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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팔거산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팔거산성은 금호강 북쪽에 위치한 함지산 정상에 축조된 산성 유적이다. 산 모양이 함지같다고 해 ‘함지산성’, ‘반티산성’이라고도 부른다. 팔거산성은 7세기 초 신라의 지방 거점이자 군사요충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당시 신라 서쪽 지역에서 왕경인 경주시로 이어지는 통로는 오늘날 낙동강을 통해 칠곡-대구-경산-영천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 길목에서 가장 서쪽에 있던 팔거산성은 수로와 육로를 동시에 통제하는 중요 거점이었다. 남쪽으로 대구 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금호강과 과거 주요 교통로였던 영남대로가 교차하는 길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주변 지역을 감시하기에 적합했다.학계에서는 입지 특성으로 미뤄 삼국시대 신라 왕경(王京) 서쪽의 가로축 방어 체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외곽 방어하는 산성이었던 것이다.팔거산성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접근할 수 있는 현문(縣門)식 구조와 둥근 돌출부 형태의 곡성(曲城) 등이 확인됐다. 신라 산성의 독특한 축성 양식이다. 완만한 경사의 성벽, 곡성과 성벽의 접합부 축조 방식 등이 확인돼 역사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2021년 팔거산성의 집수지(集水池) 유적에서 7세기 초 신라시대의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 16점이 발견됐다. 산성 축조 시기와 산성의 운영 방식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팔거산성은 6세기 신라산성 목조집수지가 보존된 유일한 유적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대구 팔거산성’을 사적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적 지정을 계기로 팔거산성을 원형 복원해 새로운 명소로 가꿔나가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0

모럴 헤저드

우정구 논설위원 모럴 헤저드는 19세기말 영국의 보험회사들이 피보험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르키는 말로 처음 사용됐다.자동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전운전을 할 텐데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은 보험회사가 물어준다는 생각에 운전을 소홀히 한다는 뜻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지금은 법적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니 집단이기주의적 행위를 가르키는 행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이나 정치인의 도덕적 결함도 모럴 헤저드의 범주에 든다.미국 등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힘’으로 표현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르키는 용어다.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사회 지도층일수록 지위에 걸맞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예시로 프랑스 칼레시 지도층의 행동이 자주 인용된다.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대가로 6명의 대표시민 목숨을 요구받은 칼레시는 당시 도시의 최고 부호와 고위층이 스스로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건진다.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은 이처럼 매우 엄중하고 엄숙하다. 특히 가진 자의 도덕심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진다.한국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덕목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궁핍 마케팅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모럴 수준을 걱정해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09

‘안동 구시장’의 부활

홍석봉 대구지사장 ‘안동찜닭’은 안동 구시장의 대표 상품이다. 안동찜닭 골목은 2011년 경북 유일의 테마 골목으로 지정됐다.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찜닭 골목을 찾는다. 안동찜닭은 한 번 맛보면 풍미에 매료된다. 당면과 어우러져 칼칼하면서도 단맛이 일품이다. 어느덧 안동찜닭을 빼고는 안동을 말할 수 없는 명물이 됐다.구시장엔 안동찜닭 골목만 있는 게 아니다. 인근의 갈비골목, 떡볶이골목 등 음식특화거리가 형성돼 있어 다양한 먹거리 체험을 할 수 있다. 거기에 별점을 하나 더했다. 안동 구시장 연합(안동구시장, 남서상가, 중앙문화의거리, 음식의거리)이 최근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K-관광 마켓’10선에 선정된 것이다.‘K-관광 마켓’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고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매력을 키워 대한민국 대표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안동은 먹거리 뿐만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도 푸짐하다.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5월), 썸머페스티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9월), 눈빛축제 등 사계절 축제가 펼쳐진다. 토요 풍물시장, 하회별신굿탈놀이 야간공연 등 다양한 체험과 문화공연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인근의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월영교 등 안동 대표 관광 명소를 오가는 식도락 여행에도 제격이다.이번 ‘K-관광 마켓’선정에 따라 안동시는 특화콘텐츠 발굴, 지역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 국·내외 관광객 유치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다. 원도심 쇠퇴로 찬바람이 불던 안동 구시장에 사람이 모일 전망이다. 안동 구시장의 맛과 멋을 널리 알려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시장의 재탄생이 기대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8

