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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 안 읽는 사회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의 최고 부자들은 독서광이다. 주식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록펠러, 카네기, 일론 머스크 등 엄청난 부를 이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이들은 모두 책벌레라 불릴만큼 독서광이다.워런 버핏은 “당신은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명언을 던지면서 책읽기를 권한다. 그는 그의 스승으로 통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19세 때 독파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책 읽기를 좋아한 세종대왕의 일화도 있다. 세종이 왕자 시절 책에 병적으로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걱정한 아버지 태종이 세종 처소에 있던 모든 책을 치우기까지 했다고 한다.조선시대 22대 정조대왕은 독서대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책을 완전히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어 책 구석구석에 어떤 구절이 있는지를 줄줄 외웠다고 한다.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고도 했다.동서고금을 통해 책은 모든 이의 스승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아무리 발달을 해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사회 진전은 어렵다. 책에서 얻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인간관계 해결 능력 등은 기계가 인간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종합독서율은 43%로 1994년 이래 역대 최저다.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 독서 분위기를 저해하기 때문이라 한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30

패륜과 유류분(遺留分)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지자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어머니가, 돌연 유산을 나눠달라며 나타났다. 구하라의 오빠와 가족은 키워 준 것도 아니고 고인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유산을 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소송 끝에 어머니는 유산 일부를 받았다. 당시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20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이 발의됐다.‘유류분(遺留分)’ 제도는 국내 민법이 처음 제정됐던 1955년에는 없었다. 1977년 도입됐다. 장남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까지 유산을 나누는 비율을 법으로 정했다.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유류분 제도의 일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 폐지하고, 일부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결정했다.패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유류분 권리를 상실시키고 반대로 ‘독박간병’과 같이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패륜아까지 유산을 나누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빨리 법제화 해야 한다.유류분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유언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미국도 대부분의 주에서 유류분과 유사한 ‘유족부양청구권’을 인정한다.평균 수명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유류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반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는 보장받게 됐다. 시대 흐름이다.유류분 소송은 지난해에만 2000건을 넘었다. 상속 다툼을 벌이다 소송까지 가고 결국은 가족의 연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륜의 끝은 소송과 절연인 셈이다. 일생에 한번 이상은 겪는 상속, 잘 풀어야 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29

맹견 사육허가제

우정구 논설위원 이달 24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생후 15개월 된 남자아이가 맹견 핏불테리어 2마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이 사고는 마을 외딴 이층집 마당에서 일어났는데, 아기의 어머니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기의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해당 맹견은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 여부를 결정받는다고 한다.일반적으로 맹견이라함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개를 말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람이나 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는 개다.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 해당되며 우리나라에선 동물보호법에 따라 해당 맹견이 외출시에는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4년 전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가 산책 나온 소형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고가 발생했다. 스피츠는 로트와일러의 공격을 피해 견주 뒤로 숨었으나 끝내 물려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견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27일부터 맹견을 기르는 사람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맹견에 대해서는 책임보험 가입, 동물 등록, 중성화 수술의 요건을 갖추도록 법을 강화했다.미국서는 개에 물려죽는 사람이 매년 500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서도 매년 2000건 이상 개물림 사고가 벌어진다. 맹견이 아니더라도 개는 일반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 맹견관리를 강화한 조치는 잘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28

기본소득 25만원

우정구 논설위원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돈이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복지 개념이다.2016년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물었다. 전국민 투표 결과, 국민의 76%가 반대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2천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는 650 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 소득을 나눠주자는 것인데 반대가 훨씬 많았다.스위스 국민의 반대는 지금보다 세금을 2∼3배 정도 더 내야하고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소득이 없거나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에게 기본소득은 큰 도움이 된다.그러나 어느 나라든 재정상 국가가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 또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문제다. 기본소득으로 국민이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놀고 먹어도 생활할 수 있으니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다. 도덕적 해이는 당연하다.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민주당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이를 관철하려는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국가 부채가 1000조를 넘어 빚을 내 빚을 갚는 국가 재정은 안중에 없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두고 “25만원의 합리적 근거를 대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가벼운 경제적 인식을 비판했다. 25만원으로 민생이 살아나기도 어렵지만 국민을 달콤한 유혹에 끌어들이는 야당의 저의가 오히려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4-25

