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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열치열(以熱治熱) 피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사용하는 피서법 중 하나로 탁족(濯足)이라는 것이 있다.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것이다. 가정에서 대야에 물을 떠놓고 발을 담그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조선시대 선비는 유교사상에 젖어 몸 노출을 꺼려 발만 물에 담그는 피서법을 즐겨 사용했다. 발은 온도에 민감하고 특히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돼 있으므로 발만 물에 담가도 온몸에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에서 탁족을 하니 건강도 좋고 정신 수양에도 좋았다고 한다. 탁족을 소재로 한 그림도 몇 점 남아 있어 당시 우리 선조들의 피서법을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다.조선시대 임금도 창덕궁 후궁에서 찬물에 담근 수박과 참외로 더위를 피하는 것이 고작이다. 선풍기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자연 순응적 방식에서 최고 피서법이다.정약용이 쓴 소서팔사(消署八事)에서 나오는 8가지 피서법도 자연 순응의 이치를 활용하라는 뜻이다.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등 사소한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가지며 더위를 물리치자는 논리다.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등 더위를 식힐 문명의 이기가 없었기에 우리 선조가 취할 수 있는 피서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법이 최고였을 것이다. 더위에 맞서 싸우기보다 더위를 제압하는 마음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같다. 때로는 바람이 살랑대는 대청마루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 국민이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에 안절부절이다. 전국 곳곳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는 아직 한참 남은 올 여름이 무척 덥고 지루할 거란 느낌이 들기에 안성맞춤이다.예로부터 여름 더위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몸 안의 열이 바깥에 나가지 못해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의 더운 기운을 밖으로 내 보내야 한다고 했다. 여름철 몸보신을 위한 삼계탕 등이 이런 원리다. 무척 더울 것이란 올 여름은 이열치열의 각오로 시작하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8

하우스푸어 SLB제도

금융위원회가 금융권과 공동으로 오는 12월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 앤 리스백(SLB) 제도를 도입한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직장이 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빈곤층)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들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차입을 통해 집을 샀으나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하우스푸어가 많이 양산되면 그만큼 소비는 줄어들고 소비가 줄면 산업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정부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하우스푸어들의 집을 매입한 뒤 5년이 지나서 그 사람에게 매각가에 되파는 하우스푸어 SLB(Sales and Lease Back)제도 도입을 준비중이다. 대출자는 이 기간에 임대료를 내고 같은 집에서 살게 된다. 이 제도의 장점은 임대 기간 중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매각가에 되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SLB제도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취약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의 시장 금리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LB 제도의 운영주체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SPC(특수목적법인)이며, SPC는 금융회사로부터 주택매입자금을 대출받아 그 자금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한다. 하우스푸어는 주택매각 자금으로 빚을 갚은 뒤 SPC와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내면서 그 주택에 살 수 있다. SPC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을 받아 금융회사로부터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임대료도 시장가보다 낮아진다. SPC는 임대료를 금융회사 대출의 이자비용으로 사용한다. 금융위가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초점이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보호 방안에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지난 2013년 주택시장이 침체기였을 때도 이와 같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제도가 힘겨운 하우스푸어들의 살림살이에 숨통을 터주는 주택복지 정책으로 자리잡아주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7

다시 찾아온 바캉스

조선시대도 더운 여름날에는 평소보다 적게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 1895년(고종 32년) 관보를 보면, 조선시대 관리의 집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그러나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는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로 기록하고 있다.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을 상상하면 여름나절 관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했던 것은 인지상정의 판단이라 할만하다.쉰다는 뜻의 한자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이다. 일하다 잠시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에겐 휴식이란 본능적 욕구처럼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충족 조건이다.바캉스(vacance)는 프랑스말로 휴가를 뜻한다. 국민소득이 늘고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여름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찾아 휴양지로 떠난다.문체부가 조사한 ‘2018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5.2%가 여름휴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82.6%는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고 했다. 또 1인당 국내 여름 휴가비로 평균 25만9천원을 지출할 거라 했다. 휴가기간은 2박3일이 40.9%로 가장 많았다. 85.5%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 휴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자 별로는 7월 28일이 20.3%로 가장 집중됐다.어느 결혼상담 기관의 조사에서는 혼밥과 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혼자 휴가를 떠나는 혼휴족도 올해는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휴가가 ‘바캉스’란 말로 일반화된 배경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먼저 휴식 개념의 제도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근무제나 1년에 1개월 유급휴가제도 정착 등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가 프랑스 사람의 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휴가 개념이 보편화됐다. 휴가는 생활의 활력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다. 모처럼 맞는 휴가철을 맞아 몸과 마음과 정신을 깨끗하게 하는 쉼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6

