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결빙 빙혈과 시원한 풍혈 체험… 캠핑과 유적까지 한 자리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에 위치한 빙계계곡(氷溪溪谷)이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자연이 만든 에어컨’으로 주목받고 있다.
1933년 ‘경북 팔승지의 제일’로 선정된 바 있는 이곳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 깊은 피서 명소로,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빙혈’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라는 독특한 지형을 통해 찾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빙계계곡의 빙혈은 여름철에도 평균 영하 0.3도의 얼음을 유지하며, 3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결빙이 지속돼 국내 최장 결빙 기간을 자랑한다. 인근의 풍혈에서는 바위틈을 따라 차가운 공기가 분출되며, 외부와의 기압 차에 의해 형성된 자연의 냉풍이 더위를 식혀준다.
계곡을 따라 형성된 ‘빙계 8경’도 빼놓을 수 없다. 용추, 물레방아, 풍혈, 얼음구멍, 어진바위, 의각, 석탑 등이 고즈넉하게 이어지며, 정오 무렵에는 바위에 햇빛이 드리우며 ‘어질 인(仁)’자 모양의 그림자가 생긴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여름철(7~8월)에는 계곡 옆 물놀이장이 개방돼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근에는 빙계 얼음골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어 카라반, 오토캠핑장, 데크 등 다양한 캠핑 인프라를 제공한다. 특히 카라반은 내부에 화장실, 샤워실, 주방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이 밖에도 계곡 안에는 빙계서원과 보물 제327호 ‘빙산사지 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어 자연과 함께 역사 유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탑은 고려 초기 석조물로, 정교한 비례감과 고풍스러운 멋이 특징이다.
연간이용객(2024년기준)은 빙계군립공원 4만2976명, 빙계얼음골야영장 2만6106명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빙계계곡은 여름철 청정 계곡물과 시원한 냉풍, 역사문화유산, 잘 갖춰진 캠핑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휴양지”라며 “앞으로도 지역 명소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빙계계곡 주변에는 조문국박물관, 금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금성산, 산운마을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하루 나들이나 주말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