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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식물가가 문제야”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오르던 국내 소비자 물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잡아가는 모양새다.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 “6∼7월 쯤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이와 함께 라면값 인상 문제를 거론하며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국제 밀가격 상승을 이유로 라면값을 크게 인상했는데, 최근 밀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졌으니 가격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 밀가격이 떨어진 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뜻이다.관련업계도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으나 추 부총리의 언급이 부담스러워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가 물가와 관련해 굳이 라면값을 언급한 것은 라면이 대표 서민음식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그러나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갈 것 같다는 추 총리의 전망에도 국내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3.3% 올랐는데 반해 외식물가는 7% 가까이 뛰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냉면, 자장면, 김밥 등은 지난 5년동안 40%가 올랐다.라면 한그릇 4천500원, 김밥은 한줄에 5천원을 육박한다. 여름철 대중음식인 냉면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1만원이하 식사가 사라졌다는 말과 점심값이 급등했다는 뜻의 런치플레이션이 유행하는 시대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면 2∼3만원의 금액이 사라질 판이니 직장인에게 점심은 매우 부담스런 일이 됐다.따지고 보면 외식물가 상승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다. 정부의 압박으로 라면값이 내리면 외식물가도 잡힐까. 그렇지 않다. 외식물가를 잡을 정부의 특단 대책도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20

퀴어축제 충돌

홍석봉 대구지사장 퀴어(queer)의 사전적 의미는 ‘낯선’, ‘이상한’ 등의 뜻이다. 속어로는 동성애를 뜻한다. ‘게이’, ‘레즈비언’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말로 사용된다.퀴어축제는 지난 1970년 6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진행된 ‘게이프라이드’에서 시작됐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미국 경찰이 게이바 ‘스톤월’을 습격하면서 발생한 시위를 말한다. 퀴어축제는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소수자로서 숨지 말고 당당하게 자긍심과 권리를 세상에 알리자는 취지로 축제를 열었다.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0년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시작된 이래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매년 열린다.하지만 퀴어축제는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을 일반인과 어린이들이 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대구 퀴어축제는 2009년 첫 시작돼 논란에도 불구, 15회째 개최되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대구 퀴어축제를 반대했다. 기독교단체와 상인 등이 대구지법에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퀴어축제는 열렸고 집회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과 집회를 보호하려는 경찰이 충돌했다. 초유의 사태다.성 소수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즐기는 것은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장이나 네거리에서, 타인들이 오해할만한 행동과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국민들이 많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9

소금이 무슨 죄?

우정구 논설위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시중의 소금값이 폭등을 하고 일부서는 사재기 현상도 일어난다고 한다. 일본서 방류하는 오염수가 한국 해역에 도달하면 국내 수산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야당은 일본 원전 방류수와 관련 야외 반대집회에 나섰고, 여당은 야당이 과학적 논쟁은 거부하고 괴담과 선동정치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한다.지금은 흔한 식품이지만 20세기 이전만하더라도 소금은 ‘백색의 황금’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귀중한 자원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생선과 올리브, 치즈, 고기 등을 저장하는데 소금을 사용했고, 군인의 보수를 소금으로 지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중세시대는 소금을 둘러싸고 100년 넘도록 소금전쟁을 벌인 곳도 있다.짠맛을 내는 무취의 흰색 결정체인 소금은 단순히 음식 정도가 아니고 음식 이상으로 인류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물질이다.재화로서 가치가 높은 소금의 유통을 통해 도시 간의 문화와 경제교류가 촉진됐고 소금 교역으로 ‘솔트로드’도 생겼다. 소금은 한때 지금의 석유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소금은 모든 생물체에 있어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성분이 있어 물만큼이나 생리기능에 꼭 필요한 요소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은 소화를 촉진해 식욕을 끌어 올린다. 사람의 체온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땀의 배출을 도와 체온을 식히기도 하고 반대로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데이터를 내놓고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 선동으로 떠들어봐야 국민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공방의 결과가 소금값 폭등이라면 소금을 사먹을 국민만 피해자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18

