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조국혁신당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이 있었다. 조국혁신당 고위 당직자들의 성추행 사건을 처리하는 조국혁신당의 늑장 대처에 실망을 넘어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내용이다. 조국 전 대표의 침묵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도 애절한 데다 눈물을 흘리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창당할 때 보여준 당찬 모습은 어디 가고, 배신감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니 그이가 느낄 참담함에 절로 공감이 되었다.
기자회견 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내용은 ‘그래도 나는 기득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한다. 그러나 심한 성추행을 당한 어린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할 기회도 없다.’는 말이었다. 기자회견 후 혁신당에서 바로 반박 기사를 내보낸 것 역시 강미정의 지위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일부 언론에서 강미정 사태라고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강미정 대변인 탈당 기자회견이 있을 때까지 이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타임라인을 따라가 보았다. 처음 언론 보도는 4월 30일인데, 피해자가 혁신당 내부에서 비위 신고를 한 것은 4월 14일과 17일이라고 한다. 혁신당에서는 바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의 말은 다르다. “조사 개시와 외부기관 선정이 지체되고 번복되는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이 있었고, 가해자와 업무상 분리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사를 추적해보면 피해자 말에 신빙성이 더 많다. 혁신당은 5월 1일, 당이 이 문제를 인지한 지 약 2주 만에 가해자로 지목된 고위 당직자 ㄱ씨를 전날 직무 배제했다고 밝혔는데, 결국 4월 30일 언론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이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나서 접수 70여 일 만에야 가해자 1명은 제명(당적 박탈 및 출당), 다른 한 명은 당원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5월 2일 기사에서 더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혁신당에서 이 가해자 말고도 다른 당직자에 대해서도 직장내괴롭힘과 성 비위 등으로 3건이 접수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추행은 신고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볼 때 작은 당에서 신고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당내 성인지 감수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조국 전 대표의 태도다. 조국은 강민정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이 있던 날 저녁에서야 입장을 밝혔다. 조국은 ‘비당원 처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남 얘기 하듯 말했다. 그러자 혁신당 피해자 대리인은 ‘비당원이 의전 받으며 현충원 참배를 하느냐’며 조국 말의 모순을 지적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1969년 영화가 있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높은 직급에 오른 남자 이야기다. 1965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고봉산 작곡의 열심히 일하라는 교훈적인 노래도 있다. 그러나 강미정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을 보노라니 부당함을 시정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직급 없는 사람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암담하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