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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탈원전’은 엉터리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가 지난 2018년 6월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위해서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낮게 조작하여 평가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다만 이번 감사의 범위가 경제성 위주로 이뤄져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도 결론지었다. 어찌 됐든 이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위해서 평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어서 향후 여론변화가 주목된다.감사원은 한수원의 자체 경제성 평가와 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 연구용역 등을 종합 분석해 경제성 조작 의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 전력판매단가와 원전가동률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회계법인이 원전이용률을 낮추고 kWh(킬로와트시)당 전력판매단가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이 자료를 그냥 사용해 의도된 결과를 도출토록 했다는 것이다.감사원은 다만,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감사원은 또 조기폐쇄에 대한 고위 공무원들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의 비위행위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감사자료를 통보했다.한수원 정재훈 사장에겐 주의를 요구했고 감사 과정에서 자료 삭제 등 감사를 방해한 2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다.피감 기관의 악착같은 조직적 저항과 친정부적 성향 감사위원들의 파당적 행태에 막혀 결정발표까지 무려 1년이 걸린 이번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논리에서도 행태에서도 상식 이하라는 사실이 드러난 결과물이다. 계량하기 어려운 국익손실을 초래한 이 정권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그 치명적 허물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적 선동을 앞세워 수십 년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서 만들어낸 세계 일류 원전산업을 하루아침에 폭파한 이 같은 만행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 기강의 전범이 절실하다.

2020-10-20

김정은 체제의 3대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부친 김정일은 일찍부터 북한 권력의 상당 부분을 김일성과 분점하였다. 그해 비해 1984년생 김정은은 부친 사망으로 27세에 갑자기 최고 통치자로 추대되었다. 백두 수령론에 의해 권력을 승계한 그는 집권 초기 내부적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핵과 경제 발전의 병진정책을 펼쳤다. 선대와 달리 서구 유학경력을 가진 그가 북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 제재, 코로나 전염, 수재는 북한 경제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 김정은의 당면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김정은이 대외여론을 무시하고 개발한 핵무기의 부메랑이다. 김정은은 핵개발을 통해 대미 협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의 선행을 요구하면서 그 협상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원했으나 무위로 끝나버렸다. 현 상황에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의 회생은 사실상 어렵다.코로나19의 폭발적인 전파는 북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선전하지만 그 사실 여부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방역당국은 북·중 국경지대와 동서 해안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의료 보건체제가 형편없는 북한으로서는 코로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후진적인 조치이다. 이번 서해안 남한 공무원 실종자 총살도 북한의 방역 비상체제가 초래한 비극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차단과 내부의 주민 통제는 중국과의 소규모 밀무역마저 막아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지난번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은 남북한에 동시 피해를 입혔다. 한반도 남북의 기상여건은 비슷한데도 수재는 북한에 집중되었다. 여러 해 전 북한지역을 다녀보았지만 북한의 야산에는 나무 한 포기도 없는 민둥산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 결과이다. 그래서 북한지역은 비만 오면 홍수가 초래되고 그 피해는 엄청나다. 최근 북한 언론이 수재 현장의 ‘김정은 지도자 동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도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하였다.이러한 3대 위기는 결국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직결된다. 북한에서 인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해결치 못하면 결국 수령에 대한 불만으로 누적된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내부 권력 주변의 소수 불평분자를 과감히 척결하였다. 그러나 인민들의 생존을 위한 불평은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고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범 수용소 수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북한도 이미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정보사회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은이 ‘애민 정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전면 폐기할 수도 없고,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할 수도 없다. 이것이 김정은 체제의 위기 극복의 가장 큰 딜레마이다.

2020-10-20

채식 웰빙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오곡백과 익어가는 먹거리 풍성한 가을이다. 작물의 뿌리나 잎, 열매 등 어느 것 하나 먹거나 수확하지 않을 것이 없는 계절, 들판에서는 봄이나 여름에 심거나 뿌린 농작물의 온갖 결실을 한창 거둬들이고 있다.지난 주말 텃밭에서 뜯은 손바닥보다 더 넓은 배추잎으로 쌈을 싸먹으니 한결 푸졌다. 집 한 켠의 손바닥만한 텃밭에 몇 포기 심어놓은 배추와 가을상추가 어느새 제법 자라 얼굴을 가릴 정도로 넓고 파릇한 잎을 드리우고 있다. 몇몇 포기에는 배추벌레의 엄습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거나 갉아먹은 흔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손수 물을 주며 병충해 약 한번 치지 않고 수시로 배추벌레를 잡아내서 인지, 벌레가 해친 배추잎을 함께 따서 쌈으로 싸먹거나 삶아서 무쳐 먹으니 은근히 맛나고 식감마저 좋아짐은 왜일까?어릴 때부터 달리 먹을 것도 없었겠지만 당시엔 거의 나물 위주로 먹고 자라선지 필자는 요즘도 유난히 푸성귀를 즐겨 먹고 있다. 초, 중학교엘 오가면서 땅찔레나 밭둑에 흔한 시큼한 시금치를 숱하게 꺾어서 먹었고 미나리, 씀바귀, 열무, 정구지, 배추 등을 무치거나 부침개로 해서 고픈 배를 채웠었다. 오죽했으면 교수로 있는 친구 시인이 필자 더러 ‘안동 물한리의 나물을 좋아하는 촌사람이다’라고 표현했을까.요즘 들어 대부분의 식습관이 서구화, 간편화 돼선지 채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른바 채식과 생식에 가까울수록 건강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비건(vegan·채식주의자)이 늘어날수록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는데 보탬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채식은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매카트니의 ‘고기 없는 월요일(Meat-free Monday)’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안 먹는 것만으로 자기 몸도 건강해지고 그만큼 지구온난화 위협 요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육류 생산이 전체 온실기체 방출의 최소 51%를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의 10억 마리 소들이 되새김질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많아져 심장혈관성 질환의 원인이 되고, 각종 항생제를 투여한 동물의 고기를 사람이 먹을 경우 그 약물이 체내에 그대로 흡수돼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잘 먹어야 건강하고 잘 살 수 있다. 가이아이론에 따르면 지구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라는 것이다. 사람 몸 속에 있는 다섯 가지의 장기도 땅과, 물, 지구와 관계되듯이 오장(五臟)과 오미(五味)도 자연과 조화되고 연계된다. 채소, 곡물 등 색깔을 살린 칼라푸드, 노벨푸드를 많이 섭취할수록 사람의 몸은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이 이뤄진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고, 채식과 생식의 조화로운 식생활을 개선하면 갑갑한 일상에 새로운 활기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2020-10-20

‘오그라들다’, 그리고 ‘진지충’이라는 말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우지마라 하고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저 산은 내게 잊으라잊어버리라 하고내 가슴을 쓸어내리네아 그러나 한줄기바람처럼 살다 가고파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떠도는 바람처럼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내려가라 하네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양희은의 ‘한계령’ 중가을이 되면 나는 꼭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특히 이 노래, ‘한계령’은 가을에 세상을 떠난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 중 하나여서 더욱 사무친다. 올해도 별 생각 없이 가을을 맞아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 노래가 언제 나온 것인지 궁금해졌다.1985년. 이 노래를 부를 당시 양희은은 지금의 나와 같은 서른네 살이었고, 그 노래를 좋아하던 우리 엄마는 스물여섯 살이었다.정덕수 시인의 ‘한계령에서’라는 연작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하덕규가 작사, 작곡한 ‘한계령’의 주제는 인생이다. 세상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바람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곡이다. 나는 새삼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1985년 당시에는 이와 같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곡이 2030세대의 히트곡이 될 수도 있었구나.또 하루 멀어져 간다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점점 더 멀어져간다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중1994년 김광석의 앨범을 통해 발표된 강승원 작사, 작곡의 노래 ‘서른 즈음에’ 에도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나타난다. 나의 기억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 내 가슴 속은 공허해지기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삶 자체를 관통하는 철학적인 질문이다. 이토록 진지한 질문을 김광석과 강승원은 그야말로 ‘서른 즈음에’ 자신에게 던지고 있다.이러한 이야기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신기하기까지 한 것은 그런 진지한 대화가 나와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도통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우리는 유튜브에서 본 재미난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느 연예인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며칠 전 우연히 마주친 어여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새로 개봉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르기 전에 팔아버린 주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진작에 샀어야 했을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나이를 관통하는 인생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사랑과 이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대중가요에서도 그런 진지함은 찾아보기가 어렵다.우리는 확실히 점점 진지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학부시절 과 학생회실에서 오래된 노트 수십 권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1980~90년대 학번 선배들이 학생회실에 방문할 때마다 적어 내려간 공동 일기장 같은 것이었다.저마다의 고민과 사상을 진지하게 장문으로 적어낸 노트는 이후 개인 홈페이지로 대체되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거치며 활자의 양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는 활자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SNS매체인 인스타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활자의 양이 줄었다는 것은 할 말이 줄었다는 것이고, 할 말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진지한 사고의 빈도가 줄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우리가 진지해지는 것을 가로막는 말들이 있다. 하나는 ‘오그라든다’는 말이다. 예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 ‘오그라든다’는 말을 듣게 될까봐 삼키게 되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표현은 2002~2003년 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행하게 되었고 꾸준히 확산되어 이제는 일상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원래는 어느 유머 게시물의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문장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이후 ‘오그라든다’는 축약형이나 ‘오글오글’이라는 의태어로 매우 창피한 기분이 들었을 때, 충격과 공포를 느낄 때,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만 한 것을 보았을 때, 유치한 것을 마주할 때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누군가의 진지한 언행을 마주할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진지한 언행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어색함을 동반한다. 그때 누군가 ‘어휴, 오그라들어’ 하고 말한다면 받게 될 타박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도저히 진지해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한 술 더 떠서 ‘진지충’이라는 표현이 있다. 웃자고 하는 말에 과도하게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사용했던 ‘진지병’이라는 말로부터 비롯된 말이다.‘진지병’은 원래 부적절한 상황에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만 사용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진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곤 하는 이를 일컬어 그 상황의 적절성을 막론하고 ‘진지충’이라 부르는 풍조가 생겼다. 여기서 ‘-충’은 명백한 혐오의 표현이다. 요즘 우리들이 진지한 분위기를 얼마나 혐오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어째서 우리는 이처럼 진지한 대화를 혐오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추측하건대 나는 그것이 우리가 처한 경제적 상황과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우리 세대를 일컬어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했다. 그에 따른 박탈감은 우리에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막대한 양의 고민을 선사했다. 그런데 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인 세대에게 그런 식의 에너지 소비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일 수 있다. 진지한 대화에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 철학이니 인생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지.나는 우리 세대에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 머릿속의 사전에서 ‘오그라들다’와 ‘진지충’을 삭제할 것을. 진지한 대화의 실종은 우리의 삶을 인문학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누구도 이 두 단어를 두려워함으로써 진지한 대화를 삼키고 마는 일이 없도록, 서로에게 건네는 진지한 대화를 반기며 귀를 기울일 것을 권하고 싶다. 삶이 아무리 각박해도 각자가 각자의 삶에 대해 어설픈 철학이나마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2020-10-20