테이저 건(Taser Gun) 논란

테이저 건은 나사(NASA)의 한 연구원에 의해 제작됐다. 권총처럼 생긴 전기 충격기다. 길이 15.3cm, 높이 10cm, 무게 175g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5만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기침 두 개가 발사된다. 사람이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된다. 제작사는 이를 ‘근육신경 불능의 효과’라 부른다. 테이저 건 장치의 메커니즘을 두고는 ‘전기 근육 붕괴’ 기술이라 했다.테이저 건이 한국 경찰에 보급된 것은 2005년도다. 보급되기 직전 서울에서 한 경찰관이 강간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 도입 배경이다. 고가의 진압장비인 테이저 건은 경찰로서는 비장의 무기를 새로 도입한 셈이었다.그러나 진압효과가 뛰어남에도 강한 파괴력 때문에 직무수행에 대한 규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징역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자 진압 때만 사용토록 했다. 사람의 얼굴을 향해 발사할 수 없고, 14세 미만 피의자와 임산부에게도 쏴선 안 된다. 사용에 따른 경위서가 일일이 뒤따라 붙어야 한다. 행여 과잉 진압으로 판단된다면 민사상 문제부터 모든 게 경찰관 본인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웬만하면 테이저 건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영양 사건도 설득으로 대응하다 숨진 경우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총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총은 쏘는 게 아니고 던지는 것이다”는 비아냥도 나왔다.테이저 건은 5cm의 직물류를 관통할 만큼 파괴력이 좋다고 한다. 제조회사에서는 팔, 다리 근육신경을 마비시킬 뿐이라고 하지만 인권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테이저 건을 맞고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는 잘 훈련받은 경찰 특수부대만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다고도 했다. 테이저 건 사용의 신중론도 우리가 그냥 넘겨 볼 일은 아니다.그러나 융통성 없는 규정으로 경찰관의 목숨이 한순간에 빼앗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동료경찰의 동병상련의 심정을 헤아리는 경찰 당국의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3

근로장려세제(EITC)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이하 EITC)는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또는 전문직을 제외한 사업자 가구에 대해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소득지원 제도를 가리킨다.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세금환급의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한 이래 영국·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근로장려세제 조항이 신설됐으며, 2009년에 처음으로 지급됐다.이 제도를 정부가 5년만에 대대적으로 손본다고 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EITC는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전문직 제외)로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없는 30세 이상 단독 가구는 연 1천300만원, 배우자나 부양 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외벌이 가구는 연 2천100만원, 맞벌이 가구는 연 2천500만원 미만의 소득이면 각각 최대 85만원, 200만원, 25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약 144만 가구(2016년 기준)가 EITC 혜택을 보고 있다.기획재정부는 이달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EITC의 소득 기준을 높여 지급 대상자를 늘리고, 지급액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가 EITC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에 따라 EITC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서고, 두번째는 EITC 확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일자리안정기금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은 고용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제도이고, EITC는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사업주의 실질 소득을 높여주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일을 해도 소득이 적은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EITC를 확대하면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정부의 복지정책수단으로 떠오른 EITC도 정부 재정지출 부담, 부정 수급, 대상자 범위 한계 등의 단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세심한 정책집행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2

