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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막걸리 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에서 민족 전통술인 막걸리 축제가 열렸다고 하니 괜히 관심이 갔다. 국제와인박람회나 와인축제, 맥주축제 등은 자주 들어본 행사 이름이지만 우리민족 대표 술인 막걸리를 테마로 지역에서 축제가 열린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아 흥미가 갔다.지난 주말 대구 불로동 전통시장에서 열린 불로막걸리 문화축제는 비록 작지만 많은 이들이 즐기고 간 축제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우리 전통주로 어르신들이 주로 마시는 술로 인식됐던 막걸리가 이제는 세대 구분없이 젊은이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행사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막걸리는 “막걸러 냈다”하여 붙여진 이름. 맑은 술인 청주(淸酒)의 대칭되는 개념인 흐린 술인 탁주(濁酒)의 한 종류다. “막걸러 냈다”는 것은 방금 걸러내 신선하다는 뜻과 마구 걸러 거칠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막걸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한다.고려시대 문헌에도 탁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중국의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는 기록이 있어 탁주의 역사는 문헌으로 보아도 오래됐다.막걸리의 장점은 다른 술에서 보기 힘든 영양분이 많다는 것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 등이 함유돼 있어 과하지 않게 마시면 몸에도 좋다고 한다.또 빚는 과정에서 누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화에도 좋다. 서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전통주여서 그런지 탁주, 탁배기, 백주, 대포, 왕대포 등 다양한 별명도 갖고 있다.우리민족 고유의 전통과 정신이 녹아 있는 막걸리의 기술과 맛이 잘 전승되게끔 막걸리 축제가 발전을 거듭했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7

자녀 2명두면 다자녀 가정?

홍석봉 대구지사장 저출생 현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사업은 1962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표어가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였다. 1965년 합계출산율 5.4명이었다.1970년대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표어가 바뀌었다. 이 무렵 두자녀 갖기 운동이 벌어졌다, 1974년 합계출산율 3.6명이었다.1980년대 한 자녀 갖기 운동이 펼쳐졌다. 표어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합계출산율 1.6명(1988년)이었다.2000년대 저출생, 고령화기로 접어들었다. 적정 인구 유지조차 어려워졌다. 지난해엔 역대 최저인 0.78(대구 0.76)명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젠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출산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을 의미하는 ‘다자녀 가정’을 2명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저출생 현상 심화에 따른 고육책이다. 다자녀 가정엔 출산 및 의료비·주거·양육 및 교육 지원, 공공요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대구도 자녀를 2명 이상 두면 ‘다자녀 가정’이 된다. 최근 조례를 개정, 오는 20일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다자녀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대구시도 기준 완화를 검토했지만 재정 부담으로 주저해왔다. 하지만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도 할 것은 해야 한다. 부채 제로를 선언한 대구시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효율적인 재정운용이 절실하다. 곧 1명의 자녀만 두어도 다자녀 가정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날이 닥칠 지도 모른다. 걱정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16

선거와 반면교사

우정구 논설위원 반면교사(反面敎師)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나쁜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어떤 사람이 사업에 실패했다면 그 사람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사업을 성공시켜간다는 것이다.비슷한 말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실패를 통해 자신의 행동 양식을 개선해 나갈 때 쓰는 말이다. 반면교사는 부정적 대상을 가르키는 말이나 타산지석은 꼭 그런 게 아니란 점에서 뉘앙스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교훈으로 삼아 나에게 도움이 되게 한다는 뜻에서 의미는 같다.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놓고 국민의힘 내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야당에 큰 격차로 패배하자 안팎에서 쏟아지는 강한 비판으로 임명직 당직자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혼돈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파격적 쇄신이 없으면 내년 4월 총선도 어려울 것이란 비판에 당이 어떤 대책을 강구할지 궁금하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보선 결과를 두고 “파천황(破天荒)의 변화 없이는 내년 총선도 어렵다”고 말했다. 파천황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혼돈의 상태를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인데, 홍 시장의 파천황 표현은 천지개벽에 버금갈 변화를 만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정치권의 승패를 두고 흔히 병가지상사란 말로 서로 위안을 삼을 때가 많으나 정치는 승리자의 몫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을 실현하려면 현실 정치에서 우위는 필수다.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했다. 모든 게 교훈이 된다는 말이다. 여당이 쏟아지는 비판을 어떻게 수용하고 자기 혁신의 도구로 삼을지 모르나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내년 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5