주사파와 민주유공자

강희룡 서예가한국은 제1공화국이었던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네 번의 민주항쟁을 겪는다. 첫 번째가 1960년 4·19혁명이다. 그 해 이승만정권의 3·15부정선거로 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국민까지 확대된 반독재투쟁으로 민주주의 혁명의 뿌리였다. 두 번째로 1979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독재에 저항해 10월 16일부터 5일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이다. 셋째가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이다. 전두환과 육사출신 하나회의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이 성공하여 이들이 정치실권자로 떠오르자 광주지역 대학생들이 5월 18일에 김대중 석방과 전두환 퇴진, 비상계엄해제를 외치며 일어나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유혈항쟁이었다. 네 번째가 1987년 6월에 일어난 6·10민주항쟁이다. 서울대 학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이한열의 죽음이 동기가 된 이 시위로 인해 6월 29일에 당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서 정권교체의 계기와 민주화를 이루는 디딤돌을 만들었다.이 민주항쟁과정에서 1986년 초부터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은 남한의 반체제 학생운동세력인 주사파가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사파는 학생운동에서 대학별로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를 조직하여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바탕으로 자민투를 앞세워 1987년 주요 대학들의 운동권을 장악한 뒤 각 대학의 학생회까지 장악해 일반학생까지 반미투쟁과 혁명투쟁에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 학생들이 1987년 선봉에서 6·10항쟁을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국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사회주의혁명을 이루려는 운동권의 다수파로 민족해방(NL)의 한 분파이다.노동운동분야에서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이후 국회의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그 정당을 지지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확립되어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활동무대가 확대되고 주도권도 더욱 강화됐다. 이들이 본 한국사회의 기본모순은 한국 민중과 미국 간의 민족모순과 한국 민중과 자본계급 간의 계급모순으로 분류해 두 모순 가운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민족모순으로 정한 뒤 반미투쟁과 사회주의혁명을 위해 민족해방투쟁부터 우선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이중성은 한국사회의 특징이다.일부는 전향했지만 지금처럼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 중심에 전면적으로 진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다. 민주화 과정에는 진정한 민주화세력이 있는 반면, 체제전복(顚覆)으로 사회주의혁명을 목표로 하는 세력도 있다. 30년 세월을 거쳐서 지금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된 과거 386운동권의 위선이 드러나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내세우는 정치적 정당성도 사라졌다.그릇된 도덕적 우월의식이 자기성찰을 방해해 부끄러움마저 없어졌다.그들은 지금 기득권층에서 민주유공자로 둔갑하여 권력의 중심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의 무게를 기억한다면 국민들의 냉철함만이 우리사회에서 가짜들을 솎아낼 수 있다. 나라의 흥망이나 참 민주주의는 결국 성숙한 국민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2020-10-19

묘비명을 비추면 삶의 길이 보인다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몇년전 해외연수 차 공무로 미국을 경유한 남미 3개주(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를 다녀온 바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무엇보다 이전의 여행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주 특별한 곳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레콜레타 공동묘지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자리한 이곳에는 아르헨티나 역대 대통령과 우리에게 에비타로 잘 알려진 에바 페론의 묘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묘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대도시 한가운데 잠들어 있는 곳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산책길이 되고 관광명소가 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생소할 만큼 문화적인 차이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문명비평가였던 임어당 선생의 ‘무덤을 거닐며’라는 시가 있다. “무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어 있다. 살아있을 때는 지위나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웠구나.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생전에 탁월한 용맹성과 출중한 인품으로 영국에서 중세기사의 표상으로 존경 받는 흑태자 에드워드의 묘비에는 “지나가는 이여 나를 기억하라. 지금 그대가 살아있듯이 한때는 나 또한 살아 있었노라. 내가 지금 잠들어 있듯이 그대 또한 반드시 잠들리라”라고 적혀있다.‘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말을 너무나도 지당해서 대충 흘려 듣기 일쑤다. 지금 이 시간도 나는 늙어가고 있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남들과 다투거나 거짓과 미움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양심으로, 정직한 충성으로 불의와 타협을 거부한 삶이었지만 헨리8세가 반역의 누명을 씌워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고 400년 후 복권된 토마스 모어의 묘비에는 성자의 칭호와 함께 ‘고결한 양심, 불멸의 영혼 여기 잠들다’로 새겨져 있다.한평생 사랑으로 세계의 교육계에 혁신적 영향을 끼친 페스탈로치 묘비명은 ‘가난한 자의 구조자, 고아의 아버지, 새로운 학교의 창시자, 참된 인간, 선량한 시민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의 이름에 은혜가 있기를….’로 되어 있다.숭고한 삶을 마감하고 잠들어 있는 위인들의 묘비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날마다 죽음과 만나는 어느 묘지 가이드가 남긴 말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인생의 길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만 인생의 두께나 농도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묘지를 거닐면 현재를 사랑하게 된다.’ 한 문장을 덧붙인다면 그리고 묘비명을 비추면 남은 삶의 길이 보인다.비록 오늘은 삶의 한가운데 있더라도 하나님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내밀었을 때 나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도 허무, 실패, 좌절 같은 단어들이 짓눌러 오는 삶의 무게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면 먼저 간 위대한 선현들의 묘비명을 한번쯤 읽어보면 어떨까 권유해 본다.

2020-10-19

경계를 마주하다

경계는 기준에 의해 양분되는 한계이며 끝과 시작을 연결하는 변화의 기준이기도 하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에서는 방향을 결정해야만 하는 긴장감의 순간이 된다.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경계에 선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힘겹게 눈을 떠야 하고, 아침과 오전의 경계에서 일터로 갈 채비로 분주해진다. 집과 직장의 경계에서는 늦지 않기 위해 어느 길로 가야 하나 고심하고,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서는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한다. 오후와 저녁의 경계에서는 술 한잔의 유혹에 빠지고, 일과 삶의 경계에서는 항상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의 삶을 꿈꾼다.그래서 경계는 선택이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필연적 선택의 순간이다. 흘러왔던 과정과 경계에서 느끼는 결과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선상(線上)이다. 경계의 선상에서는 누구나 조급해진다. 끊어진 흐름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조급함이다.나는 경계에 대한 사진 작업을 통해 경계 선상에서 한발 물러나 그 경계와 마주하고 있다. 경계 선상에서 나를 분리하고 객관적 관점에서 그 경계를 조망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경계와 거리를 두고 마주하다 보면 경계는 마지막도 시작도 아닌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이어져 가는 흐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계는 조급한 단절도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절박함도 아니다. 경계는 흐름이다./김만기(사진작가)

