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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묻지마 범죄’와 대책 없는 사회

홍석봉 대구지사장 ‘묻지마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인과관계가 명확한 강력범죄와는 달리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비가 어렵다. 언제든지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회를 긴장에 빠트린다.묻지마 범죄가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사회의 병폐의 산물로 ‘선진국형 범죄’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원인을 사회의 부조리로 돌리는 변명일 뿐이라는 진단도 있다.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죄다. 대부분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가 대상이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막가파식 행동과 증오범죄도 한 유형이다.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범행 동기는 사회에 대한 불만, 자기처지 비관, 상대방의 의도 오해석, 분풀이, 환각·망상, 재미·자기과시·이유 없음 등 다양하다. 정신질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소외와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분노와 원망이 폭력 행위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도 쉽지 않다.일본도 장기불황이후 묻지마 범죄가 속출,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양극화, 차별, 실업, 경제적 불황 등에 노숙자와 난민, 이민자 등 문제가 뒤엉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다.우리 사회가 최근 묻지마 범죄로 충격에 빠졌다. 외톨이형 은둔자와 정신질환자 등의 묻지마 폭력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정신질환자 등 관리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책 없는 사회가 더 두렵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7

모방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인간은 모방을 통해서 지식을 축적하고 학습의 효과를 높여간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모방은 본능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면 모방의 긍정 효과다.그러나 모방 본능이 범죄로 옮겨진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묻지마 흉기난동이 잇따라 터지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터진 데 이어 분당 서초역 일대에서 또다시 끔찍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하루 사이 온라인상에는 40건이 넘는 살인예고 게시글이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 상당수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시민에겐 큰 불안이 아닐 수 없다.경찰이 관련 게시글에 대한 조사에 나서 이 중 18건의 작성자를 검거, 범행 혐의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같은 대응이 모방범죄를 근본 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세계에서 안전한 국가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무차별 흉악범죄가 잇따라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이 받은 충격은 실로 크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됐는지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더 문제는 범죄를 본뜬 모방범죄가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속출하자 전 세계에서 흰색가루를 우편물에 넣어 배달하는 가짜 탄저병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모방범죄는 즉각적이고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죄 장소와 시기, 대상을 예측을 할 수 없어 대응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경찰이 장갑차까지 등장시키는 초강수를 썼다. 모방범죄 억제에 효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8-06

경로사상 알기나 하나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100세 이상 장수한 노인에게 국가가 청려장을 수여한다. 1년생 풀인 명아주의 줄기로 만든 청려장은 가볍고 단단해 노인들이 지니기에 적합한 지팡이라 건강 장수의 상징으로 통한다.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는 장수한 노인에게 국장(國杖)이라는 이름으로 지팡이를 준 전통이 있다. 시대를 떠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국가가 장수 지팡이를 통해 예를 표한 사례다.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또 10월 한달을 경로의 달로 정해 국가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북돋운다. 특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의 공로를 치하하고 시상도 한다.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도 노인에 대한 공경의식은 성경에도 나오듯 도덕의 기본이다. 유교문화가 깊은 우리는 삼강오륜을 통해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가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쳐 왔다.특히 오륜 중 하나인 장유유서 (長幼有序)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으뜸으로 꼽았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다.어쩌다 노인이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는지 어이가 없다. 정치권 중진들 입에서 노인비하 발언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노인에 대한 그들의 평소 사고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최근 더불어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게 합리적”이란 취지의 발언은 정치가 노인을 깔본 또 하나의 사례이다.나도 늙어간다는 단순한 진리조차 까먹고 마구 떠벌이는 일부 정치인의 낮은 수준이 부끄러울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8-03

