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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명세 탄 의성 마늘

경북 의성은 조선 중기 1500년대부터 마늘을 재배해 온 오랜 전통의 마늘 고장이다. 의성읍 치선리에 김해 김씨와 경주 최씨 두 성씨가 터전을 잡으면서 마늘을 재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의성은 토양이 비옥하고 부식토로 덮여 있어 이곳에서 재배된 마늘은 단단하고 쪽수가 6쪽정도로 적다. 육쪽 마늘이라 하여 인기도 좋다. 즙액이 많고 매운 맛이 강하며 살균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 담글 때 사용하면 김치 맛이 좋고 맛도 잘 변하지 않는다. 의성 마늘은 전국적으로 생산량은 많지는 않으나 이 같은 맛과 질로서 판매량이 급증한다. 흑마늘, 마늘즙 등 마늘을 상품으로 한 제품의 출시도 왕성하다.마늘은 예로부터 강장제로 잘 알려져 있다. 마늘의 원산지인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피라미드 축조에 동원된 노예에게 마늘과 양파를 먹여 원기를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 하여 예로부터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불렀다. 마늘에는 강력한 살균작용을 하는 알라신 성분이 다량 함유돼 항암효과와 피로해소, 면역력 강화 등에 큰 도움이 된다.2018 평창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컬링여자 대표 선수를 두고 외신들이 `갈릭 걸스`(garlic girls)라고 부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늘 소녀`란 뜻으로 이같이 호칭하며 “불과 몇 년 전 컬링에 빠진 소도시 출신 소녀들의 집념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극찬했다. 우승 문턱까지 진입한 한국 컬링 여자팀은 김민정 감독을 비롯 김은정, 김초희,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선수 등 모두가 경북 의성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의성여중고 동문인데다 성씨까지 똑같아 외신들은 이들을 두고 `팀 킴`(Team Kim)이라 한다.“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크기가 작아도 큰 사람보다 오히려 단단하고 재주가 뛰어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작은 마늘이 연상되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말처럼 들린다. 마늘 소녀들의 활약으로 의성 마늘이 유명세를 탔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1

미투운동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전반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또는 운동을 가리킨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지 24시간 만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특히 미국의 체조 금메달리스트 맥케일라 마루니가 미투 캠페인에 참여하며 팀닥터 래리 나사르 박사에게 13살 때부터 성추행을 당해온 사실을 고백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숀다 라임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영화, TV,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는 300여명의 영화인은 1천300만 달러를 모금해 성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에 맞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법 지원 펀드 `타임즈업`을 발족해 `타임즈업 운동`이라고도 불린다.대한민국에서도 지난달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려 미투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이어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거장인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연이어 `미투 운동`에 동참함에 따라 한국극작가협회가 이윤택을 회원에서 제명하기에 이르렀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높은 고은 시인도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 속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원로 시인 `En 선생`으로 지목당했다.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고발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시작된 미투운동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권력에 의한 폭력·위압·강압을 없애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0

덕담(德談) 사회

올 설날에도 우리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으로 내려온 설날 덕담을 많이 나눴다. 윗어른은 물론이요 가족친지, 친구와 아랫사람에게도 한햇동안 좋은 일들이 많기를 기원해 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이 이런 덕담의 대표적 표현이다.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낯설다는 말에서 파생했다는 것과 나이를 의미하는 살에서 나왔다는 견해, 장이 선다는 의미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설다는 말이 새롭기 때문인 것처럼 새롭다는 의미가 모두 내포된 공통점이 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과 새로운 한해의 장이 시작한다는 뜻이 그렇다. 설빔도 새로운 몸가짐을 다짐하자는 뜻에서 새 옷을 입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유래는 비슷하다.새해에 나누는 덕담은 어느 민족이나 비슷하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도 음력 1월1일을 춘절이라 부르며 우리처럼 연휴를 즐긴다. 그들의 덕담도 돈 많이 벌고, 건강하며 복이 넘치는 한해를 기원한다. 수복강령(壽福康)은 우리의 조상이 즐겨 사용하는 어휘다. 인간의 행복 가운데 가장 중요한 `오래 살고` `복 받으며`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언령(言靈) 사상`이라는 게 있다.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의 언어가 실제 현실에서 무언가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 관념이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언어에 주술적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것 등이 언령적 의미를 갖고 있는 표현이다.좋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언령 사상을 떠나 우리사회의 밝고 부드럽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언어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면 우리가 즐겨 쓰는 덕담은 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힘이 된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덕담은 나에게도 좋은 습관이 된다. 설날에 나눈 덕담이 내내 우리 사회에 번져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8-02-19