2020-10-19

해도 해도 너무하다

남편은 몇 년째 대장내시경을 했다. 검사를 할 때마다 암탉이 알 품듯 노른자가 올망졸망 붙어 있었다. 매달린 혹이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으나, 무슨 자신감인지 이번 검사가 마지막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했다. 검사를 앞두고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가벼웠다.아침에 흰죽을 끓였다. 내시경 검사 전날의 식사는 묽은 죽이었다. 쌀을 씻어 죽을 쑤는데 팔이 저렸다. 꾀가 살살 났다. 네이버양에게 물으니 간단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밥을 지은 후에 쌀뜨물을 부어 다시 끓였더니 시간도 단축되고 팔도 아프지 않았다. 일은 닥치면 요령이 생기는 모양이다.예전, 몸져누운 엄마는 매일 죽을 먹었다. 엄마의 입맛을 살펴가며 올케가 끓이는 죽은 아주 다양했다. 매 끼마다 죽을 차리는 것이 대단해서 고맙다고 하자 올케는 자꾸 하다보면 어렵지가 않다고 했다. 갑자기 흰죽 하나 끓이면서 쩔쩔매는 내가 우스웠다. 남편은 검사 전날 저녁부터 병원에서 받아 온 물약만을 마셨다. 저녁상 차릴 일이 없으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나는 할 일이 없으면 깨를 볶는 버릇이 있다. 미뤄두었던 참깨부터 볶았다. 톡톡 튀는 참깨 냄새로 집안이 온통 고소했다. 절반은 깨소금으로 찧었다. 깨소금 냄새에 코가 실룩거리면서 기분이 들떴다. 이왕에 궁중 팬 열기가 남았으니 들깨도 볶았다. 깨들이 정신없이 춤을 추었다.들깨를 볶다가 떡 본 김에 깨강정이 생각났다. 들깨에 노란 잣을 한줌 넣고 설탕과 조청으로 버무렸다. 그것을 쟁반에 담아 소주병으로 납작하게 굴렸다. 네모, 마름모꼴로 쓱쓱 썰었다. 한 놈을 깨물어보니 입에 짝 달라붙었다. 맛도 모양도 앙증스러워 내심 뿌듯했다.그때였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남편이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나왔다. 소복이 담아놓은 깨강정을 보더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 독사 독 올리느냐.” 며 화를 벌컥 냈다. 유난히 깨강정을 좋아하는 남편이기에 앞에 놓인 강정을 보자마자 고꾸라질듯 휘청거렸다. 죽 한 그릇으로 수십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 앞에서 아이쿠, 싶었다. 더군다나 깨 같은 씨앗 종류는 금식 중에서도 절대 먹지 말아야하는 음식이 아니던가.눈치가 빠르면 절간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대장내시경 준비로 물만 먹고 있는 사람 앞에서 눈치도 없이 집안에 있는 깨란 깨는 다 꺼내어 볶았으니, 그것도 모자라 깨강정까지 만들었으니, 이일을 어쩌랴. 눈치 없는 것도 큰 병이다.내가 생각해도 이번 일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최경하(경주시 현곡면)

2020-10-19

참새미(참샘)진로와 청이슬

흥해 새말리 논 한가운데 ‘참샘’이라는 곳이 있다.여름에는 찬물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다. 우리 남편 어릴 적에 낮에는 남자들이. 밤에는 여자들이 목욕하던 노천탕이었다고 한다. 작은 웅덩이 보다 좀 더 큰 곳이었는데 지금은 ‘새말리 참샘 공원’이라고 하여 종종 어린애들 손잡고 견학을 오기도 한다.여름 햇볕 쨍쨍 하던 날.우리 아들과 친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참샘에서 정말 손톱만한 청개구리를 한 마리 잡아와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개구리를 엄마, 아빠, 가족들과 같이 살게 놔두지 이산가족 만들지 말고 놔 주라고 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아들 친구가 자기집에 가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전화로 엄마한테 허락을 받자마자 좋아하며 “진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왜 이름이 진로니” 하고 물어보니 유튜브에서 본 개구리 광고에서 “진로”라고 했단다. 개구리와 두꺼비도 구별 못하는 촌놈들.진로를 키울 사육통도 사고 인테리어에 쓸 수초와 자갈도 사서 집을 꾸몄다. 그렇게 반려동물이 되어 버린 진로가 외롭다며 그 다음 주에 참샘에 가서 ‘참이슬’을 데리고 왔다.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개구리 보기 힘드니 100마리쯤 잡아서 분양할까 하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아이쿠! 참새미 개구리들 야단났네~뱀보다 더 무서운 얘들이 나타났다.어떻게 알려줄까?개굴~개굴~개굴~~~모두 도망가!다음에 잡히면 금복주다.여름내내 주말마다 참샘에 가서 개구리 잡고 놀던 얘들이 벼가 익어가는 지금은 매미채를 가지고 가서 미꾸라지를 잡고 잠자리를 잡고 논다.참샘의 모습도 달라졌고 놀던 아이들도 바뀌었지만 많은 이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한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이다. /전효선(포항시 북구 흥해읍)

2020-10-19

언니들이 간다

나는 모임이 여러 개다. 글 쓰는 모임에 독서토론모임이 셋, 대학 동기 모임, 남편 대학 동문 마누라 모임도 있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 만나는 대학 동기 모임을 오늘 했다. 멤버는 여덟 명이다. 수연이를 빼면 모두 언니들이다. 17살 많은 언니부터 한 살 위 언니까지 나이도 다양하다.H 언니는 악기를 배워 봉사활동을 다니고 어린이집도 일도 하며 아이를 셋이나 어여쁘게 키웠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Y 언니는 늘씬한 키에 늘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어여뿐 여인이다. 내가 그녀를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남의 흉을 보는 걸 보지 못했다. 모두 아주 참한 여자들이다.가장 배울 점은 긍정적이라는 거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웃느라 배가 아플 지경이다. 또 추진력이 뛰어나 말이 나오면 바로 실천이다. 지난달 모임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다가 대구 코스트코에 한번 가자고 했더니 당장 가자는 거다. 나는 하이힐을 신었다니까 차 트렁크에 고무신 하나를 빌려주며 나서자 한다. 내 쪼그만 모닝에 올라타고 대구까지 가는 내내 언니들의 수다는 끝나지 않았고 돌아올 때까지 한 사람도 지치지 않고 서로를 웃겨주었다.영덕에서 새벽부터 떡을 찌고 장미를 만들어 올린 케이크를 준비해오는 K 언니. 마침 내일이 H 언니 생일날이라 우리는 삼계탕집에서 축하 송을 불러줬다.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말이다.불국사 야경을 보러 갔다. 가을이 물든 산사의 서늘함이 참 좋았다. 특히 해가 지고 나니 경내에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라 고요함 그 자체였다. 우리 발소리와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뿐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사람들끼리라 어두워지는 그 순간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다보탑 위로 달이 뜬다.다음 달엔 K 언니에게 떡 만드는 걸 배우기로 했다. 씩씩한 언니들이 앞서가는 길, 나는 늘 숨이 차지만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 뒤를 따른다./김순혜(포항시 북구 흥해읍)

2020-10-19

고대 최고의 조각 작품 ‘라오콘’군상

1506년 1월 14일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의 포도밭 주인 펠리체 데 프레디스는 땅을 파던 중 화려하게 장식된 궤짝 하나를 발견해 문화재 관리 당국에 알렸다. 이 소식을 보고 받은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술가 미켈란젤로를 현장에 급파했다. 궤짝을 열자 그곳에는 대리석 조각의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미켈란젤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예술의 경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바로 전설처럼 얘기로만 전해지던 고대의 ‘라오콘’ 군상이었기 때문이다.박학다식했던 고대 로마의 지식인 대(大) 플리니우스(23∼79)는 이 조각 작품을 티투스 황제의 궁전에서 직접 본 적이 있으며 최고의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천년 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바로 그 조각 작품의 파편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미켈란젤로의 흥분이 충분히 이해된다.그런데 사실 로마 포도밭에서 발견된 조각상은 ‘라오콘’군상의 원본이 아니다. 원본은 기원전 200년 경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발굴된 대리석 작품은 이를 복제한 것으로 기원전 27년과 기원후 68년 사이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조각 작품에서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두 아들과 함께 거대한 뱀에 의해 잡아먹히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남성은 고대 그리스의 신관 라오콘으로 조각은 그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라오콘에 관한 이야기는 플리니우스가 쓴 문헌과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자신의 비극에서 라오콘의 운명을 다뤘지만 망실되고 말았다. 플리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라오콘은 신들의 명을 거역하고 결혼을 했고 불경스럽게 제단에서 아이까지 낳으면서 벌을 받았다고 한다.비록 청동 조각 원본은 아니지만 ‘라오콘’군상의 발굴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미술작품에 대한 미학적 평가와 관련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미술사 연구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라오콘’군상은 계몽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1729∼1783)에게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미술과 문학을 비롯한 예술 여러 분야의 고유한 특성과 한계를 밝혀냈다. ‘라오콘’ 군상에서 고대 그리스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찾아낸 인물은 요한 요이킴 빙켈만(1717∼1768)이다. 1755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의 저서 ‘회화와 조각에서 그리스 작품의 모방에 관한 고찰’에서 ‘라오콘’ 군상을 “미술의 완전한 규범”이라고 묘사하며, 그 안에서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을 양식적 특징으로 발견했다. 빙켈만은 고대 조각 작품에서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저항하는 라오콘을 보았다. 마주한 고통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남자의 모든 근육은 긴장돼 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극도의 고통을 절제를 통해 미학적으로 승화한 고대 조각상에 대한 빙켈만의 찬양은 당시 유행했던 장식적이고 현학적인 로코코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포도밭에 묻혀 있던 궤짝 속 조각 파편들은 바티칸으로 옮겨져 복원됐다. 망실된 오른팔은 미켈란젤로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1515년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프랑스의 르네상스 군주 프랑수아 1세는 전리품으로 ‘라오콘’군상을 요구했고 교황 레오10세는 미술가 반디넬리에게 모작을 만들도록 해 이를 프랑스로 보냈다. 몇 세기가 지난 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배상금으로 다시 한 번 ‘라오콘’군상을 요구했다. 1797년 ‘라오콘’ 군상 원작을 전리품으로 챙겨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이를 박물관에 전시했다. 조각은 1815년 나폴레옹 패망 이후에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1906년 고고학자이자 고미술품 거래상이었던 루드비히 폴락(1868∼1943)이 나무 궤짝이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대리석 조각 잔해 하나를 발견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1957년 망실되어 미켈란젤로가 대체한 라오콘의 오른팔로 밝혀져 다시 한 번 복원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김석모 미술사학자

