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대한 대구·경북(TK) 민심 이반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40.7%로 국민의힘(35.4%)을 5%p 이상 앞섰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50.6%)이 국민의힘(30.0%)을 압도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31%)과 민주당(28%)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23%였다.
국민의힘으로선 당 지지도 하락보다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될 부분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TK민심이다. 갤럽 조사에서는 TK지역에서도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44%)는 응답이 ‘못한다’(33%)를 10%p 이상 앞섰다. ‘친 이재명 정서’가 TK지역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대구 23.22%, 경북 25.52%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당별 지지도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20% 정도로 굳어지는 것 같다. 중도층의 야당 외면에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맞물린 결과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대선 패배 이후 당이 한 달 동안 쇄신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퇴보적인 걸음을 한 걸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구(舊)주류 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계엄과 탄핵 사태, 뒤이은 대선 패배까지 겪고도 반성은커녕 국민에게 어필할 개혁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김용태 전 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들은 그가 퇴임하면서 흐지부지돼 버렸다. 옛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등장한 이후로는 당이 쇄신보다는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행보를 하면서 국정 지지도를 견인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에서 독주하고 있지만 지지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제 기댈 곳은 민심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으로 자기 파괴적 수준의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지지율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친윤 정치’ 청산은 불가피하다. 김용태 전 위원장이 퇴임식에서 밝혔듯이, 지금 보수 야당은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이 외면한다. 윤석열 정권의 유산이라는 굴레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이 친윤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TK국회의원들이 당 혁신에 가장 앞장서야 한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배신자 낙인’을 겁내서는 갈수록 당이 위축될 뿐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