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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엠폭스 비상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 두창(MONKEY POX)’이란 병명을 지난해 11월 엠폭스(MPOX)로 변경해 부르기로 했다.특정 문화 및 지역과 관련해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 질병관리청도 이에 대응해 한국어 표기를 ‘원숭이 두창’이 아닌 엠폭스로 사용할 것을 의료기관 등에 권고했다.엠폭스는 중서부 아프리카 열대수림에서 서식하는 원숭이 사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특정 지역의 토착병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전세계로 퍼져 있다. 세계적으로 근절된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 질병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한 사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2022년에서 2023년 4월4일까지 전세계 110국에서 8만6천여 명의 엠폭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사망자도 112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첫 환자 확인후 6명의 엠폭스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국내 6번째 환자는 최근 3개월 이내 해외여행 경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의 지역사회 감염도 우려된다고 한다.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 단계에 들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통한 엠폭스 전염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특히 일본과 대만에서 엠폭스 환자가 늘고 있어 해외 여행객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일본은 현재 엠폭스 누진 환자가 95명에 달한다.“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면 엠폭스 감염 경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엠폭스 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의료계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 사회가 긴장감을 늦춰선 안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11

퇴계 귀향길

홍석봉 대구지사장 퇴계 이황은 454년 전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해 안동 도산서원까지 장장 270km의 길을 꼬박 13박 14일에 걸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수구초심의 ‘퇴계선생 귀향길’이다.퇴계 이황(1501~1570)은 말년에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퇴계는 수개월에 걸쳐 선조에게 사직 상소 끝에 1569년 3월 4일 귀향을 허락받았다. 그의 나이 69세 때다. 그는 노구를 이끌고 700리 귀향길에 올랐다. 멀고도 험난한 노정이었다.퇴계 귀향길은 지난 2019년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개최한 ‘제1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행사’로 시작됐다. 퇴계 귀향길이 복원된 지 4년 만에 다시 재연 행사가 열렸다.‘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지난 9일 마지막 구간인 삽골재에서 도산서원까지 걷기 여정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이번 귀향길 재현행사는 45명의 재현단이 퇴계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달 27일 경복궁을 출발, 9일 도산서원까지 5개 시·도와 17개 시·군·구의 길을 걸으며 선생의 참뜻을 되새겼다. 구간별로 봉은사 원명스님과 차담회, 강연, 시 해설, 고유제 등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퇴계 귀향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리면서 소문이 나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경북도는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방시대의 성공모델을 퇴계정신에서 찾았다. 그의 귀향이 서원운동으로 발전했고 국가의 자원과 인재를 지방으로 되돌려 지방시대 혁명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날 일정을 함께 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제2의 퇴계혁명의 정신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10

의원수 축소안

우정구 논설위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30명 이상 줄이자는 제안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이다.야당의 호응이 있어야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데, 원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반대다. 여당은 다음 주 시작하는 국회 전원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나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장벽이 많아 보인다.의원 수 축소와 관련, 작년 11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그가 당대표가 되면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수를 100명가량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개혁대상 1호로 손꼽히는 정치권이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뜻이다. 또 지난 2월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의 페이스북에서 “의원 수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하원 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80여 명 만해도 충분하다”고 언급했다.각종 여론조사서도 의원 수 축소에 대해 찬성이 반대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아도 의원 수는 줄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는 의미다.여당 대표가 비록 30명 정도 축소를 언급했지만 의원 수 축소 제안 자체는 유의미한 논제다. 당내 문제 돌파용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축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정치는 수준 이하의 언행 등으로 불신으로 꽉 차있다. 축소안의 등장은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독일의회가 지난달 의원 수 감축을 의결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감축 분위기가 뜨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마저 급격히 줄고 있어 의원 수를 줄이자는 게 명분과도 일치한다. 의원 수가 정치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의원 축소가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09

