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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바가지 상술

홍석봉 대구지사장 ‘바가지 쓰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요금이나 물건 값을 치르는 데 있어서 억울하게 손해를 보다’는 뜻과 ‘어떤 일에 대해 억울하게 책임을 지게 되다’는 뜻이다.‘바가지 쓰다’는 말은 개화기 시절, 일본의 화투와 함께 유행한 도박 중 하나인 중국의 ‘십인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노름은 패를 돌리는 사람이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돌리다 엎어놓은 후 숫자를 호명하면, 도박꾼들은 숫자에 해당된다고 믿는 바가지에 돈을 거는 것이다. 도박꾼들은 대개 돈을 잃었다. 당시 노름에서 돈이 털린 것을 ‘바가지 썼다’고 했다. 이후 ‘터무니없이 손해 보는 경우’를 빗댄 말이 됐다. ‘바가지요금’도 여기서 비롯됐다.최근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장에서 옛날과자 1봉지를 7만 원이라고 한 뒤 3봉지를 14만 원에 파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방송 후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영양군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경북 안동과 경주 축제에서도 바가지요금 논란이 이는 등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의 바가지 상술로 지자체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축제음식의 바가지 원인은 ‘자릿값’이다. 짧은 기간 본전을 뽑으려다보니 상인들이 엉터리로 비싼 음식을 제공, 말썽을 빚는 것이다. ‘장터’ 운영권을 입찰로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벌어지는 일이다.축제 장터의 음식 차별화와 함께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그 부가가치가 높다. 지자체마다 축제 홍보에 안간힘을 쓴다. 잔칫집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외국에도 없진 않지만 바가지 악덕 상혼은 경제대국 10위 국격에도 맞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2

대구 최초 시집전문 독립서점

우정구 논설위원 독립영화나 독립음악 등 특정 장르에 독립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의 대표적 특징의 하나가 외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독립영화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상업영화와의 차이점은 자금과 배급망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살린 영화를 만들어 가는 창작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독립서적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서점가의 흐름 속에 외부자본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문고의 100의 1도 안 되는 작은 면적과 책을 보유하지만 책방 주인의 취향과 안목으로 채워진 책들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특히 접근성이 용이한 동네 한가운데 자리를 잡으면서 수익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주목받으면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간다.한 조사에 의하면 작년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모두 815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년보다 70곳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드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온갖 것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독립서점도 전체 수의 약 6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나머지가 전국지방 곳곳에 분산돼 있어 실제로 대구에서는 아주 드물게 독립서점을 만날 수 있다.최근 대구 앞산 카페골목 입구에 시집전문 독립서점이 생겨 화제다. ‘산아래 詩’(대구시 남구 현충로 7길 6)는 대구경북 시인들의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이다. 시집을 출간하더라도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던 지역작가의 작품을 독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대구시인협회도 시집전문 서점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지금, 독립서점이 많이 나와 독서 진작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1

TV 수신료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TV수신료는 1963년 처음 징수됐다. 당시 돈 100원을 냈다. 그 때만해도 TV보급률이 낮아 일부 부유층만 TV를 보유하고 있었다. KBS 징수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TV를 확인, 징수했다.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TV보급률이 높아졌다. 일일이 방문 확인이 어려웠다. KBS는 1994년 한전에 징수업무를 위탁, 전기요금과 합산 청구했다. 이 때부터 전국민은 TV 시청료를 강제 징수당했다.TV수신료는 1981년부터 2천500원으로 정해져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청구된다. KBS2가 광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 비중은 45% 정도라고 한다. KBS는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받았다. 적자 누적으로 재정위기에 부딪히자 공영방송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며 시청료 인상을 꾀했다. 국민 반응은 냉랭했다.대통령실이 나섰다. 방송통신위와 산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참여토론에 부치자 방송의 공정성 및 경쟁력, 방만 경영 등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상 세금과 다름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상당수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KBS의 수익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KBS노조가 사장과 이사진의 전원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편향 방송의 자업자득이다. TV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을 보면서 30년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07