靑松의 매력

우정구 논설위원 푸른 소나무란 뜻의 청송군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은 그 지역의 생태계가 가진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시각적인 아름다움, 교육적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결정된다. 청송군이 보유한 자연생태가 고고학으로나 역사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훌륭하다는 뜻이다.청송군은 2017년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고 올해는 유네스코로부터 재인증도 받았다. 청송군은 경북의 오지지만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뛰어난 자연환경 등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백악기 시대 형성된 주왕산과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주산지,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등이 있고, 청송사과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전국에서 산소포화도가 가장 좋아 ‘산소카페’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해에 찌들린 대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주의를 도시 컨셉으로 삼은 것은 청송의 자랑이다.이곳에서는 나이와 주소와 상관없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나 그보다 군이 직접 무료버스를 운영함으로써 자동차로 인한 공해를 줄일 수 있다니 청정도시다운 발상이다.2011년 청송은 국제슬로시티에 가입했다. 공해없는 자연으로 돌아가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운동은 자연주의를 표방한 국제사회 운동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가 슬로시티에 가입했으나 청송은 유일하게 바다를 끼지 않은 산촌형 슬로시티라는 게 특징이다.청송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지질학적 가치를 잘 보존해 글로컬 관광도시를 지향하겠다고 한다. 경북의 오지 청송이 추구하는 순수자연도시로의 성공을 기원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5

세계 최고, 울릉도 리조트 코스모스

홍석봉 대구지사장 울릉군 추산리에 있는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는 개장 당시부터 화제를 뿌렸다. 호화 시설과 빼어난 건축미 때문이다. 2021년, 2022년 연속 ‘월드럭셔리 호텔 어워즈 럭셔리 허니문 리조트’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2017년 10월 문을 연 후 4년 만에 세계 최고의 호텔로 등극한 것이다. 세계의 아름다운 건물 20개 중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스모스는 코오롱 그룹이 김찬중 건축가에게 맡겨 설계했다. 건축가는 버킷리스트를 꿈꾸며 현실로 만들었다.코스모스는 울릉도를 단숨에 세계적 여행 명소 반열에 올려놓았다. 오직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울릉도를 찾는 사람이 적잖다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로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미와 인근 송곳 산의 경치가 어우러져 신비감마저 자아낸다.숙박비는 엄청나다. 특급 풀빌라(객실 5개)는 1박 숙박비가 1천만 원을 넘는다. 식사와 교통편, 관광 등 여행경비 일체가 포함돼 있다. 펜션 형태의 숙소(객실 8개)도 1박에 40만~70만 원대로 가격대가 만만찮다. 이마저 객실 수가 적어 예약이 쉽지 않다. 예약돼도 섬의 특성상 풍랑으로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식사 때는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과 부지깽이 나물을 활용한 파스타, 호박 아이스크림 등 특선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코스모스는 울릉도 고릴라 캐릭터를 만들고, 야간 레이저 쇼를 선보이는 등 울릉도 관광 면모를 확 바꿔놓았다.리조트 코스모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외교결례와 내정간섭 논란의 주인공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코오롱 그룹으로부터 리조트 코스모스 이용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고급 호텔 이용권이 접대 수단이 되는 시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4

경찰도 극한직업?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 ‘극한직업’은 마약단속반 형사들이 수사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터치한 수사물이다. 불철주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범인 검거실적이 오르지 않아 애태우는 모습이나 잠복근무 모습 등 비록 영화 속이지만 경찰관의 고된 업무를 잘 묘사하고 있다.경찰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회의 공공질서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옛날부터 이름은 달라도 국가에서 관장하는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는 상존해왔다. 조선시대는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를 포도청이라 불렀다. 포도청 산하의 포졸들은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도둑을 잡는 등 서민의 보호자였다.그러나 말이 좋아 ‘민중의 지팡이’지 하는 일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사건이 터지는 현장마다 쫓아 나가지만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범인을 잡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칼에 찔리거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동료 경찰관도 많다”고 전한다.멕시코의 한 NGO단체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하루 1.65명꼴로 순직하는 경찰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부분 근무 중 피살된 경우로 멕시코 경찰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손꼽힌다.멕시코 경찰처럼 목숨을 잃는 경우는 아니지만 국내서도 해마다 퇴직하는 경찰관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안위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해동안 3천500여명의 경찰이 옷을 벗었다. 4년 전 2천421명보다 46.3%가 증가한 숫자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열악한 처우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한다.민중의 지팡이는 온데간데없고 극한직업에 시달리는 경찰 이미지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3