라이브 커머스의 질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 방송인 ‘라이브 커머스’가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실시간 방송 판매’를 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생방송 진행 동안 이용자가 채팅을 통해 진행자나 다른 구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방송 진행자에게 채팅 글을 남기며 궁금한 것을 묻고 진행자는 소비자의 질문에 말로 답한다. 다른 구매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자유롭게 글을 남기며 물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온라인에 입점한 사업자는 누구나 손쉽게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 구성과 판매의 폭이 넓다. 방송 중에는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일상 공유, 질문과 답변, 현장 이벤트 등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TV 홈쇼핑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이 높다. 소통과 쇼핑을 결합해 재미와 관심을 높였다. 비대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즉석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어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MZ세대 취향에도 맞다. 그들이 주요 고객이다.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카카오의 ‘톡 딜라이브’, 티몬의 ‘티비온라이브’등이 대표적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다.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천억원에서 2021년 2조8천억원, 올해는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은 성장세지만 아직 인지도가 떨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현재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온라인 쇼핑에서 2%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갈길이 먼 셈이다. 경북도는 얼마 전 자체 쇼핑몰 ‘사이소’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해 호우피해 모금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외연 확대가 놀랍다. 라이브 커머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2

굿바이 코로나?

우정구 논설위원 굿바이 코로나 맞나?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우려가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었다. 지난 1월 이후 6개월여만에 다시 5만명대에 들어선 것이다.지난 6월 일상회복 조치로 코로나19를 가볍게 보고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신규 확진자 수는 현재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확진자 증가세가 더 이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다.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감염되고 3만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국민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심한 질병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코로나 재유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이 그렇다.그럼에도 정부는 이달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춘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남아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하고 확진자 전수 감시도 중단할 예정이라 한다.전문가들은 최근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는 “정부의 방역정책 완화와 거듭된 변이 출현에 따른 면역력 약화가 원인”이라 말하고 “정부가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을 떨어뜨릴 메시지를 남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바이러스는 원래 여름철에는 활동성이 떨어지나 지금 이 시기에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 대유행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보건당국은 정부의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 밝히나 국민 각자가 마스크 착용 등 대응력을 갖추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01

이승만과 트루먼, 69년 만의 재회

홍석봉 대구지사장 트루먼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우리 국민의 생존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트루먼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 한민족을 일제 치하에서 해방시켰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 남침 때는 미군 파병을 결단,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구했다. 하지만 트루먼은 그동안 한국에선 푸대접 받았다. 이승만이 독재자로 평가절하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트루먼이 맥아더의 원폭 투하 요구를 거절, 북진(北進) 통일이 좌절됐다고 믿어왔다. 맥아더를 치켜세우기 위해 트루먼을 깎아내린 것이었다.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맥아더 동상은 최근까지 좌파 단체들에 의해 모욕당하기도 했지만 인천 자유공원에 당당히 서서 한국의 발전상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반해 트루먼 동상은 임진각 한구석에 초라하게 방치돼 있는 형편이다. 평가절하됐던 트루먼이 이승만과 함께 호국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앞에 나란히 섰다.이승만과 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지난달 27일 칠곡 다부동 현장에서 열렸다. 다부동은 한국전쟁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역사적 장소다. 민간 주도로 만든 두 동상은 2017년 완성됐으나 마땅히 세울 곳을 찾지 못하다가 경북도와 칠곡군의 도움으로 다부동에 안착했다. 양 대통령은 1954년 8월 5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트루먼 자택에서 처음 만난후 69년 만에 다부동에서 동상으로 다시 만났다. 제막식 날은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북한의 기습 남침에 즉각 대응한 이승만과 트루먼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의 표상이 된 두 사람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31

