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선 패배 후유증 심화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당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와 더불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일정 및 당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대립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이후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가 비대위 존속 여부와 당 쇄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한계는 김 위원장이 제안한 대로 9월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며 당 개혁 작업을 완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지도부는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포함한 실질적인 당무 운영권을 갖게 돼 계파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9일 오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거취와 전당대회 개최 시기, 당 개혁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10여 명의 의원들이 자유발언에 나서는 등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친한계 좌장격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친윤 성향 의원들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며 “심지어 ‘빨리 물러나라’는 말씀도 있었는데 전 그렇게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당의 혁신안이 완수될 때까지 끝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우리 당을 살리는 일이라고 본다”며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나마 국민의힘이 내란당의 오명에서 조금이라도 벗을 수 있는 그런 태도”라고 했다.
반면 친윤계 강승규 의원은 의총에서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과정을 비대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뒤엎을 수는 없다”면서 “혁신안을 빙자한 당무감사를 통해 누구를 겨냥하는 건가”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4선 중진 박덕흠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선거를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쪽과, 원내대표 선거 이후 재신임을 받는 것이 낫다는 쪽이 나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탄핵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분출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지나간 건데 지금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게 대부분 의견”이라면서도 “이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예전 정부와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우리 당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의총에 앞서 이날 오전 3선 의원들 역시 당 쇄신 방안과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취합해서 위원장께 제가 별도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과 내부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의총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8일) 개혁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심지어는 개인 신상에 대한 비난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여기 계신 의원분들 중에 나이로는 막내지만 비대위원장이라는 지도자답게 의원님들의 다양한 생각을 품고 희망을 녹여내겠다”며 혁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