현대판 기우제(祈雨祭)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민족이 가지는 공통된 제의(祭儀)다.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농경 사회일수록 비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풍백, 우사, 운사만 봐도 비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 마을단위 혹은 나라 차원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부족해 농사가 흉년 들고 민심이 흉흉해지면 이것은 왕의 부덕(不德)의 소치라 생각하고 속죄 의례를 행하기도 했다. 또 죄수를 사면하거나 조세감면 등의 선정을 베풀곤 했다.기우제는 기우제의 방식이나 주체들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왔으나 지금은 기우제의 의미가 거의 퇴색하고 지역에 따라 상징적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대구 수성구청이 대구 경북일대의 심각한 가뭄에 대한 간절함을 모아 기우제를 올린 것이 이런 케이스다. 작년 7월 경북지역이 한창 가물었을 때도 포항과 경주 등지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기우제가 올려졌다.기우제가 비를 내리게 하는 영험이 있지 않다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 이미 입증된 마당이다. 민간에서 이뤄지는 이런 기우제는 간절함에 대한 마음을 기우제 형식을 빌어 표현한 것이다.미국 애리조나 지역의 호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그 사연을 알아보니 이 인디언족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호퍼 인디언 정신`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인간이 불굴의 신념으로 일을 하면 무슨 일이든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책까지 나왔다. 불굴의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 성공한 사례들을 엮었다.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처럼 궁하면 살길이 열릴지 모른다는 인간의 심리가 기우제 속에는 숨어 있는 듯하다.현대판 기우제이지만 비가 내리길 바라는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과학이 아직은 비를 내리게 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현실이 오히려 우리 고유의 기우제를 유지하게 해 다행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14

징벌적 배상제도

외국영화를 보다보면 개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소송에서 상상이상의 엄청난 금액을 선고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됐으며, 이후 미국에서 도입 시행되고 있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는 실제 피해액과 무관하게 엄청난 고액이 부과된다. 보상적 손해배상 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범죄나 부당 행위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또는 기업)이 그러한 부당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수년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제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으로 기술탈취 뿌리 뽑기에 정부와 여당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우선 가해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한다. 이로써 기술침해혐의 기업은 자사(自社)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해야 하는 `입증책임`을 갖게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13

`앙코르 라이프 플랜`

은퇴자의 천국이라고 지목되는 곳은 대체로 기후가 온화하다. 알맞은 온도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 또한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은퇴마을로 손꼽힌다. 은퇴자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너 `힐튼 헤드 섬`은 기온이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한 여름에는 30도까지 올라가지만 저녁이면 곧 선선해져 휴식을 취하기가 적당하다. 은퇴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섬에 조성된 대단지 리조트형 주택은 대부분 은퇴자를 위해 설계돼 있다.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등 레저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고 숲과 호수, 골프장이 단지와 인접해 있다. 축제와 각종 이벤트가 연중 내내 열리는 곳이다.우리나라도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생은 60부터다`라는 말이 실감하는 시대가 됐다. 은퇴이후 생활에 대한 준비와 각자의 생각들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은퇴 후 행복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숙제가 있다. 경제적 여유와 건강한 몸의 상태다.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2014년 기준으로 31.3%로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 고용률 13.4%의 2.3배다. 75세 이상 고용률은 19.2%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들의 취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역동적인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의 높은 고용률은 생활비 충당에 목적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노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고 해결을 위해 노인들이 취업 현장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앙코르 라이프 플랜`을 발표했다. 중장년층의 은퇴 없는 삶을 돕기 위한 계획이다. 2022년까지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양질의 노인 일자리 8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내놓은 정부 계획이라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다. 노인들을 위한 `앙코르 라이프 플랜`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과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12