최강 예비군

우정구 논설위원 인구가 적어 예비군 의존도가 높은 이스라엘의 군병력 운용 방식에는 많은 나라들이 관심이 많다.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은 약 40만명의 예비군을 긴급 소집했다. 이때 외신들은 “이스라엘처럼 빠르게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불가능한 일”이라 평가했다.이스라엘은 인구 780만명으로 상설군은 17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45만명의 예비군을 현역처럼 부릴 수 있어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이스라엘 남성의 의무 복무기간은 3년이고 여성은 2년이다. 이들은 함께 입대해 소부대를 편성하고, 복무기간이 끝나면 해당 부대를 통째로 예비군 부대로 전환시킨다.전환된 부대는 이후 약 20년간 매년 소집 훈련을 같이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이들은 평생 전우이자 친구로서 전우애를 다지게 된다. 이런 전우애가 막강한 군사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만이 가진 독특한 예비군 운용방식이자 장점이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을 보면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뉴스 중 하나가 이스라엘 예비군의 귀국 행렬이다. 각국에 흩어져 생업에 종사하던 이스라엘인들이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공항으로 속속 집결되는 모습은 참으로 참신하고 이색적이다.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파리의 국제공항에도 유럽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가려는 이스라엘 청년들이 줄을 섰다”고 보도했다.중동에 많은 나라와 적을 하면서도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이스라엘에는 이런 막강한 예비군이 건재하기에 국토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2

이색 ‘모자(帽子)페스티벌’

홍석봉 대구지사장 조선 후기 풍자 시인이자 방랑 시인 김병연(金炳淵)은 김삿갓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로 있다가 투항한 것을 비난하는 시로 장원한 것을 수치로 여겨, 일생을 삿갓을 쓰고 단장을 벗 삼아 전국을 방랑했다. 풍자와 해학의 시로 퇴폐한 세상을 조롱했다. 100년 전 경성에서는 보릿짚이나 밀짚으로 만든 ‘맥고모자’가 유행했다고 한다. 이렇듯 모자(帽子)는 우리의 생필품이었다. 모자를 쓰는 것은 성인을 상징했다. 스무살이 되면 처음 모자를 쓰는 ‘관례’라는 성인식을 했다. 명예의 상징으로 여기고 의복의 한 부분으로 취급했다. 집 안에 들어갈 때도 신발은 벗어도 모자는 벗지 않았다. 식사 때도 모자를 썼다. 모자는 장신구 역할을 넘어 신분과 계급, 직업, 나이, 성별을 상징하고 구별하는 수단이었다. 조상들은 삿갓이나 갓(흑립), 패랭이 등 다양한 종류와 용도의 모자를 사용했다.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평할 정도였다.모자는 햇빛 차단과 보온, 먼지 방지, 안전, 멋, 신분표시 등의 목적으로 머리에 쓰는 용품이다. 서양에서도 성인은 남녀 불문하고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우리나라 최초로 ‘모자’를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13일부터 15일까지 상주 경상감영공원에서 ‘2023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우리 전통모자와 세계 70개국 이상의 전통모자 등이 ‘세계모자전시관’에 선보인다. 25명의 출연자가 모자를 돌려쓰며 게임을 즐기는 등 다양한 놀이와 공연이 마련돼 있다. 상주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모자페스티벌’에 관심이 뜨겁다. 이번 주말 이색적인 모자 축제가 기대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11