봄비와 단비

우정구 논설위원 봄비는 봄철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데, 국어사전에는 조용히 가늘게 오는 비로 정의하고 있다. 여름비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 소나기처럼 빗방울이 굵게 내리나 봄비는 대지와 새순을 살짝 적시는 보슬비처럼 내린다.그래서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봄비 내리는 것을 송홧가루 날리듯 내린다고 표현했다. 봄비는 추운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비여서인지 정감도 있다. 봄비를 주제로 한 시와 노랫말이 많은 이유다.가뭄 끝에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렸다. 모두가 단비라 불렀다. 꼭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맞추어 내린 비란 뜻이다. 한자말로는 단비를 감우(甘雨)라고 부른다. 고마운 뜻의 단비는 순수 우리말인 데다 어감도 좋아 사람의 이름으로도 잘 쓰인다.이틀에 걸쳐 전국에 내린 비는 제주도 산지에는 300㎜ 이상 비를 뿌리는 등 대구와 경북에도 약간의 비를 내렸다. 가뭄으로 애를 태웠던 농민들이 가장 먼저 반겼다. 또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로 일어나던 산불로 고생하던 소방수들도 잠시나마 숨을 돌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5㎜ 정도의 비가 내리면 25.1시간 즉 하루 정도 산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2015년 3월 기상청은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발표한 적이 있다. 대기질 개선효과, 가뭄해소, 산불예방 효과 등 약 2천400억 정도 라 했다. 어떤 셈법으로 나온 계산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금비다.농업을 천직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비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특히 봄비를 쌀비라 불렀다. 봄비가 농사에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아쉽지만 고마운 봄비 소식이 있어서 다행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06

회전교차로의 효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예전에 로터리로 불렸던 원형 교차로가 회전교차로로 재탄생, 주목받고 있다.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도로의 교통사고와 인명피해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회전교차로 설치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 분석 결과 2020년 대구 3곳과 경북 13곳 등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후 사고현황 분석결과 대구는 3개 지점에서 지난해 단 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시행 전 7건에 비해 85.7%가 감소했다. 인명피해는 사망자 없이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72.7%의 감소율을 보였다고 한다. 경북은 13곳의 회전교차로에서는 지난해 총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부상자 10명에 그쳐, 시행 전에 비해 사고와 인명피해가 각각 27.6%와 25% 줄었다.교차로 통행시간도 회전교차로 설치전보다 평균 4.3초(20.8%) 단축돼 원활한 교통 흐름에 도움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회전교차로는 1960년대 영국이 개발한 원형 교차로다. 차량이 한쪽 방향으로 돌아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십자 교차로 대신 도로가 만나는 중심부에 교통섬을 만들어 차량이 이 교통섬을 돌아가도록 했다. 일반 교차로와 달리 신호등이 없고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순서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호대기가 필요 없어 차량 흐름이 원할해지고 정면 충돌 우려가 없어 교통사고도 줄어든다.반면 교통량이 많은 곳과 도심 지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기존 교차로에 비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대형차량이나 특수차량은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다. 통계로 입증됐다.적절한 곳에 회전교차로를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05

식목일 다시보기

우정구 논설위원 청명(淸明)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무렵부터 날씨가 풀리고 완연한 봄이 시작된다. 농민들의 손길이 바빠질 시기다.청명은 음력으로 3월이며, 양력으로는 4월 5일이나 6일 무렵에 든다. 한식(寒食)과는 같은 날이 되거나 아니면 청명 다음이 한식날이 된다. 한식날에 약밥이나 쑥떡, 찬밥을 먹으면 일년내내 병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올해 청명은 식목일과 겹쳤다. 한식은 다음날인 6일이다. 식목일은 본래 조선 성종 때 음력 3월 10일(양력 4월 5일)에 맞춰 임금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친경(親耕) 행사를 벌인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농사의 중요성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농업을 장려하는 행사였으나 나무심기도 했다고 한다.이날을 기념해 1946년 4월 5일 처음으로 식목일이 지정되었고 올해가 78번째 되는 해다.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으나 2006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식목일은 1962년부터 50년간 국토에 110억 그루 나무를 심는데 원동력이 됐다는 중요한 평가가 항상 뒤따른다.기후이상 변화로 4월 5일이 식목일로 적합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전국 묘목시장은 기온상승으로 2∼3월이면 이미 대목장이 서기에 4월 식목일을 3월로 당겨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56%가 식목일을 3월로 당기자고 응답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토 녹화사업이 성공한 지금 4월 5일을 나무 심는 날로 국한하지 말고 탄소중립의 시대정신을 살리는 날로 삼는 것도 의미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나무 심는 일,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4-04