아! 천마도여

우정구 논설위원 경주 천마총 발굴은 박정희 전 대통령 특명에 의해 시작됐다. 천년고도 경주를 관광수도로 만들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 발굴로 이어진 것인데, 경주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1973년 국민적 관심 속에 시작한 천마총 발굴은 우리 발굴 사상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될 만큼 귀중한 유물을 찾아낸다. 1만여 점의 유물 속에 발견된 신라금관은 당시 국민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발굴 100여 일 만에 수습된 금관은 금관을 보고 싶어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따라 다음날 청와대로 잠시 옮겨진 일화도 있다.천마총 금관은 지금껏 발견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지증왕의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천마총 발굴의 하이라이트는 천마도(天馬圖)다. 보통 사람의 시선이 금관에 모두 쏠렸지만 천마도 발굴은 나라를 발칵 뒤집을 만한 큰 사건이다. 고구려나 백제처럼 신라에는 무덤벽화가 없어 천마도가 가지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천마도는 말의 안장 장식의 일종인 장니에 그려진 그림이다. 연약한 자작나무 껍질에 1천500년을 견디어 온 것 자체가 신비다.발굴 당시 김정기 단장은 그의 회고에서 천마도를 무사히 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심한 공포감에 빠졌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머리에 뿔 비슷한 게 달려 한때 천마가 아닌 기린이란 논쟁도 있었으나 천마로 결론이 났다.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나는 듯한 흰색 천마가 9년만에 실물 공개됐다. 빛에 약해 지금까지 단 세차례 밖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마도를 7월 16일까지 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하니 가 보길 권한다.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신라 유일의 회화 천마도 감상의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나. /우정구(논설위원)

2023-05-07

‘봉이 김선달’과 관람료 폐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례 화엄사의 말사인 천은사는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천은사는 노고단 길목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았다. ‘산적 통행료’ 비난이 일었다. 등산객들의 집단소송과 국민청원이 잇따랐다. TV드라마 소재가 됐다.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 1일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조계종 산하 사찰 입장시 징수하던 문화재관람료를 4일부터 폐지했다. 지역의 불국사와 석굴암, 동화사 등 전국 65개 사찰이 대상이다.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징수를 시작했다. 사찰이 국가를 대신해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관리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1967년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통합 징수했고,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했다. 이후 문화재 보호·관리비용을 받겠다는 사찰 측과 못내겠다는 등산객들의 관람료 갈등이 불거졌다.문화재관람료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을 계기로 폐지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조계종의 거센 반발을 샀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다.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41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앞서 영천 은해사는 지난해 4월부터 무료 개방했다. 액수도 크지 않은데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주시도 4일부터 대릉원 관람료를 전면 폐지했다. 사찰과 왕릉 등 문화재 무료개방은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누이줗고 매부 좋은 격이다. 금액은 미미하지만 의미는 크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3

마약사범과 사형제도

우정구 논설위원 유엔은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 수치를 넘어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가 벌써 7년이 됐다.특히 청소년층의 마약사범 증가율이 폭증하고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류가 이미 깊숙이 침투해 마약류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여느 때 보다 높아져 있다.검찰이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류를 공급하는 범죄자에 대해서는 “최고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특단 대책을 내놨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음료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사법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사법당국의 이런 엄단 의지에 비해 실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이 마약사범은 느는 데 반해 처벌은 솜방망이 정도로 가볍게 처리해왔기 때문이다.마약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는 나라로는 아편전쟁을 경험한 중국과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6월 한국인 마약사범 2명을 자국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했다. 우리 정부의 인도적 선처 요청에도 중국 정부는 “마약사범엔 예외가 없다”는 식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이다.싱가포르는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의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사형을 집행한다. 작년만 마약 밀매범 11명을 사형했고 올해 또다시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사형제 폐지라는 국제적 흐름에도 이들 국가는 마약사범에 대해선 사형제도를 존속을 고집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마약청정국으로 가는 길임을 보여준 사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02