사형제도

사형제도가 흉악 범죄를 줄일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사람의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도 범죄율은 검거율 및 형량 수준과 상당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검거율과 형량이 올라갈수록 범죄율은 떨어질 것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그러나 범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이런 일반의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검거율은 범죄 발생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효과를 주지만 형량수준은 범죄율 향방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가 있다고 강력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범죄 억제효과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응보의 논리다. 사형제를 통해 범죄가 억제될 것이라는 심리는 누구나 가진다. 그래서 사형제를 지지하는 이유가 된다.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또 응보의 논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갖는다. 사형제가 전 세계적으로 폐지라는 대세로 가면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것은 이런 두 가지 심리적 이유 때문이라 한다.지난 6일 일본에서는 옴진리교 교주와 간부 7명을 사형 집행했다. 국제인권단체의 탄원에도 불구, 사형이 집행됨으로써 사형제 폐지가 또 다시 국제사회의 논란이 됐다.우리나라도 헌법상 사형제도가 유지되는 나라다. 그러나 1997년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21년 동안 사형집행을 한번도 하지 않아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정부는 올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사형 집행 중단을 공식화한다는 소식이다.사형제도는 있지만 폐지 선언이 없었기에 정부의 사형집행 중단선언의 의미는 크다. EU는 사형제 폐지가 회원국 가입의 전제조건이 될 정도로 인권의 중요 척도로 보고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 존치에 60%가 넘는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사형제가 중지되면 극악무도한 범죄에 맞설 우리사회의 또다른 대응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1

오프라인 혁신 ‘삐에로 쑈핑’

온라인쇼핑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문을 연 ‘삐에로 쑈핑’이 영업 11일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해 오프라인 시장에 혁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삐에로쑈핑’은 잘 정돈된 매장보다 복잡한 매장에서 직접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찾아보고 써볼 수 있는‘언택트(Untact, 비접촉)’쇼핑을 선호하는 10대~20대 고객들을 겨냥해 기획된 오프라인 매장이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매달린 상품들, 곳곳에 붙은‘키치(Kitsch)’적 유머코드의 문구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매장 콘셉트가 10~30대 감성을 관통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 ‘탕진잼’은 몇천원 단위 금액을 마음껏 쓰며 소비 만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매장 내부는 ‘혼돈 그 자체’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제품 종류별로 정돈된 것이 아니라, 사방에 상품이 흩어져 배치된다. 일관성 없이 흩어져 배치된 상품을 보노라면 묘한 구매욕이 생긴다. 주워담기 편하도록 바닥 혹은 임시 매대에도 상품이 배치되는데, 가격대도 수천원에 불과해 구매욕을 일으킨다. 다만 무언가 사고 싶어 위치를 매장 직원에게 물어도, ‘헤메다보면 찾으실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장 직원의 유니폼에도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멘트가 쓰여있다. 정돈된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매장을 헤메다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상품을 구입하는 재미를 느끼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삐에로쑈핑’ 방문객 가운데 이커머스 소비층으로 꼽히는 10~2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마트가 지난 열흘간 신세계포인트카드 사용 고객 데이터와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고객 비중이 각각 17.3%와 36.8%로 절반 이상(54.1%)이다.이는 이마트 32.2% 대비 21.9%포인트 높다. ‘사진 촬영, 절대 환영’이라는 매장 컨셉트에 따라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도 관련 게시물이 2만5천여건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화제다.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에도 혁신이 필요한 모양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0