NGO 정신

우정구 논설위원 NGO는 비정부기구, 비정부단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순수 민간단체다. 영어로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으로 표기한다. 대개 그 출발점은 1863년 스위스에서 시작한 국제적십자사 운동을 손꼽는다. 국제적십자사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네트워크 중 하나다.NGO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널리 사용된 것은 UN이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민간단체들이 본격 참여한 1970년대부터다.NGO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부(제5권력)라 불린다. 정부와 기업에 대응하는 제3섹터라고도 한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사회가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단체여서 시민운동의 중심에 선 단체다. 때론 정부가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이러한 NGO 정신에 입각해 등장해 경제, 환경 등 각 분야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시민단체는 어떠한 정치적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비정부기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 나라 안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가 이미 100만개를 넘어선 것은 민간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NGO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청렴이 전제돼야 한다. NGO의 부정 비리는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능력을 상실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의 대규모 부정 비리를 적발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다. NGO 정신을 다시 생각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6

춘앵각

우정구 논설위원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평양, 개성, 진주 등과 함께 대구도 기생이 많은 도시로 유명했다. 지금의 대구시 중구 종로 일대는 기생들이 자주 나들이하는 장소였고 변두리에 사는 서민들은 기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일부러 종로 거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고 한다.당시 기생 세계도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 고급기생은 붉은색 양산(紅傘)을, 그보다 낮은 기생은 푸른색 양산(靑傘)을 썼다. 푸른색 양산을 쓴 기생이 붉은색 양산을 쓴 기생을 만나면 길을 양보하는 등 깍듯한 예의를 차렸다.어느 기생 열전에 나온 이야기의 한 토막인데, 실제 대구 종로 가구골목 일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기생을 둔 요정이 50군데나 됐다. 요정(料亭)이란 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파는 고급 요리집이다. 지금은 사찰로 바뀐 서울의 대원각이나 삼청각은 서울서 유명한 요정이다.춘앵각은 1970년대 대구 대표 요정이다. 옛 만경관극장 인근에 자리한 춘앵각은 당시 대구에서 행세 꽤 한 정, 재계 인사라면 한번쯤은 들른 곳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도 대구 방문 때면 이곳서 식사를 했다. 정치적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한 장소다.6·25때 남하한 나순경이 1969년 요정으로 문을 열었고, 온갖 일화를 남기고 2003년 문을 닫았다. 최근 영화관 업체가 춘앵각을 매입하면서 곧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는 소식이다.비록 요정이지만 대구 사회의 숱한 일화를 간직한 장소란 점에서 철거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대구 근대역사 골목길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니 대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춘앵각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4

태풍 마와르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23일 남태평양 휴양지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르는 20년만에 찾아온 슈퍼 태풍으로 괌섬을 단숨에 지옥처럼 만들어 버렸다. 미 정부는 주민 15만명에 대해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때마침 이곳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3천여명도 태풍에 갇혀 마실 물과 음식이 모자라 대혼란을 겪었다. 시속 240km 강풍에 자동차가 날아가고 공항 활주로 붕괴 등 각종 시설물이 파괴되면서 괌섬 자체가 난장판이 돼 버린 것이다.엘리뇨 현상은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데, 0.5도 이상 높아진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리뇨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기상학자들은 “현재 발생 중인 엘리뇨가 슈퍼급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다.세계기상기구(WMO)도 “5년 안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을 경고했다.특히 학자들은 내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금 지구촌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는 본격적 여름이 오기도 전에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 북서부 딱지역은 4월 낮기온이 45.4도를 기록했으며, 방콕과 푸켓 등은 체감온도가 50도를 웃돌아 야외활동 자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폭염과 폭우, 산불, 홍수, 가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 변화는 지구촌의 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괌섬에서 벌어진 태풍 마와르의 급습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인류가 저질러 놓은 기후 위기에 상응하는 대가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1

‘아빠찬스’