메디시티 대구 위상 살려야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는 지난 2009년 메디시티 대구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대구’가 슬로건이다.대구를 글로벌 헬스케어 허브도시로 육성시켜 대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대구시의 야심찬 정책의 하나다.대구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100년 된 의과대학을 품은 도시다. 경북대학 의과대학은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인 1923년 대구의학강습소를 시작으로 대구의학전문학교 등을 거쳐 6·25전쟁 중이던 1952년 국립경북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승격했다.4개 의과대학과 6개 종합병원, 3천800여개 병의원, 2만여 의료인력 등을 가진 대구는 국내 최고 수준급 의료인프라를 가진 곳이다. 대구 의료인의 역량은 코로나19를 극복한 위기 상황에서 잘 드러났다. 코로나 발생 53일만에 확진자 0명의 신기록을 세웠다. 대구 의료인의 코로나 팬데믹 극복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다.의료 기술면에서도 우수하다. 대한민국 최초 팔이식 수술 성공과 세계 최초 모발이식 수술 등 자랑거리가 많다. 조선시대 최대 약령시가 대구에 세워져 대구는 한의학 도시로도 명성을 떨친다.이런 역사적 전통과 의료인의 자부심으로 대구는 의료관광산업 분야에서 한해 수 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명실공히 메디시티의 입지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 치료간 암 환자가 100만명에 이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 대구와 경북서도 18만명의 환자가 서울로 원정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의료 역시 타분야처럼 수도권 쏠림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결과여서 안타깝다. 메디시티 대구의 분발이 더 있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0

한글의 맛

홍석봉 대구지사장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한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정철의 사미인곡 일부다. 정철이 지은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관동팔경은 가사문학의 극치로 꼽힌다.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동방의 이소요,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이 3편뿐”이라고 극찬했다. 사미인곡 등 3편은 우리나라의 이소(離騷)지만, 한자로는 쓸 수가 없다. 구전과 한글로 전해질 뿐이다. 어떤 이가 칠언시로 ‘관동별곡’을 번역했지만, 아름답게 될 수가 없었다. 내용은 전달할 수 있었지만, 원작의 표현 맛이나 묘미가 살아나지 않았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소서….’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청록파 시인 박두진이 해방의 기쁨을 표현한 ‘해’라는 시의 일부다.국민이 애용하는 시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는 말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라는 표현은 영어로도, 불어로도, 그 어떤 언어로도 그 속에 담긴 애틋한 마음과 벅찬 감흥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 글의 묘미는 한글로 표현했을 때 그 깊이를 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인도의 승려인 구마라습은 “천축인의 찬불사는 극히 아름답지만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단지 그 뜻만 알 수 있지, 그 말의 오묘한 뜻은 알 수 없다”고 했다.한글의 감칠 맛은 아무리 외국어로 번역을 잘 해도 그 오묘한 뜻과 맛은 표현하기 어렵다. 시어로 남아있는 한글의 아름다움이 더욱 그렇다. 한글 파괴와 줄임말이 난무하는 한글날이 애닯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09

청소년 비만

우정구 논설위원 비만이란 체내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질병을 일컫는 말이다. 체중이 정상 범위보다 높지만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률이 낮은 경우는 비만이라 하지 않는다.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사회에서는 비만인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비만 자체가 부와 여유로움의 상징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살이 찐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비만율은 1998년에는 26% 정도였다. 이것이 2005년 30%를 넘어섰고, 2020년에 38.3%였으나 코로나 영향으로 2021년에는 37.1%로 감소했다. OECD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비만인구는 OECD 평균의 4분의 1수준으로 매우 낮다.한자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들은 서구에 비해 비만 정도가 낮다. 채식위주 식습관을 가진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비만이 가장 낮은 나라다.문제는 비만이 불러오는 질병에 있다. 고열량 저영양 가공식품이나 음료 등을 즐겨 마시면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서구화된 식생활에 익숙해지면 고도비만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우리나라 청소년의 비만이 늘고 있어 부모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는 소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비만으로 진료받은 중학생이 4년전보다 3.1배 늘었고, 또 같은 기간 20대 청년층에서는 당뇨 환자수가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고당분의 탕후루같은 식품류가 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한다. 청소년기 비만 가볍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일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0-05