바가지 상술

홍석봉 대구지사장 ‘바가지 쓰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요금이나 물건 값을 치르는 데 있어서 억울하게 손해를 보다’는 뜻과 ‘어떤 일에 대해 억울하게 책임을 지게 되다’는 뜻이다.‘바가지 쓰다’는 말은 개화기 시절, 일본의 화투와 함께 유행한 도박 중 하나인 중국의 ‘십인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노름은 패를 돌리는 사람이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돌리다 엎어놓은 후 숫자를 호명하면, 도박꾼들은 숫자에 해당된다고 믿는 바가지에 돈을 거는 것이다. 도박꾼들은 대개 돈을 잃었다. 당시 노름에서 돈이 털린 것을 ‘바가지 썼다’고 했다. 이후 ‘터무니없이 손해 보는 경우’를 빗댄 말이 됐다. ‘바가지요금’도 여기서 비롯됐다.최근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장에서 옛날과자 1봉지를 7만 원이라고 한 뒤 3봉지를 14만 원에 파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방송 후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영양군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경북 안동과 경주 축제에서도 바가지요금 논란이 이는 등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의 바가지 상술로 지자체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축제음식의 바가지 원인은 ‘자릿값’이다. 짧은 기간 본전을 뽑으려다보니 상인들이 엉터리로 비싼 음식을 제공, 말썽을 빚는 것이다. ‘장터’ 운영권을 입찰로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벌어지는 일이다.축제 장터의 음식 차별화와 함께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그 부가가치가 높다. 지자체마다 축제 홍보에 안간힘을 쓴다. 잔칫집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외국에도 없진 않지만 바가지 악덕 상혼은 경제대국 10위 국격에도 맞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2

대구 최초 시집전문 독립서점

우정구 논설위원 독립영화나 독립음악 등 특정 장르에 독립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의 대표적 특징의 하나가 외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독립영화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상업영화와의 차이점은 자금과 배급망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살린 영화를 만들어 가는 창작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독립서적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서점가의 흐름 속에 외부자본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문고의 100의 1도 안 되는 작은 면적과 책을 보유하지만 책방 주인의 취향과 안목으로 채워진 책들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특히 접근성이 용이한 동네 한가운데 자리를 잡으면서 수익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주목받으면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간다.한 조사에 의하면 작년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모두 815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년보다 70곳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드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온갖 것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독립서점도 전체 수의 약 6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나머지가 전국지방 곳곳에 분산돼 있어 실제로 대구에서는 아주 드물게 독립서점을 만날 수 있다.최근 대구 앞산 카페골목 입구에 시집전문 독립서점이 생겨 화제다. ‘산아래 詩’(대구시 남구 현충로 7길 6)는 대구경북 시인들의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이다. 시집을 출간하더라도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던 지역작가의 작품을 독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대구시인협회도 시집전문 서점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지금, 독립서점이 많이 나와 독서 진작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1

TV 수신료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TV수신료는 1963년 처음 징수됐다. 당시 돈 100원을 냈다. 그 때만해도 TV보급률이 낮아 일부 부유층만 TV를 보유하고 있었다. KBS 징수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TV를 확인, 징수했다.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TV보급률이 높아졌다. 일일이 방문 확인이 어려웠다. KBS는 1994년 한전에 징수업무를 위탁, 전기요금과 합산 청구했다. 이 때부터 전국민은 TV 시청료를 강제 징수당했다.TV수신료는 1981년부터 2천500원으로 정해져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청구된다. KBS2가 광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 비중은 45% 정도라고 한다. KBS는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받았다. 적자 누적으로 재정위기에 부딪히자 공영방송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며 시청료 인상을 꾀했다. 국민 반응은 냉랭했다.대통령실이 나섰다. 방송통신위와 산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참여토론에 부치자 방송의 공정성 및 경쟁력, 방만 경영 등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상 세금과 다름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상당수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KBS의 수익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KBS노조가 사장과 이사진의 전원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편향 방송의 자업자득이다. TV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을 보면서 30년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07