홍석봉 대구지사장 아빠찬스란 자녀가 아버지의 명망과 인맥, 부, 권력 등 사회적 배경을 활용, 입학과 취업 등에 이득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이 자녀 특혜 채용 사실이 밝혀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심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선관위원장이 사과하고 전수조사,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의 불만은 쉽게 숙지지 않고 있다. 여당쪽에서 선관위원장 책임론과 사퇴까지 거론하는 마당이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의 신뢰성과 윤리성을 크게 훼손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의 공직기강이 무너진 탓이 크다.조국 사태때도 아빠찬스가 논란이 됐었다.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일로 비난받았다. 20, 30대 젊은 층은 심한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져야 했었다. 우리사회의 불공정의 대표적 사례가 된 아빠찬스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고려와 조선 시대때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지위가 높은 관리의 자손을 과거를 치르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음서제도(蔭敍制度)다. 아빠찬스는 현대판 음서제라고도 불린다. 아빠찬스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엄중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선관위의 아빠찬스는 공정한 채용과 승진 질서를 해치고, 선관위의 권력과 책임을 남용한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선관위의 역할과도 상충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한다. 국민의 권리와 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사정기관에 의한 수사와 조직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감사원 등의 외부 통제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개천 용’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특권층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31

나랏돈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 “나랏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나랏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줄줄 샌다는 뜻인데도 그런 나쁜 관행이 지금도 여전한 모양이라 걱정이다.나랏돈은 엄밀히 따지면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주머니서 나온 세금으로 국가가 살림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 공직자가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살아가는데, 알뜰살뜰 살지 않으면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국민이 낸 세금을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곳은 국민이 뽑은 국회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국민이 낸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행정부와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우리나라 예산 규모도 이제 600조원을 넘었다. 선진국 반열에 들면서 복지비 등 쓸 곳이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돈이 짜임새 있게 설계돼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운영하고 감시하는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한다.감사원이 최근 정부 지원 비영리 시민단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10개 민간단체 대표 등이 국고보조금을 임의대로 횡령하고 마구잡이 쓴 것이 밝혀졌다. 일부 민간단체는 대표자의 자녀 사업비나 주택 구입비로 국가 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고, 가족들은 그 돈으로 콘도나 골프를 했다고 한다. 또 정부가 사회보장 수단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해 편법과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면서 고용보험기금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나랏돈 빼먹기에 혈안이 된 사회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30

비행기 비상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객기의 좌석은 중간 중간에 1열 정도 빈 좌석열이 있다. 통상 비상구를 내기 위해 비워둔 곳이다. 이 곳 뒷 자리는 자연히 공간이 넓다. ‘비상구 석’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항공 여행객들의 선호도 1순위다. 비상구 석은 앞 좌석이 없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 일부 항공사는 일반 석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대부분의 항공사는 이 좌석은 예약시 좌석 지정이 불가능하다. 비상구 옆 좌석이라 체크인 카운터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 위주로 배정한다. 상당수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 배정 조건으로 영어에 능통할 것을 요구한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이 자리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사항을 알아듣고 비상구를 열고 다른 승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대구공항 착륙 직전 213m 상공에서 30대 남성에 의해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외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올 초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이르아에로 항공 전세기가 러시아 동부 한 공항에서 이륙 직후 뒷문이 열려 회항한 사례가 있다. 민항기가 개문 운항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국내에서 두 차례 항공기의 비상구 개방 사고가 있었으나 모두 운항 중이 아닌 주기, 또는 지상 이동 중 발생한 사고다.항공보안법에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시 출입문을 조작한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후 같은 기종의 비상구 옆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 황당무계한 사고가 잦다. 요지경 세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9

연등(燃燈)

우정구 논설위원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의 연등은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하는 불교의식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국에서 행해지는 연등행렬은 연등과 관련한 대표적 불교 행사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연등행사가 있어 그 역사가 1천200년이나 된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다.불교서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지혜에 비유한다. 불상 앞에서 불을 밝히는 연등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며 매우 소중히 여기는 문화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명을 밝히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의식이다.불교 서적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하나의 등이 부자가 바치는 수많은 등보다 공덕이 크다는 것을 교훈으로 한다. “물질이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소중하다”는 부처님의 사상을 표현한 말이다.내일은 불기 2567년을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음력으로 4월 8일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불교 종주국인 인도는 물론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열린다.과일 등을 팔아 평생 재산을 모은 할머니가 학교에 그 재산을 기부하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소년소녀 가장의 살림을 돕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다. 꼭 내가 넉넉해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빈자일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지혜로 세상의 빛을 밝히는 사람이 있음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훈훈하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5

