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300만대 분량…소니·삼성SDI 거쳐 ESS 시장으로 외연 확대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가 자체 개발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누적 판매량이 30만t을 돌파했다. 전기차로 환산하면 약 3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전동공구·청소기 등 소형 제품에서 시작한 NCA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용처를 넓히며 포항을 넘어 국내 배터리 소재 산업을 이끌고 있다.
△소니 품질 지도 거쳐 글로벌 무대 진출
에코프로는 2004년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이후 가장 먼저 NCA 개발에 착수했다. NCA는 기존 주류 소재였던 NCM(니켈·코발트·망간)보다 에너지 밀도가 20~30% 높지만, 공정이 까다로워 기술 장벽이 높았다. 에코프로는 “머지않아 전기차와 ESS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고위험·고난도 영역에 도전했다.
회사의 성장에는 일본 소니와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NCA 상업생산에 성공한 에코프로는 곧바로 소니를 고객사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니는 니켈 80% 이상 제품에서 발생하는 1만ppm 수준의 잔류 리튬을 2000ppm 이하로 낮춰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사실상 ‘세상에 없는 소재’를 요구한 셈이다.
에코프로 연구진은 수백 차례의 실험을 거쳐 소니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했다. 그 결과 2013년 시험 공급에 성공했고, 2015년 장기 공급 계약까지 따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에코프로의 양극재 제조 기술은 급격히 고도화됐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소니의 눈높이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삼성SDI 협력으로 하이니켈 기술 고도화
에코프로는 소니와의 거래 경험을 발판 삼아 삼성SDI로 고객사를 확대했다. 2015년부터 삼성SDI에 니켈 함량 90% 이상 하이니켈 NCA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이후 91%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 현재는 95% 비중의 차세대 제품도 개발 중이다.
양사 협력은 2021년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 설립으로 이어졌다. 에코프로이엠에서 생산되는 NCA는 전량 삼성SDI에 공급되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ESS 시장 성장···신규 수요 본격화
최근에는 전기차를 넘어 ESS 시장 확대가 가파르다. 에코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ESS용 NCA 판매량은 전년 대비 6배 급증했다. 탄소중립 전환과 전력 수급 안정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가 NCM과 함께 삼원계 양극재 시장을 선도하며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ESS는 전기차에 비해 단가가 낮지만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차세대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NCA 개발사는 곧 에코프로의 도전과 혁신의 역사”라며 “일본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ESS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