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사태가 예상치도 않았던 원인으로 대구, 경북은 물론 포항지역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실 2월 초만 하더라도 중국발 전염병 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역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쉽게 말해 3개 부문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알기 쉽다.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 부문이다. 생산 활동에서는 일부 공장의 근로자가 감염되면서 방역 등을 위해 일시 가동을 멈추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가 확장단계에 있는 호황기가 아닌 관계로 급히 납품기일을 지켜야 할 생산자가 아니라면 대체로 연간 전체의 생산물량에서 재고조정 정도에 그치는 기업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유통과 소비 부문이다. 유통을 도매점과 같은 곳으로만 보기 쉽지만 사실상 대부분 서비스업종은 재화가 아닌 용역을 판매한다는 점만 다를 뿐 광의의 유통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동형 점포나 장날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인 등 일부 특이한 유통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정된 거점에서 소비자를 기다린다. 최근에야 온라인 이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소비자들 대부분이 유통 활동의 거점을 찾아가 구매하는 형편이다. 결국, 이번과 같이 전염병이 퍼져 소비자인 시민들의 행동반경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 유통 공급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평소 소비 활동을 생각해보자. 가족들이 모처럼 외출하여 외부 식당(음식업)에서 식사하는 일이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 차나 음료(커피전문점, 제과점 등)를 마시면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 지인들과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관람 등과 같은 문화 소비(공연예술업)도 미루었다. 기업체, 동창회 등 각종 단체가 주최할 예정이었던 다양한 행사(행사기획서비스, 인쇄출판업, 호텔숙박업)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굳이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한 주요 관광지로 여행(항공사, 여행사, 운수업 등)하는 것도 취소되기 쉽다. 그야말로 물건의 중개와 관련된 유통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분야의 전 업종에서 이번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특히 이번 사태로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 떠오른다. 전통시장이다. 그나마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무시할 수 없기에 대형마트 등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평소보다 많이 사는 행위로 인해 일부 제품이 품귀할 정도의 현상까지도 나타났다고 한다. 손님 수는 줄었지만 반대로 전화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고 택배로 배달을 요청하는 수요는 여전하여 매출 감소 폭은 생각만큼 크게 줄지는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이번처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받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 그렇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전통시장도 일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에서는 외부에 공개된 트인 장소다. 그곳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여 판매하는 곳도 전통시장의 풍경이다. 각종 식자재로 쓰이는 흙이 묻은 자연상태의 신선한 채소들은 전통시장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만지며 고를 수 있는 이른바 ‘접촉’이 자유로운 점은 이번 사태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 쉽다. 실제 위생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렇게 작용하기 쉽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환경보존에 좋지는 않지만 흰 스티로폼 받침에 투명 랩으로 감싼 식자재들은 위생적으로 매우 깨끗하게 보인다.여기에 그동안 전통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과제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소비자들의 바깥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편리 추구는 엄청난 배달서비스업체 성장 속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수없이 많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까지도 환하게 볼 수 있는 조명에 사시사철 냉난방을 갖춘 상태에서 꼭 필요한 만큼 다양한 부피와 중량으로 가격표를 매겨놓고 있어 가격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근력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물건을 고르거나 품목이 전혀 다른 물건들을 구매하는 데도 장바구니에 힘들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바퀴 달린 카트를 밀면 된다. 집에 돌아갈 때 물건을 싣느라 시내버스 기사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적정 금액 이상만 구매하면 집까지 요구하는 시간대에 배달해주기 때문이다.과연 이번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 포항의 전통시장은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떠한 상황이 변화되더라도 전통시장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지금 상태의 경영방침 내지는 영업형태를 고수하는 한 생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전통시장을 화두로 수많은 정책이 제시되고 시행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전통시장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이다. 이번처럼 전염병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특수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점차 위생, 보건, 웰빙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포항의 경우에는 점차 인구사회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인구 변화는 크지 않은데 가구수는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전통시장에서 1인 가구가 한끼나 두끼 식사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구성은 거의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맞벌이 부부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퇴근 이후 장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대를 전통시장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통시장의 서비스는 배달이다. 지금 전국적으로도 전통시장에서는 배달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도 문경시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시한 배달서비스로 안전하게 집에서 장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하였다. 과거만을 고집하는 것이 전통시장의 존재가치는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이 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철저하게 자각(自覺)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아케이드를 만들어주고, 정치인이 선거철마다 찾고, 각종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이 발행된다고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적어도 포항의 전통시장이라면 포항시민들이 굳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어쩌면 포항의 전통시장에 가면 원산지 표시가 국내산에 그치지 않고 구룡포산 대게, 흥해산 시금치, 장기산 배추, 기계산 소고기 등과 같이 포항지역의 농수산물을 포항 시민이 구매할 수 있는 곳, 말 그대로 ‘지산지소’의 거점이자 지역 농어가를 살리는 곳임을 명확하게 내세운다면 찾아가는 시민의 발걸음도 가벼워질지 모른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