항생제 소비 1위인 나라

한국 사람은 대체로 성격이 급하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부터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한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뭔 일이 생겼나 싶어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커피 자판기에 물이 내려오기도 전에 자판기 구멍으로 손부터 먼저 들어간다. 컵라면에 물 붓고 3분을 못 기다려 계속 젓가락으로 뒤적인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빨리 빨리 문화`가 있다.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도 `빨리` 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이런 한국인의 조급성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장점일 때도 많다. 특히 상대와 경쟁을 벌일 때는 한국 사람의 조급성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짧은 시간 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급한 성격이 한 몫한 탓이라 봐도 좋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된 것도 국민성과 연관이 있다.그러나 급한 성격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부실공사가 자주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교통사고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자살률도 OECD 국가 최고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좋은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다.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20세기 의학의 기적으로 평가된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에는 영유아가 10세가 되기 전 절반가량 사망했다.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폐렴 등 인간의 수명을 노린 질병으로 사람의 평균 수명도 30-40대가 고작이었다.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항생제 소비량이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1위를 했다고 한다. 1천 명당 하루 34.8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평균의 1.6배 수준이다. 잘 알다시피 이제 항생제 남용의 문제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으로 인류의 각종 감염질환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전 세계가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추세에 한국인의 항생제 소비 1위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국민의 조급성이 한 몫한 것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9

`피터팬 증후군`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카일리(Dan Kiley)가 1983년 자신의 저서 `피터팬 증후군`에서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우선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는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 어른이 되어도 취업을 못하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루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가정이 성년이 된 아이들을 피터팬이 된 것처럼 돌봐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환경·임금 분야 규제가 크게 확대되면서 산업계에도 피터팬 증후군이 심각하다. 일부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각종 지원이 사라지고 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외형확대 포기와 사업 부문 매각 등으로 성장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산업계에 나타나는 `피터팬 증후군`이다. 실제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초기 중견기업(매출 3천억원 미만)의 8%가 중소기업으로 회귀 의사를 밝혔는데, 그 이유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지원은 급감하고 규제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성장에 따른 조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매출 3천억 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고졸 인력도 연구전담 요원으로 인정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기술사업화 금융지원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부정과 퇴행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피터팬 증후군은 이상은 높지만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사회적 폐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08

입춘 소망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 지난 4일 입춘(立春)이 지났어도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로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도심의 거리마저 썰렁한 분위기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로부터 봄이 시작한다고 믿었다. 근데 요즘의 날씨로 보아 봄은커녕 한겨울도 이보다 추울까 싶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이 말은 중국의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이 어쩔 수 없이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딱한 사연을 두고 동방규라는 시인이 지은 시에서 따온 것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 딱히 사용하기 적당한 고사다.봄은 희망의 상징이다. 봄은 새로움과 다시 시작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이야기할 때는 꿈과 희망을 떠올린다. 긴 추위 끝에 찾아온 따사로움에 대한 반가움이다.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싹을 피우는 자연 섭리에 대한 경외심과 믿음이다.우리의 조상들은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 날 각 가정마다 입춘축(立春祝)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등이 그런 것이다. 가정마다 복이 많이 들어오고 좋은 일들이 올 한해 가득하길 바라면서,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번 하는 것 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해마다 되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도 똑 같은 희망을 염원하는 것이 봄이 갖는 의미다.민족시인 이상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했다. 지금 비록 아직 추운 겨울을 넘어서지 못했으나 봄을 희망한 것이다.곧 다가올 봄을 맞아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하는 봄다운 봄이 찾아오면 좋겠다. 봄의 소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7

워라벨 트렌드

워라벨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약자로, 개인의 일(Work)과 생활(Life)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원래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family)의 양립에 한정돼 사용되다가 노동관(勞動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를 배경으로 남녀,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라고 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일과 생활의 조화는 사원의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나 기업에 대한 충성심, 사기를 향상시키기 때문에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원의 생활을 배려한 제도나 프로그램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의한 워크 라이프 밸런스 지원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나 보육이나 간호에 대한 지원, 건강촉진, 교육지원, 장기휴가 제도 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과로사회가 계속돼선 안된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퇴근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워라벨 트렌드가 우리의 기업문화, 특히 유통업계에 새로운 문화로 번져 나가고 있다. 실제로 게임서비스 회사인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인 `퍼플타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 8시30분에서 10시30분 내에서 직원이 원하는 출근시간을 선택하고, 출근 이전 혹은 퇴근 이후 시간을 육아나 자기계발 등 직원 본인과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CJ그룹도 5년마다 최대 한달 간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5년마다 4주간의 휴가를 낼 수 있으며,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이랜드그룹은 업무시간 이후 직원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메일, 전화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못하도록 했다. 직원들의 퇴근 후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욜로족은 말할 것 없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20대 30대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워라벨 트렌드의 범람을 예고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06

