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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최근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로 2천500여년을 소환되어 온 소크라테스, ‘테스형’ 가사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온다.그렇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 힘듦의 연속이다. 간신히 버텨 큰 힘듦 없이 살아간다 싶을 때,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또 다른 힘듦으로 찾아온다.‘테스 형’이라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냐하면,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 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당신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행복은 고통 없는 삶일까?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 값으로 생각하는 데에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행복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행복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세상을 살고 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과 관련해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등과 같은 경구들이 인용된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인생은 고해(苦海)이다. 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으면 좋든 싫든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고통을 만나면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친다. 우리의 태어남은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인생의 기본 값이기에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고통 또한 우리가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 인생의 기본 값이 고통이라는 것을 회피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주하면서, 그 참된 의미를 아는 순간부터 새로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그렇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는 다면 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오랫동안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제안받고 그 일을 본인이 선택하였다”면, 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그렇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을 받을지 선택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그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통을 두려워 하지마라. 고통을 회피 하지마라.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게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주제이다. 고통은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면서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당신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 다가올 기회가 주어졌음이니 이는 축복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2021-01-10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성공조건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코로나 사태로 항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매우 큰 항공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5~8%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두 번째는 아시아지역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있으나,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속 출현하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과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효과는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노선의 비중 축소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별 국가들도 소수의 허브공항 육성 대신에 개별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따라서 아시아지역의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편리하고 빠른 교통접근성만 확보된다면 항공수요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인 바운드(in bound) 해외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의 건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광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서 많은 외국 여행객들과 화물(물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제공항은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gateway)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최근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이 많은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항공수요(여객수요와 화물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주변에 물류산업, 바이오산업, 문화관광산업, 첨단제조업은 물론이고, 국제업무단지, 공항도시가 꽃을 피우는 현상을 볼 수 있다.특히 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은 향후 항공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친숙공항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공항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건은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30~4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철도의 건설과 접근도로망의 확충이다.인천공항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로부터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이전 서울의 관문공항이었던 김포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공항이 도쿄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1980년대 이전 도쿄의 관문공항이었던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우리나라의 다른 지방공항들도 새롭게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항공수요 확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항철도, 도로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접근교통망의 확충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대전과 세종시로부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항철도 및 BRT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이니 만큼, 특히 공항철도는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군사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1본이 민항전용 활주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돼야 연간 1천만∼1천500만 명 정도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아울러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하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지역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1-10

