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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미투자특별법’ 발의 VS 野 “국회 비준부터”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미 관세협상 이행을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은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에 불안을 초래할 경우 투자 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세협상 자체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안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약 515조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약 294조 원)는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 원)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보증·대출 등으로 조선 협력에 투입된다. 관세협상에 따라 미국은 대미 투자 특별법이 발의되는 달, 즉 이달 1일 수출분부터 관세율을 소급 인하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전략투자공사와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기금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해외 정부보증 채권 발행 등으로 조성된다. 투자 결정은 산업통상부 사업관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기획재정부 운영위원회가 심의하고, 한·미 협의위원회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 미국 투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사업도 기재부 운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투자 집행 여부를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당정은 대미 투자로 인한 국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세 협상 자체가 국회 비준 대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약·MOU는 모두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비준 동의를 받지 않고 특별법만 주장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 재원 부담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3조 원을 출자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구조라며 “투자 리스크를 국민 세금으로 떠안게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도 SNS를 통해 “정부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나 외화 채권 발행 등으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특별법을 보면 정부가 3조 원을 출자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만들고 공사가 손실을 내면 정부가 전부 보전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모든 투자 리스크를 국민 세금으로 떠안겠다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특별법 의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가적으로, 또 한미동맹 하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측면에서 국민의힘도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전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26

“내년 2월 19일까지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서둘러달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6·3 지방선거에 적용할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을 위해 국회에 내년 2월 19일까지 관련 입법을 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는 26일 전체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국회와 원내 정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4일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선거구 획정 입법의 시급성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요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전북도의원 지역선거구가 ‘인구 편차 상하 50%’ 기준을 위반해 평등권·선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22조가 인구 5만 명 미만의 시·군에도 최소 1명의 시·도의원을 보장하도록 한 규정은 인구 편차 허용 기준을 무시한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법 개정 시한을 2026년 2월 19일로 제시했다. 헌재 결정으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북은 지난 10월 말 기준 평균 인구(4만 5652명)를 기준으로 허용 가능한 하한은 2만 2826명인데, 울릉(8757명)과 영양(1만 5468명)은 이에 미달해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송은 인구 2만 3424명으로 기준을 가까스로 넘겼다. 지방의회에서는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도의원 정수가 줄어들면 지역 예산 확보나 정책 경쟁력이 더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26

소나무 숲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포항시가 소나무재선충병의 급속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전방위 방제 방식을 벗어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2025년 하반기 위험목 제거사업’에 착수한 포항시는 도로변과 생활권 인근의 위험목을 우선 제거하며 시민 안전과 직결된 구역을 중심으로 방제에 나섰다. 호미곶면·장기면·구룡포읍 일대가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포항 뿐 아니라 영남권의 소나무 숲은 이미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 포항·경주·밀양을 비롯해 대구·안동·성주 등 11개 시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는 통제 불능 수준에 이르렀다. 방제라는 개념이 무력화된 현장은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도변 산림은 마치 단풍이 든 듯 붉게 변색된 소나무로 가득하고, 능선과 마을 인근에는 고사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병은 2000년대 두 차례의 확산기를 거치며 전국으로 퍼졌다. 초기에는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지역사회가 협력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영남권 상황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포항과 경주 등 동해안벨트만 해도 2만5000ha에 달하는 거대한 감염지대가 형성돼 있다. 포항 호미곶에서 장기면, 경주 감포읍까지 이어지는 방제선도 무너졌다. 일본은 재선충병과 100년을 싸웠지만 결국 실패했다. 국내 방제정책은 여전히 일본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감염목 벌채와 수간주사, 약제 살포 같은 물리·화학적 방제는 넓게 퍼진 감염지대에는 역부족이다. 국립수목원이 하늘소의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를 개발 중이지만 현장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매개충의 생존 범위를 넓히며 확산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 심각한 상황을 지방정부와 정치권이 오랫동안 외면해왔다는 점이다. 2022년 경북동해안의 심각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보고됐지만, 지자체는 예찰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예산과 인력 부족 탓으로 돌리며 관성적 방제만 반복한 결과 지금은 ‘방제 포기’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로 회자될 정도다. 올해 포항시는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무려 323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자조섞인 말이 더 크게 들린다. 감염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고사목 제거에만 급급한 구조 속에서 방제 예산의 효율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예산 투입이 늘어날수록 현장은 더 황폐해지고, 붉게 변한 산림은 예산 집행의 근거로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된 면적보다 실제 감염지대는 두 배 이상 넓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제 논의는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소나무가 사라진 뒤의 산림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무분별한 벌목은 제2, 제3의 산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의 복원력을 토대로 토종수종으로의 전환,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모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재선충병은 단순한 병해충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의 산림 생태계 전환을 예고하는 경고음이다. 포항의 붉은 소나무 숲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행정과 의회, 정치와 지역사회가 하나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 산하의 소나무 숲은 역사 속 풍경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산림청과 정부, 국회가 나서 범정부적 재난 대응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 한 소나무 숲의 종말은 불보듯 뻔하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1-26

“국가 전략산업 ‘AI·에너지 지정학’에서 경주 미래 찾아야”

경주시와 경북매일신문이 각각 주최·주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가 후원하는 ‘AI 시대, 미래를 위한 경주의 선택-2025 경북원자력포럼’이 26일 경주 강동리조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주낙영 경주시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권원택 월성원자력본부장 등 기관단체장들과 시민 등이 대거 참석해 경주의 미래를 좌우할 3대 기술인 AI·SMR·수소환원제철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에 주목했다. <관련기사 6·7면> 기조강연자로 나선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은 ‘AI 시대, 미래산업 비전과 경주’를 주제로 “지역혁신의 두 축은 특성화와 규모화이다. 지금까지는 잘게 쪼갠 지역혁신으로 규모화가 방해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주도 대구와 경북, 즉 대경권이라는 초광역권에서 미래산업을 찾아야 한다”며 “AI의 지정학, 에너지의 지정학에서 경주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제발표에서는 △김준우 대구대 교수의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효과의 전망, 방폐장 유치 2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원자력연구원 우상익 단장의 ‘미래에너지 신기술개발의 요람,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미래 전망’에 관한 의견을 각각 피력했다. 또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상무의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저감을 위한 무탄소 전력 수급방안’ △양희창 원자력산업정책연구원 본부장의 ‘AI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경주의 선택, SMR 산단의 미래 비전’ 등이 이어졌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환영사에서 “20년 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경주 유치 이후 원자력산업의 A에서 Z까지 전 주기가 모여 원자력산업의 메카로 발전했다”며 “미래 경주를 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이번 포럼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오늘 포럼에서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시민들과 함께 미래 산업의 선도 도시로 경주가 도약할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권원택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세계는 디지털전환(DX), AI 시대를 맞아 산업 전반이 바뀌고 있다”며 “이 뜻깊은 자리에서 경주시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고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은 “경주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에 경주의 브랜드가치가 크게 높아진 것을 축하하고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경주에 필요한 다양한 방안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천년도시 경주로 발전·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요즘 화두인 AI, SMR, 수소환원제철 등 경주의 미래를 결정할 3대 미래 기술을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행사나 기회가 자주 주어지면 좋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진홍경제에디터·황성호기자