2020-10-19

하루하루 경전을 읽듯… 군위 오도암(梧道庵)

하늘 정원을 향하는 길은 인파의 물결로 가득하다. 하늘은 흐리고 억새는 하얗게 부풀어 시리다. 청운대 절벽에 자리 잡은 서당굴은 원효가 6년간 수도해 깨달음을 얻은 수도석굴이다. 접근조차 쉽지 않은 천인절벽에 어떻게 굴을 만들었는지 쉽게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팔공산의 천기가 서려 있어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정신이 맑아진다는 좌선대 이야기도 결코 빈말이 아닌 듯하다.오도암은 쏟아질 듯 가파른 나무계단을 끝없이 내려가야 한다. 툭 트인 경관이나 송신소의 탑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묵묵히 긴장을 놓치지 않고 아래로아래로만 향한다. 오도암까지 714계단, 남은 거리가 줄어들수록 올라올 일에 대한 걱정이 무게를 더한다.더 이상의 나무 계단은 보이지 않고 열려 있는 사립문 너머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당황스럽다. 거북이 형상의 나지막한 돌탑 뒤로 무릉도원처럼 숨어 있는 암자, 소박한 풍요로움이 보인다. 시끌벅적한 소리는 모조리 숲에 흡수되고 말지만, 어수선함 속으로 구겨넣듯 나를 밀어넣고 싶지가 않다. 산문 앞에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린다.한 차례의 등산객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뒤 절은 조용해졌지만, 소란함 뒤에 찾아온 고요는 어딘지 어색하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대웅전, 활짝 열린 법당문 안으로 허리 꼿꼿한 어느 보살님의 뒷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 관음전 법당에도 경전을 읽고 있는 처사님이 보이고 스님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느라 정신이 없다.언제 소란스러웠느냐는 듯 모두가 자기 일에 빠져 있다. 적송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절 뒤로 청운대가 하늘을 떠받치듯 신비스럽다. 나는 티 없는 암자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마당을 서성이고, 남편은 어느 새 대웅전 법당에서 백팔 배를 시작하고 있다.오도암은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963년까지 폐사로 남아 있다 운부암 선원장 불산스님의 원력으로 천년고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일타스님이 썼다는 불인선원(佛印禪院) 현판이 토담벽에 걸려 무구한 그리움을 더한다. 부처로부터 직접 인가를 받은 곳이란 뜻이다.선지식 일타스님이 생전에 이곳에서 일주일만 살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 했다는 오도암 마당을 나는 훌쩍 바람처럼 달려와 감격하고 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도암의 언어 앞에서 잠시 시간이 멈춘다. 오늘은 삼배의 예만 갖추기로 했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경전을 읽는 불자의 자태가 부처님보다 크게 다가온다. 오래 머물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법당을 빠져나온다.요사채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방하각이란 나무정자를 지나자 숲 속에 투박한 나무집 하나 홀로 쓸쓸하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오두막은 스님의 수행 공간인 듯, 단호하면서도 고독하다. 문명사회에 반대하며 월든 호숫가에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오른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영적 자아를 발견하던 그의 오두막 풍경도 이보다는 풍족했으리.‘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어록을 되새기며 깨달음을 구하는 스님을 위해 오두막도 좌선 중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섬처럼 홀로 떠 있는 오두막, 멜랑콜리한 감성은 달아난 지 오래다. 잃어버린 여름이 떠오르고 묵직한 가을이 자꾸만 내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나는 마당가 통나무벤치에 앉아 경전에 빠져 있는 두 불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대웅전과 관음전에 떨어져 앉아 금강경을 읽고 있는 두 분은 아무래도 부부 같다. 같은 방향을 걷고 있는 삶의 자세가 그윽하다. 스님은 키 낮은 아궁이에 온몸 낮춰 불을 지피고, 뒤란에서는 차담을 나누는 도반들의 대화가 익어가고 있다. 고요한 성실성이 암자를 밝힌다. 무심코 산문을 들어서는 등산객의 투박한 발걸음조차 평온하게 녹아든다.잠시 경전을 읽다 휴식을 취하러 나온 불자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선한 눈매와 차분한 말투, 그 안에 오래도록 쌓아올린 견고한 탑 하나 보인다. 휴일이면 오도암에 와서 경전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는 부부가 존경스럽다. 나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평범한 이의 낮고 조용한 발걸음에서 오는 울림은 크다. 대책없이 그 삶의 자세를 탐낸다.나조차 몰랐던 헛된 욕심에 붙들려 세월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계절은 또 쓸쓸히 멀어져 갈 것이다. 운이 좋아 땔감을 가지러 산문을 나서는 스님과 마주친다. 환한 미소가 편안하다. 몸과 영혼이 건강해 보이는 석범 스님이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선뜻 들어서지 못한 나와 달리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불자님과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스님, 내 쪽으로 외로운 바람이 분다.조낭희 수필가휴일이라 등산객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날 사시예불에 참석해 보기로 약속하며 산을 내려온다. 남편은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고, 나는 무명의 어둠에 갇혀 파닥거리는 스스로를 부축하며 산을 내려온다. 이 가을도 나를 기도하게 만든다.삶의 근간은 성실이다. 섣부른 열정에 기만당하고 싶지 않아 나는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정직한지 되묻는다. 하지만 원효 구도의 길은 흔들림 없이 평온하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 스스로를 맡긴 채 물들고 있었다.

2020-10-19

포항경제 효자 과메기…수급 안정책 찾아야

본격적인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그러나 꽁치어획량 감소로 과메기 출하시기가 늦어지고 값도 오를 전망이라 한다.전국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포항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로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겨울 한철 과메기 생산으로 생산어민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효자노릇 하는 식품이다. 과메기 생산을 통해 포항의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그러나 올해도 작년에 이어 어획량이 감소해 예년이면 10월 중하순께는 출하가 됐던 과메기가 올해는 10월말이나 11월초순이 돼야 선을 보일 것이라 한다.과메기의 원료가 되는 꽁치 어획량이 줄고 있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생산어민과 관련협회도 대안 모색에 늘 걱정이다. 과메기 생산량도 2017년 3천213t이었으나 2018년에는 2천542t, 2019년 2천95t 등으로 줄어 원료난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과메기 원료인 꽁치의 어획량이 주는 것은 중국 어선들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치어 등을 마구잡이 싹쓸이해 꽁치 개체수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또 꽁치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수가 줄어 꽁치 성장환경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 한다. 이런 문제는 단숨에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일부 어민들은 꽁치 대신 원조 과메기의 재료였던 청어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도 한다.포항의 과메기는 2007년 정부로부터 과메기 산업특구로 지정받아 관련 산업을 육성해 왔다. 지금은 포항하면 과메기라 할 정도로 과메기가 포항의 유명 브랜드가 됐다. 이제 포항의 브랜드를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전국 유일의 과메기 생산지로서 더욱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과메기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고 바닷가 바람에 건조시켜 만든 독특한 맛으로 이제 전국의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과메기는 원래 청어가 원재료이었으나 청어의 생산이 줄면서 꽁치로 대체돼 왔다. 꽁치 어획량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도 본격 모색해야 한다. 포항시 등 관계기관은 과메기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포항 브랜드의 명성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0-10-19

가을이 정치인에게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철학의 계절, 가을이다. 인간의 정신이 자연과 결합하는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과 오색단풍, 황금빛 들녘과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은 커다란 가르침을 준다. 자연은 말이 없으나 그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다.정치인들은 진흙탕 싸움을 잠시 멈추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라. 가을풍경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지혜로운 정치인이라면 가을의 고언(苦言)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성찰의 계절, 가을은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는 정직한 고백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가을의 꽃, 단풍은 커다란 기쁨을 준다.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오색단풍의 조화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다양한 색깔의 단풍을 닮은 아름다운 조화정치(調和政治)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인간과 권력의 한계를 알고 있는 겸손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정치이다. 권력욕이 초래하는 편견과 독선은 조화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다른 색깔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협치(協治)’라는 ‘아름다운 동행’이 가능하다. 당신의 정치역정도 아름다운 단풍처럼 조화롭게 물들어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라.결실의 계절, 가을은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가르쳐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정치권력에서 물러난 후 참된 정치인으로 기억되느냐 아니면 교도소로 가느냐는 당신이 뿌린 씨앗의 결과이다. 당신은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열매를 거두고자 하는가? 수확을 앞둔 황금빛 들녘은 겸손을 가르쳐준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성숙한 정치인의 행태는 겸손하다. 한줌밖에 안 되는 당신의 권력, 그것도 사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아닌가? 그러니 목에 힘을 빼라.화려한 단풍의 끝은 낙엽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이 단순하지 않은 것은 쇠락과 소멸을 의미하는 낙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홀했던 단풍이 하룻밤 찬 서리에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듯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권력투쟁에서의 빛나는 승리 다음에는 쓸쓸한 퇴장이 있을 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던가. 너고 가고 나도 간다. 번성과 쇠락, 승리와 퇴장의 이중성은 가을이 주는 교훈이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소멸의 쓸쓸함을 깨달음으로써 느끼는 아름다움이다.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진즉 깨닫지 못하고 ‘젖은 낙엽’ 신세가 된 정치인들의 모습이 애처롭다.아름다운 단풍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떨어진 낙엽은 후세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가을이 정치인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국민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오만한 권력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때 겪게 될 혹독한 겨울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가? 권력에 눈이 멀어서 날마다 진흙탕 싸움판을 헤매고 있는 당신은 청명한 가을하늘, 아름다운 단풍,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나 하는가?

