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계곡과 강, 해변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속을 향한 발걸음은 가볍고, 물가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풍경 뒤에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물놀이의 즐거움은 늘 위험과 맞닿아 있고, 사고통계가 알려주는 숫자들은 이를 침묵 속에서 경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망자는 112명에 달한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하천과 강에서 39명, 계곡에서 33명, 해변과 바닷가에서 40명이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구명조끼 미착용 41건, 수영 미숙 38건, 음주 수영 19건, 급류에 휩쓸린 사례가 8건이었다. 대부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수난사고로 인한 출동 건수는 각각 1142건, 1522건, 1006건에 달했다. 올해 2025년 상반기에도 이미 231건의 구조 요청이 있었고, 이 가운데 74명이 구조됐다. 특히 안동, 문경, 청송은 계곡과 하천이 발달한 지역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이러한 특성은 구조 요청의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고 가능성 또한 크게 만든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는 무겁다. 한 구조대원은 “출동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된다.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숙한 장소, 평소 자주 찾던 계곡이라도 그날의 기상 상황, 수온, 수위 변화에 따라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여름철 휴가철에 대비해 해수욕장 13곳, 하천과 계곡 4곳에 시민수상구조대원 318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단순한 인명 구조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교육, 해파리 제거, 미아 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한다.
한 구조대원은 “사람들이 수영복과 물놀이 용품은 철저히 준비하면서도 안전 수칙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우리 역할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원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한 시민은 “구명조끼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안전 교육을 받고 나니 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물놀이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수칙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실천이 관건이다. 출발 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음주 후 수영이나 단독 수영을 절대 하지 않으며,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린이들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며 장시간 수영은 자제하고 상황 발생 시에는 119에 즉각 신고하고 구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된다.
숫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다. 아무리 맑고 고요한 계곡일지라도, 자연은 결코 인간의 예측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수영복도, 튜브도 아닌 안전 의식일지도 모른다.
경북의 청정 자연은 사람들에게 쉼과 평온을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안전을 지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은 위태롭게 흔들릴 수 있다. 진정한 피서는 안전에서 시작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