2025-11-26

이사부 장군, 나무 사자로 협박… 지증왕 3년 우산국 복속

서면 남양마을 랜드마크인 투구바위, 항복한 우해왕의 투구가 변해 왕비 풍미녀는 대마도주의 딸… 사치·보물 좋아해 망국 자초 전설도 사신 통해 조공 형태로 독자성 유지… 12세기 고려 인종때 정식 편입 △ 울릉군 서면의 중심지 남양 해담길 6구간 수토사길의 끝은 학포마을이다. 수토사길 다음은 7구간 태하령 길. 하지만 수토사길과 태하령길은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태하령길을 걷기 위해서는 다시 태하 삼거리로 돌아가 울릉공설운동장 옆길을 따라 오르거나 남양으로 가서 태하령을 넘는 방법이 있다. 학포에서 양방향의 태하령 길로 진입하려면 어느 쪽이든 도로를 한 시간쯤 걷거나 순환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시간은 거의 두 시간 간격이어서 불편하다. 마침 버스 시간이 맞아 남양으로 넘어왔다. 태하령 길은 시멘트 도로가 많은데다 경사가 심하다. 그나마 남양에서 태하령을 넘어 공설운동장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이 조금은 덜 고달프다. 남양은 울릉군 서면의 중심지다. 서면사무소, 파출소 등의 공공시설이 모여 있다. 남양(南陽)은 이름처럼 밝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랜드마크는 마을 뒤 안에 우뚝 선 투구바위다. 우산국의 마지막 왕 우해왕이 이사부에게 항복하기 위해 벗어놨던 투구가 바위로 변했다는 슬픈 전설이 스며있다.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기 위해 싣고 왔던 나무 사자는 사자 바위로 변했다. 우산국 패망의 전설이 깃든 땅이 남양이다. 삼국사기 지증왕 13년(512년) 6월 기사에 우산국 패망 이야기가 전한다. 신라 이찬 이사부가 하슬라주(강릉)의 군주가 된 뒤 우산국을 복속시켰다. 우산국의 면적은 사방 백리. 지세가 험했다. 무력으로 복속시키는 것이 어려울 듯하여. 계략을 써서 복속시키기로 하고 나무 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함에 나누어 싣고 해안에 이르러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모두 밟아 죽일 것이다. ” 협박하자 곧 항복했다는 것이 대략의 내용이다. 나무 사자는 단지 나무 사자였을까? 신라가 두려워할 정도의 무장력을 가졌고, 소국이지만 나라의 형식까지 가진 우산국 사람들이 그토록 무지했을 까닭은 없다. 나무 사자는 장갑차 같은 신무기였거나 어떤 상징일 것이다. 정복했다고 하지만 실상 싸움도 없었고 저항도 없었다. 우산국으로서도 굳이 무력으로 싸워서 얻을 이득이 없으니 항복하는 형식을 취하고 독자성을 보장받았던 것은 아닐까? 우해왕이 잡혀갔다거나 죽임을 당했다거나 그의 자녀들이 인질로 갔다거나 그런 내용도 없는 것을 보면 그 추측이 타당해 보인다. 게다가 이후에도 신라나 고려의 한 지방으로 편입되지 않고 독자성을 인정받으며 사신을 통해 조공한 것을 보면 우산국은 신라 복속 이후에도 멸망하지 않고 오랜 세월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대마도주 둘째딸 풍미녀 우산국 패망에 일조 우산국의 패망과 관련해서는 그의 왕비 풍미녀 탓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풍미녀는 대마도주의 셋째 딸이었다. 대마도 왜구들이 우산국까지 노략질을 다녔다. 우해왕이 군사들을 이끌고 대마도까지 찾아가 도주와 담판을 했고 항복 문서를 받은 뒤 풍미녀와 혼인을 하고 우산국으로 함께 돌아왔다. 대마도와 울릉도가 혼인 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런데 풍미녀는 사치스럽고 보물을 좋아했다. 그래서 우해왕은 보물을 구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신라까지 노략질했다. 신하와 백성들은 이를 걱정하고 그러지 말 것을 간청했지만 우해왕은 듣지 않았고 그러다 마침내 신라에 점령당했다. 후일담의 진위야 알 길이 없지만 우산국이 대마도를 대등할 정도로 강한 군사력을 가졌고 신라를 침범할 정도로 대담한 해적 국가였음을 추론케 하는 이야기다. 고려 때까지도 독자적인 지배세력이 있었고 독자성을 인정받았던 우산국이 멸망한 이유는 실상 신라나 고려 때문이 아니었다. 여진족의 침략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려 현종 때 여진족의 약탈로 농사를 못 짓게 된 우산국에 이원구를 파견하여 농기구를 희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진족의 침략을 받은 우산국 사람들이 고려로 도망 왔다는 기록도 그 사실을 뒷받침 한다. 우산국이 고려의 정식 지방기구로 편입된 것은 12세기 중엽 인종 때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12세기까지 우산국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이후 울릉도는 주로 고려나 원나라가 목재를 징발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울릉도의 원시림 거목들은 고려대장경 판목의 재료가 됐고 원나라의 선박 건조용 목재가 되기도 했다. 어느 때는 10여 척의 배에 목재를 가득 싣고 갈 때도 있었다고 하니 원 간섭기에 울릉도의 원시림이 상당 부분 파괴됐을 것이다. 역사에서 우산국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고 만 나라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왕국이다. △ 남양에 다양한 고분군 울릉도에 대한 조선시대 기록은 태종 3년부터 시작된다. “강원도 무릉도 거주민들에게 육지에 나오도록 명령하였는데 이것은 감사의 품계에 따른 것이다.”(태종실록 3년8월 병진) 태종 12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울릉도 현황 보고가 등장한다. 강원도 관찰사가 울릉도 유산국의 섬사람에 대해 보고하다 의정부(議政府)에 명하여 유산국도(流山國島) 사람을 처치하는 방법을 의논하였다. 강원도 관찰사가 보고하였다. “유산국도(流山國島) 사람 백가물(白加勿) 등 12명이 고성(高城) 어라진(於羅津)에 와서 정박하여 말하기를, ‘우리들은 무릉도(武陵島)에서 생장하였는데, 그 섬 안의 인호(人戶)가 11호이고, 남녀가 모두 60여 명인데, 지금은 본도(本島)로 옮겨 와 살고 있습니다. 이 섬이 동에서 서까지 남에서 북까지가 모두 2식(息) 거리이고, 둘레가 8식(息) 거리입니다. 우마(牛馬)와 논이 없으나, 오직 콩 한 말만 심으면 20석 혹은 30석이 나고, 보리 1석을 심으면 50여 석이 납니다. 대[竹]가 큰 서까래 같고, 해착(海錯))과 과목(果木)이 모두 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도망하여 갈까 염려하여, 아직 통주(通州)·고성(高城)·간성(杆城)에 나누어 두었습니다.“ (태종실록 23권, 태종 12년 4월 15일 기사 3번째기사) 남양에도 현포처럼 고분들이 많다. 남양천을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가다 친환경 사료 공장을 지나면 남서동고분군 이정표가 나온다. 주민 한 분이 나물 밭을 일구고 있다. 약간의 계단을 오르면 집 뒤 안에 고분들이 있다. 고분은 덤불 속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현포 고분과 거의 흡사하다. 무덤을 머리 위에 두고 들어선 집. 생사가 나란히 이웃지간이다. 저승과 이승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문 밖이 황천이란 말이야말로 삶의 진실이다. 고분을 내려와 다시 이승으로 진입한다. 발전소 지나 남양천 좌측 고갯길이 태하령으로 가는 길이다. 1.5km 가량의 숲속 오솔길. 옛사람들이 오가던 삶의 통로다. 두 발 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던 시절의 울릉도. 이 옛길은 울릉도 옛사람들의 걸음걸음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남양에서 한 시간 반쯤 걸으니 태하령 고갯마루 부근이다. 산마루에 오르니 다시 갈래 길. 좌측은 구암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태하마을로 가는 길이다. 이 숲길은 천연기념물들이 살고 있는 귀한 길이다. 내내 솔가지와 솔방울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무얼까? 그냥 솔방울 같지는 않은데. 이 솔방울들은 솔송나무와 섬잣나무 열매들이다. 일본에는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울릉도에만 유일하게 자생하는 나무들이다. 길가에는 너도밤나무도 문득문득 서 있다. 이 또한 울릉도에만 사는 귀하신 몸들이다. 숲은 천연기념물 50호로 보호받고 있다. 이렇게 또 귀하디 귀한 길을 걸었다. /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26

AI·SMR 등 미래 경주 위해 전문가들 집결… 경주의 선택은?