이슬람과 돼지고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의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와 차별 정서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삶은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등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이슬람 사원 반대를 위한 ‘돼지머리 시위’는 이제 외신에 까지 등장,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경북대 학생들은 이슬람 혐오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위까지 나서 ‘이슬람 문화 비하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이 계율을 자신들의 공동체 안팎에서 철저히 지킨다. 돼지 사육조차 않는다.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이렇게 금지할까? 코란에는 돼지고기 금기가 명시돼 있다. 코란의 명령이다. 그 이유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이 바로 중동지역의 환경설이다. 고대 중동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동물이 소, 양, 염소 세 동물이었다. 이 동물들은 풀, 짚, 나뭇잎 등 거친 섬유질 먹이를 먹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이 먹지 않는 풀 등을 먹고 고기와 젖을 제공한다.반면 돼지는 잡식동물로서 되새김질을 하지않아 풀이나 짚 등 섬유소가 많은 식물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신 섬유소가 적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을 먹는다. 인간과 먹을 것을 두고 경쟁관계가 됐다. 또한 돼지는 건조한 중동 지역에 적합지 않다. 사육에는 시원한 그늘과 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금기 동물이 됐다고 한다.자고로 음식 갖고 장난치는 법은 아니라고 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4

공공기관 억대 연봉을 보는 눈

우정구 논설위원 연봉 1억원대는 샐러리맨들의 꿈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의 수익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직장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관장 연봉이 밝혀지면서 고액 연봉을 둘러싼 뒷얘기가 무성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중 29명은 지난해 대통령(2억4천64만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기관장의 연봉은 4억원을 훌쩍 넘었다. 국립암센터,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연봉 3억원이 넘는 곳도 많았다.또 연봉을 공시한 공공기관 340곳 중 300곳의 상임기관장 연봉이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장관 연봉보다도 많았다.연봉은 그 기관의 운영실적과 기관장의 능력 등을 종합해 지급하지만 억대가 넘는 연봉은 서민층에게는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업특성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많아 지나친 연봉은 국민의 눈총도 받는다.많은 국민이 고금리로 허리가 휠 때 금리 인상의 수혜자인 은행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여 여론의 비난이 된 것도 국민 정서에 반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이 설립한 한전공대의 교수가 전국 4년제 대학 정교수 평균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연봉으로 치면 1억5천만원에 상당하는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도 세비 만큼 일을 해야 국민의 눈총을 받지 않게 된다.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국가발전과 지역사회 기여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3

국가보안법이 문제라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표현의 자유와 국가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19일 ‘야학 선동·국보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대구의 60대가 40여 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불법 구금상태서 신문조서 작성, 압수물 불법수집해 증거능력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복역한 작곡가 윤이상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다.반면 검찰은 최근 북에 ‘충성맹세’를 한 민노총 전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노동단체를 외피 삼아 북한 지령에 따른 정치투쟁 등에 집중하도록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키 위한 목적으로 1948년 제정됐다. 하지만 2023년 5월 현재 9건의 헌법소원과 3건의 위헌법률심판청구건이 올라오는 등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는 ‘폐지론’과 국가 안전을 위한 안전판이라는‘유지론’이 팽팽하다. 국보법수호연대는 얼마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폐지는 공산혁명투쟁에 고속도로 깔아 주는 격”이라며 폐지 반대론을 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면 자유 대한민국도, 헌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철 지난 색깔론과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간첩몰이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국가정보원의 간첩 수사권’ 및 ‘국가보안법’ 유지에 찬성했다. 공산 혁명에 동조하는 일부 민노총의 행태까지 한 묶음으로 봐 줄 수는 없지 않나./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2

제3차 세계대전은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전쟁으로 수백만명의 삶이 파괴됐고 세계 경제도 전쟁의 충격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지원이 사실상 전쟁을 거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갈수록 격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벌어지는 강대강 대결 국면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시작해 1945년 9월 2일 종식됐다. 세계 30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다. 7천300만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가 사용되는 비극을 인류가 경험한 전쟁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가까스로 억제됐다.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났다면 인류의 문명은 수십년 후퇴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류문명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무기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다양한 살상용 무기들이 개발돼 실제로 그 무기가 위력을 발휘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1차대전 발발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강대강 충돌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지적하고 “3차대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며 냉전시대 미국 외교계의 거장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경고가 주는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5-21