한개마을 저잣거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저자’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가게, 작은 규모의 시장을 이르는 말이다.‘저잣거리’는 가게가 늘어서 있는 거리라는 뜻이다. 가방(街坊), 시항(市巷) 등으로도 불렸다.저잣거리는 원래 서울시 마포구 밤섬에 있던 마을 이름이다. 조선시대 나루터가 발달한 곳에 저자가 형성됐다. 지금은 이름만 남았다. 전국 민속 마을에 저잣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조상의 생활상과 정취를 맛보게 할 목적이다.충남 아산시 외암마을은 16세기 중반에 조성된 예안 이씨 종족마을이다. 민속문화재 등 전통 가옥이 많은 충남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 마을이다.아산시는 이곳에 저잣거리를 조성했다. 외암 저잣거리는 먹을거리와 즐길거리에 옛 문화 요소를 가미, 조선 시대 서민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인기다.전남 강진에는 다산 정약용이 귀양 와 머문 사의재 주변에 2018년 저잣거리가 조성됐다. 이곳에선 강진의 역사와 인물을 재현한 문화 관광 프로젝트가 펼쳐지며 아마추어 배우들이 마당극을 공연한다. 주모가 다산에게 차려주던 아욱국 등 특색 있는 먹을거리, 초의선사와 메롱 무당 등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이 조선 시대를 재현,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성주 월항면 성산 이씨 집성촌 한개마을은 전통 한옥과 토석 담이 잘 보존돼 있다. 경북도 문화재인 건축물 등 75호의 전통 가옥이 남아 있다. 한개마을에도 저잣거리가 조성된다. 최근 용역 보고회를 가졌지만 관광센터와 식당, 주차장 등 편의시설 조성이 고작이다. 너무 빈약하다. 이야기와 문화를 덧입히고 고유한 색깔을 내야 한다. 다른 저잣거리를 벤치마킹, 한개마을 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이 온다. 돈만 들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24

코로나 졸업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 대응 교훈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한국을 모범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정 중 얻은 교훈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해 향후 팬데믹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 보고서에 한국의 코로나 극복과정이 모범사례가 된 사실은 자랑할만한 일이다.코로나19가 4년 3개월 만에 엔데믹 상황을 맞는다. 작년 8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계절성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분류한 정부는 5월부터는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병의원 등에 남아있던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가 사라지고 정부 차원의 대응조직도 해체한다.2020년 1월 20일 국내서 첫 환자가 발생한 코로나는 세계적 유행을 일으키면서 국내서만 3만5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국내 누적 확진자가 3400여만명으로 국민의 67.4%가 코로나19에 한번 이상 감염되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사망자가 급증할 때는 화장 차례를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기막힌 일도 있었다.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의무화, 사적 모임 인원제한, 상업시설의 영업시간 규제 등 과거 한번도 겪어보지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압박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코로나 우울증을 겪었다.그런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시민들과 함께 70일의 사투 끝에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기적을 일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ABC 방송은 “코로나를 이겨낸 이 시대 삶의 모델”로 극찬을 했다.엔데믹은 전염병이 풍토병으로 정착한다는 뜻이다. 공포와 아픔으로 끔찍한 기억을 안겨준 코로나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23

비운의 순종황제 동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순종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다. 대구 중구는 순종이 1909년 1월 남쪽 순행 중 대구를 다녀간 일을 재현해 지난 2017년 달성공원 정문 앞 일대를 테마거리로 만들었다.어가길에 담긴 치욕을 ‘다크 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켜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낙후된 골목 개발과 원 도심 재생 및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길이 2.1㎞의 어가길은 국비 35억원 등 70억원이 들어갔다. 동상 건립과 함께 차선을 줄여 교통섬 등이 들어섰다.사업은 구상단계부터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일제가 반일 감정 무마를 위해 순종을 대구와 부산 등으로 끌고 다닌 치욕스러운 역사라는 이유였다.어가길과 동상 조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대례복 차림의 순종 동상이 군복을 입고 다닌 당시 모습을 왜곡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대를 무릅쓰고 건립을 강행했다.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어가길 조성 이후 달성공원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교통 혼잡 등 민원이 빗발쳤다. 보행과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다. 결국 중구는 ‘순종황제 어가 길 조형물’ 철거를 결정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순종의 후손들은 “황제를 욕되게 하지마라”며 동상 기증을 요청했다. 의미 있는 장소로 이전하자고 했다.역사 왜곡과 친일 논란까지 애써 무시하고 다크 투어리즘으로 포장한 채 세워진 대구 ‘순종황제 동상’은 고작 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조선의 마지막을 지켜봐야했던 것만큼 서글픈 운명이다.동상 건립비와 원상 복구비로 11억원이 들어간다. 지역사회와 논의조차 제대로 않고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금낭비와 행정력만 소모했다. 10년 앞도 못 내다본 우리 행정의 현주소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22