고교야구의 추억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야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05년 서울 한성고가 학교 차원에서 야구를 처음 도입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경신, 휘문, 배재 등의 학교에서 야구팀이 생겼고, 1920년에는 조선체육회 발족 기념으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가 개최됐다.지난 27일 지역의 야구 명문 경북고등학교가 30년만에 우승컵을 거머쥔 청룡기 고교야구대회는 우리나라에선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고교야구대회다. 1946년 창설됐다. 6·25전쟁으로 잠시 중단되고 1953년부터 조선일보사가 행사를 주최해 오고 있다.1950년대는 동산고가 4차례 우승하였으나 1960∼1970년대 들어서는 경북고와 대구상고(지금의 상원고), 경남고 등 영남권 고교가 판세를 휘어잡아 고교야구의 인기를 몰아갔다. 이후 영남권 고교와 호남권 고교, 서울 등지 고교야구팀이 엎치락뒤치락 승패를 갈랐으나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고교야구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청룡기 야구의 역대 우승 전적을 보면 경남고 9회, 경북고 8회, 대구상원고 6회 등 영남권 고교들이 여전히 선전 중이다.특히 경북고 야구팀의 청룡기 야구대회 30년만의 우승은 지역의 노장년 야구팬들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화제를 낳았다. 지나간 추억의 스타를 떠올리게 했고, 30년 전 이승엽 감독이 고교 2학년으로서 이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이력도 회자됐다.무엇보다 프로야구에 밀려 등한시된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좋은 일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토양이라 불리는 고교야구의 성장을 위해서도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경북고의 청룡기 야구대회 우승이 30년만의 소중한 기록이지만 고교야구를 되돌아본 즐거운 추억의 시간이기도 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30

좀비 모기

우정구 논설위원 올여름은 모기향이나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잘 죽지도 않는 좀비 모기가 창궐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는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보낸 가운데 미국에서는 20년 만에 국내 감염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모기 창궐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일단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살충제 등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좀비 모기까지 생기면서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도 자연스레 늘 것이란 전망이다.지구상에 밝혀진 모기의 종류는 무려 3천500종에 달한다. 모기는 알을 낳은 지 3일 만에 유충이 되고, 성충이 되는 데까지 13∼20일 정도 걸린다. 성충의 수명은 1∼2개월이다. 흡혈은 암컷이 하고 수컷은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는다. 암컷이 흡혈하는 이유는 알을 낳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모기가 매개로 일으킨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 50여 종이 있다. 특히 모기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이 한해동안 100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뱀이나 악어, 사자 등 맹수보다 모기가 더 무서운 생명체다.태국에서는 고열을 동반한 급성열성 질환인 뎅기열 환자가 벌써 2만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남미 페루에선 역대 가장 많은 뎅기열 환자발생으로 현재까지 3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우리나라도 작년보다 19일 빨리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모기 창궐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도 뎅기열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까지 나오니 올 여름철 건강 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7

다시 열린 문경 하늘재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경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이다. 높이가 525m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를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영토 분쟁 역사가 전해오는 역사 속의 옛길이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하늘재가 2천 년 만에 다시 열렸다.하늘재는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했다. 삼국시대(156년) 때 신라의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은 빼앗긴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전쟁을 벌였다.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을 피해 몽진(蒙塵)할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교통 및 군사요충지이자 물류 및 문화의 통로였다. 하지만 조선 태종 때 새재길이 열리면서 이용객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서울서 부산까지 가려면 반드시 하늘재를 넘어야 했다. 계립령(鷄立嶺), 대원령, 지릅재 등으로도 불렸다. 길 양쪽에는 전나무, 굴참나무, 상수리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2008년 12월 대한민국의 명승 제4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역사적인 길이 지금까지 충주 구간만 남아 있었는데 문경시가 하늘재 옛길을 복원, 문경과 충주를 잇는 하늘재 옛길이 완성됐다. 문경시는 최근 하늘재 정상에서 하늘재 옛길 복원사업 준공식도 가졌다. 하늘재 옛길 복원사업은 관광 자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 시작됐다. 문경시는 57억원을 들여 하늘재 마루턱에서 문경 관음리 마을을 잇는 2.48Km의 옛길을 복원했다. 쉼터와 특산물을 판매하는 마을 공동구판장도 마련했다. 하늘재 옛길을 잘 가꾸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힐링할 수 있는 명품 옛길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26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묻지마 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분노란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했거나 부당한 위협에 처했을 때 생기는 개인의 부정적 심리 상태다. 종교적으로 분노는 최악의 행위로 꼽힌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이기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간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역 일대에서 벌어진 30대 남성의 칼부림 사건은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광폭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다.‘묻지마 범죄’는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동기가 없는 범죄다.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 범죄 동기도 없고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공통점으로 숨어있다. 그래서 범죄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 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어 황당하고 잔혹한 범죄다.2001년 일본 오사카 어느 초등학교에 난입한 30대 남성이 칼을 휘둘러 8명이 사망하고 15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사람은 모두 초등학교 1,2학년생. 범죄자는 “많은 사람을 죽여 길동무하고 싶다”고 말해 당시 일본도 큰 충격에 빠졌다.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범인은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우리 사회가 되돌아볼 때다.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사이코패스 범죄 예방도 국가 책임”이라 했지만 대비책이 언제 나올지 막연하다. 이 사건 후 휴대용 호신용품을 찾는 이가 늘었다는 데 이것이 우리의 해법은 아닐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5

