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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19 사태와 전통시장의 미래

이번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사태가 예상치도 않았던 원인으로 대구, 경북은 물론 포항지역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실 2월 초만 하더라도 중국발 전염병 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역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쉽게 말해 3개 부문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알기 쉽다.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 부문이다. 생산 활동에서는 일부 공장의 근로자가 감염되면서 방역 등을 위해 일시 가동을 멈추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가 확장단계에 있는 호황기가 아닌 관계로 급히 납품기일을 지켜야 할 생산자가 아니라면 대체로 연간 전체의 생산물량에서 재고조정 정도에 그치는 기업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유통과 소비 부문이다. 유통을 도매점과 같은 곳으로만 보기 쉽지만 사실상 대부분 서비스업종은 재화가 아닌 용역을 판매한다는 점만 다를 뿐 광의의 유통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동형 점포나 장날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인 등 일부 특이한 유통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정된 거점에서 소비자를 기다린다. 최근에야 온라인 이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소비자들 대부분이 유통 활동의 거점을 찾아가 구매하는 형편이다. 결국, 이번과 같이 전염병이 퍼져 소비자인 시민들의 행동반경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 유통 공급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평소 소비 활동을 생각해보자. 가족들이 모처럼 외출하여 외부 식당(음식업)에서 식사하는 일이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 차나 음료(커피전문점, 제과점 등)를 마시면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 지인들과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관람 등과 같은 문화 소비(공연예술업)도 미루었다. 기업체, 동창회 등 각종 단체가 주최할 예정이었던 다양한 행사(행사기획서비스, 인쇄출판업, 호텔숙박업)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굳이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한 주요 관광지로 여행(항공사, 여행사, 운수업 등)하는 것도 취소되기 쉽다. 그야말로 물건의 중개와 관련된 유통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분야의 전 업종에서 이번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특히 이번 사태로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 떠오른다. 전통시장이다. 그나마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무시할 수 없기에 대형마트 등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평소보다 많이 사는 행위로 인해 일부 제품이 품귀할 정도의 현상까지도 나타났다고 한다. 손님 수는 줄었지만 반대로 전화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고 택배로 배달을 요청하는 수요는 여전하여 매출 감소 폭은 생각만큼 크게 줄지는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이번처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받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 그렇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전통시장도 일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에서는 외부에 공개된 트인 장소다. 그곳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여 판매하는 곳도 전통시장의 풍경이다. 각종 식자재로 쓰이는 흙이 묻은 자연상태의 신선한 채소들은 전통시장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만지며 고를 수 있는 이른바 ‘접촉’이 자유로운 점은 이번 사태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 쉽다. 실제 위생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렇게 작용하기 쉽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환경보존에 좋지는 않지만 흰 스티로폼 받침에 투명 랩으로 감싼 식자재들은 위생적으로 매우 깨끗하게 보인다.여기에 그동안 전통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과제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소비자들의 바깥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편리 추구는 엄청난 배달서비스업체 성장 속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수없이 많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까지도 환하게 볼 수 있는 조명에 사시사철 냉난방을 갖춘 상태에서 꼭 필요한 만큼 다양한 부피와 중량으로 가격표를 매겨놓고 있어 가격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근력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물건을 고르거나 품목이 전혀 다른 물건들을 구매하는 데도 장바구니에 힘들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바퀴 달린 카트를 밀면 된다. 집에 돌아갈 때 물건을 싣느라 시내버스 기사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적정 금액 이상만 구매하면 집까지 요구하는 시간대에 배달해주기 때문이다.