진덕여왕릉에 오르다

새해 첫 나들이를 갔다. 코로나19가 더 번지는 바람에 사람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인적드문 곳에 위치한 진덕여왕릉이 좋았다. 경주의 수 많은 유적지를 방문했던 우리도 이곳을 잘 몰랐고, 대중들조차 관심이 적은 곳이라 조용할 것이라 짐작했다. 역시 진입로부터 경주 시내가 아닌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다.반대 편에 차가 오면 길 한 쪽으로 피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골길을 몇 번 구불거리니 길 끝에 주차장이 나타났다. 맞은 편 소나무 숲으로 오솔길이 나 있었다. 조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할 만한 곳으로 잘 고른 선택이었다.산책길에 우리뿐인가 했더니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큰 개를 데리고, 또 마라톤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커플은 옷까지 맞춰입고 길을 오른다. 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는게 일상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내 사라졌다.우리가 진덕여왕릉에 오른 시간은 해거름 때였다. 능 주변에 소나무가 둘러서 있을거란 짐작에 나무사이로 드리운 햇살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역시나 한낮에 반짝였던 햇살이 오후에는 소나무 사이로 레이스커튼처럼 스며있었다. 어른어른거리는 햇살 사이로 봉긋한 능이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숨소리도 죽여가며 장관을 감상했다. 고요한 장면이 주는 행복이었다. 눈에 한껏 담은 다음에 그제서야 연신 카메라로 순간을 저장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오후 내내 능에 햇볕이 내려앉았다.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호석을 감상한다. 판에 새겨놓은 십이지신상이 세월에 깎여서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올해가 소띠 해이니 소를 찾아볼까 하고 들여다보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28대 진덕여왕은 그 유명한 27대 선덕여왕의 대를 이은 두 번째 여왕이며 성골로는 마지막 왕이다. 자녀가 없어서 사촌동생이 물려받았던 것이다. 선덕여왕릉은 여러번 둘러보았었다. 능을 오르는 숲길에 소나무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나 산 중턱에 위치한 분위기가 거의 진덕여왕릉과 비슷했다. 선덕여왕릉의 둘레에는 모양이 다른 자연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만든 호석의 초기 형식이었다. 진덕여왕은 재위 8년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기록에 나와있는데 호석의 모습이 너무 발전된 형식이었다.선덕여왕, 진덕여왕, 그 다음 왕인 김춘추의 능인 무열왕릉에는 호석이 없다. 그 다음 왕이 누군가, 문무대왕릉은 경주 양북면 앞 바다에 있으니 호석이 있을리 없다. 호석을 보려고 더 찾은 31대왕은 신문왕이다. 신문왕의 호석은 자연석을 다듬어 반듯하게 만든 돌을 3단으로 쌓아 올렸을 뿐 아직 넓은 판에 십이지신을 새긴 것은 보이지 않았다. 33대 성덕왕의 능에 드디어 십이지신상이 나타났다. 그러니 28대 진덕여왕의 능을 만들 즈음에 유행할 형식이 아닌 호석이었다.김순희 수필가또 십이지신상의 조각 수법도 경주에 남아 있는 8기의 능묘 가운데서 가장 빈약하여, 진덕여왕의 능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둘레돌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석을 깔고 그 밖에 난간을 세웠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부재가 상당히 많다. 무덤 앞에는 이외에 별다른 석조물이 없고, 후대에 만든 통로와 축대가 있다.과연 이 능이 진덕여왕이 맞을까? 아니면 후대에 누군가 능을 보수하며 바꿨나? 기록에는 “진덕여왕이 왕위에 있은 지 8년에 죽으니, 시호를 진덕이라 하고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고 하였는데, 이 사량부는 경주시의 남쪽 흥륜사(興輪寺) 터가 있는 일대로 추정되어 현재의 현곡리와는 정반대의 위치가 된다. 이 곳에 누운 분은 과연 누구일까, 잠시 다니러 온 우리가 그 비밀을 알기엔 너무 큰 그림이었다.가벼운 산책을 나왔다가 역사의 깊은 곳까지 나들이를 가버렸다. 따스한 눈길을 보내던 햇살도 저물어 길을 잃기 전에 현실세계로 돌아오려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 끝까지 안내를 해주느라 소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봄에 또 오겠다며 눈인사를 나눴다.

