가 한 첼리스트의 통화 녹음을 근거로 잇달아 의혹을 부풀렸다. 의혹의 당사자였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해명, 첼리스트의 경위 설명으로 오보임이 확인된 이후에도 한동안 물고 늘어졌다. 지난달 1심에서 관련자들이 한 전 장관에게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논란 속의 김의겸 전 의원을 이재명 대통령은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임명했다. 정치적 공격수로 오명을 감수하면 상훈이 있다는 전례를 만든 셈이다. 김어준, 전한길 유튜브가 논란의 중심이다. 최근에는 열린공감TV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와 비밀 회동했다고 보도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열린공감TV가 지난 5월 4인 회동의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 그 녹음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이어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청문회에서 이 녹음을 틀었다. 최근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실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발표를 했다가 발을 뺐다. 그런데 이 영상 앞부분에 ‘해당 음성은 AI로 제작된 것으로, 특정인들이 실제 녹음한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라는 자막이 붙어있다. 그런데도 서 의원은 ‘제보자가 특검에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라며 굽히지 않는다. 정청래 대표는 “억울하면 특검 수사 받고 결백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유튜버와 욕받이 정치인 한 사람이 던지면,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가, 슬그머니 빠지는 행태가 반복된다. ‘사실이라면…’ ‘억울하면…’이라며 책임지지 않을 ‘…라면’식 흠집 내기다. 가짜뉴스를 징벌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민주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대표적 사례가 ‘논두렁 시계’다. 권양숙 여사가 받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수사 내용을 흘려 모욕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검찰을 대신해 수사하는 특검은 얼마나 달라졌나. 연일 확인되지 않은 추정까지 쏟아내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퇴시키고, 47개 죄목으로 기소했다. 그런데 5년 만인 지난해 1월 1심에서 모두 무죄가 났다. 오는 11월 항소심 판결이 있다. 무죄건 아니건, 대법원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2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조금도 같이 있기 힘든 모양이다. 정파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법원장은 누구였나. 정청래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계엄에 침묵하고 서부지법 폭동에 침묵했다”라면서 “깨끗이 물러나라”라고 요구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했을 때도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죄목 중 하나가 ‘재판개입’이다. 이제 와 대법원장이 하급심의 재판에 일일이 개입하라는 건가. 집권당인 민주당이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