`지방 공휴일` 논란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도 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를 의결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지방공휴일 지정을 자체조례 제정으로 의결했다는 점에서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 4·3 희생자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결의됐으나 중앙정부의 동의는 얻지 못했다. 인사혁신처는 제정 취지는 공감하나 상위법에 근거가 없고, 다른 지방의 기념일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수용키 어렵다고 알려왔다. 그럼에도 제주도 현지 분위기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가 않다. 인사혁신처의 재의 요구에도 의회에서 결의가 강행된다면 법적 다툼으로 갈 수밖에 없다.`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논란은 이젠 제주도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유사한 기념일을 갖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들도 제주도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2·28이나 광주의 5·18 등이 대표적 예다.일본 오키나와현은 6월 23일을 지방공휴일인 `위령의 날`로 정해 매년 추모식을 열고 있다. 1945년 3월부터 6월 사이 일본군과 미군이 일본 영토 내에서 벌인 오키나와전은 일본의 패전을 사실상 인정한 전투다. 일본군 10만, 미군 4만, 오키나와 섬 주민 10만여 명 등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큰 희생자를 낸 전투다. 지금도 오키나와 주민들의 기일(忌日)이 4~6월 집중돼 있다. 오키나와현은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 주민들의 집요한 노력으로 지방공휴일을 얻어냈다고 한다.지방공휴일 제정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주민이 쉬지 않는 공휴일은 의미가 없다고 볼 때 지역에 따라 공휴일이 달라진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적잖은 혼란의 문제다. 국민의 불편은 물론 국가사무 처리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지금 우리는 `지방분권`을 시대적 명제로 꼽는다. 지방이 골고루 잘살기 위해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공휴일 지정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런 지방분권 운동 차원에서 파생된 문제다. 향후 우리 정부의 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5

복고(古) 열풍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복고풍 현상은 흔히 우리가 살면서 보는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특별한 의미의 부여보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의한 일반화 된 현상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이것이 옷이나 음식, 연예계 등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각색되고 등장하면서 하나의 유행을 이룰 때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달고 싶어진다. 구세대의 회귀 본능 이상으로 우리사회에는 복고에 대한 열풍이 강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1985년 시작한 트로트 중심의 `가요무대(KBS)`가 장수 프로그램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은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콘서트 7080`이나 `불후의 명곡` 영화에서는 `국제시장` `쎄시봉` 같은 복고풍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인기다.흘러간 노래를 즐기는 것이야 개인적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큰 유행을 탄다는 것은 시대적 조류의 한줄기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중세 유럽 예술분야에서 일어난 고전주의(古典主義)가 1천년 전 그리스 로마문명의 부활을 목표로 한 것처럼 인류는 끊임 없는 반복과 도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우리사회 복고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도전과 반복으로 이뤄진다고 보면 복고풍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최근 개그우먼 5명으로 구성된 셀럽 파이브의 복고풍 댄스가 연일 화제다. 일본 유명 댄스 팀에서 모티브를 얻어 결성한 국내 개그우먼 걸 그룹의 복고풍 댄스는 영상조회가 100만 뷰를 넘었다고 한다. 복고풍 의상과 강렬한 색조의 메이크업으로 벌이는 그들의 파격적 군무가 매우 인상적이다. 개그우먼들의 색다른 도전과 열정이 더해지면서 상상하지 못한 인기를 일으킨 이들의 퍼포먼스를 두고 `예능 반란`이라고까지 부른다. 복고풍이 콘셉이 된 그들 퍼포먼스에 대한 인기는 복고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2