2021-01-10

울릉공항 등 미래 발전 위해 최선

김병수 울릉군수새로운 꿈과 희망의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꿈과 소망 모두 다 이루시고,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린다.지난해는 울릉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울릉경제의 근간이 되는 관광객이 급감했다.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울릉군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하지만,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울릉군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합심단결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군민의 불굴 저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하는 한해였다.정말로 힘겨운 재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열심히 달려온 울릉군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올해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군민들께 약속드린 공약사항 이행과 각종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군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한, 꿈이 있는 친환경 섬 건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울릉공항 개항, 대형카페리선 운항 등으로 관광수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에 대비해서 중장기 마스터플랜 계획을 수립, 추진전략과 중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해안 산책로 등 관광시설을 항구적으로 복구하고 우산국박물관, 남서일몰전망대 관광모노레일 등 새로운 관광 시설도 선보이겠다. 죽도 관광지 재개발과 울릉도 명산 성인봉(해발 987m) 원시림 탐방로 정비 등으로 기존 관광지를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급변하는 관광패턴에 적합한 관광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해서 많은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소비 심리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판매도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판매를 확대하여 지역 경기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살기 좋은 농·어촌으로 탈바꿈하고자, 울릉 화산섬 비즈니스 플랫폼구축과 어촌뉴딜 300사업 등 중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각종 농·어촌 정주기반 조성과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군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연이은 태풍으로 피해복구비 813억 원이라는 크나큰 피해를 보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앞으로 울릉군은 태풍 피해복구를 신속히 추진해서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울릉소방서 신축예정 부지에 하루빨리 소방서를 유치, 응급헬기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서 군민들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하겠다.군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군민의 삶의 현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소통과 섬김으로 군민과 함께하고 군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군정을 이끌어 나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울릉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관광 섬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해상날씨와 관계없이 주민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관광객 또한 100만 명대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울릉공항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하루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시행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공항공사를 하는 도중에도 가두봉 구간에 터널을 개설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항 건설과 함께 침체한 지역 경기도 부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울릉공항이 하루빨리 개항돼서 민족의 섬 독도와 함께 아름다운 울릉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울릉군민도 바다만 바라보면서 더 이상 애태우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적극적인 행정을 하겠다. 우리 공직자 모두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2021년 울릉군의 미래발전을 향한 희망의 길에 군민 여러분께서 늘 함께해주시고 큰 관심과 성원 당부드린다.

2021-01-10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 들다

윤영대 수필가새해 벽두부터 북극발 차가운 기운이 남으로 밀고 내려와서 한반도 전역이 얼어붙었다. 서해안은 폭설까지 덮쳤다. 한파 특보가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발효되고 포항도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전국이 영하권이다. 형산강이 얼고 울릉도엔 30cm 폭설이 내려 설국의 장관을 연출하고 제주는 57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렸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온 탓인가?‘소한 추위는 꾸어와서라도 한다’는 속담처럼 어디서 강추위를 한 보따리 꾸어왔는지 어제오늘의 추위가 매섭다. 우리나라의 겨울 추위는 대륙성 고기압인 저 북쪽 시베리아 기단의 활동에 기인하는데, 벌판에 하얗게 쌓인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대기의 하층 공기가 냉각되고 뭉쳐져 있는 그 힘을 대한 몰래 빌려온 것이리라. 찬 바람이 내려오면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어촌의 양식장 냉해 관리도 힘들게 되어 걱정이고, 얼어붙은 도로의 블랙아이스로 인해 교통사고가 많아지고 눈 위를 걸을 때는 미끌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하며, 수도관 동파나 옥외 전기시설의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이 펼치는 한파로 어차피 소한 땜을 한번 겪어야 할 것 같으니 외출 시 두껍게 차려입고 마스크를 꼭하고 모두가 각별한 주의로 이 겨울을 잘 지내야 하리라.추워지면 따뜻하게 하려다 보니 전열기들의 부하가 급증하여 전력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전력란도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전력 소비는 약 9천만KW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예비전력은 약 880만KW로 예비율 10% 정도로 다행이지만 한전에서도 석탄발전 감축과 LNG 306만톤 확보 등 안정적 전력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러한 추위에 사회적 배려계층의 에너지 바우처도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한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일상이 움추려드는 마음에 주위의 온도를 높이려고 애쓰지만 ‘적정 실내온도(20℃) 지키기’를 하며 에너지 사용을 적절히 잘 하여야 한다.삼한사온은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이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 겨울엔 춥고 따스함이 사나흘씩 반복되는 날씨의 추임새도 좋다. 겨울은 한 번쯤 추워야 한다. 그래야 흙 속의 해충도 죽고 나무들도 껍질을 두텁게 한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장작 등 땔감을 마련하고 문풍지를 바르고 했던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폭설에 교통이 막히고 나들이에는 불편하지만 겨울엔 눈도 와야 된다. 겨울 가뭄이 들면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의 목이 마르다.어제 아파트 정원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니 털복숭이 망울들이 올망졸망 달려있기에 몇 가지 꺾어서 가져왔다. 고깔 모양의 투명한 유리 화병에 꽂고 물을 주었더니 고맙다고 속삭이듯 생기가 도는 듯하다. 베란다에 잊혀진듯 놓여있는 화분에도 따뜻한 물 한 모금 주어 양지쪽에 두었다.‘대한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이 소한의 추위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모두 얼어 죽어서 대한이 지날 때쯤부터는 좀 더 따뜻한 이웃들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추위에 좋다는 생강차 한 잔 달이고 비타민C가 풍부하여 겨울철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황금색 귤을 까먹으며 이 겨울의 한파를 희망찬 마음으로 녹여보자.