NGO 정신

우정구 논설위원 NGO는 비정부기구, 비정부단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순수 민간단체다. 영어로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으로 표기한다. 대개 그 출발점은 1863년 스위스에서 시작한 국제적십자사 운동을 손꼽는다. 국제적십자사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네트워크 중 하나다.NGO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널리 사용된 것은 UN이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민간단체들이 본격 참여한 1970년대부터다.NGO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부(제5권력)라 불린다. 정부와 기업에 대응하는 제3섹터라고도 한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사회가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단체여서 시민운동의 중심에 선 단체다. 때론 정부가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이러한 NGO 정신에 입각해 등장해 경제, 환경 등 각 분야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시민단체는 어떠한 정치적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비정부기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 나라 안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가 이미 100만개를 넘어선 것은 민간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NGO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청렴이 전제돼야 한다. NGO의 부정 비리는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능력을 상실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의 대규모 부정 비리를 적발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다. NGO 정신을 다시 생각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6

춘앵각

우정구 논설위원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평양, 개성, 진주 등과 함께 대구도 기생이 많은 도시로 유명했다. 지금의 대구시 중구 종로 일대는 기생들이 자주 나들이하는 장소였고 변두리에 사는 서민들은 기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일부러 종로 거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고 한다.당시 기생 세계도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 고급기생은 붉은색 양산(紅傘)을, 그보다 낮은 기생은 푸른색 양산(靑傘)을 썼다. 푸른색 양산을 쓴 기생이 붉은색 양산을 쓴 기생을 만나면 길을 양보하는 등 깍듯한 예의를 차렸다.어느 기생 열전에 나온 이야기의 한 토막인데, 실제 대구 종로 가구골목 일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기생을 둔 요정이 50군데나 됐다. 요정(料亭)이란 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파는 고급 요리집이다. 지금은 사찰로 바뀐 서울의 대원각이나 삼청각은 서울서 유명한 요정이다.춘앵각은 1970년대 대구 대표 요정이다. 옛 만경관극장 인근에 자리한 춘앵각은 당시 대구에서 행세 꽤 한 정, 재계 인사라면 한번쯤은 들른 곳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도 대구 방문 때면 이곳서 식사를 했다. 정치적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한 장소다.6·25때 남하한 나순경이 1969년 요정으로 문을 열었고, 온갖 일화를 남기고 2003년 문을 닫았다. 최근 영화관 업체가 춘앵각을 매입하면서 곧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는 소식이다.비록 요정이지만 대구 사회의 숱한 일화를 간직한 장소란 점에서 철거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대구 근대역사 골목길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니 대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춘앵각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4

태풍 마와르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23일 남태평양 휴양지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르는 20년만에 찾아온 슈퍼 태풍으로 괌섬을 단숨에 지옥처럼 만들어 버렸다. 미 정부는 주민 15만명에 대해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때마침 이곳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3천여명도 태풍에 갇혀 마실 물과 음식이 모자라 대혼란을 겪었다. 시속 240km 강풍에 자동차가 날아가고 공항 활주로 붕괴 등 각종 시설물이 파괴되면서 괌섬 자체가 난장판이 돼 버린 것이다.엘리뇨 현상은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데, 0.5도 이상 높아진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리뇨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기상학자들은 “현재 발생 중인 엘리뇨가 슈퍼급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다.세계기상기구(WMO)도 “5년 안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을 경고했다.특히 학자들은 내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금 지구촌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는 본격적 여름이 오기도 전에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 북서부 딱지역은 4월 낮기온이 45.4도를 기록했으며, 방콕과 푸켓 등은 체감온도가 50도를 웃돌아 야외활동 자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폭염과 폭우, 산불, 홍수, 가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 변화는 지구촌의 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괌섬에서 벌어진 태풍 마와르의 급습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인류가 저질러 놓은 기후 위기에 상응하는 대가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1

‘아빠찬스’