살라미(salami) 전술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은 5개 종목 46명 선수단뿐 아니라 예술단, 응원단 등 대규모 인원을 파견할 예정이다. 향후 남북관계 정상화의 로드맵을 그려보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정상회담 개최 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경제 병진 정책을 남북관계에 적용시켜 관계가 진전될수록 경제적 보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핵 동결, 핵 폐기와 같은 비핵화 논의에는 단계별·무기별로 `살라미 전술`을 적용해 천문학적인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입장에서는 핵 포기 단계를 최대한 잘게 자르고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해 핵 포기 기간은 최대한 늘리고 보상을 극대화하는 협상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이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살라미 전술`은 이탈리아 음식 살라미소시지를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다는 뜻으로 협상 전술의 하나다. 그냥 먹기에는 너무 커서 한입거리로 조금씩 잘라서 먹는 이탈리아의 소시지 `살라미`에서 유래된 용어로,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소액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취하는 수법을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적은 금액을 빼내는 컴퓨터 사기수법의 하나를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예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금리계산 프로그램의 개발을 담당한 자가 프로그램에 손질을 해서 원래는 버려져야 할 이자의 우수리(끝수)를 자기 계정으로 보내도록 하는 수법이 있다. 이는 독일의 은행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이 밖에도 가공의 전자상점을 개설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대량으로 수집해 이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액을 사취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인출된 금액은 1인당으로는 극히 소액이어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카드가 불법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조차 알기 힘들었다.북한이 살라미전술을 통해 많은 대가를 원한다 해도 한반도긴장완화와 평화통일에 도움이 되는 남북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평화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01

독감 공포

1918년 등장한 `스페인 독감`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미군기지의 한 병사에게서 발병한 이 질병은 삽시간 번지기 시작했다. 불과 20개월 만에 지구촌 전역에서 수천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때마침 1차 세계전쟁 중이어서 미군 병사들이 파견되는 지구촌 곳곳에는 전염성이 강한 이 질병으로 집단 사망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를 4천만~5천만 명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유럽의 인구를 3분의 1가량 줄였다는 14세기 유럽 흑사병보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우리나라에도 일제 강점기 시절 유행한 `무오년 독감`이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0만 명 가까이 감염되고 14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병사를 약 2천100만 명으로 보고 있으니 스페인 독감 때문인 재앙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던 이유는 1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이 언론의 통제 없이 비교적 당시 독감 상황을 소상히 보도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스페인 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를 원인으로 본다.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식용 돼지에게 전염되고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가 없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사망사고가 종종 보고되고 있는 질병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독감 유병률이 30%를 넘는 국가에 한국도 포함됐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지금 독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독감으로 숨진 어린이가 37명이나 됐다. 일본은 7천500군데 학교가 독감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독감 가볍게 볼 병이 결코 아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으며 귀가하면 양치질을 하는 등 위생적 생활습관으로 독감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31

딜러시크(Dealer Chic)

`딜러시크(Dealer Chic)`란 소비활동에서 정가를 지불하지 않고 가격을 깎거나 할인정보를 공유하는 소비현상 또는 소비문화를 말한다. 가격 흥정 자체를 목표로 삼아 현명한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소비양상을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할인 관련 정보를 활용하거나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직구문화가 유행하고, 직구사이트와 가격비교 사이트, 예를 들어 최저가 항공기 티켓 판매사이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같은 트렌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단지성을 통해 직구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는 세계적인 시장트렌드 조사전문기관인 영국의 트렌드워칭닷컴이 뽑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에 딜러시크가 선정되기도 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쿠폰 등 맞춤형 혜택을 적극 활용하고, 다른 소비자의 후기를 분석하는 소비 행태는 현명함을 넘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예전에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는 할인과 가격 흥정을 번잡하고 당황스러운 행동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현명한 선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81%가 쿠폰이나 고객 카드 이용으로 돈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실제로 열정적인 쿠폰 사용자의 40% 이상이 연간 7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소셜 쇼핑 서비스 사업자가 하루에 제품 하나 또는 서비스를, 일정한 거래량을 달성하면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하는 `데일리 딜` 서비스의 성공도 딜러 시크 트렌드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몇 년 전 중국 인터넷 `데일리 딜(Daily Deal)` 시장의 50% 이상을 `여가 활동`, `영화 보기`, `외식하기`가 차지했고, 같은 해 미국에서도 데일리 딜로 최고 수익을 올린 10개 항목은 `7일간의 리조트 여행(399달러)`, `햄버거(6달러)`, `영화표와 음료수(5달러)`, `태양의 서커스 공연표(70달러)`였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마당에 알뜰살뜰 살림 사는 아줌마 정신을 대변하는 `딜러 시크`의 유행이 마냥 반가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30