2021-01-10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1인 가구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2019년 기준)라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거주공간들도 소형아파트나 소형주택이란 이름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전해 들은 고독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고독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고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이런 고독의 문제는 대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고,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잠재되어 있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이후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해지게 된다.최근에 필자는 60대의 1인 가구 여성을 심리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표면적인 호소는 잠을 못 잔다고 것이고 병원에서의 진단은 우울증이었다. 그녀를 세심하게 상담해보니 그녀의 문제의 본질은 고독이었다. 일찍이 사별하여 홀로 산 세월이 30년, 우연히 만난 이성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그러다가 결별. 그리고 찾아온 집착 및 우울. 그녀의 고독이 우울증이란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인 우울, 불안, 분노는 심한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생명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감정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감정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상담현장에서 느낄 때가 많다. 즉, 외로움도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감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지금까지 외로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고 SNS상의 구독과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오면 우리는 외롭다.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게 된다.외로움 때문에 술을, 외로움 때문에 친구를, 외로움 때문에 게임을, 외로움 때문에 도박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외로움이란 감정도 인간의 적응을 위해서 진화론적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외로우므로 친구를 찾고 연인을 찾고 결혼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외로움이 역시 오래가고 심하면 마음의 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가치유 내지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바야흐로 필요한 시대가 온 것으로 여겨진다.나의 ‘힐링을 노래하라’라는 책에는 100여 편 이상의 잠언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시들은 외로운 그 어느 날 하나씩 쓴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잘 보낸 긍정적 결과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그 시는 책으로 출판되고, 출판되면 뿌듯할 것이고, 더욱더 외로움을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가는 것이다.외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2021-01-10

소를 생각한다

나는 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은 나의 풍요로운 기억의 원천이다. ‘차부’에서 내려 고개를 하나 건너가면 나오는 첫 번째 집 외갓집엔 없는 짐승이 없었다. 소를 키우고 돼지를 키웠다. 뒤란에는 닭장도 있고 토끼장도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 댁에 사는 소는 누런 황소였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소 여물을 쑤는데, 쇠가마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던 광경이 떠오른다.공주 살 때는 아직도 달구지가 다녔다. 행길에 말도 있고 소도 있었는데, 소달구지가 태연히 버스 옆으로 지나다녔고 길에는 소똥이 푸짐한 모양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다. 대전 살 때 소는 이제 흔한 짐승이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 건너편에 피혁공장도 있고 뭣보다 도살장이 있어 거기서 소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소 잡는 게 무슨 구경거리일 것도 없는데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 죄 없는 짐승 죽는 거 보러 차마 가지는 못했다.나중에 문단에서 사람들을 여럿 사귀었는데 그중에는 고흥이 고향인 작가 전성태도 있었다. 그가 ‘소를 줍다’라는 소설을 썼는데, 소를 못 가진 집에서 자란 아이가 홍수에 떠내려온 소를 기르다 아버지가 주인 찾아 주는 바람에 애닯아 하는 얘기였다. 지금 이 소설은 중학생들 보는 교과서에도 나온다.좀 지내다 보니, 시 평론도 하게 됐는데, 이시영 시인이 뭐라 하는 제목의 시를 쓰셨다. 정육점 주인이 육괴를 이리저리 다 처리하고 쉬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한 사람이 살기 위해 고기를 늘 다루어야 하는 생활의 정경이 자못 안쓰럽고도 역설적으로 평화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백무산 시인이 소를 잡는 광경을 본 이야기를 시로 담아 읽었는데, 그 처참한 광경을 담담히 서술해 놓은 것이, 시가 보일 수 있는 한 진경을 그려놓은 것 같아 여러번 되풀이 음미해 보기도 했다.‘옛날’ 성실하고도 고독해 보이는 작가 황순원의 장편소설 가운데 ‘일월’이라는 것이 있다. 백정 집안의 피를 받고 태어난 한 인텔리 청년이 자신의 가문의 ‘비밀’에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는 이야기였다. 6·25 전쟁은 한국 사회에서 백정 계급을 최종적으로 해체시킨 역사적 사변이었을 텐데, 바로 그 뒷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작가 시마자키 도손이 쓴 ‘파계’의 ‘비밀’과 소 잡는 풍경을 이어받은 것이었다.소는 말없이, 최후까지, 남김없이 주는 희생일 것이다. 소를 생각하다 보니, 올 한 해는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1-07