세리머니의 쓴 맛

홍석봉 대구지사장 농구의 버저 비터는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을 일컫는 말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농구경기에서 버저 비터로 승부가 뒤집히는 일이 적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터진 골이 승부를 되돌려 놓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관중과 팬에겐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연장전 종료 직전 터지는 골은 더욱 극적이다.1970년대 고교야구의 명문인 군산상고는 9회말 역전극의 대명사였다. 1971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짜릿한 역전우승은 군산상고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의 절체절명의 상황에 극적인 안타를 터뜨려 역전 우승의 기적을 만들었다. 여기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탄생했다. 이후 군산상고는 고교야구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면서 여러 차례 1점 차 역전승을 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육상 경기와 스케이트 경기에서도 막판 불꽃같은 질주로 승부를 뒤집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하는 뒤집기 승부는 그만큼 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준다. 상대방으로 봐선 막판 방심했다가 천려일실이 된다. 그런 일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졌다. 막판 1위를 자신하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뒤따라온 선수에게 지고 마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한국 남자 롤러스케이팅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에서 결승선 통과 직전 우승을 확신한 만세 세리머니를 하다 간발의 차로 대만에 추월 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딱 0.01초 차이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을 잊고 방심한 탓이다. 계주 마지막 주자의 방심의 결과는 메달 색깔을 바꿔놓았다. 매사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남겼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04

노인 家長

우정구 논설위원 노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가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노인 가장이라 하면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지만 노인+가장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된다.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통상 은퇴연령으로 여겨지는 60대 이상인데도 직장에 나가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인 가장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피부양자가 있는 60대 이상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이 숫자는 10년 전 보다 약 두배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내년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인구로 노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겠지만 노인 가장이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젊은이의 취업이 활발해지고 노인들은 은퇴 후 생활을 즐기는 것이 선진복지 국가의 패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일하는 노인이 가장 많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일터에 나가 있다. 은퇴 후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일을 해야 할만큼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전체 사업용 운수종사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20.8%를 차지했다. 택시의 경우는 종사의 40%가 고령층으로 밝혀졌다.은퇴 후에도 일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생계문제로 일을 하고 있기에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에 대한 복지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 가장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처할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0-03

유비무환 다지는 국군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군사력이란 한 국가가 국가간 분쟁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인 능력과 역량을 총괄하는 개념이다.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한 특수한 상황에서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다. 군사병력 수로는 중국이 세계 1위나 군사 수와 무기의 수 등 군의 질적 요소 등을 감안한 총괄적 군사력에서는 미국이 단연 세계 1위다.올해로 건군 75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가 어제(26일) 서울에서 열렸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이 추석 연휴에 끼어 기념행사를 앞당겨 시행했다. 특히 10년 만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펼쳐지면서 국민들의 많은 시선을 모았다. 폴란드 수출로 성능을 인정받은 K2전차와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한국군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국군의 날은 국민에게 국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군인에게는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군과 국민간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수년간, 남북관계 긴장 완화와 코로나 등을 이유로 국군의 날 행사가 간소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군의 확고부동한 국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이 나온다.국방연구원의 국군의 날 행사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군장병의 88%, 시민의 72%가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찬성한다고 했다. 군의 강인함과 웅장함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모두가 느끼는 때다. 군은 군다워야 힘이 생기는 법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생각하는 국군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6