천년고도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전 세계에 ‘경주’라는 도시브랜드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경주시는 그동안 역사문화 관광도시로만 알려지고 있었으나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가 에너지안보를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총본산이 자리한 이후 점차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주는 자동차산업의 철강소재(포항)와 완성차(울산)를 연결하는 해오름동맹의 중심 산업도시(자동차부품제조)의 면모를 갖춘지 오래다. 경주시는 역사문화 유산은 물론 자동차부품제조업, 원자력산업, 양성자가속기 등 첨단과학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원자력산업의 중심 도시 경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2025 경북 원자력포럼’이 열렸다. 26일 경주 강동리조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현시대의 화두인 SMR·AI·수소환원제철 등을 주제로 경주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UNIST 연구부총장인 안현실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김준우 교수, 우상익 한국원자력연구원 단장,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상무, 양희창 원자력산업정책연구원 본부장이 주제발표를 각각 진행했다. “초광역권서 규모화·특성화 두 토끼 잡아야” / 기조강연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 미래를 미리 가보는 세계 3대전시회, 즉 CES, MWC, 하노버 메세가 똑 같은 세쌍둥이로 가고 있다. AI전환과 탄소중립이 공통점이다. 자본주의 운동 법칙이 원래 그렇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과 에너지로 혁신해왔다. 지금은 AI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과 이를 뒷받침할 탄소중립 에너지가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대정신이다. 이는 인류의 진화 법칙, 새로운 먹이와 이를 찾기 위한 용이한 이동(인류가 사족 보행에서 이족 보행으로 진화했듯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자본주의 진화는 인류진화의 방향과 일치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I시대 미래산업도 이 맥락에서 이해하고 찾아나가야 살아남는다. AI전환과 에너지 사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벡터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AI시대 국가간 산업전쟁의 본질이다. AI 시대 최후의 산업전쟁이라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산업전쟁이 인구증가 시대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AI시대 산업전쟁은 인구감소 시대에 해당한다. 마지막 생산성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난 250년간은 인류 발전사에서 특이점이나 다름없는 성장의 역사였다. AI는 이 특이점 기간의 마지막 산업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육체노동을 절약하는 기술혁신이 지식노동을 절약하는 기술혁신으로 드디어 산업혁명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이 최후의 산업전쟁 시대에 지역혁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혁신의 두 축은 특성화와 규모화다. 지금까지는 잘게 쪼갠 지역혁신으로 규모화가 방해받아왔다. 말이 지역혁신생태계이지 임계규모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초광역권으로 규모화와 특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게 지역혁신의 돌파구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지역혁신 전략은 실험해 볼 만한 시대적 가치가 있다. 경주도 대구와 경북, 즉 대경권이라는 초광역권에서 미래산업을 찾아야한다. 경주는 지리적 위치상 또 다른 초광역권인 동남권(부산·울산·경남)과도 연결이 된다. 어쩌면 대경권과 동남권 다 묶어 그 속에서 경주의 미래산업을 찾아갈 전략을 세우는 게 가장 전략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 경주가 이른바 남부경제권 창출의 중심으로 들어와 수도권으로(대륙으로), 바다로(해양으로) 연결되어 웅비하는 구도를 꿈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3국 시대와 통일 대업이라는 역사적 개척정신을 되살릴수 있지 않겠는가. AI와 에너지는 경제와 안보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국가의 전략산업 분야다. 지역이 이런 분야를 공략해야 살아남는다. AI의 지정학, 에너지의 지정학에시 경주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명실상부한 원자력산업 메카로 자리매김” / 주낙영 경주시장 환영사 이번 포럼은 매우 뜻 깊은 해에 열렸다. 경주는 원자력의 A에서 Z까지 전주기가 모인 도시다. 경주는 원자력발전소부터 한수원 본사, 중저준위방사성폐기장, 원자력 인력 양성기관, 중수로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기관, 시설 들이 집적돼 있다. 이렇게 경주가 원자력의 중심도시가 된 계기는 20년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할 당시 시민의 89.7%가 찬성해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이 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이후 원자력 관련 시설들이 하나씩 둘씩 모이게 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주시는 2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1조 원 정도는 더 지원을 받게 될 것이어서 경주는 원자력산업의 메카로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오늘의 주제는 매우 큰 의미있는 내용을 다룬다. 전 세계적으로 AI시대의 열풍을 맞이하고 있다. 경주APEC 정상회담에서도 경주선언, AI이니셔티브 등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AI가 세계를 그리고 미래의 경주를 바꾸게 될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지금 포항과 울산에 AI의 데이터센터들이 유치되고 있다. 여기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산업은 경주로도, 또 원자력산업과도 긴밀히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이 포럼에서는 주옥같은 주제들이 논의된다. 오늘 시민들께서 많이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미래산업 선도 도시 도약 위해 노력할 것” /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축사 원자력포럼을 이렇게 성대하게 개최하게 된 데 대해 주낙영 경주시장님과 지역 문화창달에 힘써 오신 경북매일신문 최윤채 대표이사님, 그리고 참석해 주신 내외귀빈 여러분과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를 맡아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최근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번 포럼이 경주시민을 비롯한 각계가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 포럼을 계기로 경주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경주시의회도 미래 경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비전과 기회 기대” / 권원택 월성원자력본부장 축사 경주시가 2025 APEC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축하드린다.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전환(DX)이나 인공지능(AI)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각 분야별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경주의 미래 에너지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이번 포럼은 매우 뜻깊은 자리다. 월성원자력본부는 경주시민과 국민들로부터 받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경주시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번 포럼이 경주시가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그리고 또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진홍경제에디터·황성호기자