과연 이번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 포항의 전통시장은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떠한 상황이 변화되더라도 전통시장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지금 상태의 경영방침 내지는 영업형태를 고수하는 한 생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전통시장을 화두로 수많은 정책이 제시되고 시행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전통시장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이다. 이번처럼 전염병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특수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점차 위생, 보건, 웰빙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포항의 경우에는 점차 인구사회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인구 변화는 크지 않은데 가구수는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전통시장에서 1인 가구가 한끼나 두끼 식사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구성은 거의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맞벌이 부부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퇴근 이후 장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대를 전통시장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통시장의 서비스는 배달이다. 지금 전국적으로도 전통시장에서는 배달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도 문경시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시한 배달서비스로 안전하게 집에서 장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하였다. 과거만을 고집하는 것이 전통시장의 존재가치는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이 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철저하게 자각(自覺)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아케이드를 만들어주고, 정치인이 선거철마다 찾고, 각종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이 발행된다고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적어도 포항의 전통시장이라면 포항시민들이 굳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어쩌면 포항의 전통시장에 가면 원산지 표시가 국내산에 그치지 않고 구룡포산 대게, 흥해산 시금치, 장기산 배추, 기계산 소고기 등과 같이 포항지역의 농수산물을 포항 시민이 구매할 수 있는 곳, 말 그대로 ‘지산지소’의 거점이자 지역 농어가를 살리는 곳임을 명확하게 내세운다면 찾아가는 시민의 발걸음도 가벼워질지 모른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3-01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

지금 세계는 중국발 전염병에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였다는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광범위한 감염 발생 지역을 기준으로 삼아 자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입국 거부도 불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람들이 최소한의 예방조치로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 행사들을 취소 내지는 연기하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어느 분야이건 가장 불안한 심리는 불확실성에서 파생된다. 초기의 전염병이 그 자체가 지닌 파급력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점차 불확실성(전염병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갖추어지고 이해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책이나 백신이 개발되고 나면 점차 사태는 진정되기 마련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주요 전염병의 발원지 내지는 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중국을 혐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 1997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2년 11월 광둥성에서 최초 발견되었지만 2003년 2월이 되어서야 WHO(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여 국제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중국발 전염병이 많기는 하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국제적인 전염병이라고 하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2일 로이터통신은 중국당국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 조류독감치료제와 에이즈치료제(항HIV약)를 복합 투여하자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에이즈야말로 치료제도 대처방법도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유엔합동에이즈계획(UNAIDS)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전 세계 에이즈환자(HIV양성자) 수는 3천790만 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1997년 290만 명에서 2018년 170만 명으로 연간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은밀하면서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1981년 6월 미국 LA에서 처음 보고되고 1984년 에이즈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10년 동안 전 세계 감염자 수가 100만 명까지 확대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인 1982년 EHEC(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일명 O157), 1989년 C형간염 등도 미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이름 그대로 중동지역에서, 2014년 7월 에볼라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하였다. 