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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름 같은 가을

한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절기 중 가을 절기는 입추부터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를 말한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만 지나도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을 갖는 게 보통이다.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바로 코앞(8일)에 닥쳤지만 올해 가을 날씨는 가을 같지 않아 요상하다.우리의 선조들은 한로가 지나면 기온이 더 내려간다 하여 이맘때쯤 농촌 들녘은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타작 소리로 분주하다. 한로 다음의 절기인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므로 가을의 끝자락이다. 단풍이 절정기에 이르면서 농촌은 겨울나기 준비에 손길이 바쁘다.우리나라는 중위대의 온대지방으로 사계절의 날씨 변화가 뚜렷한 곳이다. 봄철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로 변덕이 심하다. 여름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을은 양쯔강 기단의 영향으로 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이나 변덕없는 화창한 날씨 덕에 천고마비 계절이라 부른다. 기상청은 올가을 이상고온을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탓이라 하나 여름같은 가을 날씨가 지속되자 시민들은 지구촌의 기상변화 일환으로 나타난 현상이라 여긴다.제주도에서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10월 중 열대야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4일 낮 강원도 강릉이 낮 최고기온 32.3도를 기록했으며 대구도 같은 날 31.5도를 기록했다. 남부지방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최고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 많다. 한여름에도 잠잠하던 모기떼가 가을철에 극성을 부리나 하면 뒤늦게 에어컨을 다시 가동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으니 모두가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 부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05

카카오톡 피싱

카카오톡 피싱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메신저피싱을 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자녀를 사칭해 평상시 대화처럼 접근하기 때문에 경계심이 느슨해져 피해를 입기가 쉽다.금융감독원의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피해액은 전년 대비 46.4% 감소했지만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165.4% 증가한 466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55.1%를 차지했다.사기범은 대체로 “엄마 나 폰이 고장나서 AS를 맡겨 놓고 컴퓨터로 톡 접속 중~” 등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 후 돈이 필요하다며 신분증을 촬영해 보내달라거나 계좌·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원격 조종’, ‘전화가로채기’ 앱 등을 설치하게 하는 링크(URL)를 보내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훔치기도 한다.이렇게 탈취한 정보로 사기범은 금융거래를 한다. 피해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을 개통해 피해자 계좌의 잔액을 털어간다. 최근에는 오픈뱅킹을 악용해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를 터는 수법도 있다.모르는 전화번호 혹은 카카오톡 계정 등으로 메시지를 받는다면 문자·카카오톡으로 답을 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자녀에게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 자녀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 카카오톡의 프로필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보이스톡(카카오톡의 무료 통화 기능)을 이용해 연락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PC에서도 보이스톡은 가능하기 때문이다.만약 프로필 사진 아래 주황색 모양 지구본이 보인다면 해외 계정을 통한 사기범일 가능성이 높다. 신분증 촬영·계좌·비밀번호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가족·지인이 요구하더라도 바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금융피해를 입지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04

도덕심의 根源

도덕심이 후천적이냐 혹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냐 하는 것은 정확히 알 수 없다.도덕과 윤리는 비슷한 개념이다. 덕(德)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ethos나 라틴어 mores는 모두 습속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생활방식에 기초해 살아가는 사회적 습성에서 본다면 도덕은 후천적인 습관에 의한 규범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공동체 속에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범적 행동을 말한다.그러나 성격이나 지능, 가족력 등이 유전에 의해 나타나는 것처럼 도덕심도 유전적일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오래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정의감과 도덕심이 유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생후 12개월에서 24개월까지 유아 73명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불공평한 사례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해 도덕심 있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다. 유아들은 캐릭터가 서로 다른 두 종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뇌파검사로 반응을 살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정의감이나 도덕심이 유전하는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로부터 유전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고 한다.도덕심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그러나 도덕심이나 청렴만 가지고 지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수도 없이 많다. 도덕심, 정의감, 청렴성, 용기, 결단, 애국심, 판단력 등등 열거하기조차 어려울만큼 많다. 그 중에 도덕심은 으뜸이다.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까지 이 사건에 연류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울화통이 절로 터진다. 당사자가 무슨 변명을 해도 국민의 눈에는 ‘부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도덕심의 근원 정말로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9-30