모금 운동하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

창의도시는 도시집중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진단해 이상적인 삶의 공간을 개발코자 하는 학술적 이론에서 나왔다. 산업화된 도시에 문화와 예술,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접목해 보다 인간다운 삶이 실현되는 도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유럽에서 시작한 창의도시는 지금 우리나라 도시에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문화산업이 새로운 소득과 고용의 원천으로 주목받는 시대다. 문화란 인간의 지적 정신적 활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특히 예술 창작 등을 통해 문화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휘한다.유네스코는 창의산업 육성과 문화 다양성 증진을 목적으로 200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현재 세계 72개국 180개 도시가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우리도 서울, 이천, 통영, 대구 등 8개 도시가 가입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학, 영화, 음악, 민속예술 등 모두 7개의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대구는 윤이상이 출생한 통영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유네스코 음악도시’다.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도시로 등재된 것은 대구의 다양한 근현대 음악적 배경에 있다. 날뫼북춤과 같은 전통음악이 남아 있고, 클래식 음악 감상실 1호인 녹향의 존재, 오케스트라, 재즈, 포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전통과 어우러져 지역사회에 깊숙이 살아 숨쉬어 왔던 배경에 있다. 대구 국제오페라 페스티벌과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등은 세계적 음악축제로 손색이 없다고 본 것이다.달성군이 기획해 전국적 명성을 얻은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예산 삭감으로 올 행사를 위한 모금운동에 나선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1900년 미국인 선교사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왔던 것을 기념키 위해 만들어진 축제다. 한국문화예술 위원회가 지역대표 공연으로 연속 선정한 문화행사다. 지역민의 사랑도 뜨겁다. 창의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에 또 하나의 음악 콘텐츠 완성을 위한 모금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뜻있는 일이 될 것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9

대프리카

대구의 자랑거리가 없어진 탓일까. 사과와 미인의 도시로 소문난 대구가 언제부턴가 무더운 날씨로 대구를 알리기 시작했다. ‘대프리카’라고 부른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성한 조어로 대프리카 하면 이제는 누구나 알만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름이 됐다. 찜통더위에 착안해 대구에는 해마다 7월, 대구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도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이열치열의 분위기로 대구치맥 페스티벌에는 전국에서 뿐만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제대로 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을 골고루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한여름 더위를 페스티벌로 즐길 수 있어 젊은이한테는 폭발적 인기다. 대구의 무더위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이 행사는 그런대로 대구를 알리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대구사람들은 유난히 더운 날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수박을 많이 사먹는다고 한다. 특히 수박 중에는 8kg 이상 나가는 대형수박의 소비량이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많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팔리는 수박의 30%가 대형수박으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대구사람들은 복날에 수박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을 정도로 수박 사랑이 크다.전국 대도시 가운데 대구는 수목이 가장 많이 심어진 도시다. 수목은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대구가 이처럼 무더운 것은 대구 도시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팔공산과 비슬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이 대구를 무더위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지금 지구는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곳곳이 무더위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위로 숨지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기후학자들은 지난 34년간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34년 동안 한번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내려간 적이 없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장마가 끝나면 본격적 무더위가 시작된다. 유난히 더운 대구의 무더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프리카의 도시에는 5월 이미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6

부엉이 모임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친문’ 인사들의 비공개 모임으로 알려진 ‘부엉이 모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모임의 이름이 바로 ‘부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은 영어로 발음하면 ‘달’(Moon)이 된다. 부엉이는 이런 달이 뜬 밤중에도 부엉이처럼 깨어서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모임명이다.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40여명으로 추산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20대 총선 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며 일부 친문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에도 신입 회원을 받는 등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부엉이 모임에 때 아닌 관심이 쏟아지자 박범계·전해철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은 단순한 친목모임일 뿐이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면서 여타 다른 모임처럼 봉사활동을 하자거나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등의 얘기가 오간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해 대선에서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합심해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듯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모하자는 것은 여당의원으로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 소속이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돕겠다면 입법과 예산 등 의정활동을 통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면 될 일인데, 현역 의원들이 따로 주기적으로 모여 문 대통령을 돕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면 의원들 스스로 당청 간 수평적인 관계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예속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모임은 추후 계파 정치의 씨앗이 될 우려가 있다.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힘입어 정권을 교체했는데, 권력자 중심의 구태 정치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내에서도 YS, DJ 등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20~30년 전의 구태정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 편가르기 하는 정치문화는 떨쳐버려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05

여초시대(女超時代)