아낌없이 주는 아까시나무

홍석봉 대구지사장 아까시의 계절이다. 시골 길 차창 밖으로 아까시나무 흰 꽃이 산등성이를 감싸며 펼쳐졌다. 창을 열자 진한 꽃향기가 온 몸을 스친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사실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 6월까지 향기를 뿜어낸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는 시기다.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시작을 알려 산림 공무원들이 가장 반긴다.미국이 고향인 아까시나무는 19세기 말 국내에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때 산림녹화와 목재 및 땔감용으로 심었다. 번식력이 강해 묘지 주변에 뿌리내리면 제거가 어려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형적인 콩과 식물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아까시나무 꿀은 양이 많아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다. 한 때 우리나라 나무의 10%를 차지했다. 국내 꿀 생산의 70%를 담당했다.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 적합하다.목재로도 쓸 만하다. 내구성이 좋아 공사장 방벽이나 받침목 등의 자재로 사용된다.아까시나무 꽃과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된다. 이뇨, 소염과 항염증 성분이 함유돼 있다. 붉은 꽃이 피는 원예종은 관상용으로 인기다.30년생 아까시나무는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간 약 13.8t으로 국내 나무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하다. 꿀벌의 고장 칠곡군은 아까시나무로 친환경 상패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아까시나무는 이렇듯 환경친화적이다. 꿀과 향기, 각종 자재까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준다. 고맙기 짝이 없는 나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01

아메리칸 파이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인에게 가장 한국적 음식은 김치나 된장과 같은 숙성음식이다. 미국인에게 가장 미국적인 음식은 무얼까? 단연코 아메리칸 파이다. 그중에서도 애플파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즐겨 맛볼 수 있는 미 국민의 디저트다. 요리 방법도 지역따라 각양각색이다. 아메리칸 파이 축제도 많이 열려 미국 여행 때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이다.미국 숙어에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주 미국적’이라는 뜻이다. 아메리칸 파이를 미국의 상징처럼 표현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그의 학창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화제다. 아메리칸 파이는 ‘빈센트’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돈 맥클린(77)이 작곡한 곡이다.인기 절정인 가수들이 1959년 다음 순회공연을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한 것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이 곡은 ‘그날 음악은 죽었다(the day the music died)’라는 가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져 있다.원작자 맥클린은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대를 받았지만 콘서트 투어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윤 대통령의 노래를 듣고 “내년에 한국에 가서 함께 노래할까 한다”고 화답했다고 외신은 전한다.윤 대통령의 노래 선곡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미국적인 이미지의 아메리칸 파이였다는 것은 절묘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이 아리랑 노래를 우리말로 불러 한국인에게 감흥을 안겨주는 것과 같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부른 이 노래가 양국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더 높여주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음악이나 예술이 갖는 마술같은 효과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30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법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일어난 대낮 음주운전 사고로 9살 초등생이 숨지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법원이 먼저 나서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고, 오는 7월부터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최대 26년형을 선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날 때마다 관련법을 만들어 처벌기준을 강화했지만 가중처벌을 받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재범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시동 잠금장치에 대한 언급을 했다.헌재는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며 “시동 잠금장치 부착을 우선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던 것이다.음주운전 방지 시동 잠금장치는 술을 마신 운전자가 차량에 시동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위해선 잠금 측정부에 숨을 불어넣어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통과해야 시동이 걸린다.1986년 미국이 처음 도입했고 지금은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활용된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거나 통근버스 등 특별히 음주운전 시 피해가 큰 차량에 부착토록 한다.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시동 잠금장치 설치로 음주운전 사망자가 절반가량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여당이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음주운전 방지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법안은 그동안 여러 번 나왔으나 비용과 설치 대상자 선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 법제화까지는 못갔다. 이번 국회에서 시동 잠금장치법이 빛을 볼지는 두고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27