논·밭두렁 태우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농촌에서 봄철 영농채비에 들어가기 전에 논·밭두렁 태우기가 성행했다. 농촌 곳곳에 연기가 자욱했다. 이맘때쯤이면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일이다.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농민들이 논·밭두렁에 일삼아 불을 질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논·밭두렁 태우기가 봄철 산불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범죄 행위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자칫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씨가 바람에 날려 인근 산으로 옮겨붙으면 산불로 번져 전과자가 될 수 있다.산림청은 최근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산림 인접지에서의 영농폐기물 및 부산물 불법소각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3월말 현재 발생한 산불은 365건으로 예년(240건)에 비해 125건 이상 늘었다. 이중 상당수가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발생했다.영농부산물은 생활폐기물에 해당한다. 영농부산물·폐비닐·생활 쓰레기 등을 노천에서 소각하는 것은 불법행위다. 적발 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지자체도 농촌지역 불법소각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불법소각에 대한 단속·계도 및 홍보 활동도 한다. 불법소각하다가 적발돼 과태료를 무는 사례도 빈발한다. 전문가들은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에 별로 효과가 없으며 되레 이로운 벌레를 많이 죽여 농사에 불리할 수도 있다며 자제를 당부한다. 불법 소각은 미세먼지의 원인도 된다.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 청명·한식을 앞두고 산불 위험이 커졌다. 산림 부근에서의 소각, 흡연, 취사 등 불씨는 절대 삼가야 한다.한때 정겨운 풍경으로 여겨지던 논·밭두렁 태우기가 어느덧 천덕꾸러기가 됐다. 4일 비 예보가 희소식이 되길 기다린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4-03

1천원의 가치

우정구 논설위원 포항 한동대가 운영하는 ‘한동 만나’는 3천원짜리 식사를 100원으로 먹을 수 있게 고안한 학식 프로그램이다. 한동대 학생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학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학부모가 기부금을 내놓으면서 시작한 사업이다. 지금은 학생, 교수, 동창회 등 한동대 공동체가 십시일반 동참하면서 어려운 이들의 식사를 후원한다.이 식사 프로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꼭 필요한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서로가 배려하고 있다. 가계 곤란을 겪는 이도 다른 이를 위해 매번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천원의 행복’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총 객석 중 30%를 문화예술 향유가 어려운 이에게 나눠주고 있다. 17년째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누적 공연관람객이 36만여명이다. 영천시와 경주시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주민을 위해 읍면동 소재지까지 1천원이면 이동할 수 있도록 한 행복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영천시는 임산부가 병원에 갈 때도 택시비 1천원만 내고 다녀오도록 정책 배려를 한다.농림식품부 등이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천원짜리 아침식사 사업을 시작하자 학생들 반응이 짱이다. 학생의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고 쌀소비를 증대하는 한편 고물가시대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정책인데, 인기가 폭발적이다.1천원짜리 하나로 뭐하나 할 게 없는 요즘이다. 분식점 가도 김밥 한줄에 1천500원은 주어야 하고, 편의점서도 1천원으로 끼니를 떼울만 한 게 없다. 1천원의 가치가 초라하기 그지없으나 우리사회가 힘을 모으면 1천원도 큰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4-02

기로에 선 저출산정책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책회의가 7년만에 대통령 주재로 열리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특별히 주목을 끈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을 저출산 대책에 새로운 묘안이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하나요. 또 다른 하나는 과거 15년동안 정부가 280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예산을 붇고도 합계출산율은 거꾸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작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다. 2005년 1.08명이래 줄곧 내리막길이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손꼽힌다.저출산 대책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육아 문제는 국가의 기본책무”라며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다시피 저출산의 문제는 육아, 주택, 취업, 교육, 집값, 균형발전 등 매우 복잡한 문제와 얽혀있다. 어느 하나 해결된다고 풀릴 문제도 아니다.전문가들은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도 실패한 것은 단편적이고 단기적 정책을 내놓았던 탓으로 지적한다. 새 대통령마다 임기에 집착한 땜질식 처방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15년 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무려 200개가 넘으니 정부 정책의 방향이 없다해도 과언은 아니다.얼마 전 여당이 30살 이전에 자녀 3명 이상을 둔 남성에게 병역을 면제해주는 안을 꺼내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아무리 아이디어 차원이라 하지만 이런 내용이 정책으로 거론되면 정부 신뢰는 제로가 된다.학자들은 앞으로 10년을 초저출산으로 나라가 인구소멸로 가느냐 아니면 이를 극복해 강국으로 가느냐하는 갈림길에 있다고 말한다. 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국가의 흥망을 가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3-30