가상인간 ‘로지’ 열풍

가상인간 ‘로지’가 명품 브랜드 가방, 식품, 뷰티, 전기차, 골프 등 다양한 분야의 전속 모델로 발탁돼 인기를 끌고 있다.로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지난해 8월 선보인 가상인간으로, MZ세대(18~34세)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기술로 탄생시켰다.‘로지’는 모델 전속계약을 한 것만 올해 8건 이상이며, 협찬도 100건 이상 들어왔다. ‘신한라이프’의 TV 광고를 시작으로 얼굴을 알린 뒤 톱모델만이 할 수 있는 뷰티·화장품 광고까지 섭렵했다. 쉐보레가 최초로 선보이는 전기자동차 ‘볼트EUV’의 광고모델로 발탁됐고, 호텔 반얀트리에서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즐기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며 호텔업계에도 진출했다. 골프의류 브랜드 마틴골프의 모델로도 발탁됐다.로지는 “라운딩은 처음인데 너무 재밌네! 시간 순삭(순간삭제)”이라는 글과 함께 골프장 인증샷을 올렸다.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에 단역 출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 광고모델에서 벗어나 드라마 진출까지 모색하는 셈이다. 가상인간 로지가 이처럼 모델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실제 연예인, 모델들이 광고계약 후 음주운전, 폭행 등의 문제를 일으키거나 데뷔하기 전의 일로 다 찍어놓은 드라마를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캔들 제로’라는 부분이 큰 장점이다. 과거 등장했던 사이버가수 아담과 달리, SNS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도 강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적중한 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29

각자도생의 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나 용돈이 노부모 부양의 전부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제대로 된 노인복지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부모를 직접 모시고 사는 것 아니면 이런 형태가 노인부양의 대표적 모습이다.지금은 한국에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워온 부모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지만 자식에게 한 푼도 받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돈이 모자라면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생활비를 줄이고 조용히 지내야 한다. 아직도 자식의 도움을 기대한다면 시대착오적 생각이다.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의 유래는 원래는 대기근이나 전쟁 등 나라가 어려울 때 백성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말이 9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임진왜란 등 국난 시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코로나19가 1년 8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의 유행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전국민 70%에 도달하는 시점에 코로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를 검토한다고 한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위중증 환자 증가가 둔화되고 치사율도 낮아져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체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2019년 구직난에 봉착한 젊은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자도생을 꼽았던 일이 생각난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길이 또다시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28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은 추석연휴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영화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오징어게임은 과거 한국 어린이들이 맨땅에서 선을 긋고 한 놀이로, 선 모양이 오징어의 형태와 비슷했기 때문에 오징어게임으로 불렸다.게임은 커다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이 그려진 운동장에서 하게 된다. 위쪽 동그라미는 공격 진영의 집, 아래쪽 동그라미는 수비 진영의 집, 세모·네모 부분은 수비 진영이다.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한 발은 든 채로 한 발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당연히 다리를 번갈아가며 바꾸는 건 반칙이다. 다만 집에서는 공격 진영이든 수비 진영이든 다 두 발로 서는 것이 허용되며, 이 때는 싸움이 금지된다.또한 수비 진영은 오징어 몸통 안에서는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고, 수비 진영의 집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반대로 공격 진영도 수비 진영의 집을 통해 오징어 몸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공통적으로 선을 밟거나 넘어가는 경우, 넘어져서 발 이외의 부분이 땅에 닿는 경우 아웃된다.세모 부분의 머리 부분 모서리는 공격 진영의 동그라미와 겹쳐지는데, 공격 진영이 오징어 몸통에 들어와서 이 곳을 밟으면, 즉 ‘만세’를 부르는 데 성공할 경우 승리한다. 반대로 수비 진영은 공격 진영을 모두 제거해야 하며 이 경우는 공수가 교대된다.수비 진영의 세모와 네모 부분 사이에는 좁은 통로(다리)가 있는데, 공격 진영이 이 통로를 통과하게 되면 이후로는 어디에서나 두 발로 플레이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가 크게 늘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27