오랜 과거가 되었지만 전 유럽을 강타하였던 흑사병(페스트)까지 생각해보면 전 세계 어느 지역도 전염병이 절대 발생하지 않는 지역임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관심의 초점은 이미 발생한 지역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떠한 프로토콜을 의료시스템에 접합시키고 어떠한 국가적인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여야만 전염병 발생을 최소화하고 또 초기의 이상증세를 접하였을 때 신고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포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번 사태는 국내는 물론 포항지역 경제에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당장 울산의 자동차공장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게 된 만큼 전혀 지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역경제 규모 내지는 지역 철강산업의 전체 크기를 가늠해 볼 때 포항의 철강업계가 공급한 철강재를 이용하여 경주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울산의 완성차 생산에 공급되는 절대적인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지난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와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에서만 부품을 수급할 경우 발생 가능한 위험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방주사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과 전염병은 서로 상극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영일만 관광특구 지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곳이나, 모 방송국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던 관광객이 급증하였던 구룡포의 경우 일시적으로 급증하였던 방문객이 급감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인한 체감경기의 하락 폭은 다른 곳보다 컸을 것이다. 게다가 3월부터 다시 개장한다는 영일만 친구 야시장, 연말경 본격화될 영일만항의 크루즈산업 등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단지 걱정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개된 장소에서의 위생 관련 문제를 보완하고 출입국절차와 관련한 검역프로토콜을 재점검하였으면 한다.그러나 포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도 일종의 생물체나 마찬가지다. 지역경제는 생산, 고용, 투자와 같은 공급적인 요소는 물론 소비, 유통 등의 수요측면 거기에 행정, 환경, 정치 등 다양한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 포항이라는 지리 공간적인 활동 구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인 결과로 그 성과가 결정된다. 이러한 공간적인 터전은 대체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지만 실제 시장경제 활동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시스템이라고 부를만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흔히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본거지로 삼기를 선호하는 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단지 그 지역 땅값이 저렴하다는 원초적인 원가요인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행정서비스의 편리성도 의사결정의 큰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들은 다들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서류처리를 위해 온종일 담당관들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한 부서만 찾아가면 필요한 모든 행정처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기업을 하는 경영자에게는 최고다. 이러한 행정서비스는 행정기관 청사가 화려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원스톱 행정서비스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부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경제활동의 유기적 활동은 이처럼 특정 건물,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제활동 요소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대부분 어떠한 사업목적이 있는 경우 그 성과를 결정짓는 것이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완성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성과의 측정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은 보이는 것을 먼저 선택하고 만다. 이것을 필자는 지역경제를 저해하는 ‘HBS(하드웨어최고증후군; hardware best syndrome)’라 명명하고 싶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 대한 복지사업이 필요하다면 핵심은 고령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무장벽(barrier free) 실현이 최종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업입안자들은 HBS에 쉽게 감염된다. 소프트웨어가 정상 작동하려면 비교적 장시간이 걸리고 성과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복지회관, 복지센터 등과 같은 간판이 붙은 그럴싸한 하드웨어부터 만든다. 이후 해당 사업은 눈에 띄게 완료(?)되었으므로 정작 필요했던 소프트웨어인 복지시스템의 작동은 확인할 길이 없이 건물만 남게 된다. 지속 가능한 포항지역 경제를 위해서는 어떤 분야라도 HBS부터 박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후보자들의 공약에는 HBS의 감염증세가 없었으면 좋겠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2-16

2020년 포항경제의 5대 과제