한국은 남아 선호사상이 강한 나라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교실에는 여학생보다 남학생 수가 월등히 많았다. 우리나라 남아 선호사상은 유교문화가 번창한 조선시대를 기점으로 절정에 달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나 열녀비 건립, 호적에 올릴 때 사용한 선남후녀(先男後女) 방식 등이 조선시대 남성 우월적 사회가 남긴 유산이다. 특히 사회규범으로 받들어져 온 삼종지도(三從之道)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극명하게 표현한다. 여성은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라야 하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규범은 삶의 주체로서 여성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당시 사회구조였다. 여필종부(女必從夫)란 말이 이런 데서 기인한다.현대 사회에 와서까지도 이런 생각이 이어져 와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현모양처(賢母良妻)형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현모양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편을 잘 섬기고 자식을 잘 키우는 아내의 역할뿐이다.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우월적 사회구조 속에 여성의 참정권이 사회문제화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미국도 1900년대 초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럼에도 역사 속의 인물로 제대로 기록된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여성의 권리 실현을 위한 이데올로기 운동인 페미니즘도 이런 사회적 흐름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공을 막는 사회적 관습과 제도를 철폐하자는 물결이다. 얼마 전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행정부 국가공무원 중 여성 공무원의 숫자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71%까지 올라섰다.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바야흐로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여성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다.요즘 젊은 세대한테는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개념은 거의 없다. 누구누구의 딸, 누구누구의 아내가 아닌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의 파워가 여초현상으로 나타났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4

핑크택스(Pink Tax)

핑크택스란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진 것으로, 동일한 상품일지라도 여성용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015년 뉴욕시 소비자보호국은 24개의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800개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용 상품과 남성용 상품 간에 가장 가격차가 큰 품목은 샴푸나 컨디셔너, 데오도란트, 면도기 등의 미용용품으로,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평균 13% 더 비쌌다. 영국 언론들도 제조업체, 성능과 규격이 같은 제품을 조사했는데,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최대 2배까지 비싸게 팔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류를 구입할 때도 여성들은 동일한 제품에 평균 8%의 웃돈을 낸다. 명품의 경우 같은 라인, 같은 디자인의 여성용 의류가 최대 114만원 더 비싼 값을 치렀다. 대표적인 예로 면도기의 경우, 여성용 핑크색 일회용 면도기가 1개에 대략 1천원인데 반해 남성용 파란색 일회용 면도기는 10개 묶음으로 5천~6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등산 가방은 똑같은 디자인과 용량인데 여성용이라 표시한 보라색이 검은색보다 더 비쌌다. 핑크택스는 속옷에도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유명 스파(SPA) 브랜드 세 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팬티의 개당 가격을 알아본 결과,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4~45% 정도 더 비쌌다. 분홍색 여아용 장난감도 마찬가지다.‘여아용 코너’에서 판매 중인 분홍색 킥보드는 파란색 킥보드보다 1만원 정도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핑크택스를 지적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미용실에 갔더니 여성은 1만8천원, 남성은 1만2천원이라는 데, 여성이란 이유로 기장과 스타일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데 6천원이나 더 내야했다는 게 골자였다. 핑크택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사회운동의 방편으로 실시되는 ‘소비총파업’이 7월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매달 첫 일요일에는 여성들이 문화·외식·쇼핑 등의 모든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운동이다. 소비에서 남녀평등을 이루자는 얘기인 데, 그 결말이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03