인공지능 로봇시대

2016년 3월, 인간이 발명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과연 초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바둑대결이 열렸다.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바둑기사로 알려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 대결이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날 열린 세기의 대결은 알파고의 완승(4-1)으로 끝났다. 세계는 놀랐고 충격에 휩싸였다.AI는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활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고급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세기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자 바둑계는 알신(神)이 강림했다는 자조와 함께 바둑의 신비로움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AI 기능이 장착된 로봇이 실생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AI가 사람의 뇌라면 뇌에서 지시하는 내용을 수행하는 몸이 로봇이다.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어렵고 고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산업현장에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는 소식이다.서울 한 비즈니스 빌딩에는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층으로 돌아다니며 우편물을 나눠주는가 하면 빌딩 방역도 도맡아 하는 곳이 생겼다. 대구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한다. 아직은 음식과 음료를 고객 테이블로 갖다주는 정도의 서빙만이지만 부족한 일손을 돕고, 홀 담당 직원의 노동강도를 줄여준다.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미래사회는 인공지능 로봇의 사용은 필수다. 머잖아 우리는 식당이나 사무실 곳곳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게 되는 일상을 접하게 될 것이다. 하루가 바쁘게 달라지는 놀라운 세상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26

고향 까마귀

까마귀는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졌다. 훈련을 잘 받은 까마귀는 돌고래나 침팬지급 지능을 자랑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앞날을 예언하는 신령스런 새로 인식돼 왔다. 동서양의 속담과 설화 속에서도 까마귀는 신령한 새에 잘 비유된다.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은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잘 봉양할 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그 유래가 까마귀에서 나왔다. 까마귀는 새끼가 나면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 키우는데 그 새끼 까마귀가 자라면 60일 동안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주며 은혜를 갚는다하여 유래한 말이다.고향 까마귀는 반가운 고향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오랜 옛시절, 고향가기가 무척 어려웠던 때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고향 까마귀 보듯 반갑다는 뜻이다.고향 까마귀라는 표현 속에는 반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정겨움이 모두 섞여 있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끼게 하는 용어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움과 추억이 있는 곳이다. 태어나 자라고 부모형제와의 온갖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고향은 공간이자 시간이며 마음이다. 어느 하나도 분리될 수 없는 복합적 생각이 얽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간직한 고향의 모습은 제각각이다.선거철이 되면 고향 까마귀를 찾는 정치인이 늘어난다.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서 활동을 하다 고향 까마귀를 핑계로 고향 사람들 앞으로 찾아온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 추석에도 고향을 찾은 정치 지망생의 모습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고향을 위해 뛰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야흐로 정치시즌이 왔음을 깨닫는다. 작금의 고향 민심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23

펫캉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를 맞아 ‘펫캉스’가 대중화하고 있다. ‘펫캉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코로나19로 소규모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반려동물이 최고의 여행 메이트로 인식돼 펫캉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동물 편의 시설 제공 등이 여행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숙박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여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실제로 최근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달 반려동물이 함께 방문하는 숙소의 수요(거래액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118%가 폭증했다. 여기어때의 전체 거래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로, 여행객 10명 중 1명은 올여름 성수기 반려동물 동반 숙소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 농림식품사업부 등이 집계한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으로, 인구로 환산하면 약 1천500만명, 국민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얘기다. 여기어때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는 8월 기준 980곳으로 반 년 사이에 9% 증가했다. 특히, 최근 특급 호텔과 리조트도 펫캉스 열풍에 동참해 펫캉스 열풍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운동장과 카페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소노캄 고양은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고 휴식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주 Dog특한 하루’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여기어때는 펫캉스를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반려견이랑’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호텔부터 펜션까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를 추천하고, 액티비티와 맛집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펫캉스 열풍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여가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방증하는 지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22

대의(大義)

대의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 도리나 양심, 교양 등을 뜻한다. 집단으로 말하면 그 집단이 추구하는 최고선의 공동 목표다. 그래서 목표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 대의명분(大義名分)이란 말을 잘 쓴다.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은 권력의 공정성과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제갈량이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자신의 친구 동생의 목을 직접 베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다.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대의에 밝고 소인은 잇속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군자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것이 의리에 맞는 것인지 또 정의로운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나 친척도 돌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부터 대의는 이처럼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 도리나 질서로 존중돼 왔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의를 지키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온갖 유혹이 난무하는 복잡한 세상살이에 한번씩 공공의 질서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 시민의 삶이다.그럼에도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대의를 지키는 정도의 양식은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를 실천하는 기본적 자세이기 때문이다.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을 때부터 줄곧 주장하는 당부의 말이 하나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대선주자들이 “대의를 위해 뭉쳐 달라”는 말이다. 15일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그는 또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리는 자세를 보여 달라” 주문했다. 여기서 대의는 본선에서의 승리다. 대의를 위한 후보 각자의 선택을 지켜봐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16

