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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나쁜 사람만 골라 공천하나

등록일 2026-01-04 20:32 게재일 2026-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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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나쁜 일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겹치기로 덮친다는 말이다. 요즘 정치인들의 못된 짓이 그와 같다. 못된 짓이 드러나면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나쁜 일을 많이 하면 그럴까? 이게 드러난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신설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그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했다고 지적하자,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라고 사과했다. 그 뒤에도 여러 가지 갑질 폭로가 나오더니, 급기야 땅 투기 의혹까지 터졌다. 인천공항 개항 1년 전인 2000년 연고도 없는 영종도에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잡종지 6611㎡(약 2000평)을 사들였다. 그런데 2006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시지가 13억8800만 원 정도이던 땅을 39억2100만 원에 수용했다. 세 배 장사다.

 

더 가관인 것은 여야 공방이다. 이재명 정부에 발탁된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낙인 찍은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이토록 무너졌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에서 다섯 번이나 공천받으신 분”이라고 빈정댔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 검증이라는 게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점이다.

 

그뿐 아니다.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향응과 특혜 의혹으로 공격받더니,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했다는 녹음이 공개됐다. 이어서 강선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때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대화가 담긴 녹음이 폭로됐다. 강 의원이 당시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이자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김 의원은 “돈을 당장 돌려주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화 바로 다음 날 컷오프됐던 김경 시의원 후보가 민주당 단수 후보로 공천받았다. 컷오프된 후보, 거기에 공천 뇌물 1억 원까지 준 후보가 하루 만에 단수 후보로 둔갑했다. 뇌물 효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1억 원이 김 전 원내대표나 그보다 더 힘이 센 사람에게 넘어갔다고 의심할 만하다.

 

이번에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직접 공천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구 의원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받았다가 몇 달 뒤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이 돈을 준 사람들의 탄원서를 폭로했다. 이 탄원서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했으나, 김병기 의원에게 도로 보내고 끝냈다고 한다. 경찰이 증거물을 도둑에게 준 꼴이다. 이 바람에 이재명 대통령,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총선 민주당 공천 때도 고무줄 기준이 적용됐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선거도 전에, 후보가 나오기도 전에 당선자가 정해져 있는 곳이 많다. 당을 믿기에, 어쩌면 경쟁 정당이 너무 싫어, 찍을 정당을 정해놓은 유권자가 많다. 오죽하면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오겠나. 그럴수록 중요한 게 공천이다. 정당의 책임이 무겁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이 별 따기다. 그런데 유권자의 무한신뢰를 이용해 ‘공천 장사’를 한다.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된다. 

 

선거제도 개편이 개헌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제도보다 더 중요한 게 공천이다. 선거제도가 아무리 공정해도, 공천이 잘못되면 헛일이다. 선거를 아무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도, 공천이 야바위판이 되면 비리 협잡꾼을 뽑게 된다. 후보가 유능한지, 깨끗한지 유권자들이 판별할 기회를 빼앗긴다. 정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서 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과 유권자가 양극단에서 대결하는 정치 구도에서 공천은 더욱 중요하다. 공천을 사고파는 사람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유권자가 깨어야 한다. ‘말뚝’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말이 아니라 표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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