2025-11-26

하늘 높이 뻗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

작은 돌산으로 된 반달 모형의 동산이지만, 이곳은 낙동강과 넓은 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곳이다. 돌산 주변은 아기자기한 농촌 주택이 둘러싸고 있어 이 또한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 정상에는 푸른 가지를 하늘 높이 사방으로 펼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가 가을 햇살을 품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풍경은 마을에 높이 꽂은 희망의 푸른 깃발이며, 낙동강 홍수의 범람을 막는 제방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500년이라는 반세기의 오랜 세월을 묵묵히 낙동강 하류 홍수의 범람을 막고 마을의 평화와 평야의 안전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편 드라마에 출연함으로 그는 ‘우영우 팽나무’란 이름으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되었다. 드라마 출연 유명 인사 ‘우영우 팽나무’ 500살, 키 16m·가슴둘레 6.8m의 거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을의 수호목’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터전 주남저수지 낙동강 물줄기가 만들어낸 배후습지 위 사람의 손으로 제방 쌓이며 지금의 모습 때마침 공직자 출신의 모임인 ‘문경회(文卿會)’가 창원에서 열리게 되어 ‘우영우 팽나무’ 노거수를 한번 보고 싶다고 제안하자 유사인 창원의 원촌 선생께서 흔쾌히 이를 받아드려 ‘우영우 팽나무 노거수’와 ‘주남저수지’를 일정에 넣어 특별한 생태 문화 체험을 누렸다. 거기에 우리 일행을 안내까지 해 주어 더 없는 즐거운 가을 여행이 되었다. 그는 모임의 분위기를 웃음꽃으로 피우는 남다른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직에 있을 때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높은 직위까지 올랐다. ‘우영우 팽나무’는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102-1번지, 동부마을 언덕 위에 주소를 둔 나이 500살, 키 16m, 가슴둘레 6.8m, 앉은 자리 27m의 거인이다. 그는 낙동강과 평야가 어우러진 경관 속에서 마을의 상징으로 2022년 10월 7일 천연기념물 제673호로 지정되었다. 마을의 수호목으로 주민들은 당산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그 우람하고 장엄한 모습에 압도되어 우리 일행은 경외감을 표하고 그와 함께 기념 촬영도 하고 노래로 재롱도 떨었다. 창원의 화정 선생과 원촌 선생께서 가곡을 한 곡 멋지게 뽑았다. 노래는 황혼의 심금을 울리고 낙동강 물 따라 남해로, 갈바람 따라 높고 푸른 하늘로 울려 퍼져나갔다. 이곳 언덕의 작은 고갯마루에 살고 있는 화정 선생의 집안 동생 집에 초대되어 다과를 즐기면서 동생은 ‘우영우 팽나무’를 늘 볼 수 있고 사계절 주변 농촌 경관이 아름다워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가까이 낙동강 둔치에는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파크 골프를 많은 시민이 즐기는 모습은 나에게는 생경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핵심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 입사하여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틀과 다르지만, 그 다름의 속에서 진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순수한 정의감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법정 드라마의 외형을 띠지만, 실은 장애와 편견, 인간의 다양성과 사회 정의 그리고 공감의 회복이라는 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대사 한 줄 한 줄이 따뜻한 철학처럼 남는다. 우영우가 말하는 “고래는 혼자 다니지 않아요. 고래는 함께 헤엄쳐요.”라는 대사는, 혼자이지만 결코, 고립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팽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속에서 마을의 수호신, 정령이 깃든 나무, 바람과 기억의 나무로 여겨 왔다. 그 아래에는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회의를 하는 등 공동체의 중심이자 역사의 목격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 전통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살려, 팽나무를 법과 인간, 자연과 문명, 정의와 생명의 경계에 세워 놓았다. 그것은 문학과 철학이 만나 하나의 숲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드라마는 인간의 다름과 정의의 본질을 다루었고, 팽나무는 그 철학을 시각적, 상징적으로 구현한 생명의 상징이었다. 둘의 만남은 자연 속의 정의와 생명으로서의 인간을 일깨운 감동의 장면이 되었다. 이렇게 마을의 노거수는 얼마든지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무와 함께 익어가는 삶을 실천할 수 있다. 바로 ‘우영우 팽나무’는 이러한 사례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도로 확장 공사로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한 한 그루의 팽나무는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비바람과 세월을 함께 견디며 마을 사람들에게 그늘과 쉼을 내어준 나무이다. 한 편의 드라마가 이 고요한 마을의 팽나무 노거수를 세상에 알렸다. 멀리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조용한 마을은 순례지처럼 변했다. 팽나무는 여전히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는 세월의 이야기가 흐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머니의 소원 기도, 마을 어른들의 숨결이 바람결에 얹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다. 팽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생명의 맥을 잇고, 그 가지는 하늘로 뻗어 다음 세대를 품는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정의의 형상 같다. 나무가 그랬듯이 우리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세상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생명과 정의의 변론이 아닐까. 생명과 정의의 변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이 감동을 안고 우리는 이웃에 있는 생명의 물결이 머무는 곳,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과 동읍 일대에 자리한 주남저수지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생명의 터전이다. 낙동강의 물줄기가 만들어낸 배후습지 위에 1920년대 사람의 손으로 제방이 쌓이며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한 인공 저수지였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곳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갈대밭과 연꽃, 마름, 가시연꽃이 뒤섞여 물 위에 작은 숲을 이루고, 해마다 겨울이면 수만 마리의 철새가 하늘을 덮는다. 가창오리, 재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 새들이 이곳을 찾아와 쉼을 얻는다. 주남의 하늘은 새들의 노래로 가득하고, 물빛은 계절의 숨결로 반짝인다. 이곳은 생명이 머무는 하나의 세계이다. 사계절이 또렷한 온대의 기후 속에서 주남저수지는 언제나 변화하며 살아 있다. 봄이면 백로와 쇠오리들이 산란을 준비하고, 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해 수면 위에 붉은 마음을 띄운다. 가을이면 들판에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제방에는 물억새로 수놓는다, 겨울에는 하얀 두루미를 비롯하여 철새들이 하늘을 덮는다. 사람들은 철새를 보러 오고, 아이들은 생태학습관에서 생명의 순환을 배운다. 도시와 가까운 거리지만, 이곳에 서면 문명의 소음이 멎고 자연의 숨소리만 들린다. 주남저수지는 인간이 잃어버린 공존의 질서를 되찾게 하는 거울이다. 수많은 생명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살아가는 이 호수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뜻을 배운다. 제방의 억새꽃이 가을 낙조에 고개 숙이고 윤슬에 반짝이는 둥근 해를 품은 저수지의 생명체는 평온한 저녁을 맞이한다. 우리는 뚝방의 산책길을 걸으면서 조용히 황혼에 물들어간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주남저수지는… 저수지: 주남, 산남, 동판 저수지 총 926.5ha. 제방 9km 조류: 겨울철에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물꿩, 물총새, 원앙 등 철새가 월동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도래지 수생 식물: 33목 69과 233종, 연꽃, 자라풀, 통발, 물억새, 생이가래, 마름, 개구리밥 등 수서 곤충: 170여 종, 소금쟁이, 잠자리, 게아재비, 물자라 등 어류: 가물치, 잉어, 붕어, 메기, 동자개 등이 서식한다

2025-11-26

'K-스틸법' 국회 법사위 통과…27일 본회의 처리 전망

포항 등 주요 철강 도시의 숙원이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27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가 예상된다. 글로벌 관세 장벽과 공급 과잉, 수요 급감으로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제도적 지원 체계 마련의 실마리가 잡히면서 포항지역 철강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K-스틸법안은 철강산업을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규정하고, 미국발 관세 정책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심화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담았다. 지난 8월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과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 등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민주당 권향엽 의원,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개 법안 등 총 4개 법안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하나의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한 것이다.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년 단위 기본계획과 1년 단위 실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국무총리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철강특위)’가 설치돼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당초 대통령 직속으로 추진됐으나 위원회 대안 논의 과정에서 국무총리 직속으로 조정됐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도 포함됐다. 산업부 장관이 저탄소 철강 기술을 선정해 연구개발(R&D), 사업화, 설비 도입 등을 추진하도록 했으며, 정부의 저탄소 철강 제품 우선 구매 조항도 명시됐다. ‘저탄소철강특구’ 조성과 규제 혁신도 시책에 담겼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26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정부의 날 제정해야”⋯지방분권 개헌 동력 모색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방정부의 날’ 제정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 조치 촉구에 한목소리를 냈다. 협의회는 26일 보령 머드테마파크에서 민선 8기 4차년도 제2차 공동회장단회의를 열고 지방의 위상 강화와 실질적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기존의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 중앙 주도로 운영되고 명칭도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민과 지방이 중심이 되는 새 기념일로 ‘지방정부의 날’ 제정을 공식 제안했다. 제안방향은 △기념일 명칭을 ‘지방정부의 날’로 변경 △기념일을 1995년 최초 동시지방선거일인 6월 27일로 조정 △행사 주체를 행정안전부·지방4대 협의체·광역·기초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맡는 방안 등이다. 조재구 협의회대표회장(대구 남구청장)은 “대통령께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부르자고 말씀하신 만큼 지방자치 30년을 새롭게 여는 이 시점에서 주민이 중심이 되는 기념일이 필요하다”며 “이번 제안이 지방분권 개헌의 추동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개최된 제9회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 결과도 공유됐다. 주요 내용은 △중앙지방협력회의 내 시·군·구 대표 확대(1명→4명) △보통교부세율 5%포인트 인상 및 자치구 직접 교부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상향(50만 원) △기준인건비 부족 시 부과되던 지방교부세 감액 페널티 폐지 등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이순재가 삶을 대한 태도

나이를 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마지막도 아름답다. 그건 성별과 직종을 불문하는 진리다. 끝끝내 연기자로 살고자 했던 배우 이순재가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1935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으니 향년 90세. 어린 시절 조부모를 따라 서울에 정착한 이순재는 서울대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나, 전공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배우의 삶을 살았다. 법전보다는 연극과 영화가 젊은 대학생 이순재를 매혹했기 때문. 스물한 살 때인 1956년 ‘지평선 넘어’로 연극무대에 선 그는 1965년엔 TBC 1기 전속 탤런트가 됐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든 이순재의 연기 경력은 70년에 가깝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배우로서의 꼿꼿한 자세를 지켜냈던 이순재는 한 시상식에서 “평생 연기를 했으나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연기에 완성이란 없다.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을 뿐”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 말은 배우 이순재가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구구한 설명 없이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미완성의 영역에서 완성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위해 땀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사람. 그건 비단 연기라는 영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었다. ‘인간은 몸이 아닌 마음부터 늙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순재는 그렇지 않았다. 20대에서부터 아흔이 될 때까지 시종여일 연기건 삶이건 ‘완성의 세계’로 가고자 고민하고 애썼던 사람이니. 동료와 후배 연기자를 포함한 적지 않은 이들이 빈소를 찾아 생전의 이순재를 추억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지녔던 그의 명복을 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1-26

포항·광양·당진 “'K-스틸법' 시행령에 철강산업 실질적 지원 근거 담아야”