2020-10-19

국민의힘, ‘국민 국감’을 1회용 쇼로 끝내지 말길

증인채택 요구를 모조리 차단하는 더불어민주당에 갈 길이 막힌 제1야당 국민의힘이 ‘국민 국감’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국감장을 펼치고 있다. 국회 절대다수 여당의 막무가내식 독주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지켜보는 민심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자체 청문회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지라도, 국민의힘은 진실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이벤트성 정치쇼로만 끌고 가선 안 된다. 정책 정당으로 가는 또 하나의 튼튼한 사다리로 활성화하길 바란다.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를 국회로 불러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진실을 듣는 국민 국감’을 열었다. 이 씨는 국정감사 증인을 자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감장에 서지 못한 상황이다. 신중근 연평도 어촌계장, 류제화 변호사, 신희석 법률분석관 등도 출석했다.이래진 씨는 이날 ‘국민 국감’에서 “(정부는) 동생이 죽고 난 다음에 찾는 시늉만 하고 있다”며 “더는 동생의 희생을 명예 살인하지 말아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신중근 계장은 “(공무원 실종 당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유속도 매우 빠르고 추워서 물속에 들어가면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월북 가능성을 부정했다.올해 국감은 다른 그 어느 해보다도 밝혀야 할 의혹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의 120명 증인채택 요구에 철벽을 쳤다. 숫자놀음에 빠져 줄곧 힘자랑만 벌여온 여당의 오만방자한 의회 운영 방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뚜렷한 방증이다.국민의힘은 차제에 ‘국민 국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진화시켜 답답한 국민의 속을 풀어줄 새로운 소통 채널로 업그레이드하기 바란다. 1회성 이벤트로 만들어 천박한 정치적 편견 쇼만 벌여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진실을 밝혀내는 또 다른 차원의 진지한 정치광장으로 향상시킬 가치가 충분하다. 국민의 소리를 더 폭넓게 들으면서, 진실을 바탕으로 참신한 정책의 매듭을 찾아내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10-19

단풍지도

단풍지도는 국립수목원이 해마다 우리나라 단풍이 절정을 이룰 시기를 예측해 발표하는 지도로, 주로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주요 산 19개 지역을 대상으로 단풍절정 시기를 명기해 발표한다.국립수목원이 발표한 2020년 우리나라 산림 단풍 절정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지리산 10월12일(±5일), 소백산 10월15일(±6일), 설악산 10월17일(±9일)에서 가장 빠르게 절정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전라남도 상황봉(완도)이 10월30일(±5일)로 예측된 지역 중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또 주왕산(경북)은 10월19일(±7일), 계룡산(충남) 10월20일(±6일), 속리산(충북) 10월21일(±5일), 한라산(제주) 10월22일(±5일), 수리산(경기) 10월24일(±5일), 내장산(전북) 10월26일(±5일)로 각각 예측됐다. 올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첫 단풍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단풍의 절정 시기도 늦춰졌다. 설악산의 첫 단풍 시기는 지난해 보다 하루 늦춰졌고, 오대산의 경우엔 첫 단풍 시기가 5일이나 늦어졌다. 이는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보다 일주일 이상 느린 속도다.단풍나무는 추위가 느껴지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잎과 가지 사이에 단단한 세포층을 형성해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해 나뭇가지와 뿌리를 지킨다. 이때 초록 빛깔을 내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단풍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단풍 절정시기가 해마다 늦춰져 새로운 단풍지도를 작성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지구촌 환경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19

홍옥정과

어린 시절, 나는 과수원집 손녀였다. 과수원은 낙동강 지류가 바로 가까이 있는 모래밭이라 물 빠짐이 좋아 과일 농사가 잘 되는 땅이었다. 사과나무가 많았고 자두 몇 그루, 복숭아 서너 골, 나무 사이에 땅콩이나 잎채소가 심겨져 있어 계절마다 밥상이 풍요로웠다.사과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단맛이 많고 익을 때까지도 푸른 인도, 초록빛이 단풍들듯 노랗게 익는 고리땡은 할머니가 좋아하셨다. 육질이 단단해서 겨울 내내 언니와 나의 주전부리가 됐던 국광, 사과 맛이 한참 그리울 때 제일 먼저 수학했던 풋사과 아오리, 빠알갛고 앙증맞은 얼굴로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들어 따먹게 유혹하는 홍옥이 있었다.지금쯤 과일 가게 맨 앞줄에 나앉은 건 홍옥이다. 아주 잠깐 보이는가 싶게 자취를 감춰버리기에 보일 때 얼른 사야 한다. 뽀드득 소리 나게 옷에 슥슥 닦아서 한 입 베어 물면 입속 가득 새콤함이 퍼진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우리 과수원에 있던 그 많은 품종 중에 지금은 홍옥이 살아남았다. 국광은 부사나 새로이 개발된 더 아삭하고 단맛이 강한 더 큰 사과로 대체된듯하다. 홍옥은 그 특유의 빨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십여 년 전, 중국 여행길에 도장을 새겨주는 곳에 들렀었다. 이름을 새겨준다며 도장 재료를 고르라고 했다. 보석이나 나무 돌 같은 여러 소재가 있었다. 그중에 홍옥이라는 붉은 도장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이름도 반갑고 그 붉은 색이 ‘나를 데려 가세요.’라고 눈짓을 했기 때문이다. 빠알간 홍옥에 내 이름을 새겨서 데려왔다.홍옥을 또 만난 곳은 영덕 언니네이다. 어머님 제사에 쓸 쑥떡을 만들어 놓았으니 가지러 오라는 전갈이었다. 얼른 달려가니 거실에 어여쁜 다과상이 차려졌다. 나만을 위한 차림이었다. 대접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입이 떡 벌어져 그 아름다움에 한참 취했다. 이렇게 예쁜 것을 먹어서 없애버리면 안 될 것 같이 고왔다.그 중앙에 활짝 피기 바로 전의 장미 모습의 정과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홍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언니의 설명이 없다면 주재료가 홍옥인 줄 몰랐을 것이다. 홍옥이 장미로 변신하는 과정을 들려달라고 졸랐다. 홍로나 붉은빛이 나는 다른 사과로 해 보았지만 색깔이 안 나, 홍옥이 잠깐 나올 때 자주 과일 가게를 살펴서 사야 한다.빤질빤질 빨간 홍옥을 4/1쪽으로 잘라 씨를 발라내고 얇게 저며 설탕을 켜켜이 뿌린다. 하루쯤 절이면 딱딱하던 것이 호리호리해진다. 노골노골해진 사과를 소쿠리에 건져 설탕물을 빼준다. 건조기에 살짝 말리면 일이 빠르고 수월해진다. 약간 꼬득꼬득 해지면 꽃으로 접는다. 꽃모양으로 네다섯 조각을 이어붙인다. 큰 꽃은 더 많이 붙이면 된다. 홍옥이 가을에 2-3주 잠깐 나오고 마니 일 년 쓸 것을 만들어 냉동 보관하다 오늘처럼 손님이 오면 꺼내서 사용한단다. 경숙 언니는 살림꾼이다. 홍옥정과와 함께 차에 곁들이는 것이 많다. 연근정과, 금귤정과, 호두곶감말이, 여러 과일 모양의 화과자와 양갱, 약과와 유과, 추석이 얼마 전이라고 꽃송편까지 새로 쪄서 내놓았다. 색색깔의 과일 몇 가지에 작은 수반에 꽃도 꽂았다.김순희수필가돌아오는 내게 떡 상자 말고 한 보따리를 안겨주었다. 떡 찍어 먹으라고 직접 만든 조청 한 통과 곁들여 낼 호박식혜는 대여섯 시간을 달여서 만든 것이다. 남편 도시락 반찬 하라고 비트를 넣어 핑크빛이 도는 무연근 피클도 한 통 얹어준다. 한 살림이다.언니의 살림 솜씨를 따라 할 자신은 없다. 손이 야무져서 음식이든 싱크대든 손만 대면 다른 사람과 다른 경지의 것을 만들어 낸다. 타고난 DNA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보면 물어보고 집에 와서 꼭 따라 해보는 언니의 실천력이 지금의 명인을 만들었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정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격하게 반응하고 좋은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성품에 어디든 환영받는 언니다. 언니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려고 마음 냉동고를 하나 샀다.