혼돈 속의 봄꽃

홍석봉 대구지사장 봄꽃은 순서대로 개화하는 게 자연의 섭리다. 봄꽃은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으로 핀다. 하지만, 요즘 봄꽃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핀다. 몇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봄꽃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때문이다.기상청은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의 개화일이 최근 30년 동안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21일까지 빨라졌다고 했다.한창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자태를 자랑한다. 꽃비를 뿌리는 곳이 많다. 라일락이 보랏빛 향기를 뿜어낸다. 도로변에 하얗게 핀 조팝나무 꽃은 열병식을 한다. 성급한 철쭉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한다. 올해 대구지방의 벚꽃 개화일은 21일이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24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르다고 한다.통상 봄꽃의 개화시기는 순서대로 열흘 넘게 차이가 났다. 식물은 저마다 일정 온도가 돼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상고온 현상은 개화시기를 헝클어뜨렸다.동시개화는 한번에 화사함과 아름다움을 보는 기쁨을 주지만 저마다 피는 시기에 누리던 인간의 즐거움을 앗아가버린다. 더 큰 문제는 생태계 교란이다. 꿀벌의 수분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곤충의 활동 시기도 바꾼다. 꿀벌 실종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꿀벌이 없으면 과일과 채소 등의 수분 작용이 차질을 빚고 농작물 작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칫 인간의 식생활을 위협할 수도 있다. 봄꽃 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마다 행사 개최시기를 두고 큰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도 들린다.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결과다. 자칫 봄꽃과 여름꽃이 동시에 피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29

미식여행

우정구 논설위원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을 흔히 미식가(美食家)라 부른다. 이때 미의 한자가 맛을 뜻하는 미(味)가 아니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미(美)를 쓰는 게 특별하게 눈에 띈다. 음식을 단순히 맛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다.언제부턴가 우리 생활주변에도 이런 미식가들이 놀랄만큼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종의 취미처럼 생활하는 이들이다. 맛있는 한끼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몇 시간도 기다리고, 심지어 수백㎞도 이동해 찾아 나선다.맛을 주제로 한 TV 오락물이 넘쳐나고 여행을 하는 데 있어 그 지역의 대표 맛집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필수다. 그 지방의 아주 오래된 노포(老鋪)식당이 주목받는 것도 미식문화 확산의 영향이다.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만찬 회담을 했던 장소인 도쿄 긴자의 렌가테이(煉瓦亭)도 128년 된 노포식당이다. 일본식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원조식당이다.내 지방 전통문화를 이해시키는 데는 음식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방마다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문화의 차이이자 특성이다.일본의 전문 미식가를 포함한 미식여행단이 경북을 찾았다. 지난 2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청도와 영천, 영덕, 울진, 청송, 경주 등 7군데를 방문, 그 지역의 특산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청도에서는 미나리와 삼겹살, 영천의 육회비빔밥, 울진에선 대게, 청송에서는 닭요리 등을 맛보고 귀국했다. 경북의 매력적인 문화와 음식이 일본에 소개될 좋은 기회였으면 한다. 잘만하면 미식여행이 경북관광의 효자가 될지도 모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28