2020년 포항경제는 2019년보다는 희망적일 것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외부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포항 지역경제 전망을 살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철강생산은 세계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전년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역 제조업 설비투자도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고용도 은퇴 인력의 빈자리를 메꾸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건설투자는 지진복구 등에 대한 기대감과 저점을 확인한 아파트 등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전년보다는 나아질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도 다소 회복하고 도쿄 하계올림픽 등에 따른 가전특수 등으로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 기대된다. 따라서 종합적인 경제지표는 적어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미약한 우상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절대 수치 자체는 낮을지라도. 이러한 전망하에 포항은 과연 2020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현실을 직시한 상황에서 어떠한 이벤트에도 포항이 대처 가능한 탄력적인 체질을 갖추어야만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래의 5대 과제만큼은 적어도 유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지진복구사업의 로드맵을 5월 말까지는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끄트머리에야 겨우 지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모든 사업이 법만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에서 ‘예산’이라 부르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예산’이라는 것은 미리 정한 대로 지출하는데 일반적으로 그해 사용할 돈은 그 전해 7월이면 정해진다. 아쉽게도 지진 특별법 자체가 연말에나 통과되었다. 이는 중앙정부가 특별히 선심을 쓰지 않는 한 특별법에 기반한 예산집행이 2020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항은 시행령이니 규칙이니 하는 세부적인 절차 마련에 적극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어느 부문에 어떤 사업을 얼마의 예산으로 언제까지 투입할 필요가 있음을 중앙정부에 주장하기 위한 최종사업계획의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만 한다. 구체적인 견적까지 포함한 계획서를 늦어도 5월말 정도까지는 예비해두어야만 긴급 예비비라도 올해 당겨쓰거나 늦어도 2021년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앞으로 중장기 포항발전방안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총선 이후 ‘4자회담’을 통해 지역 주요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7월 말까지는 확정할 필요가 있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정상작동하려면 일반적으로 3개 축이 필요하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로 물길을 유도하는 홈통과 마지막 방아머리를 조절하는 역할은 ‘행정’이다. 물레방아의 핵심인 물레바퀴가 ‘포스코’라면 이와 연동되어 작동되는 방아굴대와 눌림대는 지역 기업들이 모인 ‘상공회의소’다. 평상시에는 이 ‘3자’에 의해 지역경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는 4월 21대 총선이 있다. 선거법 개정 등으로 포항 정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포항의 대표선수로 중앙정치에서 활약할 21대 국회의원은 지역 현안이 무엇이고 그 완급과 시한에 대해 충분히 지역경제의 ‘3자’와 공감하고 결정하는 데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지속 정상작동할 수 있게 된다. 총선종료와 동시에 지역에서는 반드시 포항경제의 앞날에 대한 중요 핵심사안과 우선순위를 ‘4자회담’을 거쳐 확정하였으면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4자의 대표선수가 바뀔 때마다 포항의 앞날을 위한 전략을 새로 짜내느라 세월만 허비하기 쉽다.영일만관광특구는 포항상륙작전 70주년의 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포항이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로서 포항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형산강전투로 대반격에 나선 증거는 지금도 포항의 전적비, 전승기념관 등에 생생히 살아있다. 방문자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전쟁과 평화, 한국전쟁 당시를 되새기며 호국 정신을 일깨우는 포항만이 가능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포항의 숭고한 관광자원이다. 마침 2020년은 포항 상륙작전을 포함한 기계 안강전투, 형산강 전투, 비학산 전투로 이어지는 한국 아니 포항 전쟁 70주년이다. 대대적으로 관광방문객들에게 호국 도시 포항을 영일만 관광특구와 연계, 홍보한다면 포항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왕이면 세계 각국에서 포항전투에 참전했던 참전용사 가족들까지 초청하는 행사도 나쁘지 않다.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 조성계획을 10월 말까지는 확정하자. 포항이 오랫동안 바랐던 영일만항의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공사도 올해 마무리된다. 하지만 국제크루즈산업은 단지 항만에서 크루즈선이 출항하거나 기항한다고 절로 관련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경제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도착한 항구도시에서 먹고, 자고, 사고, 즐기는 데 기꺼이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포항에 그들이 돈을 마음껏 쓰고 싶어도 이를 수용할 ‘소비기반’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특급호텔, 면세점이나 카지노, 고급음식점 등 소비기반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은 대안 마련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영일만항의 장점인 냉동 냉장 컨테이너 처리능력과 궁합이 맞고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식품 가공산업은 안성맞춤이다. 