가짜 미술품 소동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10·26 사태 후 김재규의 헌납재산에 들어 있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하며 진위 논란이 일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위작(僞作) 소동 사례다.‘미인도’는 이후 30년 가까이 진위 논란이 계속됐다. ‘미인도’ 논란은 지난 2016년 검찰이 ‘진품’이라고 결론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어떻게 자기 자식을 몰라보느냐’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던 천 화백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인도’ 논란은 은밀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동이라는 것이 미술계의 중론이다. 세금을 피하려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소’작품으로 유명한 이중섭의 경우 한때 진품보다 위작이 더 많았다고 한다.외국에서도 위작 논란은 비일비재하다. 1936년 ‘빛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엠마우스에서의 만찬’을 당대 최고 권위자가 극찬했지만 위작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엔 일본의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가짜로 판명돼 일본 사회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위작은 미술계의 영원한 숙제다.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은 그 수량이 한정돼 있다. 하지만 구입하려는 사람은 많다. 이 틈을 파고들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위작이다.위작은 구분이 힘들다. 전문가도 속기 십상이다. 대체로 감정가들은 진품과 위작을 구별할 때 안목감정, 기록감정, 과학감정 과정을 거친다. 웬만하면 이 3단계 과정에서 위작은 대부분 걸러진다고 한다. 대구미술관 소장품 중 일부 작품이 가짜로 드러나 시끄럽다. 작품선정과 가치평가 심의위원회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이다. 사법당국의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2023-04-26

깡통전세도 걱정

우정구 논설위원 세입자의 보증금을 떼어먹는 전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이다. 인천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부가 긴급히 특별법 제정에 나섰지만 사회적 파장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정부의 특별법으로 전세 사기 피해주택을 LH가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우선 임대해 주기로 했지만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예방책이 없는 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올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신고된 전세보증 사고는 역대 최다급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세시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깡그리 무너질까 우려될 정도다.특히 지금처럼 집값과 전세값이 급락하면 깡통전세라는 또다른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많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의 주택담보 대출금액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해 시장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주택을 말한다. 통상 주택담보 대출금액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로 본다.2013년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집값은 하락하고 전세금만 오르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2년내 깡통전세로 내몰릴 수 있는 가구가 수도권만 19만 가구로 추정된 바있다.최근 주택금융연구원은 집값이 10∼20% 하락하면 올 하반기부터 경북의 공동주택 40% 이상이, 대구는 30% 이상이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최근 일부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떨어진 전세값 만큼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주는 편법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전세사기가 양산됐는데, 자칫 깡통전세사태가 나올까 두렵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25

주목받는 공유 숙박

홍석봉 대구지사장 에어비앤비(Airbnb)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명의 집 주인이 세 명의 숙박객을 맞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22년 말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공유 숙박 서비스가 됐다. 자신의 방이나 집,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빌릴 수 있다.국내에서는 2013년 1월 정식 오픈했다.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숙소 1만3천여 곳을 확보했다.지난해 말 기준, 에어비앤비는 220개국, 10만 개 도시에서 660만 개의 숙소를 갖추고 14억 차례의 체크인 횟수를 기록했다. 1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최근 서울의 한 에어비앤비 숙박업소에서 중국인 커플이 예약을 취소해주지 않는다며 120t의 수돗물과 평소 5배가 넘는 가스를 사용하고 출국, 민폐 사례로 언론 조명을 받았다.대구시는 최근 민관합동 단속을 벌여 공유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무신고 숙박업소 3곳을 고발했다. 지자체 마다 합동 단속이 한창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한옥 체험업과 농촌민박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영업 신고를 않고 공유 숙박 플랫폼 등을 통해 빌라 등에서 숙박업을 하다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에어비앤비는 외국에서 숙소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다거나 성범죄 피해 등 이용객들의 주의보가 잇따르지만 이미 대세가 됐다.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학계 등에서 공유 숙박 플랫폼의 법제화가 논의됐지만 법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공유 숙박과 기존 숙박 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버에 이어 공유 숙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24