포항시는 27일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시행령에 구체적인 지역 철강산업 지원 근거가 시행령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 광양시, 충남 당진시와 공동으로 지역의 목소리가 시행령에 반영되도록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26일 포항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철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춘 ‘K-스틸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지역 현장의 요구와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 제출할 구체적인 건의안을 준비 중이며, 저탄소철강전환에 대한 실질적 지원 근거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건의 사항은 △용광로 활용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설비 도입 지원 △저탄소철강특구 및 재생철자원 산업클러스터 지정 시 기존 철강 도시 우선 반영 △국가 전력망·용수·수소 공급망 국가 재정 전액 부담 △중소기업 에너지 저감 설비 국비 지원 등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산 저가 공세, 공급과잉 심화, 탄소 규제 강화 등 복합 위기에 처한 철강산업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갖춘 대응이 요구되는데, 현재 법안에는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저탄소철강기술 선정 및 지원 △저탄소철강 인증 및 수요 창출 △저탄소철강특구 지정 및 지원 △철강산업 보호 및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K-스틸법’의 성공적인 시행령 제정을 위해 포항·광양·당진 등 철강산업 핵심 도시 3곳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3개 도시는 조만간 국회에서 공동 건의서 채택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K-스틸법이 현장 기반의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대정부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전익현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법안 통과와 함께 조속히 시행령과 세부적인 지원책이 마련돼 철강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K-스틸법' 본회의 통과는 한국 철강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며,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효성”이라며 “철강 3개 도시의 의견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시행령을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하나 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26

'해외연수 술판' 제보해 징계 받은 대구 달서구의회 김정희 의원⋯법원 ‘징계 취소’

해외연수 중 ‘술판’이 벌어졌다는 허위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대구 달서구의회가 김정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내린 징계가 법원에서 취소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정석원)는 26일 김 의원이 달서구의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의회가 김 의원에게 내린 출석정지 20일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달서구의회가 부담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징계 절차의 하자를 근거로 무효화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절차보다 징계의 타당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작년 5월 해외연수 직후 “연수 시작부터 술판이 벌어졌고 일부 의원은 과음으로 연수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에 달서구의회는 “사실 확인 없이 허위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김 의원에게 출석정지 20일 징계를 내렸다. 이후 김 의원은 의회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보다 훨씬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1월 의회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대학원 과제 검수를 요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출석정지 20일 등의 징계를 받았으나,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26

전량 수입 연어, 국내산 완전양식 길 열렸다

경북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연어 시장의 구조적 약점을 뒤흔드는 성과를 냈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이 국내 토종 연어에서 인공 채란에 성공하며 국산 연어 양식 전환을 위한 실질적 기반이 마련됐다. 26일 경북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어류 대부분은 노르웨이산 대서양연어로 양식용 수정란부터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대서양연어 수정란은 3배체나 전암컷처럼 번식이 불가능한 형태가 많아 국내 양식장은 매년 새로운 수정란을 들여와야 한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이 이번에 인공 채란에 성공한 연어는 산란을 위해 하천을 회유하는 토종 어종이다. 연구원은 2022년 국내 하천에서 확보한 어린 연어를 담수에서 길러 단계적으로 해수에 적응시키며 사육 기술을 확보해 왔다. 연구원은 지난 10월부터 먹이 공급과 사육 수온, 광주기를 조절해 성숙을 유도한 끝에 암컷 10마리에서 성숙란을 얻고 인공 수정까지 마쳤다. 이번 성과는 국내에서도 연어 종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경북도는 앞으로 여름철 고수온기에도 연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사육 수온을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하는 기술, 순환여과식 양식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화, 안정적인 번식 체계 마련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영숙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우리 해역에 적합한 연어 양식 기술을 완성해 포항에서 조성 중인 ‘연어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와 연계하겠다”며 “양식부터 가공·유통까지 이어지는 국내 연어 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26

과메기, 우레의 침묵-과메기에 관한 명상

노가리는 죽어서도 입을 벌리고 있다 과메기는 죽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과메기를 보면서, 사람의 길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 우연인지도 몰라도, 죽도시장을 걸으며 이런 광경을 목도했다. 각자의 인생에서 획득하는 의미는 관찰의 결과로 부여받은 그 사람의 몫. 그런 해석은 직시에 의한 감각적 반응이니 타인의 반응에 대해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죽어서라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용기를 살아생전에 내면에 각인시킨다면, 죽어서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드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한다. 잊혀지기가 싫어서 떠든다. 그러나 떠들수록 남루해진다. 불행한 것은 그런 행위가 반복될수록 철저하게 스스로 소외된다는 사실이다. 죽도시장 앞의 좀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기 앞의 생을 열심히 좀먹고 있다. 밥벌이라면 용인하리라.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지 않는다. 주인공 없는 삶을 산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신념과 철학이라는 그런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동정도 필요가 없었다. 책임을 그들에게 추궁할 수는 없지만, 평생 계획적인 교조주의의 가여운 희생자였다. 개떼처럼 살 필요는 없고, 짖을 필요는 없다. 저주는 결국 나에게로 향한다. 지금, 구체적인 대안은 생략되었고 인간에 대한 예의상실과 소모적인 낭설만 득실거린다. 침묵이 좋은 건 최소한의 면피는 보장한다는 점이다. 제발, 주둥아리를 닥치고, 필요한 말만 최소한 하라. 정치에 예속된 종교는 쪽박의 결과로 그 존재를 증명했다. 군림하는 듯 마취되어 가장 저속한 꼬라지를 저만 모른다. 집단의 힘으로 강요하는 요설들은 부메랑이 되어 금방 마빡을 후려칠 것이다. 상식적 이별을 모르는 저 단호한 프로포즈는 폭력과 범죄에 가깝다. 분명한 것은 단련되지 않은 말은 제가 싼 똥을 제 입에 바르는 꼴이다. 본문은 짧고 설명이 긴 걸 보니 나 역시 개소리나 나발거리는 놈팽이에 불과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나에게로 깊이 잠입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26

비상연락망

오늘 따라 사무실이 조용하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냉동실에서 백설기 하나를 꺼내 전자렌지에 돌렸다. 막 데워진 떡 냄새가 사무실을 채우는데, 옆 사무실의 소장이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따끈한 떡을 꺼내어 같이 먹자고 하니, 그녀는 느닷없이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한다. 나는 어리둥절해 책상에 놓인 전화기를 들어 보이며 “안 왔는데?”라고 했다. 그녀는 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며 빨리 전화해 보라고 재촉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아니, 내 딸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뒤로 들려온 딸의 울먹임이 가슴을 서늘하게 쓸었다. 다급히 무슨 일이냐고 묻자, 왜 통화가 안 되느냐며 울음보가 터졌다. 분명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불안해 지금까지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빠에게 전화했더니 “아침까지는 아무 일 없었다.”고 태평스레 말해서 더 속이 상했다나. 전화기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엄마가 통화가 안 되는데 어떻게 그리 태무심할 수 있느냐며 아빠를 원망한다. 제 나름 온갖 방법을 찾았던 모양이다. 인터넷 지도를 찾아 로드뷰로 찾아낸 옆 사무실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빨리 아빠한테 연락부터 하라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끊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색도 하고 음악도 들려주던 내 휴대폰은 어째서 갑자기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린 걸까. 이유를 살필 겨를도 없이 남편에게도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딸에게까지 전화가 오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가까이 사는 친구 부인에게 가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나는 추수 하느라 바쁜 그녀가 괜한 걸음을 할 것 같아 다시 또 전화했다. 움직일 입장이 되지 못한 그녀는 옆 아파트에 사는 그녀의 딸에게 전화를 해서 대신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감기 걸린 손자 추슬러서 나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더는 사람들을 움직이지 않게 하려고 가족 단톡방에 ‘살아 있다’는 문자부터 보냈다. 곧바로 아들이 전화가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통화 안 되면 얼마나 불안한지 아느냐고 투덜거린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죽은 것도 아니고, 한 나절 연락 안 된다고 이리 부산스러우냐고 하자, 아들이 바로 받아친다. “엄마! 요즘은 휴대폰이 심장이야” 심장? 그 한 단어가 이상하게도 오래 울렸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심장이 멎는 듯,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 느낌을 말하는 걸까. 문득 지난해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매일이다시피 전화하는 아들이 며칠 째 소식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아침 일찍 전화를 눌렀지만 신호만 길게 갈 뿐이었다. 출근하느라 바쁜가 싶어 넘겼다가 점심시간에도 받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저녁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불안감은 더 증폭되어 온갖 상상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혹시 쓰러진 건 아닌지, 혼자 사는 집에 누가 찾아와 줄 사람이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잠시 가 봐 달라고 부탁할 이가 없었다. 출근은 했는지 알아보려 해도 사무실 번호조차 내 휴대폰에 저장돼 있지 않았다. 딸에게 전화했다. 이야기를 들은 딸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방법이라는 말에 기대어 기다리는 동안 불안은 점점 더 짙어졌다. 차라리 직접 가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차키를 찾아드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들의 목소리였다. 전화기가 고장 나 수리 중이라 했다. 누나가 카톡을 연달아 보내 노트북이 불나는 줄 알았다는 말에 그제야 딸이 말한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가족 단톡방에 미리 올렸으면 걱정하는 일이 없지 않냐”고 쏘아붙였다. 그때는 나도 그리 될 줄 몰랐다. 오전 한나절 동안 받지 못한 전화번호들을 일일이 찾아 눌러가며 다 설명하느라 바쁜 하루다. 예전에 혼자 사는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 친구들 전화번호를 주고, 친구들에게는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줬다던 이야기. 오늘은 그 말이 와락 마음에 안긴다. /윤명희 수필가