두바이식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가 지난달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개발과 후적지 조성을 위한 해외시장 벤치마킹에 나섰다.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시의회의장 등 일행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지를 둘러보고 두바이 개발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두바이의 성공 사례 등을 현장 확인할 예정이라 한다.홍 시장은 시장후보 시절 “군 공항이 이전한 후적지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으로 개발해 대구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그의 이번 두바이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두바이는 아랍계 자본과 서방 자본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곳이다. 이곳은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이자 최대 도시다. 초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각국이 두바이 방식을 모델로 앞다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첨단 우량기업 유치와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글로벌 관광·상업시설을 조성한 두바이는 21세기 가장 빠른 성장을 한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두바이 공항내 경제특구인 DAFZ는 각종 면세 제도와 외국인의 100% 지분 허용으로 글로벌 기업 1천800개가 입주해 있다.2006년 두바이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곳은 한강의 기적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두바이를 성공시킨 지도자의 상상력과 리더십에 감탄한다”고 말했다.홍 시장의 말대로 규제를 풀고 두바이처럼 대규모 쇼핑센터 등을 조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단계이나 두바이식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18

횡단보도 그늘막의 가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그늘이 반갑게 느껴지는 계절이 됐다. 때 이른 무더위에 사람들은 쫓기듯 그늘을 찾아든다. 대구·경북에 벌써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16일 낮 최고 기온이 경북 울진 34.9도, 포항 33.9도, 대구 33.6도, 안동 32.8도를 기록하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시민들이 헉헉댔다. 보행자들은 그늘막 아래서 땀을 훔치며 한숨을 돌린다. 그늘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소중한 존재가 됐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얼마전 최고의 정부혁신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최초 및 최고로 선정한 ‘드라이브스루’ 등 18개 중에서 최고로 뽑혔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서울 서초구가 2015년 국내 최초로 설치한 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 이듬해부터 대구에도 설치되기 시작, 현재 전국 각지에서 활용하고 있다. 전국 확산 과정에서 그늘막도 진화했다. 기능을 특화한 그늘막이 등장했다. 부산시 북구는 인공 안개비를 뿌려주는 그늘막을 선보였다. 천안시는 학교나 노인시설 등 설치장소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그늘막을 내놓았다. 파라솔 형태의 고정식 그늘막은 2017년 8월 도로법에 따른 도로부속물로 인정받았다.최근에는 그늘막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해 주변 온도와 일조량 등을 감지해 자동 개폐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와 교통섬 인근에 설치된 그늘막은 보행자들에겐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신호대기 동안 자외선과 열사병을 막아주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한다. 온열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네거리 등 도로변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됐다. 그늘막의 고마움을 알고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7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

우정구 논설위원 파충류의 일종인 도마뱀은 현존하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많은 6천종이 넘는 종류를 가지고 있다. 산간 초원이나 사막 등지에 서식하며 천적을 만나면 꼬리를 자르고 미끼로 남기며 도망가는 동물이다.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는 천적을 만나는 절체절명 순간에 최후 수단으로 사용된다. 잘린 꼬리에 신경이 남아있어 일정시간 꿈틀대며 천적의 관심을 끄는 동안 본체는 멀리 달아난다.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생태학적으로 관찰하면 몇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다시 자라난 꼬리는 더이상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 말하자면 꼬리 자르기는 일생에 단 한번이다.또 자절 후 꼬리가 재생되더라도 처음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으로 재생된다는 점이다. 잘려나간 꼬리에는 뼈가 있지만 다시 생긴 꼬리에는 힘줄만 있고 뼈가 없다. 꼬리는 양분을 저장하는 곳이어서 재생된 꼬리로서는 힘을 제대로 쓰기가 힘들고, 또 몸의 균형이나 속도를 내는데도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도마뱀이 꼬리를 잘라 임기응변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타고난 본래의 기능을 완전 회복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것을 우리는 자연의 섭리라 한다.사람 사는 세상에도 꼬리 자르기가 있다. 진실을 숨기고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열한 행위를 비유해 이렇게 부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된 소속 의원을 자진 탈당시키면서 탈당꼼수, 꼬리 자르기란 비난에 휩싸여 있다.특히 코인 투기의혹에 빠진 김남국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서 논란이 더 증폭되고 있다. 진실은 자른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도마뱀의 꼬리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우정구(논설위원)