금값의 질주

우정구 논설위원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금거래소 가격으로 한돈(3.75g)에 36만7천원을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2014년 3월(4만6천940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올랐다.최근 금값 폭등과 관련해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떴다. 2008년 함평군이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붉은 박쥐가 함평에서 발견된 것을 계기로 이를 관광상품화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순금의 황금박쥐상이 대박이 난 것. 제작 당시 27억원을 들여 순금으로 만든 황금박쥐상은 예산 낭비라는 세찬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금값 폭등으로 황금박쥐상이 137억원으로 몸값이 오르자 전국적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금에 대한 인류의 애착은 오래됐다. 금관이나 금장식 등의 유물이 발굴된 것으로 미뤄보아 이미 수천년전부터 금은 인류에게 권위와 영광의 상징이었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가장 믿을만한 화폐가 된 것도 금본위제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영국은 식민지로부터 뺏어온 금이 영국은행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우리나라에선 아기 백일이나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아기가 금을 지니고 있으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속설에 따르는 측면도 있으나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순금의 평가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금값은 더 가치를 발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금을 되팔면 시간이 지난 만큼 보상이 되는 것이 금의 가치다.최근 금값이 폭등한 것은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경제 침체 등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금값이 폭등하면서 돌잔치 선물용인 한돈 반지가 반돈으로 줄어들고 1g 반지까지 등장했다. 금값의 질주 언제쯤 멈춰질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4-23

경주 대릉원

우정구 논설위원 경주 대릉원(大陵苑)은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옛 신라의 왕과 왕비, 귀족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23기의 대형 고분군이 모여 있는 곳이다.특히 그곳에 있는 천마총은 1973년 발굴 작업을 벌여 신라금관 등 국보급 유물 10점을 포함 모두 1만1천여점의 유물이 출토된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드문 고고학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당시 놀라운 유적의 출토로 많은 국민이 흥분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고분은 현재까지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또 쌍무덤 형태의 대릉원 황남대총은 당시 왕족 부부의 묘로 추정되며 당시의 순장풍습을 알 수 있게 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출토된 유물로 당시에도 서역과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신라 최초 경주김씨 출신의 왕으로 전해지는 미추왕릉도 이곳 대릉원에 있다. 삼국사기에 “미추 이사금을 대릉에 장사 지냈다”는 글귀에 따라 이곳을 대릉원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유네스코가 경주역사유적지 5군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는데, 대릉원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릉원은 경주의 대표적 사적지로 지난 한해만 13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때마침 문화재청이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벌인다고 하니 대릉원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1973 천마를 깨우다’는 제목의 발굴 50년 기념사업은 선포식과 함께 각종 학술행사 등으로 연말까지 진행된다고 한다.경주시가 유료 입장의 대릉원을 무료 개방했다. 경주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다. 세계적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의 관광산업 진작을 위해선 바람직한 결정으로 보인다. 대릉원을 중심으로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찾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20

태교 여행의 성지 ‘성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태교 여행이 신혼부부 등에게 새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임산부와 가족이 임신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육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세종대왕자 태실이 있는 경북 성주군이 인기 태교 여행지로 떠올랐다. 성주군이 세종대왕자 태실이라는 빼어난 관광 자원을 활용,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임산부 가족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성주군은 지난 15, 16일 임산부 가족을 위한 ‘태실의 고장 성주, 미션 태교 여행’ 행사를 진행했다.국가 지정 사적(史跡)인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이 주 무대다. 올해 4년째 맞는 행사로 문화재청과 성주군이 주최했다. 자녀를 데리고 온 임산부 가족과 신혼부부들이 참여, 의미 있는 여행을 했다.행사는 선석사 태실 법당에서의 ‘산책 태교’, 태교음악 들으며 임산부에게 좋은 참외 성분 찾기, 성밖숲 산책, 오감을 만족시키는 예비맘 태교 맘마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그 중에도 세종대왕자 태실 산책 코스는 임산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성주군 월항면 선석산의 태봉 정상에 있다. 세종의 열여덟 왕자와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집단 배치돼 있다. 국내에서 왕자 태실이 완전한 모습으로 군집을 이룬 유일한 곳이다. 왕실의 태실 조성방식의 변화 양상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성주군은 이참에 성주를 국내 태교 여행의 성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태교 여행은 임산부들이 문화재를 관람하고 심리적 안정과 치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성주군은 관광객과 성주 참외 판매 등 농가 소득 증대로 연결해 ‘꿩 먹고 알 먹기’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9