계절근로자

홍석봉 대구지사장 영농철이 다가왔다. 청년들이 씨가 마른 농촌에는 영농 인력 구인난이 심각하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보에 목을 맨다. 이들이 없다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무단이탈,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농촌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필수적인 존재다.경북 의성군은 지난 23일 입국한 필리핀 시닐로안시 계절근로자 26명을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투입했다. 의성군은 농가주와 계절근로자 대상 근로조건, 인권 침해 방지 등 안전과 범죄예방교육을 했다. 김천시는 캄보디아 51명, 라오스 49명 등 10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오는 4월부터 지역 농가에 투입한다. 농업기술센터는 김천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마약검사 비용을 지원한다.정부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2만4천418명을 배정했다. 지난해 1만536명에 비해 132% 증가한 규모다. 체류기간도 현행 5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농어가에는 산재보험료 부담도 줄여준다. 하지만 무단이탈은 ‘혹’이다. 체류기간이 끝나고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국이 단속인력 부족과 계절근로제 위축을 우려, 적극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지자체마다 주거 및 의료혜택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생활편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언어 소통 도우미를 배치해 사회적응도 돕는다.외국인 근로자 말고 대안은 없을까. 대구 남구와 고령군이 내놓은 노인일자리 부족과 농촌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도-농 상생을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눈에 띈다. 도시 노인의 잉여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계절근로자와 도시 노인이 농가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27

독도(獨島)

우정구 논설위원 독도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다. 한반도 동쪽바다 동해에 있는 총둘레 5.4km의 대한민국 최동단 바위섬이다. 우리는 섬으로 부르지만 국제해양법상으로는 암초로 분류된다.국제법상 섬은 사람이 살고 있으며 경제활동이 가능할 때 부르는 호칭이다. 독도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독도 안에서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암초로 분류한다는 뜻이다.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누어져 있다. 그에 딸린 부속도서가 89개다. 1982년 대한민국 정부는 독도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다양한 어종의 수산업 보고인데다 천혜의 절경으로 관광자원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안개 등으로 시야가 가릴 때가 많으나 열흘에 한 번쯤은 울릉도 고지대서 육안으로 볼 수 있을만큼 울릉섬과 가깝다.고문헌에 따르면 독도는 우산도, 삼봉도, 가지도, 석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라 지증왕 때 우산국이 신라에 병합되면서 부속섬 독도도 편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고,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칙령 제41호를 통해 울릉군을 행정편제안에 넣으면서 조선시대에도 행정구역상 우리의 영토로 존재했다.2005년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 주장하며 지방정부인 시마네현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했으나 그런다고 역사가 뒤집어질 리 없다.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도는 2005년 7월에 10월 한 달을 독도의 달로 제정, 선포했고 시마네현과 자매결연도 파기했다.독도의 날 법정기념일 제정 관련해 정치권의 거친 공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유권 수호라는 독도 문제의 본질로 본다면 다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독도를 정치적 유불리의 대상으로 삼은 게 불편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26

최악 황사

우정구 논설위원 아랍의 사막이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불어닥치는 모래바람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곳에서는 이런 모래 바람을 ‘함신’이라 부르는데, 이는 아랍어로 ‘50’을 뜻한다고 한다. 일반 모래바람보다 50배가 강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아랍권 남성들이 입는 복장이나 모자 등은 모두 모래바람에 대비한 그들 생활 지혜의 한 부분이다.황사는 중국의 고비사막 등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미세한 모래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의 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지난 22일 중국에서는 올 들어 3번째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다. 베이징환경보호관측센터는 베이징 전역의 공기질지수(AQI)가 최악인 6급 ‘엄중오염’ 상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500㎍/㎥는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인데, 이날 베이징의 평균 AQI가 500㎍/㎥이었다.짙은 황사로 베이징 도심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고, 사람들은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채 외출을 한다. 실외에서 눈을 뜨거나 숨을 쉬는 것조차가 힘들다니 황사의 폐해가 심각하다.황사는 인체뿐 아니라 반도체와 항공기 등 정밀기계 작동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황사가 일어나면 실내 공기정화기를 100% 가동해도 불량품이 증대한다고 한다.항공기는 안전에 영향을 미쳐 운항 편수가 대폭 줄어든다. 축산농가를 시름에 빠뜨리는 구제역도 황사 때문에 생긴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22일 발생한 중국의 최악 황사가 한반도에 상륙할 거란 관측이다.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해방감에 젖은 우리 국민에게 중국의 황사가 못된 방해꾼으로 등장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23