2020-10-18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

권영세안동시장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며 K팝의 새 역사를 썼다고 드높였다.수석 대변인도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이들의 더 높은 비상을 응원한다”고 했다.문화의 힘이 그야말로 유무형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각지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7명의 한국 젊은이들의 몸짓에 세계가 응원을 보내며 한류가 확산되고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파급력이 문화를 넘어서 경제에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세계유산의 도시 안동이 가진 문화의 원형은 세계가 인정한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문화의 보고인 안동은 풍부한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문화의 힘을 키우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 시대로까지 외연을 확장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유네스코 세계유산 4건, 세계기록유산 1건과 함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추진 중이다. 또한 국보가 5점, 보물이 40점 등 전국 최대 수준인 328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이러한 우리의 유산은 도시를 상징하는 매력이고 매력은 곧 브랜드로서 자본의 가치를 가진다.이 가치가 또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주변 인프라 설계에 힘을 놓을 수 없다.최근 결정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약 50조 원 이상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올 12월 완공을 앞둔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수도권에 1시간 20분 내로 오갈 수 있어 안동으로의 접근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또한 2008년 광역경제권 프로젝트로 시작된 3대문화권 사업이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어 안동국제컨벤션센터, 세계유교문화박물관,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새롭게 개장되는 관광지가 다시 한 번 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올해 완공된 선성현문화단지에서는 한옥체험관 등 숙박시설 역사관, 관아 등 체험시설을 포함한 말타기, 수상레저 등 각종 킬러 콘텐츠로 무장해 관광객 맞이에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안동은 대한민국의 관광의 중심에 선 4대 지역관광거점도시로서 내부적으로 문화관광 관련 컨트롤타워로서 내실을 다지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특히 내년에 개최할 세계유산축전은 유교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올 한해는 참 많은 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더불어 위기 안에서 새로운 접근방식을 배우고 극복하는 우리의 저력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다가오는 10월 말에는 ‘문화 다양성 시대의 사회적 가치’라는 주제로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개최된다.코로나19 로 인해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한다.대면 방식의 문화 공유가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일상 안에서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로 다가가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지역 유산의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세계의 가치로 도약하기 위해, 매일 첫걸음과 같이 신중하다.안동이 가진 고유한 유무형의 유산 안에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재생의 원동력이 있다. 아마도 그것은 문화의 힘일 것이다.안동 도심 전역에 배치된 각각의 자원들을 활용해 창출된 콘텐츠의 어우러짐이 곧 ‘문화관광도시 안동’이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기대한다.

2020-10-18

그러니까, 특검(特劍)

안재휘 논설위원옛날, 역모나 종실 관계 범죄들이 발생했을 때 국왕의 친림하에 직접 혐의자를 심문하는 것을 친국(親鞫)이라고 불렀다. 친국의 사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범죄가 중대하거나 혐의자들의 권세가 너무 강해서 사정(査正) 기관이 감당하여 진실을 밝히기 어려울 경우였다. 옛날의 친국을 굳이 오늘날 사정 문화에서 찾자면 바로 특별검사제(特劍)일 것이다. 여론이 권력층의 올곧음을 믿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면 참주인인 국민의 친국을 받는 건 당연지사다.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놓고 정치권에 ‘특검’ 도입 논란이 점차 무성해지고 있다. 여당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시작했으니 도입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우기고, 야당은 이미 검찰이 수개월을 수사하지 않고 뭉개왔으니 수사를 지속할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여야 정치권은 오만가지 변설(辯說)들을 다 동원하여 제 주장만 재탕하고 있는 양상이다.이 사건은 여야 정치권 모두가 상대방을 옭아매려고 혈안이 된 흙밭 드잡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검경(檢警)이 해결할 수 있는 논란의 경계선을 훌쩍 넘었다. 여야 정치권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사기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패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그의 한마디에 분노하거나 반색하여 일희일비하는 양상이다.김봉현의 “강기정에게 5천만 원을 전달하라고 넘겼다”는 법정 진술에 오리발 찾느라고 전전긍긍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른 진술 하나에 살판 난 표정으로 돌변했다. 수감 중인 김봉현은 자술서 형식의 서신에서 ‘지난해 7월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술 접대를 했으며, 이 중엔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도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했다’는 대목 때문에 여당 쪽은 거의 만세를 부르는 수준으로 반색이다. ‘강기정’ 이야기가 나올 적에는 희대의 사기꾼 말이라고 뻗대던 같은 입으로 온갖 궤변들을 창작하고 있다.펀드 사기 사건 수사가 특검으로 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정권이 라임·옵티머스 등 권력형 의혹 사건에 대비해 검찰의 발톱과 송곳니를 미리 뽑아버렸다는 비판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 35명이 좌천을 당했다. 하필이면 수사조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할 때 법무부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옵티머스 사건을 특수수사 전담 부서가 아닌 조사부에 배당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운용사 문건에 대한 보고를 최근에야 받았다고 한다. 검찰총장 눈을 가린 채 수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는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기 하루 전날 외국으로 도피했다. 국민의 눈에 비친 지금 검찰은 하나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할하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검찰과 힘 빠진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따로 논다. 어디로 보아도, 어떻게 보아도 다른 길이 없다. 그러니까, 이젠 ‘특검’ 외길만 남았다.

2020-10-18

산업부의 원전 ‘감사저항’ 낱낱이 밝히고 엄벌해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을 놓고 벌여온 감사원의 감사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정부 부처의 감사저항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독립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자료를 파기하고 저항한 공직 기관과 해당 공무원의 불법 부적절한 처신과 배경은 철저히 규명되고 처벌돼야 한다. 일벌백계로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 나라가 왜 이 지경으로 가고 있나. 최재형 감사원장은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감사저항이 굉장히 많았다”고 증언했다. 최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을 받는 과정도 상당히 어려웠다”며 “(피 감사자들이)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했고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 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고 했다.이번 감사 결과는 월성 1호 조기폐쇄의 기술적·법률적 타당성을 규명하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선언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의 조작·왜곡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背任) 동조 사실이 공개됐다. 국민 기만이 감사를 통해 공식 입증된다면 탈원전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된다.현행 감사원법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사람, 감사를 방해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게을리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감사에 조직적으로 저항한 것은 용서해서는 안 될 중대범죄다.산업부 공무원들이 이렇게 무리한 저항을 하는 데는 분명히 정권적 차원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범죄를 지시한 권력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감사원장의 입에서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는 한탄까지 나왔다. 간단히 넘어갈 일이 절대로 아니다.

2020-10-18

1조원 들인 영주댐 무용지물 만들면 안 돼

영주시민의 육탄 저지로 15일로 예정됐던 영주댐 방류 계획이 일단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환경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또다시 방류와 저지 등 댐 방류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등 영주시민은 “영주댐이 정상화될 때까지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어 환경부의 영주댐 방류 계획은 주민 설득이 선행되지 않으면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댐 방류 이유가 분명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댐이 녹조를 야기하고 댐 하류 내성천의 생태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으로 주민 납득을 구하기는 어렵다.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삶의 터전까지 내놓았던 지역민이다. 정부를 믿고 희생을 감내했던 그들에게 11년이 지난 이제 와서 녹조 등의 문제로 댐 정상화에 지장을 주는 결정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영주댐은 1조1천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이다. 어느 정부에서 조성사업을 시작했던 정부사업으로써 연속성이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영주댐은 영주뿐 아니라 인근 안동, 예천, 상주 등 4개 시군의 각종 용수공급과 더불어 수력발전, 내성천 수질 개선, 홍수 피해경감 등을 목적으로 지어진 사업이다.댐의 수혜자이자 이해당사자인 댐 하류 주민의 동의가 먼저 고려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주댐 협의체 18명의 위원 중 16명을 외지인으로 구성한 것부터 모순이다. 댐 물을 직접 사용할 지역민의 의견 없이 영주댐 협의체가 일방적으로 댐 방류를 결정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지역민의 의견을 대변할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지방의회, 시민단체 등이 번듯이 존립하는데도 중앙에서 일방으로 결정해 버린 것이 사태를 키웠다.환경부가 구성한 댐협의체를 지역에서는 환경부의 들러리라 부르는 것도 이런 모순에서 나온 지적이다. 영주댐은 2016년 완성된 후 담수율이 70%에 이르는 등 이제 겨우 댐 운영이 정상화될 수준에 도달했다. 3년동안 방치하다시피 한 댐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져 있다. 경북도와 영주시 등 자치단체도 댐 담수를 전제로 댐주변 지역에 총 1천747억원을 들여 각종 관광기반 사업을 조성했다. 마무리단계에 이른 댐 운영을 이제와 무용지물화 시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2020-10-18

만산홍엽의 계절

가을을 상징하는 절기로는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있다. 한로는 지난 8일, 상강은 오는 23일이다.한로는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이다 이 때는 여름철에 피었던 꽃들이 점점 지고 가을 단풍이 짙어진다. 우리 속담에는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한로를 기점으로 추워지기 시작한다는 의미다.상강은 쾌청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지표면에 있던 수증기가 엉겨 서리로 변한다. 곧 겨울이 닥친다는 말이다. 농사적으로는 추위가 닥치므로 추수를 빨리 마무리하여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국화도 활짝 피어 늦가을의 풍광이 마음껏 펼쳐지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도 계절은 어김없이 변화한다. 봄에는 시인, 가을에는 철학자가 된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면서 올 가을철에는 계절의 변화가 주는 묘미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빼앗긴 봄과 여름을 가을의 만산홍엽(滿山紅葉)에서 보상받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방역 수칙만은 잘 지키면서 말이다.지난 주말 강원도 설악산은 단풍 절정기를 맞아 탐방객들로 붐볐다고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단체관광은 줄었지만 가족단위 탐방객은 작년보다 더 늘었다는 소식이다. 팔공산과 가야산 대구경북지역 산들은 오는 27일쯤이 절정기가 될 것이라 한다. 성급한 마음에 벌써 단풍을 찾아 나선 이도 있으나 울긋불긋 제대로 물들어진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상강이 들어선 이번 주부터가 단풍구경하기가 딱 좋은 계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18