인도 인구 세계 1위 등극

우정구 논설위원 올 1월 중국국가통계국은 2022년말 기준으로 중국의 인구는 14억1천175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1961년 대기근으로 인구가 감소한 이후 중국에서 61년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준 것이 공식 확인됐다.인도가 중국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예상은 이미 작년부터 국제기구 여러 곳에서 전망치가 나왔다. 중국의 출산율이 1.15명으로 뚝 떨어지면서 빠르면 2023년에는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앞지를 것이란 보고가 쏟아졌다. 지난 4월 15일 미국의 경제종합 미디어그룹인 마켓워치는 인도인구가 중국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유엔의 인구 자료를 기초로 두 나라의 하루 인구변화를 적용해 이같이 추론했다.워싱턴 포스트도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도인구가 중국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인구수로 세계 1위 자리를 놓친 건 1750년 이후 273년만에 처음이라 했다. 1990년만해도 중국인구가 인도보다 약 2억8천만명이 더 많았다. 32년이 지난 2022년 두 나라의 인구 격차는 900만명으로 좁혀졌다. 한 자녀 정책을 펼치던 중국이 다자녀장려 정책으로 전환하고 나섰지만 이제 세계인구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할 판이다.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율을 보인 인도 경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인구는 생산과 소비 등 경제성장과 직결되면서 인도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국에 이어 GDP 세계 3위국 부상 관측도 나온다.2030년 인도의 30세 미만 소비자가 3억5천만명으로 세계시장의 5분의 1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은 충격적이다. 인구가 가져올 폭발적 경제력을 우리는 부러워 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18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피서지였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개장, 해마다 여름철이면 수 십만 명의 피서객들이 찾는 명소였다. 1980년대 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하지만 1968년 포항 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수질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해양환경이 변했다. 태풍으로 인한 모래 유실이 가속화되면서 백사장이 점차 황폐해졌다. 2000년대 들어선 사실상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했다. 많을 때는 12만 명의 방문객이 찾았던 해수욕장이 결국 2007년 문을 닫고 말았다.추억만 남긴 채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져간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폐장 16년 만인 올여름 재개장을 목표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송도해수욕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포항시는 2012년부터 294억원을 들여 백사장 복원 공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백사장 모래 품질과 수질 등이 지정 요건을 갖춰 해수욕장을 재개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주민들은 백사장이 되살아나고 해수욕장이 재개장하면 주변에 새로 조성된 운하와 솔밭 등이 한데 어울려 송도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을 염원하고 있다.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 입점도 희소식이다. 주민들은 이미 유명 커피숍과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일대에 조성된 카페문화거리의 분위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을 기대한다. 이곳에 자리잡은 카페들은 매장에서 동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 포스코의 야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층 사이에 카페문화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생샷’을 찍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한다. 또다른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송도해수욕장의 재탄생이 기다려진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7