무인자동결제 점포, 언커먼스토어

무인자동결제 점포, 언커먼스토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세계 최초의 무인매장은 2018년부터 문을 연 미국의 아마존 고로, 주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6층에 들어선 약 10평 규모(33㎡)의 언커먼스토어가 최초다. 주로 소매 패션잡화와 생활용품, 자체 개발한 굿즈와 식음료 등 2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해당 앱(현대식품관 to home 앱)을 깔고 입장하기 버튼을 눌러 QR코드를 생성한 고객에 한해 스피드게이트에 스캔 후 입장이 가능하다. 미리 깔아놓은 앱에는 결제카드를 사전 등록해야 하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들고 나가면 사전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다.서울 삼성동 코엑스 언커먼스토어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매장 입구에서 사용자 인증 후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원하는 상품을 골라 나가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편의점 곳곳에 달린 라이다 센서와 인공지능 카메라가 고객의 위치와 상품의 종류를 파악한 뒤 매대에 내장된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고객이 실제로 상품을 실제로 집어갔는지 알아내는 원리가 적용됐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몇개 집어갔는 지 정확히 파악해 결제되고, 매대에 있는 음료수를 몰래 마시고 다시 넣어놓을 경우에도 매대 상품의 무게 변화를 감지해 결제가 된다.유통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것을 리테일테크(Retail-tech)라고 하는 데, 머신러닝, 로보틱스, 안면인식, RFID, 인공지능(AI),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이 적용돼 있다.우리 사회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하나 둘 채워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15

청년의 날

미래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인구를 꼽는다. 그 나라 인구의 수적우세와 확장성이 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력을 비교하는 중요한 잣대로 보통 군사력과 경제력을 드는데,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적 요소는 역시 인구다. 일찍이 프리드리히 대왕은 “백성의 숫자가 국력을 만든다”했다.한 나라 인구 중 청년층의 구성비가 중요한 것은 왕성한 생산력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청년을 위한 기본법을 만들고 청년의 날도 정했다. 때늦은 감 있으나 그나마 청년에 대한 권리보장과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국가가 가진 것은 다행이다.우리나라에 청년이란 개념은 겨우 100여년 전에 도입됐다. 그 이전까지는 소년과 장년으로 구분했다. 구한말 한국사회는 소년으로 있다가 장가를 들면 장년이 되는 사회다. 개화기 시절, 청년이란 단어가 생겨나자 시중에는 청년이란 이름의 단체가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청년 개념이 어느덧 우리사회에 정착했지만 청년의 연령적 영역은 모호하다. 보통 20대와 30대를 청년층이라 했다. 그러나 요즘은 40대까지도 청년으로 본다는 견해도 있다. 작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해 청년의 영역이 조금은 뚜렷해졌다.18일은 두 번째 맞는 청년의 날이다. 경제난과 실업난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사는 청년이 늘고 있으나 정부의 뾰족한 대책이 안 보인다. 한 여론조사에서 청년의 70%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어렵고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암울한 미래에 절망을 느낀 청년의 자포자기적 대답같아 가슴이 아프다.우리의 미래를 밝힐 청년에게 용기를 북돋울 획기적 정책과 사회적 관심이 시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14