2025-11-26

북극항로의 특수선박 수요 증가, 미리 준비가 답

지난 25일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관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한 ‘포항 영일만항 북극항로 특화 전략’ 포럼은 위기에 처한 포항 철강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북극항로 선점을 둔 국제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북극항로 개척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포항은 부산, 울산을 잇는 북극항로의 경제권 벨트로 주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철강과 배터리 등 포항지역산업과 연계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고 과학기술 인재 인프라 등에서 유리해 북극항로 운항이 본격화되면 지역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전재수 해양수산부장관도 이날 “북극항로의 권역은 여수·광양에서 포항까지 아우르는 구조”며 “포항은 발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의 상업화 운항 시기를 2030년대로 전망한다. 본격적인 상업화에 대비한 전략적 준비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포럼에서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해 지역의 산업환경을 고려한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며 “특히 철강산업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북극항로 운항이 본격화되면 쇄빙선, 친환경 연료운반선(LNG, 암모니아)등 특수선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이에 소요되는 특수강재 수요도 대폭 증가해 철강업계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박에 소요될 고강도 철강재 개발에 대한 준비가 필수라 했다. 또 이것이 미국의 고율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 철강산업의 돌파구가 되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북극항로시대 전략적 전초기지인 포항 영일만항에 북극해양정보센터가 설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공감을 얻었다. 해양정보센터는 포항의 우수한 연구 인력과 연계되면 단순한 해빙관측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지역 산업계의 준비가 서둘러져야 한다.

2025-11-26

국힘 ‘당심 70%’ 경선룰, 외연확장 가능하겠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5일 구미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룰 개정과 관련해 “당원의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결정한 당원투표비율 확대(기존 50%에서 70%로)에 힘을 실은 말로 여겨진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선 “당심을 80%, 100%로 못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론이 대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선룰이 확정되면 그동안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인사들은 지방선거 공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선 ‘당심’보다는 ‘민심’반영 비율을 높여야 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당원 투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라고 했고, 지난 대선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국민 경선 100%(오픈 프라이머리)로 공직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선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심플한 방식이 100% 국민 경선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이게 되면 후보들은 너도 나도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민주당 프레임인 ‘윤어게인’ 이미지로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주요 예비후보들은 당 지도부에 “과거와 단절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 선거는 중도층을 어떻게 우리 쪽으로 견인하느냐가 관건이다. 올 연말까지는 개혁신당을 포함한 중도·보수가 함께할 수 있는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제 당원결집은 될 만큼 됐으니, 합리·상식을 존중하는 세력들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는 12월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다. 이날은 장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에선 “이날 계엄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장 대표의 대응이 주목된다.

2025-11-26

별밤, 사라지다

도시의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간판불빛과 가로조명, 고층건물의 유리벽에서 흘러내리는 빛에 별들이 밀려났다. 도시에는 별이 없는 밤하늘이 당연해져 버렸다. 지방은 어떨까. 어차피 매한가지다. 들판에 곡식도 밤엔 자야 한다는데, 소출이 예전만 못한 까닭을 사라진 캄캄한 밤하늘로 꼽는 농민들이 있다고 한다. 청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대양의 밤에도 별이 그리 찬란하지 않다고 한다. 도시를 벗어난 멀고 먼 바다에서조차 별들을 보기 어렵다는 건, 지구환경의 변화이며 인간문명의 실패임을 말해준다. ‘밤하늘의 질저하(degradation of night sky quality)’라 부른다. 기후변화로 지구대기층 구조가 변하고, 대기중 에어로졸과 미세먼지는 육지를 넘어 해상도 덮는다. 지구 평균온도가 오르면서 해수 증발량이 증가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막은 별빛을 흐리게 한다. 대기는 더 이상 별빛을 반사하며 고요히 잠드는 투명한 공간이 아니다. 기후위기의 파편들이 대양의 하늘에도 쌓여가는 셈이다. 인공광량의 확산이 결정적이다. 광공해를 도시문제로만 여기지만, 위성관측 자료를 보면 바다 위 밤하늘 역시 20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밝아졌다. 해안 대도시의 조명, 항만과 공항의 빛, 해안리조트단지에서 흘러드는 광량이 대기상층에서 산란되면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 전체가 ‘빛의 돔(light dome)’이 되었다. 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빛의 총량이 너무 많아 자연의 빛을 덮어버린 터이다. 대양을 오가는 선박에도 예외가 아니다. 갑판의 안전등, 수영장조명 등이 밤새 하늘로 번져오른다. 인간의 눈은 주변 조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야만 어둠에 적응해 영롱한 별빛을 포착할 수 있다. 배 위에서도 ‘암적응’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 하늘과 별빛을 누리려던 기대가 무너진다. 대양을 비추던 칠흑같은 어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그 위를 건너는 별빛도 희미해져 버렸다. 문제는 별밤이 사라진 ‘풍경의 상실’에 그치지 않는다. 별이 없으면 인간의 서정성과 상상력의 기틀이 무너진다. 인류는 밤하늘을 올려보며 우주를 떠올렸고 시간과 계절을 낚았으며 신화를 그려내고 철학을 만들었다. 은하수와 북극성, 달과 별자리는 인간의 품에 광활한 공간을 펼쳐주었다. 널찍했던 상징성이 졸아들면 인간의 상상력도 ‘즉각적인 자극’ 중심으로 좁아든다. 자연이 선사하던 깊은 어둠의 여백이 사라지면서, 인간은 밝은 화면에만 의존하고 짜릿한 자극에만 끌리게 된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더이상 가능한 제목이 아니다. 지방에서도 별이 사라지고 대양에서마저 별이 안 보이는 오늘의 현실은 심각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별을 잃어버린 시대에, 별을 바라보고 꿈꾸며 길러왔던 인간의 감수성과 상상력은 어떻게 지켜내야 하나?’ 기후변화와 인공광량의 확산은 기술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진다. 어둠은 우리가 잃어버린 자산이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테두리다. 별을 되찾는 일은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며 우리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 별을 잃은 밤하늘 아래에서, 바로 그 숙제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지구의 밤 풍경을 덜 밝힐 방도를 찾아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1-26

대구상의, ‘2025 대구천억클럽 간담회’ 열어⋯지역 매출 1000억 기업 한자리에 모여 산업 도약 의지 결집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주력 기업들과 함께 산업 전환기 대응 전략을 공유하며 지역경제의 미래 성장을 모색했다.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대구천억클럽’이 지역 산업 활성화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상의는 26일 호텔수성에서 ‘2025 대구천억클럽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지역 기업인들을 초청해 성과를 축하하고, 대구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 민주원 대구지방국세청장, 윤경자 대구지방조달청장, 정기환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김주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등 주요 기관장과 천억클럽 기업 대표 40여 명이 참석해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올해 새롭게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기업 9곳에는 ‘천억클럽 트로피’가 수여됐다. 수상 기업은 △동우씨엠㈜ △㈜백산이엔씨 △우성파워텍㈜ △미래첨단소재㈜ △한창실업㈜ △고려전선㈜ △㈜상일종합관리 △㈜에스테크 △주원홀딩스㈜ 등이다. 또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공동 저자인 최지혜 박사(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가 ‘2026 트렌드코리아 – HORSE POWER’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며 AI 대전환 시대의 산업 트렌드 변화와 기업 대응 전략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천억클럽 기업들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대구경제의 활력 회복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력 의지를 다졌다.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지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천억클럽 기업들이야말로 대구경제의 중심”이라며 “앞으로도 기업의 도전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지역 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상의가 정책적 지원과 협력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상의는 2019년부터 매출 1000억 원 이상 지역 리딩기업의 CEO와 주요 기관장을 초청하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명칭을 ‘대구천억클럽’으로 변경해 기업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대표 행사로 발전시키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일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 경제인 대표단, 대구 수성구 방문