정치관료

폴리페서(polifessor)는 politics(정치)와 professor(교수)의 합성어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교수를 의미하는 말이나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교수들이 배운 학문을 기초로 해 현실 정치가 이상적으로 흘렀다면 부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구성된 우리나라 역대 내각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교수출신 장관의 비율이 20~30% 정도는 된다. 그것이 보수나 진보정권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교수만큼 정부 요직에 자주 임명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유명대 교수들은 정치와 고급 행정관료와의 네트워킹은 필수란 말이 나온다. 한국의 교수사회는 이런 폴리페서로 인해 국가권력을 견제한다는 인상보다 오히려 유착한다는 이미지를 더 많이 전달한다.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도 비슷한 합성어다.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성한 조어로 이것 역시 부정적 의미가 많다. 언론활동을 배경으로 정계와 관계로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을 빗댄 말이다. 언론의 정치중립과 공정보도를 부르짖던 그들이 이런 행동으로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까봐 우려해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물론 학자나 언론인이 자신의 철학을 정치를 통해 펼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자유 민주주의 세상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야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소신이나 철학이 아닌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면 비난받아도 마땅하다.요즘 관료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자주 나온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국가정책이 180도 달라지는데 대한 우려다. 정책의 결과가 과거보다 나아지고 발전한다면 걱정일 리가 없다. 그러나 뻔히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정치권 주장대로 끌려간다면 무소신 관료로서 비난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의 폴리크라트(정치관료)는 폴리페스와 폴리널리스트처럼 부정적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9

한반도의 이상 한파

한반도에 기습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이 시베리아 동토(凍土) 못지않게 꽁꽁 얼어붙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의 아침 6시 기온은 -11.5℃로, 러시아 모스크바(-10.4℃·협정세계시 기준 오전 6시)보다 1도 가까이 더 떨어졌고, 카자흐스탄 알마티(-12.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 기준으로 강원 인제(향로봉)는 낮 최고기온이 -20℃까지 내려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국토 최남단인 제주 역시 곳곳에서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한파특보가 발표됐다.`지구온난화` 현상이 무색하게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상현상을 설명할 때 고기압은 공기가 많은 지역을, 저기압은 공기가 적은 지역을 말한다. 공기는 총량의 법칙에 따라 한 지역에 공기가 많이 모여들면 근방의 다른 지역은 공기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고기압과 저기압은 대부분 짝을 이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고기압은 맑은 날씨가 되고, 저기압은 구름이나 비를 동반한다. 그런데 고기압과 저기압은 보통 짝을 이뤄 다니기 때문에 며칠 날씨가 좋으면 그 후 며칠은 날씨가 좋지 않다. 이같이 겨울에 3~4일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으면서 춥고, 나머지 3~4일은 저기압에 의해 날씨는 좋지 않지만 덜 추운 기온이 나타난다. 바로 `삼한사온(三寒四溫)`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연법칙에는 항상 예외가 발생한다. 바로 저지고기압이 그런 예다. 한반도의 이상한파도 대륙고기압이 빠져 나갈 통로가 막히는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지고기압이란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하며 동쪽으로 움직이는 저기압의 진행을 저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블로킹 고기압`이라고도 불린다. 고기압과 저기압은 나란히 짝을 이뤄 움직여야 하지만 저지고기압은 상당기간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기압을 형성한다. 따라서 한반도 북쪽으로 저지고기압이 발생하면 시베리아 북쪽의 찬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기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이상한파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25

`파파라치` 만능시대

`파파라치`는 본래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몰래 찍어 신문, 잡지사 등에 고액으로 팔아넘기는 `몰래 카메라맨`을 일컫는다.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한때 서구 언론에서는 파파라치 사진을 대서특필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재클린 오나시스와 같은 유명인의 밀회 장면들이 노출되면서 세계적 화제를 자주 만들어 낸 장본인이 파파라치다. 불행히도 1997년 파파라치의 추적을 따돌리려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교통 사망사고로 파파라치의 이미지는 한참 추락하고 만다.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도 파파라치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특종감을 찾는 본래의 파파라치와는 다른 포상금을 노린 전문꾼의 의미로 쓰였다. 각종 위법행위를 몰래 촬영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자다. 단속의 효율성을 이유로 우리나라 행정당국의 신고 보상금 제도가 늘면서 “파파라치가 만능이냐”는 비판이 생겨났다. 지나치게 파파라치를 활용한 신고 보상제도는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는 비난이 급등 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신고 포상금제도는 900건을 넘는다. 식파라치(불량식품의 유통거래), 쓰파라치(쓰레기 불법 투기), 학파라치(학원의 불법영업), 카파라치(교통위반 차량), 노파라치(노래방의 불법 영업행위), 표파라치(불법 선거 감시) 등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 가운데 웬만하면 파파라치 표적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정부가 3월부터 반려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발표를 했다. 연예인 최시원씨의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사이버 상에서 또다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반려견의 위험으로 부터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는 측과 “신고 포상금제를 통한 규제가 능사냐”는 반대 의견이 맞붙었다.자율과 규제는 상호 반복을 요구하는 습성이 있다. 파파라치가 만능일 수는 없다. 그러나 자율을 위한 상호 영역에 대한 에티켓이 먼저 지켜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영원히 갈등으로 존재할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4