이왕이면 가공은 물론 식품전시 및 판매까지 모두 갖춘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가칭)’를 항만 배후단지에 만들면 좋겠다. 게다가 웰빙 시대에 맞는 ‘햇섭(HACCP)’이나 ‘할랄(HALAL)’인증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센터는 관광객에게 보고, 먹고, 사는 것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게다가 언제든지 페리선,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할 것 없이 그들에게 식료품을 공급하는 기지도 될 수 있고 대북경협사업의 한 꼭지도 될 수 있다. 이는 사막과 같이 끊임없는 망망대해를 거친 선박이 보급품까지 조달하는 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엔 최소한 조성계획만이라도 확정하였으면 한다.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실리적 지역참여전략을 마련하자. 모두 남북 또는 북미 간 정상회담만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후다. 유엔제재가 풀려야만 비로소 남북 간의 경제협력사업이 정상 가동될 수 있다. 물론 순식간에 실현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지역마다 대북경협사업을 선정하니 누가 나설 것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어쩌면 미국, 일본 등은 준비를 마치고 그들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포항의 지정학적 위치가 어떻고 대북 전진기지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리부터 지역 산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대북사업이 개시되었을 때를 대비해야만 한다. 대북관광사업프로그램, 북한의 철도현대화와 러시아-북한-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파이프라인의 바람직한 공급노선계획과 지역 철강업계의 참여 가능성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치밀하게 주판을 튕겨둘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2-02

2019년 포항의 분야별 성적표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궁금한 것은 지난해 포항의 각 분야별 활동상황이 어떠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성과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올해의 흐름도 짚어 볼 수 있기에 나름의 기준으로 성적을 매겨봤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판단인바 사전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포항은 철강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예나 앞으로도 국내 산업과의 연관 관계를 넘어 글로벌경제와 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나라 밖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2019년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각 국가 지역 할 것 없이 국익 우선주의, 지역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표출되었던 한 해였다. 그중의 백미는 미국과 중국. 양국 간 무역전쟁은 단순하게 두 나라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한 충돌을 넘어섰다. 새로운 세계정치 질서가 양강 체제(G2)로 재편되는 패권쟁탈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진 국지전이었다. 그렇기에 양국 간 분쟁은 언제든지 어떤 분야에서든 전면전으로 확대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당연히 그 여파는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불과 1년 뒤인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미묘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조치라는 선택을 했다. 이는 그동안 북미,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개선에 자국이 소외되었던 것에 대한 불편함, 양국 간 위안부, 전범 기업처리 문제와 더불어 실패한 아베노믹스 등 자국 내 정치기반의 흔들림 등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은 극한 갈등 양상으로 보였으나 연말부터 다소나마 해결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아직 결과를 예단키는 어렵지만 일본의 이번 조치는 적어도 우리경제에 효과가 큰 백신을 주사해 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사실상 외면해왔다. 그저 외형적인 매출액 부풀리기에만 주목하여 소재에서 부품, 최종 완성재에 이르는 공급사슬(supply chain) 전반에 걸친 부가가치율은 국제분업 진전이라는 말로 무시해왔던 것이다. 과도한 일본에 대한 소재부품 의존도에 무뎌지던 감각은 재벌, 기업체 사장, 정책당국자를 가리지 않았다. 일본의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는 그런 면에서 ‘극약처방’이었다.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리도록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효과는 매우 컸다고 평가한다. 만약 세월이 더욱 흘러 일본이라는 깊은 수렁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시점에 일본이 같은 한 수를 두었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아마도 경제 우선이라는 말로 일본에 모든 것을 내주었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이번 한 수를 너무 쉽게 쓴 셈이고,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었던 순간이다. 유로 지역도 미국을 따라 수입제한조치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영국은 엄청난 눈치작전 끝에 결국은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위한 절차를 착실히 밟고 있다. 