지역 뷰티 업계의 새로운 도전을 기다리며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용실, 미용실, 피부관리실, 성형외과와 같은 뷰티 관련 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지난해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하였다. 그동안 대면, 접촉, 오프라인이 중심을 이루었던 많은 업종과 사업체들이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하였지만 이 뷰티 관련 업계가 직접 사람을 만나야 하고, 손으로 피부를 접촉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온라인 매출방식으로 우회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뷰티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비관하여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피해가 컸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부진하리라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다. 뷰티 관련 사업체들 대부분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재빨리 새로운 흐름에 맞추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성장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뷰티 산업의 미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지역 뷰티 관련 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첫째,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되고 재택근무, 원격근무 형태가 수 주일, 수개월에 걸쳐 계속되면서 미용성형 수술(surgical)이나 시술(nonsurgical)에 대한 잠재수요가 예상치도 않게 빠르게 촉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용성형 수술이나 시술에 관심이 있던 잠재수요가 비대면, 비접촉과 더불어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회복에 걸리는 1~2주일 정도 되는 미용성형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아 마스크를 쓰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지 않는 것도 큰 매력이라 여긴 것이다. 장기간 서로 만나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콤플렉스를 쥐도 새도 모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수술이나 시술 희망자들에게는 엄청난 유혹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서울의 한 미용성형사이트와 더불어 중국의 업체까지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도 하였다.둘째, 요즈음 부쩍 페이스북, 유튜브, 브이로그 등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만난 적도 없는 불특정 독자들과 자신이 만든 동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동안 뭔가 특출나거나 유명세를 지닌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이 세계에 일반인들이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취미, 관심사에 대해 다루는 동영상을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더라도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디지털 세상에서는 생각 외로 많은 독자와 쉽게 만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활동으로 광고 수입까지 생기는 사례까지 알려지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셜미디어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기기제작 업체들도 호황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콘텐츠로는 음식 조리와 같은 가사분야, 다양한 전문분야의 교육, 재산을 불리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테크, 음악 감상이나 여행지 소개 등은 물론 문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와 같은 현상은 뷰티 관련 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셋째, 온라인 학습 분야에서 나타날 변화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다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성이면 예쁜 여성에게, 여성이면 잘생긴 남성에게 일단 한 표를 던지기 마련이다.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는 빼어난 미남, 미녀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만 있으면 온몸을 활용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여 수강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유명강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와 같은 교육현장도 디지털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얼굴만 잘생긴 남성, 여성으로 다소 현장 강의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소심한 강사라도 평가를 뒤엎을 기회가 왔다. 수강생들이 쳐다보기만 하면 떨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자신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이 오히려 떨지도 않고 카메라 앞에서는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녹화로 강의할 수 있게 된 사람도 생겨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온라인형 강사가 이제는 예전처럼 현장형 강사보다 수강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생겨났다. 이처럼 교육이나 학습 분야에서 달리진 상황은 새롭게 치장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을 맞이한 이들을 대상으로 뷰티 관련 업계가 나설 기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앞의 첫 번째는 코로나19 기간에만 가능한 일시적인 수요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현상은 계속 뷰티 관련 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영상매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정 계층뿐이었다. 영상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내보이는 사람의 숫자도 적었다. 어쩌다 손님으로 초대받아 출연하는 일반인이나 방송 매체를 간혹 이용하여 얼굴을 비추는 정치인 등은 예외였다. 이들을 제외하면 앵커, 아나운서, 진행자, 리포터와 같이 방송사에 소속된 방송인이거나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계열에 종사하는 연예인뿐이었다. 방송인과 연예인이 텔레비전이나 스크린에 나오기까지 이들을 꾸미고 가꾸는 뷰티 관련 종사자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출연자의 옷차림이 유행패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전담해서 준비해주는 코디네이터부터 얼굴 피부와 화장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머리 모양과 형태를 책임지는 헤어디자이너, 심지어는 외모의 근본까지 손을 대는 성형외과 의사까지 방송인과 연예인들의 외모를 주로 책임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인,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도 간단하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음껏 얼굴을 내보이며 취미생활, 자신의 전문분야 등을 소개하고 심지어는 교육하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수익까지 올리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지금까지 연예인, 방송인 만을 책임져 왔던 뷰티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가 공개한 최근 국제서베이결과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글로벌 성형수술 건수 상위 10개국은 미국, 브라질,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러시아,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순이었다. 포항을 감싼 환동해권의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세계 10위권에 들어있다. 한중일러 4개국의 연간 성형수술은 9천793건이었다. 수술 단가를 100만 원이라 가정해도 연간 약 100억 원이다. 미용성형 시술이 수술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시장규모는 커진다. 지역 뷰티 관련 업계가 협력하여 뷰티메디컬투어상품을 개발할 만하다. 게다가 이들 3개국 관광객들이 카페리나 크루즈선을 타고 포항을 찾기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사전상담과 접수를 마칠 수 있는 서비스를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앞으로 지역 뷰티 업계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10-18

인간 행복의 길

탄탄 스님포항 운제산자장암 감원용인대 객원교수불볕더위가 엊그제 같더니 제법 선선한 가을이다. 완연한 봄을 느끼거나 꽃이 활짝 피는 계절을 즐길 여유도 없이 신록의 계절인가 했더니 어느덧 낙엽이 우수수 지는,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사색의 계절이 되었다.연초 발생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것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관계 속에 부딪히고 마주하여 이루고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지구촌은 함께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공동체라는 화두를 던져주기도 했다.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회성이다. 너나없이 세상의 우리들은 ‘관계 맺음’의 천재였다. 인간은 사소한 일로 다툰 친구와 화해를 하며 별것 아닌 문제로 틀어진 동료를 달래주고 나 아닌 타인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감정들을 데이터화하고 수치화시킨 지능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나 로봇에게 부여하기엔 아직 거의 불가능하다.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현재 직업 가운데 47%가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UN미래 보고서의 발표가 있었다. 지적 노동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사람은 인공지능의 보조 역할이나 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구글에선 벌써 인간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머지않아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로봇이 자아를 갖고 우리에게 덤벼드는 상황도 가능해지는 건 아닐까?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10년 이내에 인류 사회를 급격하게 바꿀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일상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기술을 다 차지할지라도, 자족(自足)의 지혜로 채워내는 인간의 행복까지 빼앗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동안 살아온 날은 너무도 무지했다. 하루하루 쓸데없는 욕구불만이 어김없이 번민과 고뇌의 산물이었건만,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하루하루 무지몽매하게만 살아왔다.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떳떳하게 사는 길이라는 작은 깨우침을 비로소 얻게 된다. 삿된 욕심을 적게 지니면 마음만은 평안해질 수 있다. 세상 사는 거 다 오십보백보다. 누리고 산다고 해도 중생고를 벗어날 수 없듯이, 가질수록 갈증이 더해만 가듯이, 이제는 소욕자족하며 살자는 뼈아픈 깨달음 앞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는다.타인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 나 자신도 아플 일 없다. 이제라도 더욱 선하게 손해 본 듯이 살아보자. 문명이 진보하여 세상이 더 편리해진다고 인류가 모두 행복할까? 돌이켜보면, 차도 노트북도 핸드폰조차도 소유하지 않았던 예전이 결코 지금보다 덜 행복하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2020-10-18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윤영대수필가10월은 축제의 계절, 이번 주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의 절기가 있어 추위가 시작되고 우리 고장의 산과 들, 거리도 태양에 물든 울긋불긋한 잎새들이 단풍축제를 펼칠 것이다. 보통 이맘때면 체육의 날이니 문화의 날이니 하며 체육대회와 예술공연 등 각종 축제가 신나게 벌어질 텐데 코로나 사태로 조용하니,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추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포항의 가을 축제는 ‘스틸아트페스티벌’이 대표적인데 올해는 지난 10일 온라인 개막을 시작으로 8년간 모아온 177개의 작품을 가을 하늘 아래 펼치고 그 작품들을 담은 ‘포항스틸아트투어’ 앱을 제작하여 알렸다. 여느 때와는 달리 흥겨운 공연과 체험행사를 없애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축제’라는 이름의 신기원을 마련한 것이다.‘하이브리드’란 이종, 혼합이란 의미가 있는데 아마도 여기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뜻하겠지만, 주로 실내 전시공간에서 찬찬히 둘러보는 기존의 작품관람 형태에 열린 공간에서의 산책이나 짧은 여행을 겸한 넓은 의미로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보통 예술작품전은 한정된 공간에서 조용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항 스틸아트처럼 철강제품으로 만든 대형 조각작품들은 넓은 실외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두루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고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2020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투어앱을 스마트폰에 깔아서 작품전을 가상으로 둘러 보았다.투어 코스를 보니 ‘운하 올림픽’ ‘철길숲 프사맛집’ ‘꽃길만 걷자’ ‘동화 속의 나’ 등 10개의 주제가 재미있고 걸어서 볼 수 있는 거리인데 10km가 넘는 코스도 있다. 또 20여 개 이상의 작품이 설치된 영일대해수욕장, 철길숲, 포항운하, 오천예술로 등 4곳에는 스틸정원을 꾸미고 시민들로 구성된 안내 도우미 ‘스틸나누미(美)’가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각 코스마다 작품의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하니 스탬프 투어도 하며 도우미들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노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있으리라. 그리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포항의 상징인 ‘철’이 형상화된 이미지를 한 번 더 가슴에 안아보면 코로나로 찌든 마음이 훨씬 단단해질 것이라 믿는다. 이번 작품전의 주제인 ‘온고지신, 새로운 10년을 향해’처럼 스틸아트 작품에 대한 재인식을 시도하여 철강도시 포항의 이미지에 예술도시로의 꿈도 아우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포항에는 큰 시립미술관도 있고 문예회관도 있어 계절마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퍼져나가고 있지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공간이 되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그리고 스틸아트 작품들의 소재가 장기간 야외전시에 적합하니 관광 테마로서도 시민 정서순화에도 더할 나위 없겠다.코로나19가 덮어버린 축제의 계절을 그냥 기죽어 있지 말고 밝은 마음으로 길을 걸으며 ‘스틸아트 보딩패스’를 만들어 작품과 사진도 찍어 SNS이벤트에도 참여하며 처음 들어보는 ‘하이브리드 축제’의 뜻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2020-10-18