승패 병가지상사

승패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는 ‘전쟁을 직업처럼 일삼고 있는 병가에서는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는 뜻이다. 중국 고사에서 따온 말로 왕이 전쟁에서 패한 장군에게 위로의 말로써 자주 사용된다. 싸움에서 승패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싸움에 임할 때 얼마나 진지한 자세를 견지했으며 싸움 이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적 의미로 쓰여진다. 위로와 격려도 하지만 분발도 하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다.사람이 하는 크고 작은 일에 성공만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대다수의 일이 실패로 그칠 때가 많다. 그래서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부른다. 실패했을 때를 교훈삼아 분발하여 뜻을 이루라 한다.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이 바로 그런 정신이다.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실패 뒤에는 반드시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는 말도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말에서 전철은 전거복철(前車覆轍)의 줄인 말이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진 자국이 있으면 뒤따라가던 수레가 당연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로 앞의 일을 거울삼아 주의하자는 것이다.세상 일에 이변이 없을 수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예측을 벗어난 일이 일상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변의 뒤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숨어있기 마련이다.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이변이라 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FIFA 랭킹 57위의 한국이 1위의 독일을 2대0으로 이겼으니 틀림없는 이변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국팀이 안겨준 교훈은 ‘불굴의 정신’이다. 모두 질 것이라 생각한 경기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싸운 정신이다. 독일이 가르쳐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오만이다. 한국을 깔보고 방심했던 전차군단의 오만이 빚은 참사다.승패를 가르는 축구경기를 밥 먹듯 하는 프로선수에게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그러나 여기서 선수들이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바로 참승부가 되는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2

물가 비싼 도시 서울

물가는 그 사회의 상품 가치를 총체적으로 평가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개별 상품의 가격이 모여서 국가 단위의 물가를 형성한다고 보면 된다. 물가가 비싸면 서민층이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물가가 급상승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5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5% 상승했다.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물가가 오르면 경제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물가가 비싸지니까 우선 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 물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 화폐 가치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힘인데, 종전에 1천 원으로 살 수 있었던 배추가 폭등을 해 2천 원으로 올랐다면 화폐 가치는 반토막 난 셈이다.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상태에 있다면 배추 값 폭등 정도로 서민의 살림이 어려워질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미처럼 일부 국가에서 물가가 600~700%씩 오른다면 서민들의 삶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물가가 너무 올라 화폐가 거의 휴지조각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 나라 금이나 달러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가는 이처럼 관리를 잘못하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망치게 한다. 물가가 20~30%씩 올랐다고 가정하면 월급쟁이는 그 자리서 월급의 20~30%가 감봉당한다.최근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머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조사한 세계도시 물가 비교순위에서 서울이 5위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1단계 상승했다. 가장 비싼 도시는 홍콩으로 밝혀졌으며 도쿄가 2위, 싱가포르 4위로 아시아권 도시가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의 상하이(7위)와 베이징(9위)도 10위권 내에 들었다.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수도 서울도 이젠 세계적 도시가 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물가가 비싼 도시라는 게 명예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비싼 물가와 쾌적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기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9

공백기 국회의 실상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의원을 구성요소로 하는 합의체로서, 입법·재정·기타 중요한 국정에 참여하는 권능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국가의 한 축을 이루는 국회가 요즘 공백기다.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하지 못해 상임위원회는 물론 국회의장·부의장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데, 국회 상임위원회는 물론 국회의장·부의장(이하 의장단)의 임기는 2년에 불과하다. 20대 국회 시작일이 2016년 5월30일이었으니 2018년 5월 30일부로 의장단을 포함해 모든 상임위 위원의 임기가 끝났다. 그 결과 국회 홈페이지에서 상임위 위원 명단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말 그대로 법에서 정하지도 않은 공백기 상태다. 6월13일 지방선거일에 12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다보니 지방선거일 이전에는 정당간 의석 비율을 기준으로 국회 상임위 위원장과 위원 숫자를 정하는 국회 원구성 협상을 할 수가 없었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야당의 대참패로 인한 충격으로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원구성 협상을 통해 상임위를 구성해야 현안질의도 하고, 법안도 심의하고, 결산도 처리할 수 있다.원구성 협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주도권 장악여부다.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정당이 아무래도 주도권을 쥐게 되는 만큼 서로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 애쓰게 된다. 상임위원회 인기순서는 인원이 많은 상임위 순이라고 보면 된다. 20대 국회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국토교통위원회(31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30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29인)가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 순서다. 지역구 예산 배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인원이 가장 적은 환경노동위원회(16인)는 희망자가 정수에 미치지 못한다. 상임위 구성이 늦어질수록 정기회 준비가 지연된다. 게다가 의장단마저 없는 ‘초유의 국회 공백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대로라면 국회의장 없이 제헌절을 맞이할 판이다. 국회 잔디밭에 펄럭이는 제헌 70주년 깃발이 부끄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8