쓴소리 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사람들이 하는 말을 상황에 따라 우리는 여럿 말로 표현한다. 쓴소리, 단소리, 군소리, 헛소리, 볼멘소리 등등 아주 많다. 그 중 쓴소리는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도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로 설명한다.반대로 단소리는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말을 두고 우리는 군소리라 부른다.우리 속담에 듣기 싫은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하나 있다. “익모초 같은 소리”다. 익모초(益母草)는 한자말로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인데, 산전산후 질병치료에 좋은 풀로 전해져 있다. 그럼에도 이 풀이 듣기 싫은 소리에 비유된 것은 지독히 쓴맛 때문이라 한다.중국 고사에 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耳)라는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는 뜻이다.진시황제가 죽고 난 후 궁궐을 점령한 유방이 금은 보화와 꽃같은 궁녀가 셀 수 없이 많자 그곳에 머물 것을 생각하다 부하 장수의 충언에 깨달음을 얻어 다시 전쟁터로 되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쓴소리는 듣기가 거북하지만 잘 새겨듣고 깨달음을 얻으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잦은 정치발언과 당내 비판에 국민의힘이 당 상임고문직을 해촉해 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홍 시장은 “그렇다고 잘못되어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겠냐”며 반발을 했다.내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것은 대의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다. 쓴소리, 단소리 심지어 별별소리까지 다 들어야 한다. 그 속에 민의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쓴소리도 듣는 포용력 있는 정치를 보여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16

도청(盜聽) 세상

우정구 논설위원 도청은 몰래 엿듣는다는 뜻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하거나 녹음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수사기관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합법적으로 대화를 엿듣는 것은 감청(監聽)이다.도청과 관련해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은 1972년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 정치스캔들이다. 당시 공화당 출신의 닉슨 대통령이 비밀공작단을 시켜 워터게이트 빌딩 안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사임하는 사태로 커진다. 닉슨은 임기를 다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각종 비리와 연루된 사건에는 으레 게이트라는 접미어가 붙게 된다.이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의 끈질긴 활약으로 세상에 전모가 공개되는데, 당시 두 기자는 오로지 이 사건에만 매달려 취재해 끝내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 낸다.정보통신의 발달로 도청은 이제 일반인뿐 아니라 국가기관간에도 치열한 전쟁거리가 됐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만년필, 구두밑창, 손목시계, TV스피커 등에 설치된 기상천외한 장비들이 실제로 시중에 유통돼 개인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심지어 레이저 발사를 통해 맞은편 빌딩에서 진행하는 회의 내용도 도청할 수 있다 하니 도청기술 첨단화가 놀라울 뿐이다.미국 정보기관의 우리나라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시끄럽다. 국가간 정보전쟁의 한 단면으로 짐작되나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오히려 더 궁색해 보인다. 국익에 배치된다면 선을 긋고 해명하는 게 옳다. 첨단화하는 도청기술에 국가나 국민 모두가 노출된 세상이 된 것 같아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13

‘소가 사람 수보다 더 많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거짓말 좀 보태서 소가 사람 수보다 더 많다”지난 11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형동(안동·예천) 의원이 한 말이다. 인구소멸 위기의 경북 북부지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현재 인구수 기준의 선거구를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선거구제 개편에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경북 북부 안동·예천·영주·봉화·상주·문경 지역의 의원 수는 11대 국회(당시 1선거구당 2석의 중선거구제) 때 10명에서 현재 4명으로 줄었다. 경북 북부 11개 시군의 면적은 1만786㎢다. 7천433㎢의 충북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도 충북은 국회의원이 8명이다.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할 경우 22대 총선의 수도권 의석수는 253석의 지역구 의석 중 128석으로 과반을 넘게 된다. 1981년 11대 국회 당시 서울·경기 국회의원 숫자는 52명에서 2020년 21대 때 121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11대 때 대구·경북 국회의원 숫자는 26명이었다. 21대 때는 25명으로 1명 줄었다.선거구 획정 시 지방 소멸을 고려, 지역구 면적 기준의 상한을 두거나 인구 편차 기준을 완화하는 등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인구수 기준에서 벗어나 지역 면적과 생활권 요소를 선거법에 반영해야 한다.19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각종 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전원위에서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 논란을 초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요소를 선거법 개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여야 간, 의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얽혀 결론 도출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