2023-05-16

양수발전소의 부상(浮上)

홍석봉 대구지사장 양수발전은 평상시 전력 공급이 충분할 때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렸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 상부댐 물을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3분이면 전력 생산이 가능해 원자력, 화력 같은 주력 발전이 멈추거나 출력을 낮춰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장시간 운전을 할 수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양수발전소 건설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확대 추세다.유용한 시설이긴 하지만 댐 건설로 인한 주민 이주와 환경 훼손 등 때문에 기피 시설로 꼽힌다.국내에선 1980년 청평양수발전소가 첫 건설됐다. 이후 삼랑진, 무주, 산청, 양양 등에 잇따라 건설됐다. 대구·경북에는 청송 양수발전소가 2006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012년엔 예천 양수발전소가 건설됐다. 현재 7기가 국내 가동 중이다. 2019년 지자체 공모를 통해 영동, 홍천, 포천 3개 지역을 추가 선정, 2024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30년부터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할 예정이다.정부는 2036년까지 현 설비의 75%에 해당하는 3.55GW 규모의 양수발전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1단계로 1.75GW 규모 신규 양수발전소 2~3곳을 오는 6월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경북 영양군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피시설을 유치해서라도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보려는 의도다. 양수발전소 유치시 인구 증가,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영양군과 봉화군이 범군민 유치위원회를 구성, 결의대회를 갖는 등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경북 지자체의 처절한 몸부림이 너무 애절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5

“아이들은 가라”

우정구 논설위원 노키즈존의 한국식 표현은 No Kids Zone이나 영미권에서는 Kids-Free Zone으로 쓴다. 얼핏 아이의 자유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본뜻은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의미한다.2010년대 중반쯤 등장한 우리나라 노키즈존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 카페 등을 일컫는 말이다. 출입 어린이의 과도한 행동으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어린이 안전사고를 미연에 막자는 것이 설치 이유다.그러나 업소 측의 주관적 기준과 가치 판단으로 다수의 손님이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노키즈존 반대 여론도 많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노키즈존 금지 조례를 추진하다 유보했다. 법률적 근거가 없고 영업 자유권 침해로 또다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작년 전북 완주군의 어린이 의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아동권리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노키즈존을 꼽기도 했다.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에 500개의 노키즈존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고 아이 갖는 것을 한층 꺼리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최근 한 카페가 노시니어존을 만든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조그마한 동네에 테이블 두 개 있는 작은 카페라 불가피했다는 해명에도 특정 계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반대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차별과 권리의 주장 사이에 합일점 찾기가 쉽지 않다.다행히 아이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예스키즈존도 늘고 있다니 이를 장려하는 것이 논란에서 벗어날 해법이 아닐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4

퓰리처상

우정구 논설위원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에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특종기사가 선정된 사례가 많다.6·25 전쟁 당시인 1951년 부서진 대동강 철교다리를 건너 탈출하는 피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을 대표하는 ‘소녀의 절규’ 사진도 1972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극의 현장이다. 전쟁의 와중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또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전쟁이란 위험 속에서 이러한 비극적 장면을 취재하고 사진으로 담는 것은 전쟁이 던져주는 참상을 만방에 알리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다. 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주고 전쟁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과 문학적 업적 등에 가장 높은 기여자에게 주는 상이다. 미국의 언론인 조지 퓰리처가 남긴 유언에 따라 50만달러 기금으로 1917년 제정됐다. 미국 언론인에게만 수여하는 상이지만 언론인에게는 가장 영광스런 상으로 평가 받는다.소련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1년을 맞았다.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2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며 전쟁의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움을 준다. 이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감이 높아졌고, 글로벌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풀 등에서 전쟁 현장을 취재한 AP통신기자들에게 퓰리처상이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AP 사진기자 등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달한 사진으로 공공보도 및 특종사진 부문 수상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언론의 본분은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