농촌 바꾸는 ‘스마트농업’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도의 스마트농업이 일취월장이다. 스마트농업은 어느덧 대세가 됐다. 원격으로 농장의 온·습도를 조절하고 영양제 및 농약 살포까지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스마트팜 조성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제한이 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시설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이 없으면 어렵다. 이에 경북도가 나섰다. 경북도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스마트팜에 농업인들이 적정 임대료로 경영할 수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키로 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거점으로 권역별로 확대하기로 했다.시설하우스에 한정됐던 스마트팜은 노지로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 사업을 위해 의성 사곡면에 95ha 면적을 확보, 3년간 245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관수, 자율주행 트랙터와 연계한 스마트 농기계 등을 지원키로 했다. 스마트 팜 영농의 노지 확대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일손을 크게 덜 수 있다. 기업도 참여, 스마트 팜 용도로 개발한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농기계를 시험할 수 있고 기술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첨단 농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축산 분야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센서와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저장, 선별, 포장하는 스마트농산물산지유통센터 5곳을 만들기로 했다. 축산 분야도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산시키기로 했다.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시달리는 농촌이 첨단기술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관행 농업에서 탈피,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정 등 요인까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마트농업은 농·어업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AI의 참여가 눈앞에 다가왔다. 농업의 진화는 계속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5

인재영입, 삼고초려로

우정구 논설위원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대표적 경영철학의 하나가 인재 제일주의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서부터 이건희 회장, 지금의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인재를 가장 중시하는 경영을 모토로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식 때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라”고 말했다. 대만 TSMC의 엔지니어, 애플 출신의 칩설계사, 벤츠사의 디자이너 등 삼성에는 각국에서 불러들인 인재들로 모여 있다.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엔지니어, 연구자, 디자이너,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일류 인재를 모으는데 전력한 CEO로 유명하다. 코카콜라에 눌려 있던 펩시콜라를 일으킨 펩시의 경영자 존 스클리가 그가 영입한 대표적 인재다.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촉한의 임금 유비가 허름한 초가집에 있던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전해주는 대목이다.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간 인재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재영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인재영입의 성과를 둔 논란도 적지 않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영입도 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이 조정훈 시대전환대표 등을 영입하자 대폭 물갈이 설이 나도는 지역정가에도 긴장감이 나돈다는 소식이다. 인재영입은 말그대로 좋은 재목을 찾자는 것인데 명분과 실리가 맞는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삼고초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4

여전한 입시생의 서울 쏠림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이다. 대입 준비에 올인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사는 최근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학생 수가 무려 3만8천명에 달한다고 했다.서울 강남 등 사교육 열풍이 거센 곳일수록 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더 충격적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본다는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또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 좋은 대학을 갈려는 학생들의 눈치 작전이 지금부터 치열해진다. 특히 서울소재 대학에 도전장을 내는 지방학생의 숫자에 따라 지방소재 대학은 지금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된다.지난 14일 마감한 2024년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지방소재 대학의 학생 모집은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다. 학생 자원이 대폭 줄어든 데다 서울쪽 선호가 여전하기 때문.수시원서 접수 결과, 지방소재 4년제 대학의 71%가 사실상 미달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116군데 지방대학 중 82개 대학이 6대 1 경쟁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 수시모집은 학생 1명이 6곳 대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계는 6대 1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올해는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간의 경쟁률 격차가 더 벌어져 정부가 외치는 지방시대가 무색할 지경이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란 말이 아직도 유효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좋은 대학·직장이 있는 서울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언제까지 지방의 우수한 인재가 서울로 향해야 하는지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1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불교는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는 가르침으로 풀이한다.고대 선시에서 나온 말로 고려말의 고승 ‘나옹화상’의 누나가 지었다는 ‘부운 (浮雲)’에서 유례했다. 불교에서 연유한 말이기도 하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空手來空手去是人生)/ 낳을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 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죽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死也一片浮雲滅)…./’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쓴 서예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걸려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이 글귀를 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건희 회장도 자신의 집무실에 이 작품을 걸어 놓고 늘 가까이했다. 2021년 이건희 회장과 유족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뜻의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라는 말을 남겼다.얼마 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는 생전 1조7천여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이정표를 세웠다.‘영끌’ 등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게 현실이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욕심 부려야 하등 소용없다. 김연자의 노래처럼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0