대구 학부모 선언문의 의미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 선포식’을 열었다. 대시민 협약식도 함께 가졌다.때마침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였다.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열린 행사라서 의미를 더한다. 선포식은 학교의 온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학교를 믿고, 지지하고, 함께하며 기다리겠다는 학부모들의 다짐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 처음이다.이번 선포식은 ‘학교교육 지원자’로서 학부모의 인식 정립을 통해 ‘다:행복한 대구교육캠페인’의 출발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종교계, 시민사회 단체, 협약기관 대표 등 약 1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서울의 한 새내기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담임교사 폭행 등은 참담한 학교현장의 모습이다. 고인의 분향소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열린 추모 집회에는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5천여 명의 동료 교사들이 참여했다. 교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만큼 절절이 공감했다는 반증이다.교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모는 건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급증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이런 아픔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자세다. 학교를 믿고 맡긴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아무리 선포식을 한들 소용없을 터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며 이해하고 서로 돕는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구 학부모 선언문이 뒤틀린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24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정구 논설위원 조금 오래된 조사지만,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신뢰받는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정치인이 9%로 대상 집단 중 가장 낮았다. 가장 신뢰받는 집단인 과학자(60%)의 반의반도 안됐다.민주주의 정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조차도 정치인 신뢰가 꼴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정치인을 가장 못믿을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 눈길 가는 대목이다.지난 4월 ‘특권없는 공정 세상’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시민단체인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고 했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세비와 장관급 대우의 사무실, 입맛대로 뽑을 수 있는 보좌진,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국회의원에게 특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다. 이런 뜻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은 특권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민단체의 특권폐지운동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기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한 무소속의 김남국 의원에 대해 국회윤리특위가 제명을 권고했다. 제명은 의원직 박탈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제 결정은 국회 몫이다.당사자인 김 의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과반수 이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번 권고를 받아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코인을 사고 판 행위만으로 이미 의원 자격은 상실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국회는 순리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추락한 정치인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23

장마 다음 폭염

우정구 논설위원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 북반구에는 살인적 더위로 몸살 중이다. 기록적으로 치솟는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몰려들면서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들어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우리나라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켰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에게는 폭염이 매우 위협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돈없고 힘없고 건강이 없는 사람에게 폭염은 잔혹한 재난일 수 밖에 없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폭염사망자는 493명이다. 같은 기간 태풍이나 호우에 의한 사망자의 3.6배에 이르렀다.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최고 기온이 19일 연속 43도를 기록했다. 유럽의 이탈리아 로마도 41.8도를 찍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도 40도가 넘는 기온이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태풍은 피해자가 눈에 목격되지만 폭염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지난해 유럽 35개국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이제는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할 때라고 설명한다.우리나라라고 살인적 폭염이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주 쏟아진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적잖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장마 뒤 찾아올 폭염에 대비한 준비도 서둘러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0

