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거센 바람과 폭우를 동반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불청객’으로 통한다. 하지만 태풍이 아예 사라진다면 지구는 평화로워질까. 국내 연구진이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답은 “아니오”였다.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스텍)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연구팀은 지난 40년간(1980~2020년)의 지구 수문 데이터를 분석해 태풍의 가뭄 완화 효과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태풍이 사라진 세계’를 가정해 컴퓨터 모델로 실험했다. 그 결과 태풍이 오지 않으면 토양 속 수분이 보충되지 않아 가뭄이 훨씬 가혹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 타격이 달랐다. 호주 등 오세아니아 같은 건조 지역은 태풍이 뿌리고 간 수분이 1년 안에 사라지기 때문에 태풍이 한 해만 걸러도 곧장 극심한 가뭄 재앙이 닥쳤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습윤 지역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은 강했지만, 태풍의 부재가 가뭄을 심화시키는 결정적 고리가 됐다.
감종훈 교수는 “그동안 태풍은 주로 피해 방지 차원에서만 논의됐지만, 사실은 가뭄을 막아주는 핵심 수자원 공급원”이라며 “미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태풍과 가뭄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기후 모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