세계 명주 안동소주

우정구 논설위원 안동소주의 세계화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구상하는 주요 사업의 하나다. 이 지사는 “안동소주는 세계 명주라 부르는 스카치위스키와 중국의 백주, 일본 청주들과 같이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오랜 전통의 술인데도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지난 2월 그는 안동소주 업계 대표들과 함께 스카치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스카치위스키의 성장 노하우 등을 벤치마킹하고 안동소주의 세계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국내서만 판매되는 안동소주를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겠다는 그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도청 내에 전문가로 구성된 TF팀도 가동했다. 민속주인 안동소주를 국제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우리 고유 민속주가 단숨에 세계화 문턱에 들어서진 않겠지만 한류 분위기를 타고 국제시장에서 명성을 떨치는 것이 꿈같은 이야기도 아니다.15일 경북도는 라오스를 방문해 현지 수출입공사와 안동소주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안동소주의 해외 진출의 물꼬가 조금씩 열리는 조짐이다.기록에 의하면 안동소주 1281년 일본정벌을 위해 충렬왕이 안동에 행궁을 설치하고 한달동안 머물 때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한다. 1494년 만들기 시작한 위스키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술이다. 특히 안동소주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증류식 방법으로 제조돼 45도의 고도주이면서도 뒤끝이 깨끗해 인기다. 안동지역 명문가에 의해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수돼 온 것도 술의 품격을 높여준다. 1987년 안동소주 제조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988년에는 국가지정 8대 민속주로 지정됐다. 세계 명주 안동소주를 상상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19

‘경북 해녀협회’의 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은 제주에 이어 전국 두 번째 많은 해녀·해남이 활동하고 있다. 해녀·해남은 ‘나잠 어업’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산소 공급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바닷 속에서 호미와 칼 등을 이용해 해산물이나 어류, 해초류 등을 잡거나 따는 일을 한다.경북도가 지난해 나잠어업 현황 조사결과 2021년 말 기준 경북지역 해녀·해남의 숫자는 1천370명이다. 제주의 3천437명에 이어 국내 2위다. 40년 이상 종사자들이 3분의 2이다. 고령화·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경북의 해녀·해남이 점점 줄고 있다. 해녀·해남이 고령화로 인한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이들이 75%다. 이들은 조만간 물질을 그만둘 것이라고 한다.경북의 해녀·해남은 제주도에서 온 이들에서 비롯됐다. 제주 한림읍 출신 30, 40명의 해녀들이 1950~60년대 독도에 진출해 조개 등을 채취하며 생활한 기록이 있다. 경북의 해녀는 이들이 독도와 울릉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주 수입원은 미역이다. 이어 성게, 전복, 해삼 순으로 많이 잡힌다.제주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경북 해녀도 제주 해녀와 못잖은 역할을 한다. 양자 교류 필요성이 높다.‘경상북도 해녀협회’가 최근 창립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포항과 경주, 영덕의 해녀 100여 명이 모였다. 해녀들의 교류와 지원, 해녀 문화의 보전 등이 목적이다. 해녀협회는 해녀학교 등을 운영하고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미역말리기, 해양생태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 6차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해녀문화의 전승보전과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고유의 해녀 문화, 잘 지켜나가야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18

북러 교류가 정부 탓?

