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소림사(少林寺)’라는 중국 사찰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
1980~1990년대 허난성 숭산에 자리한 소림사가 공간적 배경이 되고, 그곳 승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우후죽순 한국에서 개봉됐다. 머리칼을 박박 밀고 노란색 승복을 걸친 승려들은 하나 예외 없이 쿵푸와 봉술의 절정고수였다.
그 시절 한국 중고생에게 소림사는 약자를 핍박하는 악당으로부터 선량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됐다. 돌아보니 낭만적인 옛날이야기다.
바로 그 소림사가 최근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소림사의 30대 주지 스융신(釋永信)이 성적 방종과 부정한 방법의 축재로 중국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구금됐다는 뉴스.
나라가 커서일까? 부정과 타락의 스케일도 엄청나다. 외신에 따르면 승려 스융신이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은 한국 돈 2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관계를 가진 여성이 50명을 넘고 그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174명이란다. 속세와는 거리를 둬야 할 승려임에도 11개나 되는 회사를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리 운영했다는 추문까지 있었다고 한다.
‘소림사의 실력자’ 스융신이 여론의 돌팔매를 맞고 자유를 박탈당하자 최근 소림사 승려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속(還俗)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짐작하건대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어서였을 터.
쉽지 않은 수도의 과정과 고행을 기꺼이 감내해야 할 승려가 돈과 여자라는 세속적 욕망을 이기지 못해 오물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니 삼가는 자세로 겸양하게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울 일인 듯하다. 그게 승려이건 필부(匹夫)건.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