홍석봉 대구지사장 아빠찬스란 자녀가 아버지의 명망과 인맥, 부, 권력 등 사회적 배경을 활용, 입학과 취업 등에 이득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이 자녀 특혜 채용 사실이 밝혀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심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선관위원장이 사과하고 전수조사,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의 불만은 쉽게 숙지지 않고 있다. 여당쪽에서 선관위원장 책임론과 사퇴까지 거론하는 마당이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의 신뢰성과 윤리성을 크게 훼손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의 공직기강이 무너진 탓이 크다.조국 사태때도 아빠찬스가 논란이 됐었다.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일로 비난받았다. 20, 30대 젊은 층은 심한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져야 했었다. 우리사회의 불공정의 대표적 사례가 된 아빠찬스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고려와 조선 시대때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지위가 높은 관리의 자손을 과거를 치르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음서제도(蔭敍制度)다. 아빠찬스는 현대판 음서제라고도 불린다. 아빠찬스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엄중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선관위의 아빠찬스는 공정한 채용과 승진 질서를 해치고, 선관위의 권력과 책임을 남용한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선관위의 역할과도 상충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한다. 국민의 권리와 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사정기관에 의한 수사와 조직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감사원 등의 외부 통제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개천 용’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특권층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31

나랏돈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 “나랏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나랏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줄줄 샌다는 뜻인데도 그런 나쁜 관행이 지금도 여전한 모양이라 걱정이다.나랏돈은 엄밀히 따지면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주머니서 나온 세금으로 국가가 살림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 공직자가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살아가는데, 알뜰살뜰 살지 않으면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국민이 낸 세금을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곳은 국민이 뽑은 국회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국민이 낸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행정부와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우리나라 예산 규모도 이제 600조원을 넘었다. 선진국 반열에 들면서 복지비 등 쓸 곳이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돈이 짜임새 있게 설계돼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운영하고 감시하는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한다.감사원이 최근 정부 지원 비영리 시민단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10개 민간단체 대표 등이 국고보조금을 임의대로 횡령하고 마구잡이 쓴 것이 밝혀졌다. 일부 민간단체는 대표자의 자녀 사업비나 주택 구입비로 국가 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고, 가족들은 그 돈으로 콘도나 골프를 했다고 한다. 또 정부가 사회보장 수단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해 편법과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면서 고용보험기금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나랏돈 빼먹기에 혈안이 된 사회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30

비행기 비상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객기의 좌석은 중간 중간에 1열 정도 빈 좌석열이 있다. 통상 비상구를 내기 위해 비워둔 곳이다. 이 곳 뒷 자리는 자연히 공간이 넓다. ‘비상구 석’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항공 여행객들의 선호도 1순위다. 비상구 석은 앞 좌석이 없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 일부 항공사는 일반 석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대부분의 항공사는 이 좌석은 예약시 좌석 지정이 불가능하다. 비상구 옆 좌석이라 체크인 카운터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 위주로 배정한다. 상당수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 배정 조건으로 영어에 능통할 것을 요구한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이 자리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사항을 알아듣고 비상구를 열고 다른 승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대구공항 착륙 직전 213m 상공에서 30대 남성에 의해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외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올 초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이르아에로 항공 전세기가 러시아 동부 한 공항에서 이륙 직후 뒷문이 열려 회항한 사례가 있다. 민항기가 개문 운항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국내에서 두 차례 항공기의 비상구 개방 사고가 있었으나 모두 운항 중이 아닌 주기, 또는 지상 이동 중 발생한 사고다.항공보안법에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시 출입문을 조작한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후 같은 기종의 비상구 옆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 황당무계한 사고가 잦다. 요지경 세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9

연등(燃燈)

우정구 논설위원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의 연등은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하는 불교의식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국에서 행해지는 연등행렬은 연등과 관련한 대표적 불교 행사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연등행사가 있어 그 역사가 1천200년이나 된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다.불교서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지혜에 비유한다. 불상 앞에서 불을 밝히는 연등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며 매우 소중히 여기는 문화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명을 밝히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의식이다.불교 서적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하나의 등이 부자가 바치는 수많은 등보다 공덕이 크다는 것을 교훈으로 한다. “물질이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소중하다”는 부처님의 사상을 표현한 말이다.내일은 불기 2567년을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음력으로 4월 8일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불교 종주국인 인도는 물론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열린다.과일 등을 팔아 평생 재산을 모은 할머니가 학교에 그 재산을 기부하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소년소녀 가장의 살림을 돕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다. 꼭 내가 넉넉해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빈자일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지혜로 세상의 빛을 밝히는 사람이 있음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훈훈하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5