불면증 심리상담 이야기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얼마 전 뉴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의 불면증 환자가 50만 명이라고 한다. 이는 정신과 등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만 통계수치로 집계된 것이니, 실제로는 더 많다는 이야기다.포항 인구가 약 50만 명이라고 하니 한 도시의 사람 전체가 불면증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미용실에 가서 노인들이 와서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잠에 대한 것이다. 그만큼 수면은 우리의 적응과 부적응 더 나아가서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간의 생리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연예인에 관한 기사를 다루는 미디어에서도 연예인 아무개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치료받았다는 내용을 흔히 접할 수 있다.그리고 일반인들도 ‘잠이 안 와서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잠이 안 오면 수면제 정도 먹는 것은 숨길 일도 아닐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는 것 같다.잠, 식사, 성, 배설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심리적 원인에 의하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심리적 장애로 분류되는데, 잠의 경우는 수면장애라고 DSM-5(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에는 분류되어 있다.여러 가지 인간의 생리적 욕구가 부적응적이면 심리적 장애로 고통받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잠은 그 어느 것보다도 정신건강의 척도로 생각된다.정신과병원이나 한의원에 가면 “잠은 잘 주무십니까?”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될 것이다.나 또한 정신과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근무할 때 조현병 환자들에게 매번 입원 동기에 대해 질문을 하곤 했는데, 거의 수학 공식처럼 그들은 비슷한 응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임상심리전문가: “당신은 어떻게 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나요?”환자: “제가 1개월 이상 집에 혼자 있었거든요.”임상심리전문가: “네 그랬군요.”환자: “잠이 안 오기 시작하더니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여기에 데려와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즉, 잠을 잘 못자면 심각한 심리적 문제인 조현병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초보 심리학자 시절에는 불면증을 심리상담으로 낫게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잠이 안 오면 일단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약으로 치료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리라.그렇지만 수만 명을 심리상담해본 나의 임상적 결론으로는 불면증도 심리적 문제에 기인한 경우는 호전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불면증에 관한 심리상담 성공사례도 많을뿐더러 마음의 이치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호전된다면 불면증도 호전될 수 있는 것이고 조현병도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불면증 환자란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 ‘잠에 대한 집착’, ‘잠에 대한 트라우마’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면증은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인지행동치료와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최면치료로 극복될 수 있다.오늘도 잠 못 드는 그대여, 잠의 신은 원할수록 더욱 멀리 달아난다는 것을 잊지 말라.

2020-10-18

대통령의 편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북한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위로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얼마전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인 이 모 군이 문 대통령에게 쓴 편지의 답장 형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면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월북’으로 판단한 해경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 만큼 관련 수사를 조속히 종결해 달라고 촉구했다.야당도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 했다.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뿐”이라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농사지으러 양산 가시는 길에 들러 ‘꼬옥’ 한 번 안아 주시면 좋았지 않았겠느냐”고 힐난했다. 날선 비판에 당황한 청와대가 “친필메모로 쓴 편지내용을 타이핑해서 전자서명해 보내는 게 관례”란 말로 해명했지만 왠지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다.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 기억에 떠올랐다. 영화 무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이탈리아 베로나. 작가 지망생인 소피는 약혼자 빅토와 함께 베로나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있는 ‘줄리엣의 발코니’의 돌벽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붙이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줄리엣의 비서’를 자처하는 이탈리아 여자들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수거해 온 편지에 일일이 손편지로 답장을 썼다. 작가를 꿈꾸는 소피 역시 그 틈에 끼어들어 손편지 쓰는 일을 돕는다. 그러다 돌 틈에서 우연히 50년 전 쓰여진 낡은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소피는 이루지 못한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편지속 사연에 “사랑은 늦는 법이 없다. 저라면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잡겠다”고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편지의 주인공인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나타나 세 사람이 함께 클레어의 옛 사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 클레어와 소피 두 사람 다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다.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에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면 ‘줄리엣의 비서’라는 사람들이 손편지 답장을 쓴다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따뜻한 손편지의 위력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러니 이번 대통령의 편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국민이 알던, 선량하고 가슴 따뜻한 그 대통령은 어디로 갔나 궁금해한다. 대통령 취임 3년여 만에 측근들의 철용성으로 눈 멀고, 귀 먹고, 가슴마저 차가워진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2020-10-15

제비뽑기

제비뽑기는 한자말로 하면 추첨(抽籤)이다. 주로 운에 맡기는 것으로 승부를 빨리 내고 싶을 때하는 놀이다. 경상도지방에서는 심지뽑기라 부르고 충청도지방에서는 꽁지뽑기로도 부른다. 제비는 잡다의 명사형인 ‘잡이’. ‘잽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원래 제비뽑기는 우연의 결정을 신에게 맡긴다는 뜻으로 신성하게 사용됐으나 뒤에 와서 어려운 분쟁을 시비 없이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오늘날 학교 입학이나 아파트 추첨, 복권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복불복(福不福)처럼 운에 맡기는 놀이는 그밖에도 많이 있다. 사다리 타기나 가위 바위 보 등도 일종의 운에 맡기는 놀이다. 큰 부담 없이 승부를 빨리 내는 것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내기 등에 많이 사용한다.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어헌터’에 등장한 러시안 룰렛 게임은 운에 맡기기는 하지만 목숨을 담보한 것이어서 위험천만한 놀이다. 회전식 연발 권총의 여러 개 약실 중 한자리에만 총알을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돌린 후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전쟁에서 포로에게 고문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나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히트를 치면서 영화 상영 후 5년 동안 미국에서는 러시안 룰렛으로 3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우리 생활주변에서 간혹 운에 맡겨 결정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 친구 사이에 커피내기와 같이 큰 부담이 없는 것들이다. 이 때는 제비뽑기가 적당하다.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전세물건에 10여 명의 입주 희망자가 몰려와 중개업소가 나서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전세 대란이 빚은 희한한 제비뽑기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15

서대구 역세권 개발, 대구경제 활력 견인해야

서대구 고속철도역 개통에 맞춰 시작되는 서대구 역세권 개발에 대한 민간투자 제안서가 접수되면서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은 2030년까지 서대구역 인근 98만8천㎡에 대해 민간 및 공공자본(국·시비) 14조5천여억원이 투자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구 동서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종합적 개발을 통한 미래경제도시 건설이 목표다.이번 민간제안서 제출에는 수도권의 GS건설과 화성산업, 서한, 태왕 등 대구를 대표하는 건설사 등 8개 법인이 공동의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했다. 이들이 제시한 제안서는 평가 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자 선정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이번 제안서에는 서대구 복합환승센터와 앵커시설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공동주택 분양 등의 수익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앵커시설로는 호텔과 대형 공연장, 수영장 등이 포함돼 서대구 일대가 미래 신도시로써 획기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본래 서대구지역은 산업단지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염색단지와 제3산업단지, 서대구 산단 등이 밀집하면서 상업과 교육문화 등이 발전한 동대구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발전 속도가 늦었다. 특히 산업단지가 노후화되고 교통망이 미흡하면서 지역의 경쟁력이 많이 악화된 상태다.그러나 서대구 고속철역사의 건설과 더불어 대구권 광역철도, 대구산업선 구축 등이 추진되면서 이제 면모를 일신할 호기를 맞고 있다. 대구시 청사 이전과 서대구역사 건설을 계기로 서대구지역은 새로운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이제는 일상과 경제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졌던 경제 회복에 모두 나서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힘든 상황에 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같은 민관공동 투자사업의 효과를 견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대구 역세권개발사업은 1만3천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더불어 약 2조7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이 장차는 미래도시 건설과 도시 불균형을 해소하겠지만 당장은 지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이 되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성장의 호재를 제대로 살리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에 달려있다.

2020-10-15

‘한미 동맹’ 흔들고, ‘중국 행패’ 두둔하고

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한미 동맹’을 마구 흔들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BTS(방탄소년단)에 깡패 짓을 하는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 이런 흐름을 문재인 정권의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태로 분석하면서 심대한 국익손실을 탄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기가 정해진 정권이 이렇게 국가의 정통성과 존립기반을 마구 흔들어도 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수혁 대사는 국감장에서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한미 동맹의 신뢰를 갉아먹는 발언을 했다. 그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것(한미 동맹)을 계속해야 한다는 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는 야릇한 논법도 구사했다. 미국에 파견된 대사의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한미 동맹이 최악에 이른 이유 하나가 노정된 셈이다.문제는 여당 지도부가 이 대사의 발언을 줄줄이 두둔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맹을 성역처럼 신성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퍼스트(first)라는 관점에서 발언을 하면 금방이라도 한미 동맹이 깨질 것처럼 난리가 난다”고 거들었다.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수상 소감을 문제 삼아 구상유취한 시비를 걸고 환구시보가 이를 받아쓴 일에 대해 마치 중국 최고위원처럼 논평했다. 그는 “민족적 자부심이나 역사적 상처를 건드리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막말을 했을 때 그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리 외교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속절없이 흔들리고,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점점 더 오만방자해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 이 나라가 도대체 언제나 돼야 국제사회에서 멀쩡한 나라 취급을 받을 것인지 걱정이 늘어나는 중이다.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