담배와의 전쟁

우정구 논설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한국의 흡연율은 15.9%(2022년)다. OECD 평균과 비슷하다. OECD국가 중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튀르키예로 28%다. 흡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7.3%다.한국은 남성 흡연율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남성은 27.8%인데 반해 여성은 3.9%다. 남성 흡연율로만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8번째다. 우리나라는 2015년 2500원하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당시 OECD 평균보다 높은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조치라 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소 논란이 있다.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감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데 별반 이론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지속적 효과보단 반짝효과에 그친다는 견해가 더 많다. 그럼에도 흡연율을 줄이는 데 각국은 담뱃값 인상을 유효한 정책으로 활용한다.지금 세계는 흡연과의 전쟁이 치열하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는 나라로 멕시코가 꼽힌다. 멕시코는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하고 있다. 광고는 물론 가게에 담배를 진열하는 것도 금한다. 가정집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만이 흡연이 가능할 정도다. 영국이 이보다 더 강한 금연법을 추진해 화제다. 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를 못사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간섭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담배의 심각한 유해성에 반해 아직 담배를 금한 나라는 없다. 담배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21

봄의 불청객

우정구 논설위원 온갖 봄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봄은 계절의 왕이라 부를만하다. 많은 시인들이 봄빛의 따스함과 형형색색으로 갈아입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경주가 고향인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윤사월’이라는 짧은 문단의 시 속에 앳 된 한 소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4월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려냈다.봄이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처럼 불청객도 있게 마련이다.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 중에 으뜸은 황사다.중국 내몽골 고원과 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과 흙먼지가 우리나라로 날아와 황사가 된다. 중국서 오는 황사는 우리나라에서는 4월이 가장 많다.특히 모래바람은 중국 전역을 돌면서 다양한 매연과 화학물질, 산성비 등 유독성 물질과 합쳐져 우리나라에 오게 됨으로써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알레르기 질환은 물론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반도체와 같은 정밀기계의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지난 17일 경북에는 황사 위기경보가 발동했다.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로 당분간 대기질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는 일기 예보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황사 폐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는 황사 일수가 무려 23.1일을 기록한 바도 있다.황사의 역사는 삼국시대 기록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토(雨土)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조선시대 때는 한양에 흙비가 떨어졌다는 실록의 기록이 보이기도 했다.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기승을 부릴 시기이다.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실내서는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창문을 잘 닫도록 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8

조선 왕실의 ‘검’

홍석봉 대구지사장 조선의 대표 도검 중 하나인 사진검(四辰劍)은 용을 상징하는 주술 목적의 벽사(8F9F邪)용 칼이다. 조선 왕실의 신령한 사진검이 경북 문경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최근 다시 태어났다. 용을 뜻하는 진(辰)이 네 번 겹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진검(四辰劍)은 청룡의 해인 올해(甲辰年), 4월(辰月), 13일(辰日), 오전 7~9시(辰時)에 만들어졌다. 장인이 6개월 정도 작업 끝에 수만 번의 단조작업과 담금질 과정을 이겨내고 완전한 검으로 태어났다. 사진검은 1m 약간 넘는 길이에 한 면에는 벽사 글귀와 용 형상이, 반대편에는 28수의 별자리가 상감기법으로 새겨졌다. 칼자루에는 사진검이라는 글자와 전통문양이 새겨졌다. 조선왕실에서 마를 물리치기 위한 참사검(斬邪劍)의 하나로 만들었던 사진검은 호랑이 기운이 담긴 사인검(四寅劍)보다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이 검은 사인검과 함께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선정된 장인에 의해서만 제작됐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만들어진 수량이 적은데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유실돼 현재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조선왕실은 또 12년마다 한 번씩 호랑이해에 귀신을 쫓아내고 재앙을 막아준다는 사인검(四寅劍)도 만들었다. 사인검은 왕실의 종친이나 공신에게 하사했다. 조선말 고종황제가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하사한 사인검 한 자루가 10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연세대 박물관에 소장 중이다.전통 왕실 검은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공도 많이 들어간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칼이다. 사진검 등에 얽힌 일화를 찾고 이야기를 덧입히면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을 터이다. 새로운 K-콘텐츠의 탄생을 볼 수 있으려나./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7