이슬람과 돼지고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의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와 차별 정서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삶은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등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이슬람 사원 반대를 위한 ‘돼지머리 시위’는 이제 외신에 까지 등장,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경북대 학생들은 이슬람 혐오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위까지 나서 ‘이슬람 문화 비하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이 계율을 자신들의 공동체 안팎에서 철저히 지킨다. 돼지 사육조차 않는다.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이렇게 금지할까? 코란에는 돼지고기 금기가 명시돼 있다. 코란의 명령이다. 그 이유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이 바로 중동지역의 환경설이다. 고대 중동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동물이 소, 양, 염소 세 동물이었다. 이 동물들은 풀, 짚, 나뭇잎 등 거친 섬유질 먹이를 먹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이 먹지 않는 풀 등을 먹고 고기와 젖을 제공한다.반면 돼지는 잡식동물로서 되새김질을 하지않아 풀이나 짚 등 섬유소가 많은 식물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신 섬유소가 적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을 먹는다. 인간과 먹을 것을 두고 경쟁관계가 됐다. 또한 돼지는 건조한 중동 지역에 적합지 않다. 사육에는 시원한 그늘과 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금기 동물이 됐다고 한다.자고로 음식 갖고 장난치는 법은 아니라고 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4

공공기관 억대 연봉을 보는 눈

우정구 논설위원 연봉 1억원대는 샐러리맨들의 꿈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의 수익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직장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관장 연봉이 밝혀지면서 고액 연봉을 둘러싼 뒷얘기가 무성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중 29명은 지난해 대통령(2억4천64만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기관장의 연봉은 4억원을 훌쩍 넘었다. 국립암센터,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연봉 3억원이 넘는 곳도 많았다.또 연봉을 공시한 공공기관 340곳 중 300곳의 상임기관장 연봉이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장관 연봉보다도 많았다.연봉은 그 기관의 운영실적과 기관장의 능력 등을 종합해 지급하지만 억대가 넘는 연봉은 서민층에게는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업특성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많아 지나친 연봉은 국민의 눈총도 받는다.많은 국민이 고금리로 허리가 휠 때 금리 인상의 수혜자인 은행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여 여론의 비난이 된 것도 국민 정서에 반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이 설립한 한전공대의 교수가 전국 4년제 대학 정교수 평균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연봉으로 치면 1억5천만원에 상당하는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도 세비 만큼 일을 해야 국민의 눈총을 받지 않게 된다.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국가발전과 지역사회 기여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3

국가보안법이 문제라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표현의 자유와 국가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19일 ‘야학 선동·국보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대구의 60대가 40여 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불법 구금상태서 신문조서 작성, 압수물 불법수집해 증거능력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복역한 작곡가 윤이상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다.반면 검찰은 최근 북에 ‘충성맹세’를 한 민노총 전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노동단체를 외피 삼아 북한 지령에 따른 정치투쟁 등에 집중하도록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키 위한 목적으로 1948년 제정됐다. 하지만 2023년 5월 현재 9건의 헌법소원과 3건의 위헌법률심판청구건이 올라오는 등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는 ‘폐지론’과 국가 안전을 위한 안전판이라는‘유지론’이 팽팽하다. 국보법수호연대는 얼마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폐지는 공산혁명투쟁에 고속도로 깔아 주는 격”이라며 폐지 반대론을 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면 자유 대한민국도, 헌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철 지난 색깔론과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간첩몰이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국가정보원의 간첩 수사권’ 및 ‘국가보안법’ 유지에 찬성했다. 공산 혁명에 동조하는 일부 민노총의 행태까지 한 묶음으로 봐 줄 수는 없지 않나./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2

제3차 세계대전은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전쟁으로 수백만명의 삶이 파괴됐고 세계 경제도 전쟁의 충격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지원이 사실상 전쟁을 거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갈수록 격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벌어지는 강대강 대결 국면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시작해 1945년 9월 2일 종식됐다. 세계 30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다. 7천300만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가 사용되는 비극을 인류가 경험한 전쟁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가까스로 억제됐다.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났다면 인류의 문명은 수십년 후퇴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류문명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무기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다양한 살상용 무기들이 개발돼 실제로 그 무기가 위력을 발휘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1차대전 발발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강대강 충돌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지적하고 “3차대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며 냉전시대 미국 외교계의 거장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경고가 주는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