우정구 논설위원 “잘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조상탓”이란 속담이 있다. 잘된 일에 대한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은 남에게 돌리는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먼저 살펴보라는 교훈이 담긴 속담이다.1990년 고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 교계와 함께 “내탓이오”라는 사회 운동을 펼쳤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남탓으로 돌리는 나쁜 풍조를 고쳐보려는 운동으로 시작해 당시 국민적 호응도 비교적 좋았다. 사회의 한 풍조가 캠페인 하나로 쉽게 바꿔지지는 않지만 김 추기경이 벌인 ‘내탓이오 라는 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본다”는 우리 속담처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삐뚤어진 편견과 남탓이 유행한다. 그 해의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가 뽑혔고, 우리 정치권에서 출발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은 미국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대표적 용어가 됐다. 우리 정치와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라 할만하다.북한과 러시아가 전방위 군사협력에 나선 것을 두고 더불어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탓이라 주장했다. “윤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균형 잃은 외교정책의 패착”이라 말했다. 정치권의 네탓 공방이 도를 넘어선 것은 알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현 정부 탓으로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과도한 발언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내다버린 비이성적 주장이다.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공동 대응하지는 못할지언정 네탓으로 돌리는 속 좁아진 우리정치 현실이 실망스럽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17

사과값이 금값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다. 청송과 안동, 영주, 문경, 의성 등이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며 사과 경쟁을 벌인다. 생산량에서는 청송이 으뜸이다. 특히 청송사과는 꿀사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전국 사과 주산지의 사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송사과가 당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 이런 이름을 붙였다.청송사과가 달고 맛있는 것은 지역의 환경이 사과 재배에 특별히 좋기 때문이다. 청송은 해발 250m 이상의 내륙산간 지역으로 비가 적게 온다. 또 4∼11월 사이 일조시간이 풍부하고, 높은 일교차로 사과의 육질이 치밀하고 색깔이 깨끗하고 당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꿀사과란 보통 사과 안에 꿀처럼 보이는 노란색 무늬를 두고 하는 말인데, 이것이 실제로 당도를 높이는 이유는 아니라고 한다.이는 일종의 갈변현상으로 사과 안에 있던 효소가 공기와 만나 사과의 색깔을 갈색으로 변화시키면서 나타난 현상. 배와 바나나 등 다른 과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꿀이 박힌 사과가 꿀이 없는 사과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과 당도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추석을 앞두고 사과값이 작년보다 2∼3배 폭등하고 있다. 이달 초 올해산 첫 사과가 공판장에서 20kg당 평균 낙찰가격이 11만7천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내내 이어진 기온 변화로 상품 가치가 있는 사과 수확량이 급감한 탓이라 한다.사과값은 금값만큼 폭등했지만 생산농민은 반갑지 않다. 수확량이 감소한 데다 비싼 가격으로 소비가 위축, 수입은 작년 절반이기 때문이다. 사과 값이 금값인들 빛좋은 개살구 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14

‘청년이 아프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요즘 청년들이 많이 아프다. 경북의 청년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37년이면 경북도민 10명 중 청년은 2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출생 인구가 줄면서 청년 인구도 함께 줄고 있다. 유입 보다 유출이 더 많다. 교육환경이 좋고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계속 빠져나간다. 직업이 가장 큰 이유다. 가족, 교육 등이 다음 순위다.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 백수’가 126만 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졸업자 열 명 중 3, 4명은 백수다.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쉰다는 청년도 32만 명이라고 한다. 속칭 ‘니트족’이다.취업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 3명 중 1명 만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본다. 청년 중 절반 이상은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결혼관과 자녀관이 크게 바뀌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 문제를 첫 손 꼽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빚더미에 올라 인생을 저당잡히는 이들이 적잖다. 청년들의 현주소다.청년 유출은 지방소멸과 직결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방소멸과 균형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올해 9월 16일)은 ‘청년의 날’이다. 청년 문제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경북도가 12일 경주에서 청년의 날 행사를 열었다.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는 각종 이벤트가 마련됐다.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철우 도지사는 “청년이 모이고, 지방에 살아도 희망 가질 수 있도록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