22대 국회의 도덕성

우정구 논설위원 서양의 도덕성을 얘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용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프랑스 말로 노블레스는 고귀한 신분을 뜻하고, 오블리주는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표현이다. 프랑스 사전에는 “귀족계급이란 자신의 이름에 명예가 되는 의무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천년을 지탱한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 했다. 영국 최고 명문사학 이튼칼리지 교내에 세워진 건물에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전사한 졸업생 1천9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다.법과 도덕은 결과적으로 구분되지만 원천적으로 보면 법적 의무란 도덕적 의무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이나 규범, 관습, 도덕심 등이 기초가 돼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잘못됐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넘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켜온 도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라면 법과 도덕이 일치하는 엄격하고 모범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당연시 여겨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한국 전통적 윤리관과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별로 다르지가 않다.총선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범법과 막말, 위선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 대거 당선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관례를 보면 공천과정에서 당연히 걸러져야 할 인물이 당선까지 됐으니 말이다. 22대 국회가 품격과 도덕성을 잘 유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4-16

지명 변경 ‘몸부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수성구가 매호동 소재 농업용 저수지인 ‘구천지(狗泉池)’의 명칭을 ‘매호지’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름이 죽은 뒤에 넋이 돌아가는 곳을 이르는 구천(九泉)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어감때문이다. 경북 성주군 금수면은 최근 ‘금수강산’면으로 명칭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주민들이 한번만 들어도 평생 기억되고 꼭 가보고 싶은 지역 이름으로 바꾸길 원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도 최근 이름을 수성알파시티역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대공원 조성이 장기화되면서 역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공원 조성 예정지가 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배경이다.경산시는 2007년 일제강점기 때 붙여진 ‘쟁광리’를 옛 마을 이름인 ‘일광리’로 바꿨다. 포항시는 2010년 ‘대보면’을 일출 명소 호미곶 이름을 따 ‘호미곶면’으로 바꿨다. 울진군은 2015년 금강송이 많은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매화나무가 많은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바꿨다. 고령군도 2015년 대가야국 도읍지로서 위상을 높이고 브랜드화 하기 위해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군위군은 2021년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변경했다. 승려 일연이 고로면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하고 입적한 인각사가 위치한 점이 고려됐다.경주시는 2021년 100년 이상 써오던 ‘양북면’ 명칭을 관내 문무대왕릉의 인지도를 앞세워 ‘문무대왕면’으로 변경했다.이름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으면 된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도 촌스럽다는 이유로 바꾸는 요즘이다. 좋은 이름을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역 정체성도 살리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려는 지자체의 지명 변경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5

민심의 바다

우정구 논설위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08석을 겨우 확보함으로써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집권 여당이 야당에게 이처럼 크게 패한 것은 역대총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선거 참패 후 여당 내 터져 나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의 경지로 이끌지 주목된다.국내외 언론들은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제 나름의 분석들을 내놓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민심(民心)으로 귀결된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것이다.특히 작년 10월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이미 민심의 흐름이 감지되었음에도 이에 대비하지 않고 무심했던 것이 결정적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야당의 승리에 대해서는 그들이 잘해 얻은 것이 아닌만큼 “오판 말라”는 경고를 했다. 민심의 수렴보다 정권심판론의 반사이익이 컸을 뿐이라는 것이다.정치는 민심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정치인이 입만 열면 민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말은 정치인에게 상식과 같은 금언이다.실패를 교훈삼아 나의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는 큰 의미로 보면 시행착오와 유사한 말이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빨리 벗어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이번 총선은 정치와 민심이 한몸인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4