스텔스 통장

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없고 예금주가 은행창구를 직접 방문해야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비밀 통장을 가리킨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비행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텔스 통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남편이나 아내의 비상금 통장이나 비자금 통장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 스텔스 통장은 당초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시작됐다. 초창기엔 입·출금이 불편해 일명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을 받았으나 비상금 관리용 통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2015년 기준 시중 6개 은행에만 개설 통장이 14만5천개로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스텔스통장의 46%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내의 비상금통장`으로도 많이 쓰인다는 게 진실인 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에, 지방은행에서는 대구·경남 은행에 많았다. 이같은 사실은 모 국회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자료에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은행의 스텔스 통장은 지난해 6월말 현재 28만2천30개로 집계됐다. 스텔스 계좌 28만여 개는 지난해 말 계좌 2억5천937만개(개인기준)의 0.1%에 해당한다. 스텔스 통장 한 개당 100만원씩 있다고 가정하면 2천820억원이라는 돈이 배우자 몰래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개인계좌 잔액 695조원의 0.04%규모다.다만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는 스텔스 통장을 만들지 못한다. 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에서 통장이 안 보이게 조회를 막아놓은 대신 오로지 `지점 거래`만을 통해 이용하도록 한 통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케이뱅크에는 `계좌숨기기` 서비스가 있다. 이는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 이용시 조회나 이체 등의 계좌목록에서 특정 계좌가 노출되지 않도록 숨기는 서비스다. 스텔스 통장이 부쩍 인기를 끌고있다는 뉴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머니돈이 쌈지돈`이었던 시절은 어느새 흘러갔나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23

덕수궁 광명문(光明門)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慶運宮)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당시 도성 안은 쑥대밭이 됐다. 이듬해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왔으나 왕이 머물 궁이 없어 지금의 덕수궁을 행궁으로 삼아 머물게 됐다. 선조가 승하하고 왕위를 계승한 광해군은 본궁을 창덕궁으로 옮기고, 이때부터 이곳 행궁을 경운궁이라 불렀다. 경운궁이 다시 궁궐로 쓰이게 된 것은 고종 때 일이다. 을미사변 등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있던 고종이 왕실가족을 경운궁으로 옮기면서 부터다. 고종의 궁호(宮號)를 “덕을 누리며 오래 살라”는 의미로 덕수(德壽)로 정하면서 덕수궁이 됐다. 고종은 1919년 1월 침전인 함녕전에서 승하한다.덕수궁 광명문은 침전인 함녕전(咸寧殿)의 정문이다. 지금은 문이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1904년 함녕전에 불이 나면서 조선총독부에 의해 덕수궁 서남쪽 구석으로 광명문이 이전된 것이다. 현재 광명문에는 문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물시계인 자격루(국보 제229호)와 흥천사명 동종(보물 제1460호)이 전시돼 전시관 형태를 띠고 있다.문화재청은 최근 심의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옮겨졌던 광명문을 본래 자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80년 만이라 했다.현재의 덕수궁은 서울지역에 남아있는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훼손되고 사라진 부분이 많아 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것에 대한 애정으로 잘 보존해 나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존심만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런 점에서 광명문의 이전은 옛것에 대한 후손들의 따뜻한 관심이라 할만하다.최근 경북 안동 임청각 복원 사업과 53년만의 하회탈 귀향 등을 계기로 우리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역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 분위기를 탄 `문화분권` 운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화재는 민족의 유산이며 정신이다.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2