보트피플이 왔다

보트피플의 어원은 베트남 난민에서 시작했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전후로 베트남에서는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누렸던 계층인 군인, 정치인, 교사 등이 공산화 이후의 불안감을 이유로 불법적 집단탈출을 시도했다. 배를 타고 해상을 통해 탈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 중반부터 1980년 중반까지 통일조국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떠난 베트남 난민의 숫자가 무려 1백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2015년 세 살짜리 꼬마가 해변에 머리를 묻고 숨져 있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난민을 싣고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배가 뒤집히면서 배에 탔던 아이가 바닷가에 시신으로 발견된 사진이다. 유럽으로 살길을 찾아 떠나는 난민의 비극도 이때부터 전 세계에 알려진다. 난민의 숫자도 이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탈출한 난민들은 대개 자국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이유로 조국을 버리고 나선 사람들이다.그러나 이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럽의 국가들로서는 매우 난감한 문제이다. 인권적 차원에서 함부로 할 수도 없지만 경제와 문화적 차이가 만들 사회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세 살짜리 꼬마의 죽음이 공개되던 그해 독일의 메르겔 총리는 “시리아 난민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메르겔 총리를 세계는 ‘난민의 어머니’라 불렀다. 그해 110만 명의 난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으나 난민들의 집단 강간과 테러로 메르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지금 제주에는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의 무비자 제도를 이용, 집단으로 입국해 난민지위 인정 요청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논란도 뜨겁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으로 인정하자는 측과 무슬림과 우리의 문화 차이가 커 함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럽의 난민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탓일까. 한국도 난민 문제가 현실화하는 것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7

JP 서훈 논란

‘킹메이커’‘영원한 2인자’‘정치풍운아’ 등으로 불렸던 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그에 대해서는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보수의 거목’이란 평가도 있지만, 5·16 군사 쿠데타의 기획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선거로 수립된 민주 정부를 전복한 뒤 권력을 찬탈한 ‘정치군인의 원조’라는 비판도 있다.그의 별세 직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되는 데 대해 반대 목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같이 엇갈린 평가 때문이다.김 전 총리는 1961년 5월 16일 처삼촌인 박정희 소장과 함께 5·16 쿠데타의 주역으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중앙정보부장, 민주공화당(공화당) 의장, 국무총리 등 박정희 정권에서 권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이후 김 전 총리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시기를 지나 신민주공화당 총재로 정치적 변신을 했다. 1990년 1월 22일 신민주공화당을 이끌던 JP는 여당인 민주정의당 총재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 총재인 김영삼 총재와 3당 합당을 선언한다. 이로써 민주자유당이 탄생했고, JP는 1992년 대선에서 YS를 지원해 대선 승리를 안겼다. JP는 YS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자 1995년 민자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다.하지만 대권 도전이 여의치 않자 1997년 대선에서는 DJ와 손잡고, 그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이후 DJ정부 초대 총리를 맡았다. DJ는 IMF 극복 등을 이유로 애초 합의한 1999년까지 내각제 개헌을 끝내 하지 않았고, 2001년 JP는 DJP 공조 파기를 선언한다. 이후 JP는 2004년 자민련 독자세력으로 17대 총선에 나섰지만 당은 참패하고 10선 도전에 나선 그도 낙선, 정계를 떠났다.JP에 대한 훈장 추서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무궁화장을 추서했던 정부의 의전 절차와 관례가 존중돼야 한다”며 훈장을 추서했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름을 남겼나./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6