생활형 숙박시설 청약열풍

수도권 아파트 값 폭등이후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청약열기가 옮겨가고 있다. 청약·대출·전매의 벽이 높은 아파트와 달리 규제 문턱이 거의 없다 보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가장 청약 열기가 뜨거운 생숙만 해도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법적으로는 ‘주택’이 아니다. 집으로 잡히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다주택자여도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금 10%만 내면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무주택 세대주·부양가족 수·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주택 분양시장의 허들은 굉장히 높은 데 반해, 생숙 등의 경우는 규제가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 수요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비주택 상품은 무엇보다도 청약에 따른 불이익이 전혀 없다. 당첨 직후 형성되는 웃돈, 이른바 ‘초피’를 노리고 청약한 후 예상대로 웃돈이 형성되지 않으면 당첨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청약 신청금이 있지만, 당첨·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100% 환불된다. 그래서 원금 손실 걱정이 전혀 없는 ‘로또’로 불리기도 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접근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주택 상품은 아파트보다 훨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생숙의 경우 일부 중개업소는 “실거주나 임대가 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주거 목적 이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도 낮고 거래량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경기 위축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상품이다.특히 수익률을 강조하지만 보장된 확정 수익률은 없는 만큼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이 나올 수 있는지 철저하게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13

‘산소카페’ 청송

청송(靑松)군의 지명은 푸른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군 면적의 82%가 임야며 그 중 수목의 60%가 소나무다. 청송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주왕산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곳 중 다섯 번째 손꼽히는 명소다. 주왕산에는 왕버들이 물에 잠긴 채 자란다는 주산지가 있다. 물에 잠긴 왕버들과 함께 엮어내는 주산지 주변의 풍광은 신비하고도 아름답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4계절 변화의 아름다운 모습이 소개돼 더 유명해졌다.청송군의 인구는 모두 2만4천여명이다. 면적은 대구와 비슷하나 인구는 대구의 100분의 1정도다. 산지와 임야로 둘러싸여 공기가 맑아 청송을 ‘산소카페’라 부른다. 옛부터 청송은 경북의 오지(奧地)다. 오지란 내륙의 섬이란 뜻으로 두메산골을 이르는 말이다. 교통이 불편해 사람 발길이 잦지 않으나 그만큼 청정지역이란 말이다.청송은 2011년 국내서는 9번째 슬로우시티 지정을 받았다. 슬로우시티는 자연환경을 위협하는 대량 소비와 무분별한 바쁜 생활을 배격하는 친자연적 생각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지역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지키자는 것으로 패스트 푸드 음식의 등장에 자극받아 이탈리아 한 작은마을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동참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현대 문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도시의 전통과 환경을 지키며 삶의 질을 존중하는 성숙된 삶을 꿈꾸는 운동이다. 속도경쟁에 끌리지 않는 인구 5만 이하 도시만이 슬로우시티에 가입할 수 있다.청송군이 국제슬로우시티연맹이 주는 도시정책 분야 2021년 국제슬로우시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 선정 등 ‘산소카페’ 도시 청송군이 가진 친환경적 콘텐츠와 노력이 돋보이는 결과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9-12

낙하산 인사

11년 전 일이다. 현직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에 특채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자 시중에는 똥돼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똥돼지란 말의 이미지는 복돼지와는 다르게 놀고먹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말이다. 특채직원처럼 외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들어온 사람이 일은 제대로 않고 직장의 밥만 축내는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특채의 의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채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 내 폐쇄적 인사 관행도 경계한다.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스카우트해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수도 있다. 운용하기에 따라 회사도 얻는 이득이 많다.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20조 규모 펀드사 요직에 내정된 것이 알려져 특채 시비로 시끄럽다. 청와대는 아니라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 정부 인사를 ‘캠코드’ 인사라 부르는 이유다. 대선 캠프 출신이나 코드 인사, 더불어 민주당 출신이 낙하산 방식으로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한 데서 나온 신조어다.특히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의 낙하산 특채는 숫자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많아 내로남불의 대표적 케이스로 손꼽힌다.국민의 힘 서일준 의원이 공공기관의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을 통해 취합한 자료에 의하면 정부산하 공공기관 임원 728명의 13.6%인 99명이 문 대통령 대선 캠프 내지 민주당 출신 친여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문 정부의 낙하산 인사 빙산의 일각 아닐까 싶다.코로나 위기와 함께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 마음에 상처를 줄까 두렵다. 반칙과 특혜의 고리를 끊겠다는 대통령의 초심은 어디에 간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09-09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셜앱인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있다.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된 상태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 1월 발의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중복 규제·규제관할권 다툼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카카오는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포털에 국내 언론 뉴스를 무료 전재하면서 키운 영향력으로 광고 등을 독식하며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상생경제를 도외시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고장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8