이처럼 2019년 세계는 ‘국익’ 우선주의로 인한 거친 파도로 인해 국내경제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포항경제도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었다. 각국의 이익 우선 다툼에서 직간접적인 타격을 많이 입었다. 2019년 포항의 철강산업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으로 감소하였던 수출물량을 철강재 시황이 보완하는 모습이었지만 하반기까지 이어진 원자재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3/4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수출마저 주춤, 재고가 엄청 쌓였다. 이 문제가 포항 경제를 크게 억눌렸다 할 수 있다.즉각적인 효과로 나타난 건 아니지만 포항경제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는 나쁘지 않았다. 영일만항 인입 철도가 완공되었고, 국제크루즈여객부두와 여객터미널 완공을 앞두고 포항-블라디보스토크 간 국제 크루즈 시범 운항, 도심철길 숲 조성과 도심 재생 사업 등은 향 후 다양한 먹거리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받을만하다.포항지역 경제 주축인 철강산업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등을 종합한 실물경제에 있어 지난해 성적표를 매긴다면 ‘B+’ 정도는 주고 싶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하였다는 격려성 학점이다. 물론 포항경제가 지닌 약점과 어려움은 성적표에 매기지 않았다. 일례로 여전히 산업인력 고령화에 따른 고임금 급여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기초임금상승 등으로 기업 고정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내부요인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지역 금융은 ‘B’ 정도에 그쳤다고 본다. 포항시 소재 제1, 2금융권을 합한 총수신잔액은 2018년 말 15조9천352억 원에서 2019년 10월 말 15조8천379억 원으로 973억 원 정도 줄었다. 같은 기준 총여신잔액은 지역 내 아파트경기 부진, 공장 등 투자위축 등으로 16조7천59억 원에서 15조3천566억 원으로 1조3천493억 원이 줄어들었다. 금융권의 통합 예대율(대출/예금x100)은 같은 기간 99.4에서 91.9로 상당 폭 감소하였는데 이는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 예대율이 같은 기간 70.8에서 62.3으로 부진했던 것이 이유다. 제1금융권인 예금은행도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9년 10월 말 현재 133.9를 기록하였다. 예금은행은 지역예금보다 33.9%가 넘는 자금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와 지역에 대출한 셈이다. 문제는 높은 금리로 예금은 받아들이면서도 지역 서민이나 예금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영세소상공인들이 지역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대출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제2금융권은 금융중개실적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자금을 운용하기도 쉽지 않아 이들 제2금융권이 지역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 투자할 방안을 앞으로 모두 고민해 나가야만 한다.지역 정치부문은 ‘C+’ 정도로 판단한다. 지난해 연초부터 20만 명이 넘는 지역민들이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청원으로 바랐던 갈증은 거의 자포자기 시점인 연말에야 겨우 통과되었다. 그래서 시행령과 행정규칙을 마련하고 또 예산 확보까지는 적어도 6개월 늦으면 거의 1년 가까이 시간적 지연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숙원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탈락과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을 둘러싼 오천읍 주민들에 의한 주민소환문제도 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는 나름의 의미 있는 정치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 논의와 화합으로 민의를 수렴하는 것보다는 지역 사회의 이견이 상호교류로 융화되지 못하고 거기에서 멈춘 것은 앞으로도 불씨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포항시의 지난해 가장 눈부신 성과 중 하나는 강소연구개발특구를 시작으로 배터리규제자유특구, 영일만관광특구 등 ‘3대 국가전략특구’ 지정으로 평가되고 있다.국악가족 뮤지컬 ‘강치전’ 포스터.최고학점을 주고 싶은 분야도 있다. 문화예술 쪽이다. ‘A+’를 줬다. 어느 지역이고 연중 문화예술 행사는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지역이 지닌 문화역사자원을 콘텐츠화하고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하나의 뮤지컬, 연극, 테마파크 등으로 승화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콘텐츠의 개발이야말로 언제든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포항지역만이 지닌 토종 종자(seed)로서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역 보물인 암각화를 학술적으로 정리하고 특별전으로 역사문화유산을 재조명함으로써 포항인의 자존감을 끌어올렸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의 조성,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등은 가점 항목이었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한 행정도 같은 학점을 줘도 될 듯하다.포항의 과거, 현재, 미래는 포항인의 몫이다. 어떠한 사업이라도 최우선 순위는 포항에 소재하는 학자, 기업, 단체이기를 바란다. 특히 포항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상, 철학, 인문학적인 연구일수록 유명도는 낮더라도 포항을 더 잘 아는 포항 출신 문화예술인, 포항에 자리한 대학교수, 포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포항에 부족한 전문 인력이 향후 양성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지역 행정, 기업 등이 발주하는 주요 용역사업에서 포항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다른 지역 전문가가 함부로 재단하고 결론을 지은 어설픈 보고서만은 없었으면 한다. 당연히 본인도 ‘지익(地益)’ 우선주의자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