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棒です).” ‘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뜻의 일본말이다. 1982년 한 TV 방송 시리즈물 ‘거부실록’에서 공주 갑부 김갑순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자유당 정권 때 유행하고, 4.19 직후 김상돈 서울시장이 취임식에서 이 말을 인용해 회자됐다고 한다.
김갑순은 주변에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뿐이라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믿을 놈이 없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해먹을 궁 리뿐이다. 나라를 걱정이나 하는지 의심스럽다. 서민 입에서 ‘모두 도둑놈’이란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부인을 보호하려고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어이가 없지만, 정권을 거저 얻은 이재명 정부가 입법 권력으로 장난쳐, 법치를 희화화하는 것도 기가 찬다. 유죄를 무죄로, 무죄를 유죄로 만든다. 통일교와 유착했다고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던 민주당 인사가 정작 로비를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제 내놓고 ‘내로남불’이다.
특검 수사가 너무 편파적이다. 야당은 수사하고, 여당은 은폐한다. ‘김건희 특검’이 여권 연루 사실을 안 것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5일 법정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라면서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팀에) 말했다”라고 증언하면서 드러났다. 그제야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수천만 원대 금품수수 혐의를 경찰에게 넘겼다.
한겨레는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정치인 15명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 중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강선우 민주당 의원 등을 직접 접촉하며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윤 전 본부장은 대선 직전 “이재명 후 보 쪽에서도 다이렉트로 어머님(한학자 총재) 뵈려고 전화가 왔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은 국민의힘만 조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특검은 전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 최소 18명을 30차례 이상 조사했다. 민주당은 단 한 명도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민주당 관련자들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초에 통일교 자금 문제로 권성동 의원을 조사한 게 별건이었다. 특검이 기소한 24명 가운데 16명은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때는 특검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며 정당화했다. 수사가 아니라 야당 때려잡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진술은 정식 조서가 아닌 수사보고서만 만들었다.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의 법정 발언이 있고, 외부로 불거지자, 부랴부랴 입건 전 내사 사건 번호를 붙여 경찰에게 던져버렸다.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통일교 신도가 집단 입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8~9월 세 번이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 도했다. 결국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종교 권력에 기생한 정치 집단의 정당 해산은 불가피하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윤 전 본부장은 여당에도 입 당했다고 증언했다는 데도 말이다. 특검과 민주당이 짜고, 정치공세 한다고 의심받기에 꼭 알맞다.
이재명 대통령 개입은 화룡점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의 정치 개입 사례를 지적하면서 ‘종교재단 해산 명령’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9일 이 대통령은 “(종교)법인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체부는 통일부 재산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
갑자기 왜 이런 조치들이 나왔을까. 윤 전 본부장이 말을 뒤집었다. 그는 12일 “(여권 인사에게 금품을 줬다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 대통령의 경고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연루 진술이 없었다면 특검은 무엇을 경찰에게 넘긴 건가. 영화 ‘아수라’처럼 수사 기관이 도둑의 하수인, 조롱거리가 되어간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