니캅 속 여성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20년 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남성없이 외출도 못하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탈레반 정권은 이와 관련 과거처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들이 속속 발표하는 여성관련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한 여성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져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내 사립대학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니캅(niqab)착용을 강제했다는 외신도 들어오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여대생은 니캅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남녀 간 수업은 분리가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커튼을 쳐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한다.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 카불시내에 4명의 여성이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직은 탈레반이 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없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보장 시위가 더 확산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위 진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마치 가시밭길 같이 험난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7

몬티 홀 문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국산영화 ‘D.P’에 나오는 퍼즐 문제로, 미국의 TV 게임 쇼 ‘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이다. 퍼즐의 이름은 이 게임 쇼의 진행자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퍼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해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바꾸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정답을 맞출 확률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참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지 않을 때 자동차가 있는 문을 선택할 확률은 1/3이지만,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면 확률은 2/3으로 증가한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고를 확률이 1/3이지만 사회자가 문을 열어주면 1/3 확률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확률이 옮겨져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2/3가 되기 때문이다.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전통 경제학 가정의 허를 찌르는 사례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것도 몬티홀 문제에 비견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6

성냥의 추억

지금은 라이터에 밀려 추억의 물건이 됐지만 성냥에 얽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많다. 성냥은 1880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약 100년 가까이 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부싯돌을 금속에 마찰하거나 나뭇가지를 서로 맞비벼서 불을 일으켰던 시절을 생각하면 성냥의 발명은 서민생활을 일깨우는 혁신적 역사다. 19C 말 개화승 이동인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온 것이 한국에 들어온 계기다. 당시 성냥은 한통 값이 쌀 한되 값과 막먹을 만큼 비쌌다. 그래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1910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인천과 부산 등지에 성냥공장이 설립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됐다.6·25 전쟁 이후 전기가 귀하고 정전이 잦았던 시절, 성냥은 가정의 필수품이다. 서울에서 정전이 한 번 일어나면 갑성냥 3만갑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성냥은 가정마다 필요해 집들이 선물로도 잘 팔렸다. 성냥 불처럼 살림이 확 일어나라는 뜻이다. 성냥값이 오르면 요즘 석유값 인상처럼 신문에 가격 인상이 늘 보도되곤 했다.라이터가 나오고 성냥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던 1970년대 말까지도 전국에는 300여 개의 성냥공장이 있었다. 경북 의성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이 하나 있었다. 성광성냥 공장으로 1954년 공장이 설립돼 2013년에 문을 닫았다. 한 때 160명의 종업원이 이곳에서 일을 해 의성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했다.이 공장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한 경영인의 뜻에 따라 지금은 이 공장이 의성군에 기증됐다. 의성군은 역사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화유산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냥공장도 우리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볼 문화로서 가치는 충분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5

조손가정의 비극

최근 이혼이 늘면서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 손자녀들이 함께 사는 이른바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조손가정의 아동 및 청소년 수는 무려 5만9천여 명에 달하고 있다.여성가족부가 10년 전 조사한 자료에는 조손가정 형성의 53.2%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으로 조사됐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면 조손가정은 앞으로 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조손가정은 경제활동이 떨어지는 노령의 조부모와 살고 있어 경제력이 일반가구에 비해 매우 취약한 특징이 있다. 연소득 1천만 원 미만의 조손가구가 6.9%라는 통계청 자료가 있으나 경제적으로 보면 대다수가 최하위층 수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부모와 떨어져 양육되기 때문에 아동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사회적 박탈감도 크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많이 잠재돼 있다. 경제적 곤란까지 겪으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이 받을 스트레스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게다가 노령인 조부모의 건강 악화와 세대차에 따른 손자녀와의 갈등도 조손가정의 불화 원인이 된다. 대구에서 발생한 고교생 형제의 친할머니 살해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할머니의 잔소리와 심부름에 짜증이 났다”는 말에 그저 말문이 막혀 멍할 뿐이다.비좁은 공간에서 마주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는 조손가정 내의 갈등이 이번과 같은 비극을 부를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이후 갈 곳이 없어 갇혀 지내는 우리의 일상적 패턴이 더 자극제가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멍하다.조손가정의 문제, 우리 사회의 관심만이 이런 비극을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