대가족에서 1인 가구 시대로

우정구 논설위원 한 가족의 구성원이 삼대(三代) 이상으로 구성되고 결혼한 자녀들이 분가하지 않고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대가족이라 한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많고 엄격한 가부장적 권위가 있다. 조선시대 양반의 가족 형태가 주로 이러했다.대가족제의 기원은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경시대로 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뭉쳐 살면서 공동으로 농사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애가 좋으나 가부장적 권위로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없다.반대 개념으로 핵가족제가 있다. 부부와 그들의 미혼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 형태다. 사회가 분업화 도시화되면서 부부 중심으로 변화한 가족 구조다. 결혼한 자녀들이 독립하여 생활을 할 수 있어 부모 등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롭다. 그러나 가족간 결속보다 이기적 성향으로 흐르는 단점도 있다.가족은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삶의 터전이다. 영국의 소설가 웰스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며 사랑이 싹트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정을 행복의 안식처로 표현하는 이유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세대수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1천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세대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41.8%다. 불과 20년 사이 1인 세대수가 두배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변화로 핵가족보다 더 분화된 1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전문가들은 1인 세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혼자 사는 청년도 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가 더 가파르다고 한다. 나 홀로 가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진복지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1

선거의 묘미 ‘박빙’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은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중국의 고대 시가집 ‘시경’에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는데,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 살얼음을 디디는 듯 한다”고 했다. 여리박빙을 줄여 ‘박빙’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 스포츠와 선거판의 아슬아슬한 싸움을 ‘박빙 승부’라고 표현한다. 근소한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거판에서 박빙은 통상 5%p 이내의 차이를 말하며 1%p 미만은 ‘초박빙’이라고도 한다.선거 때마다 어떤 지역구는 큰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반면, 어떤 지역구는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갈리곤 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승부가 뒤집어 질 때마다 해당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결국 표 집계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면 승자는 환호작약한다.22대 총선 막바지에 각 정당이 우세와 열세 지역을 분석하고 ‘박빙 승부’를 펼치는 지역구를 꼽았다. 이곳을 집중 공약해 자당이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 차원의 분석이다.역대 총선에서 박빙 승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 간 대결에서 접전 끝에 단 3표 차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최소 표 차 당선 기록이다. 당시 100표 차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이 모두 4곳이나 됐다. 17대 총선 때는 충남 당진군의 자민련 김낙성 후보가 9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22대 총선에도 적잖은 곳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분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선거의 묘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0

금배지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 사무처가 22대 국회의원의 배지를 공개했다.이 배지는 오늘 개표를 통해 당선자가 확정되면 등록순서에 따라 배부하게 된다.배지는 99% 은과 미량의 공업용 금으로 제작돼 있다. 지름 1cm 크기로 무게는 약 6g정도다. 분실 시 재발급을 받으려면 국회의원이 3만5천원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다.국회의원 배지 한가운데는 국회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신분에 걸맞도록 직분을 수행하라는 의미다.그러나 보통의 시민들은 금배지라 부르며 권력의 상징처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도 금배지를 달면 당선 전과 후가 달라져 욕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시쳇말로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면 안다”고 했다. 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표를 부탁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선량한 사람도 특정 상황에 놓이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루시퍼 효과’라 부른다. 일명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라 부른다. 선량한 사람을 뽑아 상황극 속에 교도관 역할을 시켜보았더니 포악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는 것이다.과거 김무성 전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초선 때 말고는 달지 않았다. 권위적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라고 했다. 또 모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거꾸로 달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작금의 국회가 부끄러워서라 했다.새로 금배지를 달 22대 국회의원들은 당선의 기쁨보다 배지의 의미를 잘 새겨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량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9

사전 투표의 유·불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사전 투표는 유권자가 지정된 선거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선거일에 선거할 수 없는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해준다. 투표 참여율을 높여 주고 투표일이 분산, 투표 당일의 혼란을 막아 준다. 이전에는 부재자 투표가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불편했다.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선거권자는 선거일 5일 전부터 이틀 동안 전국 어디서든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첫 시행됐다.미국에서 2000년 조기투표가 도입, 시행된 후 한국과 일본 등에 잇따라 도입됐다. 유럽 각국에도 사전 투표제가 시행 중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 학계에서는 이 제도의 위헌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전투표가 아니라 1, 2, 3차 투표로 나뉜 선거는 투표시기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투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는다. 언제 투표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치성향이 드러날 수도 있는 공개투표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21대 총선 때는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어났다.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 % 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사전투표의 높은 투표율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여당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통설이다. 이번 총선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가 서로 유리하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한다.선거 막판까지 막말 공방 등 정치 혐오감이 높지만, 사전 투표율이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은 의외다. 각 정당의 독려때문일까. 내 한 표에 대한 관심과 권리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일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08