개구리소년과 와룡산의 진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다시 봄이다. 봄만 되면 비통한 기억에 가슴앓이를 한다. 개구리소년 유족들이다. 오는 26일은 개구리소년 실종사망사건 32주년을 맞는 날이다.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대구 달서구도 유가족 못잖게 몸살을 앓았다. 달서구는 32주년을 맞아 아동권리와 안전의식을 높이는 각종 행사를 한다. 기념식과 추모식, 캠페인 등 행사를 갖는다.지역아동센터는 아동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 등 위험상황에 대처하는 교육을 할 예정이다. 네거리와 지하철역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이 펼쳐진다.달서구 용산동 선원공원 개구리소년추모비 앞에서 5개 지역아동센터 아동 30여 명이 개구리소년을 추모한다. 유가족들도 26일 추모행사를 갖는다.지난 1991년 3월 26일 도롱뇽 알을 주우러 와룡산에 갔다가 실종,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초등학생 5명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타살로 결론나고 미제사건으로 남았으나 아직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경찰은 사건 초기 단순 가출로 판단했다가 단서를 찾을 기회를 놓쳤다. 국내 단일 실종 사건으로는 최대인 연인원 35만 명의 수색 인력이 투입되고 전국에 1천만 장의 전단지가 뿌려졌지만, 아이들의 행방은 묘연했다. 개구리 소년 찾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안타까운 사연은 노래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범인은 물론 범행 도구도 밝히지 못했다. 결국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 후 한 차례 경찰이 재수사했지만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사건은 모두의 가슴 속에 묻었다. 우리 사회는 재발방지와 아동들의 안전과 꿈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다시는 아이들의 억울한 주검이 있어서는 안 된다. 3월의 다짐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22

‘농촌유학’, 희망을 본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농촌유학’이 인기다. 폐교 직전의 농촌 학교를 살리는 효자가 됐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은 활기를 찾았다. 농촌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농촌유학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10년부터 농촌유학시설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국 28개 농촌유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종사자 인건비, 컨설팅·홍보비, 기자재 구입비 등 연간 15억 원 가량을 지원한다.해마다 참여 학생 수가 느는 등 농촌유학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족도도 높다. 유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촌유학생은 정서적 안정과 인성 함양에 도움됐다는 평가가 많다.서울시 교육청 조사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강 식생활’, ‘자립심 향상’ 등이 이유다. 학부모 10명 중 4명이 농촌유학을 보낼 의향이 있다고 했다.2013년 대구은행에서 퇴직한 부부가 설립한 경북 봉화의 ‘청량산풍경원’ 농촌유학센터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올해 농축산부(11억 원)와 경북도(4억 원)로 부터 1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 각종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현재 서울·부산·대구 등에서 온 20명의 유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 개울에서 물놀이하면서 다양한 농촌·생태 체험을 한다. 마을 인구의 절반이 이곳 학생이다. 폐교 위기의 명호초교와 청량중학교도 활력을 찾았다. 봉화의 상급학교로 진학생도 꽤 있다.농촌유학센터가 도농 교육 교류 활성화 기여 등 농촌살리기의 모범 사례가 됐다. 농촌에서 희망을 본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20

흔들리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우정구 논설위원 서울, 인천, 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은 국토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는 국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1970년대 전체 인구의 28%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했으나 지금은 비수도권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100대 기업의 91%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고, 상위권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일자리나 돈, 출세, 문화적 욕구까지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얻을 수 있어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그저 나온 게 아니다.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금 비수도권 지방의 도시들은 노령화와 도시소멸의 문제로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초라해진 도시의 모습에 허탈해하고 있는 것이다.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코자 만들어졌다.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을 억제함으로써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삼은지 오래됐다.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번 외쳤다.최근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300조원을 투자하는 등 6대 첨단산업 분야에서 550조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하지만 수도권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벌이면 지방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를 저버리는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19