공직자와 골프 수난사

홍석봉 대구지사장 골프업계는 국내 골프 인구를 통상 500만명으로 추산한다. 성인 기준 5명 중 1명이 골프를 치는 셈이다. 구기 종목 중 가장 많은 애호가를 갖고 있다. 귀족 스포츠로 취급받던 골프가 이제 대중스포츠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젊은층의 외면 등으로 골프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급등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골프장 이용료와 골프용품 값은 이용객들에겐 여전히 부담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속 골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당 징계까지 거론됐다.공직자들이 재난 상황 중에 골프를 쳤다거나, 공무원 비상대기령 속에 라운딩 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홍 시장에 앞서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홍천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 중인 가운데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보도로 논란을 빚었다. 2019년 10월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태풍 미태가 닥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수난사다.국무총리가 사퇴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3·1절 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총리가 야당의 공세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07년엔 공군참모총장이 폭탄테러로 전사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용사의 애도기간에 골프를 쳤다가 자진 사퇴했다.신입 사원이 버젓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말단 공무원들도 골프를 치는 시대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를 친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골프 라운딩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9

사후약방문

우정구 논설위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 애를 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서양 속담에도 “말 도둑 맞고 마굿간 잠근다”는 표현이 있다.이달초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사람이 많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건교부의 정밀조사 결과, 이 공사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판단됐다고 한다.이 아파트 공사를 맡은 GS건설은 공정률 67%인 1천666세대 공사를 부수고 재시공키로 결정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시공에 따른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회사는 기업 이미지 추락보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이런 경우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래야 다시는 소 잃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폭우와 태풍 등으로 해마다 수많은 수해가 반복 일어나고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자연재해란 점에서 불가피한 부분도 있으나 상당부분은 인재가 원인이다.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는 인근 제방관리와 도로통제만 잘했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인재가 빚은 비극이다.아동학대 방지와 취약계층 아동보호를 위한 입법이 사고가 난 뒤에 국회에서 입법 소란을 떠는 것이나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인명사고가 난 뒤 그제서야 건축이 전면 금지되는 것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사후약방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8

산사태, 천재지변(天災地變)인가?

홍석봉 대구지사장 빗물이 스며들어 무거워진 토층이 암반경계면을 따라 일시적으로 흘러내리는 재해가 산사태다. 건물과 차량 등이 파괴돼 재산 및 인명피해를 발생한다.우리나라의 산사태는 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인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장마와 태풍이 주원인이다. 외국엔 지진이나 화산폭발 시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공사현장이나, 주택가 옹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다양한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산사태 징후를 발견하고 비탈면이 무너질 때까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비가 쉽지 않다. 징후를 알아차리는 즉시 대피해야 한다.대표적인 징후가 작은 돌이 떨어지고 비탈면에 균열이 생기며 흙탕물이 나온다. 큰 인명피해를 낸 예천 산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산이 울었다고 했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국내에서 모두 2천603ha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8월 1천271ha(48.8%)와 9월 644 ha(24.7%)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영남 912ha(35.0%)와 중부 677ha(26.0%)에 피해가 집중됐다.2002년 태풍 ‘루사’ 때는 2천705ha의 면적에 산사태가 발생, 35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복구비만 2천994억원에 달했다.이번 산사태는 집중호우가 원인이다. 1천년에 한 번 쏟아질 정도의 집중호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당국은 사방댐 건설 등과 함께 산사태 발생지역 예찰 강화와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천재지변이라지만 방비만 잘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이고 막을 수 있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7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