나쁜 정치 심판날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의정치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은 그 지역 주민이 선거를 통해 뽑아 지역을 대표하여 국정을 감독 관리하는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권력을 잡은듯 폼을 잡는다면 유권자는 뽑지 않아야 한다. 또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품위를 잃은 망언이나 쏟아내고 자식 이름으로 돈을 빌려 쓰는 편법대출을 일삼아도 부끄러운줄 모른다면 당연히 뽑지 않는 게 옳은 일이다.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가 이화여대 초대총장이 학생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했다는 등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과거 망언으로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는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을 대출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문제는 이처럼 부도덕한 행위가 명백한데도 후보들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부도덕한 부분을 뭉개고 우세 판세에 기대겠다는 생각이다.이번 총선은 유죄선고를 받고 재판 중인 사람들까지 줄줄이 선거에 나서 논란이다. 국회가 범죄자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는 거센 비판에도 그들은 아랑곳 않는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나쁜 현상이다.공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군대를 버리고, 식량을 버리더라도 백성의 믿음(民信)을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성의 믿음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나쁜 정치는 나라를 병들게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는 나쁜 정치가 나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유권자는 윤리적 단호함을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7

언더독의 반란

우정구 논설위원 선거철에 잘 등장하는 용어로 언더독 효과와 밴드웨건 효과란 말이 있다. 이 용어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언더독이란 개가 싸움을 할 때 밑에 깔린 개(Under Dog)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일반적으로 각종 경기에 있어 약자를 의미한다.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약자를 응원하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 한다.1948년 미국 대선 때 사전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민주당 해리 트루먼후보가 공화당의 토마스 듀이 후보를 4.4% 포인트 격차로 이기면서 이 용어가 널리 쓰였다고 한다.밴드웨건은 언더독의 반대 개념이다.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을 뜻한다. 편승효과라고 부른다. 특정 상품이 유행하면서 그 상품에 소비가 쏠리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상품시장에서는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정치적으로는 특정 후보가 앞서면 그쪽으로 지지세가 올라가는 현상을 밴드웨건 효과라 한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우리 속담을 연상케 하는 말로 들린다.스포츠 경기든 경쟁사회에서든 언더독의 반란이 있어야 살맛도 나고 인생의 묘미도 있는 법이다. 강자가 늘 이기는 경기라면 볼 것도 없고 흥미도 없다. 질 것 같은 약자지만 그들의 투혼이 강자를 이겨낼 때 관중들은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선거일이 임박한 가운데 22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의 승부가 관심이다. 지난번 선거에 참패한 국민의힘은 언더독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4

허경영 식 공약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는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처신으로 이목을 끄는 인물이다.그는 기초의원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각종 선거에 8차례 출마했다. 비현실적인 공약 등을 제시, 주목받았다. 22대 총선에 국가혁명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한 그는 비례후보 253명 중 가장 많은 481억5천800만원을 신고, 뉴스의 초점이 됐다. 3년 만에 무려 400억원의 재산을 늘렸다. 축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국가혁명당은 5대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의원 100명 축소, 결혼 시 수당 1억원 지급, 출산 시 5천만원 지급,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70만원씩 지급, 18세 이상 국민 1인당 150만원 지급 등이다. 선거공보에는 ‘허경영이 맞았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따라하는 저출산 정책 예언’이라고 제시했다.그의 뜬금없는 정책은 관심 대상이다. 출산 장려금 등은 처음엔 손가락질받았다. 지금은 여러 정당이 따라한다.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총선 정책으로 내놓았다. 1997년 15대 대선 때는 ‘토요 휴무제’, 2007년 17대 대선 때 ‘노인수당’ 공약을 제시했다. ‘허무맹랑하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토요 휴무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됐다. 노인수당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실현됐다. 시대를 앞서 간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경영이 맞았다.‘역시 허경영’‘허경영은 선지자인 듯싶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허경영은 이번에 정당제도와 수능 폐지, 유엔본부 판문점 이동 등 공약도 내놓았다.황당해 보이던 그의 정책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면 되레 예지력이 있다고 평가해야 할 판국이다. 허경영의 혁명이 어디까지 계속될 지 궁금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