MZ세대의 파워

우정구 논설위원 MZ세대란 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학술적 배경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대학생 상대의 한 잡지사가 처음 사용한 것이 유래다. 지금도 젊은 세대를 통칭할 때 이 표현을 잘 쓴다.그러나 엄밀히 말해 M세대와 Z세대는 다르다. 특히 시간이 흘러 초기 밀레니얼 세대의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신세대 젊은이의 상징처럼 MZ세대를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한 리서치의 인식조사에서 대중들은 MZ세대를 16∼31세로 본다고 한 것은 MZ세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잘 반영한 대목이다. “요즘 젊은이”로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Z세대는 스마트폰을 기준점으로 가른다.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따라 Z세대를 구분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2000년대 이후 세대가 기준이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의 행복을 쫓는 세대다. 소비성향에서도 그들의 특징이 있다.서로 다른 M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세대로 부른 데는 언론의 무분별한 오남발이 큰 원인이다. MZ세대의 실제 정의는 10대에서 40대까지 폭넓으나 마치 20대를 대상으로 MZ세대를 표현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학계서는 잘못된 세대 구분을 강조하면 사회문제의 본질이 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주 52시간 근무 유연화를 시도하려는 정부 정책을 두고 MZ세대가 반발하자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젊은 세대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란 뜻이다. MZ세대가 우리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의미기도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3-16

‘명품’ 안동소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와 프랑스 꼬냑 지방의 꼬냑 및 까뮤트레이션, 중국의 마오타이주가 세계 3대 명주로 꼽힌다.스카치위스키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10조 원을 기록했다. 고급 위스키의 가장 큰 소비처가 한국이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 증류장과 지역 명소와 연계하는 체험 상품을 개발해 한 해 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중국 마오타이도 고급 브랜드로 국제화에 힘써 주가 총액이 삼성전자 보다 높은 420조 원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 20조 원의 세계적인 주류 기업이 됐다.일본도 세계 5대 위스키 생산국가에 든다.우리나라에도 안동소주 등 위스키 못지않은 좋은 술이 많지만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소주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세계 명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현지를 둘러보고 시장성을 살펴본 후 내놓은 진단이다. 경북도는 안동시와 전통주 업체, 대학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 대표 상품을 만들기로 했다. 안동 주요 관광지에 홍보관을 건립, 안동소주를 알리고 술 품평회와 양조장 체험 등 지원 사업도 편다. 술 원료, 도수, 숙성도 등을 규격화해 품질기준을 만들고 유명 아이돌 그룹 등을 내세워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안동 맹개마을의 ‘밀과노닐다’는 미국과 영국의 펍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양조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인기를 끌고 있다. 잘만 육성하면 세계적 명품이 될 수 있다.전통주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한류를 활용, 안동소주 명인들과 현대 기술을 버무려 세계 명품주로 만들어야 한다. 타이밍이 딱 맞다. 명품 안동소주의 탄생을 기대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3-15

소나무 재선충병

우정구 논설위원 소나무는 우리나라 수목 가운데 가장 많은 분포면적을 가지고 있고 개체수도 가장 많다. 대표적인 침엽수다.소나무는 건조하거나 지력이 낮은 곳에서도 견디는 힘이 강하고, 화강암지대의 고산에서도 잘 자란다. 건축재나 가구, 선박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여 우리 민족에겐 가장 친근한 수목이다. 거대하게 자란 노목(老木)은 장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사철 푸른 빛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봉화, 울진, 삼척 등지에서 자라는 금강송도 결국 소나무다. 겉 껍질이 붉어 적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줄기가 밋밋하고 곧게 자라서 소나무 중에서 최상급 목재로 사용된다. 예로부터 궁궐을 짓는 목재로 쓰였으며 화재로 소실된 국보인 숭례문 복원에도 금강송이 동원됐다.경북 북부지역에 있는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국가에서 보호림으로 관리한다. 속리산 정이품소나무나 운문사의 처진소나무, 경북 예천의 석송령 등 많은 희귀한 소나무들은 나무 자체의 스토리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소나무만큼 우리민족 문화에 영향을 끼친 나무는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대유행 조짐이라 한다. 작년 대구경북에서는 12만여 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됐다고 한다. 산림청은 올해는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소나무가 감염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198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소나무 재선충병은 지금은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번져 재선충 방제가 사실상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한 달 안에 완전 고사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뾰쪽한 대책도 없다. 재선충병 방제에 대한 범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