코로나시대, 도서관에서 책을 테이크아웃 하라

조정희 대구 수성도서관장톨스토이의 지혜를 얻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생각을 깊이 해보는 숙고(熟考)이며, 두 번째가 경험에서 오는 것이며, 세 번째가 모방이 하나의 방법이라 했다. 우리는 지혜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다양한 학문을 토대로 한 문화강좌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하여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그 플랫폼으로 도서관을 활용했으며, 도서관 가까이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한다.이처럼 지혜의 보고였던 도서관 이용마저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위축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코로나가 소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모두들 숨죽여 있었으나 그 끝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국의 도서관들은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도서 택배서비스, 전자책 서비스, 부분개관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민에게 지혜의 책을 선물하고자 노력했다.대구 수성구 만촌1동에 위치한 수성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RFID 기반의 스마트도서관 구현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도서관 입구에 365일 무인자가반납기 1대, 자가대출반납기 3대 등을 설치해 이용자들의 자료이용(대출반납)에 편의성 및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시민들의 만족도 재고에 힘썼다.더불어, 바로 옆에는 올해 말을 개관목표로 대구시에서 지하 1층 지상3층의 대구생활문화센터 조성공사를 하고 있어 지역주민에게는 최고의 교육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리만큼 잘 가꾸어진 도서관을 전면 개방하지 못하고 부분개방만 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해소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제한되는 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온라인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정보격차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수성도서관 이용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도서관의 안전 수칙에만 따라주면 이용자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2021-01-07

‘MB·朴 사면론’ 역풍에 입지 좁아진 청와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던진 ‘MB·朴 사면론’이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무슨 꼼수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뜻밖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친문 골수 지지층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제안에 몰매를 가하고 이 대표가 한 발 두 발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돼가고 있다. 사면권이라는 고유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는 한없이 줄어들었다.사면 이슈에 관해 찬반이 팽팽한 국민 여론이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면 찬성 응답은 47.7%로, 반대 응답은 48.0%로 집계됐다. 무당층에서 찬성이 50.0%, 반대가 41.1%로 나타난 결과에 눈길이 간다.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면론에 대해 “사과와 반성 없는 사면 복권은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민주당이 사면에 ‘당사자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자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격앙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시중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노리개 취급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원조 친박’ 이정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극한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흥분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다수의 횡포’ 늪에 빠진 한국 정치의 기류를 바꿀 극적인 전환점이 되려면, 대통령이 큰 눈으로 판단해 단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이 중차대한 문제까지 ‘갈등 정치’의 먹잇감으로 악용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중도층의 찬성 여론을 깊이 읽는 게 옳지 않나 싶다.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