일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 경제인 대표단이 대구 수성구를 방문하며 양 도시 간 경제 협력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양측 경제 단체 간 교류를 공식화하는 첫 일정으로, 향후 실질적인 기업 교류와 공동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 25일 일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의 마세 미치히로 부시장과 킨노 야스유키 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 대표단 30명이 수성구청을 방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즈미사노시 상공회의소는 지역 산업 진흥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행정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경제의 핵심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양측은 청년회의소 및 산업별 기업인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실질적 협력 강화와 경제 분야 전반의 교류 확대 방향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과 정기적 교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세 미치히로 부시장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수성구의 활력과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 도시가 경제인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함께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구와 이즈미사노시는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온 파트너 도시”라며 “경제인 대표단의 첫 공식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 지역 기업인들이 긴밀한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해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성구는 경제 외에도 관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즈미사노시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교통약자 이동지원 강화⋯전국 교통환경 전반적 개선

국토교통부가 2024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교통약자 이동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교통약자는 총 161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1.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6만 명 증가한 수치로, 고령 인구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교통약자 유형별 변화를 보면 고령자(65세 이상)가 53만 명 증가한 반면 영유아 동반자와 어린이는 각각 16만 6000명, 6만 2000명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9개 도와 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교통수단, 여객시설, 보행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로, 이동편의시설의 기준적합률은 79.3%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대비 4.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교통수단의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률은 87.1%로 7.4%p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버스의 기준적합률은 89.5%로 경기도가 93.6%로 가장 높았다. 경북은 2년 사이 7.2%포인트 상승하며 개선폭이 가장 컸다. 도시·광역철도 차량은 97.4%의 높은 기준적합률을 기록했고, 대구·대전·광주 등 일부 노선은 100%를 달성했다. 철도차량은 99.4%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노후 차량의 교체가 진행되면 10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의 기준적합률은 74.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저비용항공사(LCC)는 휠체어 보관함, 교통약자 전용좌석, 영상안내시설 등이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시설 개선사업이 집중된 여객선은 75.2%의 적합률로 2022년에 비해 무려 34p 증가했다. 여객시설 역시 모든 부문에서 개선됐다. 전체 기준적합률은 78.2%로 3.0p 상승했다. 공항여객터미널이 97.2%로 가장 높았으며, 도시·광역철도 역사 91.9%, 철도역사 86.5%, 여객선터미널 83.7% 등이 뒤를 이었다. 버스정류장의 경우 38.5%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2022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정채교 종합교통정책관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이동 약자를 위한 교통 환경 개선은 필수 과제”라며 “지자체와 함께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의 편의시설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희망2026 나눔캠페인 12월 1일 출범…106억 2000만원 모금 목표

대구시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진행되는 ‘희망2026 나눔캠페인’을 오는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나눔캠페인의 모금 목표액은 106억2000만 원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3년째 모금 목표 금액을 동결했다. 지난해 모금액은 목표액의 102.4%인108억 7600만 원을 달성했다. 12월 1일 오후 2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출범식에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 단체장, 나눔실천 유공자, 대구 시민들이 함께 모여 나눔캠페인의 출범을 선포하고, 사랑의 온도탑을 제막할 예정이다. 선포식 후 사랑의 온도탑은 구(舊) 중앙파출소 앞 분수광장으로 옮겨져 시민들이 모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온도탑은 1억 620만 원이 모일 때마다 사랑의 온도가 1도씩 올라 최종 목표액을 채우면 100도가 완성된다. 성금 모금 및 캠페인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며, 기부를 원하는 시민은 대구사랑의열매 사랑의 계좌 또는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방송사에 성금과 물품을 기탁할 수 있다. 또 ARS 기부전화(060-700-0050, 1통화 2000 원)를 통해서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26

제22기 민주평통 대구중구협의회 출범⋯40명 자문위원 활동 시작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중구협의회가 공식 출범하며 40명의 자문위원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협의회는 지난 25일 중구청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열고 새로운 임원진의 출범과 함께 향후 2년간의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출범식에는 류규하 중구청장을 비롯해 자문위원 및 지역 기관·단체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제22기 협의회는 직능대표 35명, 지역대표 5명 등 총 40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됐으며, 김귀현 신임 회장이 협의회를 이끈다. 행사에서는 박창용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소개됐으며, 협의회는 지역 내 통일 의견 수렴과 평화통일 기반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김 회장은 지역사회 나눔문화 확산에 동참하고자 쌀 50포(약 200만 원 상당)를 기탁해 의미를 더했다. 기탁된 쌀은 중구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김귀현 회장은 “제22기 자문위원들과 함께 중구에서 통일 공감대를 넓히고 실천하는 협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대구사랑의열매, 라파동물병원 ‘착한가게 3333호’·반려견 안나 ‘착한펫 17호’ 선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5일 달서구 장기동 라파동물병원에서 ‘대구 착한가게 3333호’와 ‘대구 착한펫 17호’ 가입식을 열었다. 이번 가입식은 동물병원과 반려견이 함께 기부에 참여하는 이례적 사례로, 착한대구캠페인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라파동물병원 조의현 원장, 착한펫 17호로 선정된 반려견 ‘안나’와 보호자 이미리 기부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주현 사무처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안나 보호자가 평소 이용하던 라파동물병원에 착한가게 참여를 제안하며 동반 가입으로 이어져 지역사회 나눔의 좋은 사례가 됐다. 2018년 개원한 라파동물병원은 친절하고 꼼꼼한 진료와 반려견 위탁 서비스를 통해 지역 반려인들의 신뢰를 꾸준히 얻어왔다. 조의현 원장은 “반려동물 진료를 넘어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나의 보호자 이미리 기부자는 “안나는 가족 같은 존재인데, 안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강주현 사무처장은 “착한동물병원과 착한펫이 함께 참여한 특별한 가입식”이라며 “따뜻한 마음을 지역사회에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HS화성, 보건복지부 표창 수상⋯지역 나눔 문화 확산 공로 인정

HS화성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수상했다. 보건복지부는 HS화성이 평소 이웃을 위한 꾸준한 나눔 실천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HS화성은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간 약 7회 진행하는 ‘사랑의 집수리’ 봉사활동을 비롯해, 국가보훈청과 협력해 국가유공자 세대를 위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연 2회 진행하고 있다. 또 경북도와 고독사 예방 업무 협약을 체결, 도내 취약계층 지원 활동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5년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된 화성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총 310여 호에 달하는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비롯해, 장애시설고아원·양로원 등 복지시설 물품 지원 및 시설 정비, 사랑의 연탄 배달, 든든 도시락 나눔 봉사, 독거노인 무료급식, 재난지역 구호활동 등 지역사회에 먹거리 및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폭넓은 나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러한 봉사활동에는 매년 약 200여 명의 임직원과 봉사단원이 참여해오고 있다. 아울러 HS화성은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 봉사활동 참여를 포함시켜, 구성원들이 현장에서 나눔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종원 회장은 “HS화성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건설사로서, 앞으로도 꾸준하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데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26

