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인기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6168회에서는 제2의 인생을 울릉도에서 시작한 30대 신혼부부 주지호(32) 씨와 정종훈(31) 씨의 섬 정착기가 소개된다.
이야기는 11일 오전 7시50분부터 8시25분까지 방송되는 제1부 ‘울릉뚱땅 신혼일기’를 시작으로 15일(금)까지 이어진다.
울릉도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지호 씨와 종훈 씨 부부는 이날도 숙소 청소를 위해 앞치마와 장갑, 모자 등 위생 장비를 꼼꼼히 착용한 뒤 손님방으로 향한다. 화분에 물을 주고 침구를 정갈하게 교체한 뒤, 바다가 잘 보이도록 창문을 닦는다. 이때 창문 바깥쪽에 묻은 얼룩을 닦으려던 지호 씨를 종훈 씨가 다급히 부른다.
두 사람은 오랜 장거리 연애 끝에 2년 전 결혼했다. 달콤한 신혼을 꿈꿨지만 바쁜 업무로 함께 식사하기조차 어려운 날이 많았고, 결국 지호 씨는 번아웃을 겪었다. 하늘 한번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는 아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종훈 씨는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며 새로운 삶을 제안했다.
부부는 준비된 예산과 ‘바다가 눈앞인 곳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울릉도로의 이주를 결심했다.
이들은 10년 넘게 비어 있던 지은 지 42년 된 2층 주택을 구매했다. 건축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직접 집을 고치느라 신혼집은 달콤한 향기 대신 파스 냄새로 가득했다. 1년이 넘는 대공사 끝에 드디어 집을 완성한 부부는 4개월 전 2층에 민박집 문을 열었다.
섬 생활도, 민박 운영도 처음인 두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쌓으며 울릉도에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손님이 많지 않아 수입이 넉넉하진 않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함께하는 시간’ 덕에 행복하다.
하지만 직접 지은 집이다 보니 손봐야 할 곳도 많다. 실리콘 틈으로 스며든 물에 들뜬 욕실 타일, 비가 올 때마다 고이는 옥상 빗물, 잘 내려가지 않는 변기 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날씨로 배가 끊기면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민박 운영도 녹록지 않다.
생각보다 할 일도, 예상 못한 어려움도 많지만 두 사람은 힘든 내색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으로 버텨낸다. 아무 연고 없는 울릉도에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함께’이기에 행복한 부부. 새로운 터전에서 느리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리며 자신들만의 인생 2막을 써 내려가고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