우정구 논설위원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경기를 뜻하는 Stagn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성된 말로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를 때를 말한다.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연계한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여름 휴가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베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휴가를 뜻하는 Vac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말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여행수요는 폭증했으나 그동안 축소됐던 여행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항공료, 숙박료 등 휴가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미국에서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것을 빗댄 표현이다.본격적 휴가철을 맞았으나 많은 직장인이 올여름 휴가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약 70%가 휴가 계획을 못 세우거나 휴가를 포기할 것이란 응답을 했다. 비용 부담때문이다.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으로 시중 물가가 2%대까지 내려갔으나 외식물가와 항공료, 휴양지 숙박비 등이 큰폭으로 뛴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콘도이용료는 전년 동기보다 13.4%, 호텔숙박료는 11.1%가 올랐다. 5성급 호텔 하루 숙박비가 55만원 한다니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코로나가 끝나고 3년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휴가철을 맞았으나 베케플레이션이라는 복병 때문에 직장인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6

의전차량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에 세워져 있던 짝퉁 거북선이 해체되던 날 많은 언론이 지자체의 세금 낭비의 전형적 사례라 세찬 비판을 쏟아냈다.짝퉁 거북선은 2015년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 일환으로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으나 한 번도 빛을 보지못한 채 12년간 방치되다 이날 해체된 것. 목재는 땔감으로 철근은 고물상으로 넘겨졌다. 국민 세금이 이처럼 허무하게 낭비되어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이를 바라본 시민도 기가 막혀 한다.문제는 이런 유사 사례가 전국 지자체에 걸쳐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군위군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1천223억원의 예산을 투입, 조성했으나 3년째 적자 운영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얘기로 놀이공원을 만들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속골병 든다는 얘기다.세금 낭비가 논란이 되는 속에 대구시내 기초자치단체들이 1억원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를 의전용 차량으로 구입할 예정이어서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서구청장과 대구북구의회의장 의전차량으로 1억원 가까운 제네시스 G80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관계기관이 예산까지 편성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법이 바뀌어 전기차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네시스 G80 외 선택지가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가 1억원 짜리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면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정서에 맞을지 의문이다.의전차량은 품격과 안전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인데, 1억원 짜리라면 품격보다 권위에 치중한 선택이란 비난을 받지 않을까 싶다. 또 그보다 낮은 전기차가 있는데도 1억원 짜리를 선택한다면 세금 낭비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13

‘극한호우’의 등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장맛비 속 집중호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일원에 폭우가 예상되자 발령한 것이다.폭우는 갑작스럽게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이 내리는 강우를 가리킨다. 호우는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장대비를 일컫는다.기상청은 예상 강우량을 감안,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다. 호우에 의한 침수 및 사고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10mm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mm이상 예상될 때 발령한다.극한호우는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고 있다.국내에서 기록적인 호우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에 1시간동안 145mm의 집중 호우를 쏟아부은 기록이 단시간 최고 강우량이다. 하루 최고 강우량은 2002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 사이에 강원도 강릉시에 퍼부은 870mm가 최고 기록이다.기후변화가 지구촌에 기상 이변을 몰고 오고 있다. 열대성 폭우와 폭염이 일상화 됐다. 폭우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 호우의 기록들도 언제 깨질지 모른다.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재난이 잦자 경고 차원에서 ‘극한호우’란 용어까지 나왔다. 11일의 ‘극한호우’로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에도 적잖은 피해를 가져왔다. 이번 주 내내 게릴라성 호우가 예고되고 있다. 피해 예방에 바짝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2

치매약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인류는 의학이라는 과학을 앞세워 질병과의 끝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그 덕에 인류는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보다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 더 많다.질병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지만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질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한 인간의 과거사를 몽땅 앗아가는 질병의 특성 때문이다.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으로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저주”라는 별명도 있다.알츠하이머 치매가 처음 보고된 것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서다. 기억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다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이상이 번지면서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나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도 그의 가족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60년대 스타배우 윤정희도 프랑스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유명했거나 화려한 스타였다는 사실은 그들에겐 무의미한 일이다.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5천500만명이던 세계 치매환자가 2050년에는 1억3천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치매극복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여러 번 좌절된 가운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승인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다. FDA는 “미국과 일본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레캠비가 임상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했다.대중화 단계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인류의 치매 극복 노력에 서광으로 기록됐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