‘수소환원제철소 전환’ 기사 주목,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 마련을

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서진국) ‘2025년 11월 정례회의’가 26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지난 11월 한 달간 경북매일에 실렸던 기사들을 되짚어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독자권익위원들의 경북매일 지면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정리했다. △서진국(전 포항시 북구청장) = 14일자 1면 톱기사 ‘포항 연료전지 공장 첫 삽’ 에서 포항시의 수소산업 확장 소식을 전했다. 포항시가 연료전지 공장을 착공했으나, 더 시급한 과제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전환이다. 포항 경제의 근간인 철강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 관세, EU 탄소국경조정제로 인해 기존 고로 체제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2020년부터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소 전환은 포항의 미래와 국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 과제다. 경북매일이 이 전환의 구체적 현황과 국제 시장 대응 전략을 심층 보도해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길 기대한다.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 시민에게 바다의 지평선을 선사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안정비 공사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해변을 틀어막아 조망권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영일대는 자연적으로 모래가 이동하는 상태여서 구조물 설치는 ‘정비’가 아닌 ‘훼손’이다. 연안정비의 본질은 바다 속 모래를 붙잡는 양빈 작업이지, 해변을 틀어막는 방식이 아니다. 시민의 바다를 가리는 공사는 즉시 멈춰야 한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취재가 필요하다. △이상준(향토사학자) = 19일 인터넷 포토뉴스에 보도된 ‘포항 에코빌리지 대송면 주민공청회’ 관련 기사를 보았다. 에코빌리지 공모기간이 12월 26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하니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포항시가 추진 중인 에코빌리지가 특정 지역에 조성될 경우 장단점이 발생할 것이며, 이에 대해 주민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심층취재를 통해 성공 사례가 있다면 적극 홍보하고, 유치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사례도 함께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춘순(전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 = 18일 자 문화면의 ‘경주 오아르미술관 올해의 건축 베스트 7’ 기사에 눈길이 갔다. 경주 노서동 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개관 6개월 만에 18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한국건축가협회상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선정됐다. 특히 “왕릉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된다”는 콘셉트로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건축적 완성도와 문화적 상징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 공간이 앞으로 어떤 문화적 가치를 더해갈지 기대된다. △김미정 ODS 다문화교육연구소 포항지사장 = 21일 홈페이지에 실린 ‘워킹맘 고용률 64.3%···경력단절여성 1년 새 11만명 줄어’ 기사는 경력단절 완화 추세가 사회 발전의 신호임을 보여준다. 대구·경북에서도 경력단절 여성 감소로 일자리 환경 개선이 확인됐다. 재취업 경로 다양화, 유연한 근무제, 보육 인프라 확충이 여성 노동 시장 복귀를 지원한다. 이들의 ‘일하고 싶다’는 의지 유지가 두드러지며, 양육·가정생활 중 사회적 역할 회복 선택이 확산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은 지원 대상이 아닌 지역 미래 동력으로 인식돼야 한다. 정책 지원과 현장 개선 노력이 지속되면 재도약 제도의 실생활 적용으로 사회적 포용과 기회 확대가 이뤄질 것이다. △신현자(라온재심리상담연구소장) = 14일 자 문화면에 실린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신간 기사에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실장이자 조경가인 저자의 통찰에 공감했다. 이 책은 그가 국내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재구성한 것으로, 정원이 인류 역사에서 권력·미학·철학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현대 도시와 환경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정원을 “땅을 캔버스로 삼은 예술이자 수학·과학·건축이 융합된 문명의 집결체”로 정의했다. 그의 주장처럼 비록 작은 공간이라도 정원을 가꾸는 일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류영재(전 포항예총 회장) = 답답한 소식들만 넘쳐나는 요즘,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관련 소송에서 우리나라가 승소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자 4면에 보도된 ‘론스타 승소···정치권 내 덕분 공방’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고 역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 했고, 한동훈 국민의 힘 전 대표는 ‘당시 승산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공격했던 민주당은 숟가락을 얹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야의 ‘내 덕분’ 공방 속에서 원로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론스타는 전 정부도 잘했고 한동훈도 잘했고 현 정부도 잘했다”라고 말하며 “잘한 건 잘했다고 말해 줘야 한다”라고 했다. 모처럼 원로의 품격에 어울리는 말을 한 것 같고, 그가 누구이든 옳은 말은 배워야 한다. △황병기(전 포항시 도시해양국장) = 포항시가 남구 오천읍 세계리·광명리 일대 20여 곳의 일제강점기 인공동굴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이를 ‘다크투어리즘’ 역사 관광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19일 자 1면 톱 기사 ‘일제강점기 포항 인공동굴 다크투어리즘 관광지 만든다'에 따르면 절반은 해병대 1사단 부지 내에, 나머지는 농지와 민가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대부분 보존 상태가 열악하고 일부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포항시는 인공동굴의 역사적 가치를 조사하고, ‘다크투어리즘형 역사관광지’ 콘텐츠화 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노정구(포항대 학생입학처장) = 19일 자 문화면의 ‘포항지역 사진예술 독창성 이끌 신진 찾아요’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죽도성당 맞은편의 건물 2층에 ‘갤러리포항’이라는 사진 전문 갤러리가 개인의 노력으로 개관한 지 4년이 되었고, 그동안 여기에서 다양한 사진전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종종 들르곤 했다. 이번에는 개관 4돌을 기념하여 지역 사진예술의 독창성을 이끌어갈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번 공모는 포항 지역 기반의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하며, 갤러리 포항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이 지역 예술계의 ‘세대 전환’을 견인할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쉽지 않은 일이 민간 차원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시행되는 것이니 더욱 기대가 된다. △이형(포항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 19일 홈페이지에 실린 ‘포항시, 25일 국회서 영일만항 북극항로 특화전략 포럼’ 제하의 기사는 환동해 중심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포항 시민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포항시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북극항로, 새로운 해양 패러다임과 포항 영일만항의 도전’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는 기사다. 이는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 주도’를 국정 과제로 선정한 상황에서, 급변하는 국제 해양 정세에 대응하고 영일만항의 특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최근 포항은 철강산업 위기와 지역 경제 침체, 일자리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번 포럼이 해결책 마련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민규(포항 대동중 교장) =20일 자 2면 ‘與野 협치로 K-스틸법’ 산자위 소위 통과’ 제하의 기사에 의하면 국내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 국회 산자위 심사소위를 통과했고, 이르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 한다. 미국의 철강 고관세 정책 등 철강산업이 위기에 빠짐에 따라 국내 철강 시장을 보호하자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것 같다.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우고 저탄소 제철 기술에 대한 세제·재정 지원을 비롯한 철강산업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며, 포항의 두 국회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병합심사 후 의결했다니 더욱 반갑다. 우리 지역구 의원들의 노고가 위기의 철강업계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은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6

“지진·태풍 겪은 포항시민의 아픔, 치유농업으로 어루만져요”

포항은 2017년과 2018년 2차례 지진을 겪었고, 2022년 9월에는 태풍 힌남노 물 폭탄을 맞았다. 포항시민들은 엄청난 재난을 잇따라 겪은 탓에 아직도 상처를 온전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재난을 겪은 도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시민의 마음을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이현주 포항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26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포항의 자연과 농업 자원이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소장은 2년 전부터 포항의 치유농업을 이끌고 있다. 치유농업은 지진·태풍을 겪은 포항의 심리·정서 회복 전략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경관치유농업팀을 신설하고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도 제정하는 등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삼아 포항에는 곤충 기반 정서치유부터 연잎 공예, 발달·인지장애 맞춤형 프로그램, 도시 원예치유까지 성격이 다른 7개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7600여 명이 찾는 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소장은 “내년에 북구보건소 인근에 1만㎡ 부지에 연 면적 1000㎡ 규모의 치유농업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면서 “교육·컨설팅·효과 분석 등 전문 지원을 제공하면서 7개 치유농장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시는 최근 ‘농업 대전환 시대의 나침반, 치유농업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자체·의료·복지·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치유농업의 제도화와 지역 맞춤형 모델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소장은 “치유농업이 단순 체험이 아니라 지역 복지와 보건, 의료를 연결하는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확산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포항시 농업기술센터는 포항트라우마센터와 연계해 상담 프로그램 일부를 농촌 체험으로 구성해 심리 회복 효과를 높이고 있다. 트라우마센터는 심리 치료를 담당하고, 농업기술센터는 흙·식물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두 기능이 만날 때 회복 속도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남·북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올해는 경증·초로기 치매 환자와 보호자 60명이 도자기 화분 만들기, 이끼테라리움, 텃밭 요리 등 인지·정서 융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보건소의 전문성과 농촌의 치유 자원이 결합하는 구조가 바로 보건·복지·의료가 치유농업에서 만나는 지점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돌봄마을’ 조성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돌봄마을은 치매·우울·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일정 기간 농촌에 머물며 회복하는 생활치유형 모델이다. 포항시는 내년에 기초 조사와 모델 설계를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이 소장은 “병원과 약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초기 정서 문제를 농촌에서 보완할 수 있다”며 “도시의 치료 수요를 농촌 자원과 연결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