라면의 세계화

라면하면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소비도 많고 생산량도 많다. 그러나 라면은 1950년대 중반 일본에서 개발된 상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대다수 국민이 식량 부족을 이유로 미국이 제공한 밀가루로 연명을 했다. 이때 한 기업인이 밀가루를 튀겨 먹는 인스턴트식 제품 라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와 비슷한 식품이 중국에서 먼저 서민식으로 유통된 기록이 있다. 일본은 라면을 라멘으로 부른다. 중국어 라미엔(拉麵)에서 유래된 말로 보고 있다. 1800년대 말 중국에서는 면을 튀겨 건조시켜 만든 고칼로리 식품을 중일전쟁 때 전투용 비상식품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의 이름이 라미엔이다. 그래서 라면의 근원은 중국이라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현대식 라면은 일본이 원조다.한국에서는 1963년 삼양라면이 최초다. 삼양식품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중국식 발음인 라(拉)는 그대로 따라하고 면(麵)은 우리말 발음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심각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라면을 보급했다. 곡식위주의 식생활을 해왔던 우리 국민에겐 잘 맞지 않아 처음에는 국민적 호응이 적었다. 그러나 정부가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펴면서 라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값싸고 간편하다는 인식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어갔다.라면의 세계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1등이다. 한국사람 한 사람 당 연간 소비량은 73개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먹는 식품이다. 연간 1천억 개가 팔리는 라면은 지금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조리하기 쉽고 유통기간이 길어 구호물자로도 인기다. 전 세계 빈민들의 소중한 식품으로 사용된다.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서는 한국산 팔도 도시락 라면이 러시아 사람들의 국민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8개의 현지생산 라인을 가동할 만큼 도시락 라면은 인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장 점유율도 갖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는 식품으로 시작한 라면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식품이 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5

당선 인사, 낙선 인사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 지방선거용 홍보 현수막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선사례와 낙선사례 현수막이 들어섰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유권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모두 담았다. 당선자는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히고, 낙선자는 “성원에 감사한다”라는 내용으로 자신의 소감을 전하고 있다. 당선자의 당선사례야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되지만 낙선자의 낙선사례도 의미있는 인사치레로 보인다. 속뜻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선거 판세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에서 낙선자의 낙선사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낙선 인사도 많아졌다. 적어도 이번 선거 판세가 차기를 도모해 볼만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당선사례나 낙선사례 현수막은 일종의 정치적 몸짓이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또 다른 예고편이다.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많은 정치 지망생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꽤 많이 다졌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나름으로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력만 하면 차기 선거에서 승산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이르면 2년 후 총선에서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당선 및 낙선사례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의 표시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치적 포석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그래서 정치가 발전하는 모양이다. 정치적 다양성이 높아진 우리지역 선거 판세가 당선 및 낙선사례 인사를 늘렸다고 본다. 긍정적 변화다.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7전8기끝에 정치적 소망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번에 목적을 달성하는 이도 많다. 박 터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8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복불복이라고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이다.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당선자든 낙선자든 당연한 일이다. 당선 및 낙선 사례 현수막을 보며 차기 선거 출발점에서 서성이는 정치 지망생의 모습을 연상해 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2

워크아웃 vs 기업회생

기업구조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일몰을 열흘 앞두고 있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이 대거 생겼지만,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어려워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001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으며, 5차례 재입법과 기한 연장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기촉법이 사라지면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100% 찬성해야 가능한 자율협약이나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기업회생)로 선택지가 한정된다. 기촉법이 사라지면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설 확률이 높아진다.20일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촉법 연장을 위한 기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구조조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과 법원 중심의 기업회생절차다. 기촉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 각각 적용된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이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한 뒤 부실기업을 공동으로 구조조정하는 제도다.2016년 3월 발효된 기촉법 현행법은 이달 30일 끝난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제도가 미숙한 상황에서 기촉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은 통상 부실기업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고, 추가 자금 지원이 수월하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월 열린 ‘기촉법 성과와 평가’공청회에서 “기촉법은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위기 시 국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촉법 연장에 사활을 걸었으나 지방선거 등으로 물 건너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국민 돈으로 부실기업의 손실을 떠안는 워크아웃은 ‘관치금융’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다. 공적자금이 부실기업 회생보다 채권자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는 점도 문제다. 나라살림살이가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어느 쪽으로 쓰여야 하는지는 국민의 뜻에 맡겨져야 한다는데 이설이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